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음란서생 (淫亂書生, 2006) Movie_Review



재미있다. 그러나 흥행하기에는 다소 미흡한 느낌이다.
오랜만에 ‘한석규’의 새로운 모습을 보게 된다.
‘한석규’는 부드러운 남자 역할을 연기하기도 했지만 강렬한 이미지의 배역도 많이 연기했다.
‘8월의 크리스마스’ 등의 영화에서는 멜로연기를 하기도 했지만, 대체로 특수요원, 형사, 깡패 등 약간 거친 남성 역할을 연기 했다.

이 영화에서 연기한 역할은 ‘8월의 크리스마스’에서 보여주던 캐릭터와 비슷하다.
여전히 한석규 본연의 모습이 그대로 보인다.
싸움도 오라지게 못하는 샌님 양반이다.
겉으로는 점잖은 척 하지만, 속으로는 음란(?)한 마음이 가득한 사람이다.
점잖은 고양이가 부뚜막에 먼저 올라간다고, 

이 영화를 보니 미국영화 ‘kinsey(킨지;킨제이, 2004)’ 가 생각났다.
성적으로 매우 개방적이라고 생각하는 현재의 미국은 사실 굉장히 보수적인 성향의 나라였다.
우리나라 역시 매우 보수적인 나라였으나 지금은 많이 변했는데, 미국이나 유럽의 개방적인 성문화를 젊은이들이 부러워(?) 하면서 점차 변해갔는데, 사실 일부 국가를 제외하면 여전히 보수적인 나라들이고, 그 나라들에서 역시 노인세대에는 굉장히 보수적이었으나 점차 시대가 변하면서 개방적으로 바뀌었다.
우리나라 역시 노인 세대와 젊은 세대의 성에 대한 가치관이 많이 다르다.
내가 속한 세대들의 평균적인 생각이 어떤지 모르겠지만, 내 경우에는 여전히 성에 대해서 자연스럽게 얘기하지 못하고, 혹시 사람들과의 만남에서 그런 이야기들이 나오면 불편할 때가 많다.
아마도 생각으로는 개방적인 성 풍조에 제법 많이 따라가고 있지만, 그것을 겉으로 표현하는 것은 아직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 것 같다.

영화에서 보면, 겉으로는 점잖은 척 하지만 뒤로는 음란서적에 열광하는 사대부 아낙네들의 모습이 그려지고 있다.
‘도덕’이라는 시대적 잣대 때문에, 본능을 철저히 숨기고 그것을 음성적으로 해소하는 것이다.
어쩌면 이러한 도덕적 통제가 ‘소돔과 고모라’ 같은 극한의 타락을 막아주는 장치로 작용하는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속과 겉이 다르게 산다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윤서(한석규)’는 사대부 집안의 지극히 평범(?)한 양반이다.
그러던 어느 날 ‘윤서’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는 사건들이 발생한다.
임금의 후궁인 ‘정빈(김민정)’이 자신이 구입한 그림이 모사된 것이라며, 모사한 범인을 찾아줄 것을 요청해온다.
‘정빈’의 추파(?)에 약간 마음이 동하는 ‘윤서’.
‘윤서’는 사헌부의 정4품 벼슬에 해당하는 ‘掌令(장령)’ 이다.
영화 속에서 그는 ‘김장령’으로 불린다.


