

개봉당시 굉장한 호평을 받았던 영화였는데, 뒤늦게 보았다.
근래 들어 본 영화 중 가장 잘 만든 영화였던 것 같다.
웃음과 감동이 모두 들어있는 다양한 종합선물세트 같은 영화다.
우선, 이 영화에는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잘 알려진 배우들이 많이 등장한다.
주연 및 조연으로 인정받은 배우들이 많이 등장하고, 모든 연기자들의 연기가 훌륭하다.
옴니버스 영화를 많이 보지는 않아서 단정 짓기는 힘들지만, 기존의 옴니버스 영화와는 색다른 점이 있다.
기존의 옴니버스 형식의 영화는, 간간히 각각의 스토리의 주인공이 잠깐 마주치는 정도의 형식인데, 이 영화는 각각의 스토리의 주인공들이 영화 시작부터 얽히기 시작하며, 각각의 스토리가 모두 공평하게 할당된 시간과 재미와 이야기의 깊이를 나누어 가지고 있으며, 영화가 끝날 때까지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또한, 그들이 겪게 되는 각각의 사건들이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기존의 옴니버스 영화가 하나의 스토리를 쭉 전개해 나가다가 다른 스토리로 넘어가는 식의 장면전환 방식이라면, 이 영화는 마치 각각의 영화를 조각조각 쪼개어서 편집해 묶은 듯이 흩어져 있으면서도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기존의 옴니버스 영화와는 다른 색다른 맛이 있다.
또한, 각각의 인물들이 겪게 되는 상황과 이유가 서로에게 얽혀 있고, 그로 인해 어느 한 가지 스토리에 치중되지 않았다.
그런 면에서, 시나리오는 거의 완벽하다고 칭찬하고 싶다.
이하… 영화의 줄거리가 있으므로, 영화를 재미있게 감상하시려면 나중에 읽어보시기를 바란다.
이하 스포일러 포함-----------------
이 영화는
‘곽씨네 하우스’,
‘아메리칸 불독’,
‘소년, 소녀를 만나다’,
‘천사의 도전’,
‘낭만파 부부’,
‘소녀의 기도’,
‘금지된 장난’ 의 7가지 스토리로 이루어져 있다.
‘곽씨네 하우스’.
곽만철(주현)과 오선희(오미희)는 건물주와 세입자의 관계이다.
곽만철은 오랫동안 오선희를 흠모해왔다.
그러나 나이 들어서도 연예지망생의 꿈을 놓지 못한 오선희는 그런 곽만철의 마음을 알아주지 않는다.
개발업자의 꼬임에 곽만철은 건물을 헐고 복합빌딩으로 리모델링할 계획을 세우지만, 흠모하는 오선희가 카페를 닫게 되는 것이 못내 안타까워 결국 계획을 포기하고, 영화에 출연하고 싶어 하는 오선희를 담은 필름을 평소에 찍어두었던 상영필름의 뒤에 끼워 붙여 넌지시 프러포즈를 한다.
‘아메리칸 불독’.
남부러울 것 없이 성공했지만, 불행한 결혼생활을 한 조재경(천호진).
갑자기 이혼을 한 조재경의 집에 직업에는 남녀구분이 없다며 찾아온 파출부 민태현(김태현).
조재경은 여자보다는 남자에게 더 사랑(플라토닉적인)을 느끼는 자신의 밝히지 못할 비밀에 민태현에 대한 사랑을 로션을 선물하며 은근히 표현한다.
예전 자신과 절친했던 친구와의 정신적 사랑이 친구의 자살로 자신에게 화살이 되어 돌아오고, 고통스러워 쓰러진 자신을 다시 찾아온 파출부 민태현과의 사랑을 조심스럽게 키워간다.
‘소년, 소녀를 만나다’.
여자보다는 남자에게 더 사랑을 느끼는 것을 알게 되어 이혼을 선택한 허유정(엄정화)은 우연히 TV토론에서 싸우게 된 무식한 컨트리 스타일 형사 나두철(황정민)과 묘한 관계에 빠진다.
그녀의 아들은 나두철이 엄마의 이상형이 아니라고는 하지만, 무식하면서도 순수한 나두철의 매력에 허유정은 은근히 꼬리를 친다.
고등학교 때 교회누나와 함께 본 '람보'로 유도를 하게 되고, 유도로 인해 경찰이 된 나두철은, 자신에게 마음을 주지 않는 여자들 때문에 마흔이 다되도록 연애 한번, 키스 한번 못해본 사나이.
마치 소년과 소녀가 서로가 좋아하는 감정을 숨기기 위해 싸우듯, 둘은 만나기만 하면 토닥거리며 싸우지만, 마치 소년·소녀가 사랑을 키워가듯, 서로에게 필이 통한 두 사람은 사랑을 키워나간다.
‘천사의 도전’.
대학 농구부 시절. 좋아하는 여자에게 프러포즈를 하기위해 3점 슛 패스를 하지 않고, 멋지게 덩크슛을 쏘고 프러포즈를 하고는 농구를 그만둔 박성원(김수로).