이하 스포일러 포함----------------
‘사헌부’는 기강과 풍속 정립을 담당하는 기관이기 때문에, 그곳에서 일한다면 남들보다도 더 도덕성이 요구되는 자리일 것이다.
‘김장령’은 뛰어난 문장가이지만, 억울하게 상대 당파의 상소로 인해 문초를 당한 형의 복수를 할 용기조차 내지 못하는 소심한 성격이다.
하지만, 이번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자신의 형을 문초(고문)한 의금부도사 ‘광헌(이범수)’과 손을 잡는다.
그림을 모사한 자들을 찾는 와중에 ‘김장령’은 그릇을 파는 가게 뒷방에서 그림을 모사하는 사람과 글을 베껴 쓰는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가게를 지키는 불량배들과 한판 싸움이 벌어지지만, ‘광헌’의 무술로 위기를 모면하고 범인들을 잡게 된다.
이들이 ‘정빈(김민정)’의 그림을 표구하여 가짜그림을 판 사람들이라 밝히게 되고, 이때 우연히 음란서적을 접하게 된다.
지극히 도덕적 관습에 길들여져 있고 성격마저도 소심한 김장령에게, 도덕적으로 문란한 이런 음란 서적이 쉽게 받아들여질 리가 없다.
지금으로 치면, 교회 열심히 다니는 신도가 포르노 비디오를 보게 된 것 같은 상황이랄까.
아무튼, 이들을 잡아내어 왕의 칭찬을 받는다.
일을 잘 처리해준 감사의 표시로 ‘정빈’과 차를 마시게 되는 ‘김장령’.
이때 날아든 말벌을 쫓아 내주게 되고, 이 일로 인해 ‘정빈’과 ‘김장령’은 뜻 모를 감정이 통하게 된다.
범인을 잡으러 갔다가 우연히 보게 된 음란서적.
궁금증에(청소년기에 느끼게 되는 성적 호기심 같은 것) ‘김장령’은 그릇가게를 찾아가게 되고, 그때 알게 된 글 필사 쟁이 영감에게서 음란서적 계에서 ‘인봉거사’ 라는 작가가 이름을 날리고 있다는 말을 듣게 된다.
당대의 최고 문장가로 이름을 날리던 ‘윤서’는, 자신이 사는 세계와는 다른 세계에서 이름을 날리는 사람이 있다는 말에 경쟁심 같은 것이 생긴다.
또한, 평상시 입에 담는 것조차 부담스러워 하던 ‘음부’ 라는 단어를 적어보며, 묘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김장령은 ‘인봉거사’ 보다 뛰어난 음란소설을 써보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밤새 끄적인 소설을 그릇가게 주인(음란서적을 판매하는)에게 넘긴다.
그가 쓴 소설을 보고 눈이 번쩍 뜨인 가게주인.
역시 당대의 최고 문장가가 써내려간 음란 서적 또한 명작인 모양이다.
‘인봉거사’ 못지않게 인기 작가(?)가 된 김장령.
하지만, 여전히 ‘인봉거사’와 비교되는 것이 못내 못마땅했던지, 그 당시로써는 획기적일 만한 새로운 방법을 제시한다.
그것은, 소설에 삽화를 삽입하는 것이다.
잠시 같이 일을 하면서 알게 되었던 의금부도사 ‘광헌’의 그림실력이 출중함을 안 김장령은 ‘광헌’을 끌어들인다.
처음에 김장령이 그랬던 것처럼 광헌 역시 낯을 붉히며 거절하지만, 이내 해보겠다며 찾아온다.
‘정빈’과 ‘김장령’간의 뜻 모를 감정이 오고간 것이 화근이었을까….
‘정빈’은 ‘김장령’에게 자꾸 만나자고 한다.
삽화를 그리기로 한 ‘광헌’이 음란 소설에 나오는 요상한 체위를 잘 묘사하지 못하자, ‘김장령’은 ‘정빈’과 정을 나누는 광경을 몰래 엿보게 하여 소설 속의 그림을 완성시킨다.
이렇게 만들어진 음란서적이 나오자 ‘김장령’은 음란소설계의 대부가 된다.
하지만, ‘김장령’이 소설의 줄거리에 등장시킨 인물과 이야기가 ‘정빈’과 자신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장안에는 ‘정빈’에 대한 소문이 퍼지게 된다.
우연찮게 이 소문을 접한 ‘정빈’.
‘정빈’은 ‘김장령’을 흠모하게 되었지만, 자신을 소재로 하여 소설을 썼다는 것에서 김장령이 자신을 노리개 정도로 여겼다는 생각에 분노하여 ‘김장령’을 잡아들인다.
여기서 4각 관계가 전개된다.
왕과 ‘정빈’과 ‘김장령’, ‘정빈’을 어릴 때부터 흠모한 나머지 내시가 되어 여전히 곁을 지키고 있는 내관까지.
결국, ‘김장령’은 이마에 ‘淫亂(음란하고 어지러움)’ 이라는 낙인이 찍혀 유배를 가게 된다.

왕과 ‘정빈’, ‘김장령’이 대사를 하는 장면이 있다.
마치, 연극 대사를 하는 것 같은 장면이다.
왕은 ‘정빈’을 사랑하고, ‘정빈’은 ‘김장령’을 사랑하고, ‘김장령’은 자신이 ‘정빈’을 사랑하는 것인지 아니면 단지 성적으로 욕망을 채우려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한다.
왕의 명대사, ‘더 많이 사랑하는 사람이 약자’ 라고….
사랑하는 사이에서 힘들고 상처받는 사람은 상대방을 더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왕은 ‘정빈’을 사랑하기 때문에 김장령을 없애버리고 싶어 하지만, ‘정빈’이 김장령을 감싸고돌자 어찌할 바를 모른다.
‘정빈’ 또한 김장령에게 놀아난 것 같은 분노에 복수를 하고 싶지만, 결국 김장령이 죽는 것을 막으려고 왕을 막는다.
이 부분이 이 영화의 명장면이 아닐까 싶다.