농구를 그만둔 박성원은 채권추심회사를 다니며 하루하루를 짜증스럽게 보내고 있는데, 그러던 어느 날 아픈 어린이를 돕는 TV프로그램에 출연해달라는 요청이 들어오고, 아픈 아이는 자신이 박성원의 딸이라며 갖가지 증거들을 제시한다.
첫사랑 여자와 이루어지지 못했던 박성원은 아직 아빠가 될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아서였는지 아이를 부인하지만, 자신이 사랑했던 여자의 아이라는 점에서였는지 아니면 정말 자신의 아이이기 때문에 끌렸던 것인지, 결국 자신을 귀찮게 굴던 이 작가(전혜진)의 요청으로 딸아이를 위해 천사의 도전을 하기로 결심한다.(‘아빠의 도전’이라는 프로그램의 포맷과 비슷한)
‘낭만파 부부’.
어려운 형편에 혼인신고만 하고 신혼살림을 차리게 된 젊은 가장 김창후(임창정)는 젊은 아내가 걱정할까봐 번듯한 직장에 다닌다고 거짓말을 한다.
젊은 아내 하선애(서영희)는 빠듯한 살림에 보탬이 될까 해서 남편 몰래 김밥을 말아 판다.
그러던 어느 날, 하선애는 아이를 임신한걸 알게 되고, 넌지시 얘기를 하지만 남편은 통 눈치를 채지 못한다.
채권추심에 시달리고 지하철 공익근무요원한테 구박까지 당하는 김창후는 아내가 임신을 하게 된 걸 눈치는 채지만, 빠듯한 살림에 얘를 키운다는 것은 상상도 하지 못할 일.
아이를 키울 걱정에 우연히 주운 지갑의 돈을 훔칠 생각도 하지만 돌려주고, 우연히 남편이 채권 추심하는 사람과의 통화를 녹취한 걸 듣게 된 아내는 아이를 떼려고 병원에 갔다가 끝내 되돌아오고, 우연히 버스정류장에서 만난 집나온 아이와 대화하다가 아이가 자신에게 아이를 낳을 돈을 주겠다며 자신의 엄마에게 자신이 납치당했다며 500만원을 보내라고 거짓말을 하게 한다.
아이를 키울 걱정에 그만 유괴범 흉내를 낸 아내는 현장에서 발각되어 겨우겨우 탈출하지만, 자신이 아이를 지우고 올까봐 지하철에서 울고 있던 남편을 본 순간 멈춰서고 만다.
다행히 하선애는 아이가 진실을 밝혀주어 잡혀가지는 않고, 아이를 떼지 않고 돌아온 아내와 재회한 남편은 회한의 포옹을 한다.
‘소녀의 기도’.
신부님과 수녀원장 사이에서 태어난 임수경(윤진서)은, 자신의 인생을 비관하여 여러 차례 자살을 시도한다.
평소 흠모하던 연예인 유정훈(정경호)이 다른 여자와 사랑을 나누는 장면에 또 음독자살을 시도하고, 병원에 실려 온 그녀의 옆에 나란히 누워있는 남자 환자는 다름 아닌 유정훈이다.
유정훈은 한때 잘나갔지만, 좋아하는 여자 친구 문제로 인해 기획사에서 잘리게 되고, 여자 친구마저 자신을 버리자 발작증상을 일으켜 입원하게 된 것이다.
하체에 일시적인 마비가 온 유정훈을 생뚱맞게 가지고 노는 임수경.
둘은 서로의 처지를 보듬으며 조심스레 사랑의 감정을 키워가지만, 섹스를 하려다 그만 유정훈이 발작을 일으킨다.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며 신에 대한 배신으로 자살을 시도했던 임수경은, 유정훈을 되살려주면 평생 신을 위해 헌신하겠노라고 기도한다.
유정훈이 깨어났을 때, 임수경은 수녀가 되기 위한 의식을 감사하는 마음으로 치른다.
‘금지된 장난’.
엄마와 아빠가 이혼한 꼬마 조지석(이병준).
지석이는 짝꿍 김진아(김유정)가 병원에 입원하자 가끔씩 놀러가곤 한다.
아빠에게서, 누가 물으면 ‘아빠와 살래요’ 라고 대답하라며 교육을 받지만, 실은 엄마와 살고 싶다.
어느 날 진아에게 김밥을 사주기 위해 아빠의 주머니에서 돈을 훔친 지석은 아빠에게 호되게 야단을 맞고 가출을 해버린다.
버스정류장에서 만난 불쌍한 누나(임신했는데 가난해서 아이를 기르기 힘든)에게 자신을 납치했다고 거짓말을 해서 엄마에게 돈을 받아내라고 시킨다.
그리곤, 자신은 진아가 있는 병원에 가서 진아의 아빠라는 사람이 자신을 위해 농구시합을 하는 것을 응원한다.
그러다, 병원에 찾아온 엄마에게 자기가 그 불쌍한 누나에게 거짓말 하라고 시켰다며, 그 누나는 착한누나라고 한다.