마치 연극의 한 부분을 보는듯한 장면이다.
전체적으로 유머러스한 분위기로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진행되지만, 이런 부분들은 다소 작위적으로 느껴지는 장면이다.
영화는 ‘~소’, ‘~오’ 같은 말투로 점잖은 분위기를 유지하면서도, 그 당시 사람들이 과연 그런 말을 했을까 싶은 재미있는 대화들이 오가는데, ‘윤서(한석규)’와 ‘광헌(이범수)’의 대화에서 가장 잘 느낄 수 있다.

영화를 보고 있으니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영화 ‘왕의 남자’ 와 비교하게 된다.
‘왕의 남자’가 흥행에 있어 대기록을 세운 반면, 이 영화는 거의 참패 수준이랄까?
문제는 우선, ‘왕의 남자’가 15세 관람가로 대상 연령층이 폭넓고 이미 검증된 원작이 있으며, ‘이준기’라는 흥행이 보장된 배우가 있었던 반면, 이 영화 ‘음란서생’은 ‘18세 이상 관람가’로 관객층의 유입이 제한적이었고 소재 또한 여러 관객층을 흡수하기에는 제한적이다.
이 영화의 완성도에는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다.
독특한 소재와 유머러스한 분위기들, 이름 있는 배우들의 좋은 연기, ‘한석규’의 연기변신과 ‘김민정’의 커다란 눈망울 및 약간의 노출 신 등등이 흥미롭지만, ‘윤서’의 고문장면에서 뼈가 부러지는 장면을 묘사한 것이나 보수적인 성향의 관객들이 보기에는 다소 부담스러운 성적인 소재들이 결국 흥행에는 걸림돌이 되지 않았나 싶다.
흥행을 하려면 ‘무난’ 하면서도 ‘재미’가 있어야 한다.
‘무난하다’라는 표현이 굉장히 애매한 표현인데, 여러 가지 면에서 ‘무난’ 해야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윤서(김장령)’가 음란소설계에 뛰어 들면서, 요즘으로 치면 그릇가게 주인을 출판사 사장, ‘윤서’를 베스트셀러 작가로 비유한 대사와 장면들이 코믹스럽고, 옛날 말투로 음란한 내용에 대해 대화를 나누는 등장인물들의 대사가 코믹스럽고, 이마에 ‘음란’ 이라고 낙인이 찍혀 유배를 가서도 앞으로 쓸 음란서적 얘기를 한가로이 나누며, 움직이는 그림을 ‘동영상’ 이라 하자는 대사도 재미있다.
크게 흥행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이는 작품이지만, 로맨스와 코믹, 성적 호기심을 유발하는 소재들이 잘 버무려져 있는 재미있는 작품이다.


사헌부[司憲府]
고려·조선시대의 관청.
설립년도: 고려, 조선시대.
구분: 관청.
설립목적: 감찰행정.
주요업무: 시정 논의, 백관 규찰, 기강과 풍속 정립, 억울한 일 해결.

네이버 영화정보 스크랩---------
명망 높은 사대부 집안 자제이자 당대 최고의 문장가로 알려진 윤서(한석규)에게 권력은 쫓기에 허망한 것이요, 당파 싸움은 논하기에 그저 덧없는 것. 권태로운 양반 라이프를 살아가던 윤서는 반대파의 모략으로 골치 아픈 사건을 맡게 되고, 이 와중에 저잣거리 유기전에서 일생 처음 보는 난잡한 책을 접하게 되면서 알 수 없는 흥분을 느낀다. 윤서는 급기야 몸소 음란소설을 써 보는 용기를 발휘하게 되는데.

추월색이라는 필명으로 음란소설을 발표하던 윤서는, 1인자가 되고 싶은 욕심에 고신 전문가로 악명을 떨치고 있는 가문의 숙적 광헌(이범수)에게 소설 속 삽화를 그려줄 것을 부탁한다. 광헌 역시 자신의 맥박수치를 끌어 올리는 제안을 차마 거절치 못하고 윤서와 나란히 음란 소설 창작에 빠져 든다. 아름답고 격조 높은 문체가 박력 넘치는 그림을 만났으니, 금상첨화, 화룡점정이라! 양반의 점잖음을 잊은 두 사람의 완벽한 음란호흡은 최고의 작품을 탄생시키고, 양반 콤비의 작품은 장안 최고의 화제작으로 급부상하는데.

장안 아녀자들의 몸을 달아오르게 한 추월색의 흑곡비사에 대한 반응이 뜨거우면 뜨거울수록 윤서와 광헌의 심장은 힘차게 뛰고 피는 뜨겁게 돌기 시작한다. 그러나 인생에서 가장 흥분된 나날을 보내는 두 사람에게 엄청난 사건이 기다리고 있었으니……. 구중궁궐 속, 왕의 총애를 받는 아름다운 여인 정빈(김민정)의 손에까지 흑곡비사가 흘러 들어간 것. 장안 최고의 문제작을 쓴 윤서, 광헌의 운명은 과연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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