이렇게 7가지의 스토리가 있으며, 각각의 이야기는 서로 연결되어 있다.
이 영화는 영화 소재로는 근래에 보기 힘들었던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라면…
우선, 우리나라에서는 성공하기 힘든 소재다.
흥행에 성공하지 못하는 소재를 제작사에서 선뜻 나설 리도 없거니와, 지금까지 그렇게 성공한 영화들이 있었던가?
평범함… 이라면 문득 생각나는 사람이 있긴 하다.
바로 홍상수 감독이다.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 ‘강원도의 힘’, ‘오! 수정’, ‘생활의 발견’,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극장전’ 등 평범하다 못해 지나치리만치 리얼한 그의 영화들이 생각나긴 하지만, 그의 영화는 솔직히 개인적으로 좀 짜증이 난다.
뭐랄까, 우리의 일상의 모습이기도 하지만, 사람들이 쉽게 언급하지는 않는 그런 소재들이라서 일까?
분명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리얼한 모습이기는 하지만, 지극히도 한쪽으로 치우친 어떤 성향의 사람들의 모습일 뿐이다.
모두가 그런 것이 아닌데, 현실속의 실제 사람들의 삶을 진짜 현실감 넘치게 그대로 담아냈다는 이유로 너무 일반화 되는 경향이 있다.
현실 속의 모든 사람들이 그의 영화 속에 나오는 것처럼 그렇게 개방적이거나 무모하게 솔직하거나 찌질 하지는 않다.
사람들의 평범한 삶이라는 게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어떠한 사실적으로 보이는 삶이 보편적으로 보통사람들 모두의 삶을 대변하지는 못한다.
즉, 홍상수 감독의 영화 속에 등장하는 남자들은 오로지 여자와 섹스를 하고 싶어 하는 찌질한 부류들이다.
매우 현실적인 것 같지만, 실은 현실 속에 존재하는 여러 부류의 사람 중 극히 일부 사람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을 뿐이다.
그보다는 오히려 임창정의 1999년 출연작 ‘행복한 장의사’ 같은 영화에서 그리고 있는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가 더 자연스럽다.
그러고 보니, 평범한 외모의 임창정은 그런류의 영화에 꽤 많이 출연했다.
번드르르한 얼굴과 훤칠한 키의 연예인들과는 달리 평범해 보이기 때문일까?
많은 영화들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해가 서쪽에서 뜬다면’, ‘행복한 장의사’, ‘색즉시공’, ‘위대한 유산’, ‘파송송 계락탁’ 그리고 이 영화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로 이어지는 캐릭터들에서 평범한 직업과 평범한 외모의 임창정을 볼 수 있다.
아니, 평범하다 못해 궁상스럽기까지 한 역할들이다.
그런데, 이번 영화에서 그가 연기한 ‘낭만파 부부’의 스토리는 문득 생각나는 어떤 이야기와 닮았다.
‘크리스마스 선물’이라는 이야기에서, 아내는 남편에게 줄 시계 줄을 사기 위해 머리카락을 자르고, 남편은 아내의 길고 아름다운 머리카락에 달아줄 생각으로 머리핀을 사기 위해 시계를 판다.
가난한 젊은 부부가 서로에게 주려고 준비한 크리스마스 선물은 쓸모없어지게 되었지만 서로에 대한 사랑이 더 깊어졌을 것이다.
아무튼, 그 이야기가 생각났다.
7가지의 스토리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저마다 불행하다.
아니 불행하다기 보다는 뭔가 부족하다.
하지만, 영화가 끝날 무렵, 각각의 스토리의 주인공들은 다른 스토리의 주인공들로 인해 행복을 찾게 되거나, 혹은 자신들의 스토리 속에서 행복의 해답을 찾게 되고, 모든 이야기는 행복한 끝을 맺는다.
특히… 가장 가슴 아픈 사랑이야기인 '낭만파 부부' 이야기의 주인공은, 돈 많은 회장님 곽만철네에서 일하게 되어, 결혼식도 올리고 아이도 낳았겠지?
곽만철은 자신의 프러포즈가 성공해서 오선희와 핑크빛 로맨스를 시작하게 됐을 것이고, 이혼녀 허유정과 순수형사 나두철은 소년·소녀가 연애하듯 아기자기한 사랑을 키워나갈 것이고, 진짜 딸인지 아닌지 알 수 없는 딸을 만난 박성원은 그 후로 딸과 행복하게 살게 되었을 것이고, 낭만파 부부는 불행 끝에 행복 시작이며, 연예인 유정훈은 소녀의 기도가 이루어져 다시 연예생활을 시작했을 것이고, 금지된 장난의 두 꼬마는 다행히 장난이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지는 않아 각자의 부모와 행복하게 살았을 것이다.
그런데, 포스터가 별로 맘에 들지 않는다.
첫 번째 포스터에 4 커플밖에 없다.
그 아래의 다른 포스터에는 조그맣게 다른 배우들의 모습도 실리기는 했지만…
인기도에 따라서 4커플만 선정한 것 같아서 마음에 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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