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덤까지 가져가야할 비밀 Essay

요즘엔 이런 말을 잘 안 쓰는지도 모르겠다.
얼마 전까지 이런 말이 사람들 사이에서 유행 비슷하게 꽤 많이 사용되었던 것 같다.
우리는 갖가지 비밀들을 가지고 있다.
혼자만의 비밀일 수도 있고, 혹은 몇 명만 아는 비밀이거나 공공연한 비밀일 수도 있다.
나 역시 혼자만 아는 비밀과 몇 명만 아는 비밀들이 있다.
그중에 입이 간지러워(?) 말해버린 비밀도 있지만, 여전히 무덤까지 가져갈 비밀들이 있다.
보통 ‘비밀’은 폭로 될 경우, 굉장히 창피하거나 심한 경우에는 신상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것들도 많다.

가끔은 이런 생각을 해본다.
내가 결혼을 하게 되어 정말 마음깊이 사랑하는 사람이 생긴다면, 이런 비밀들을 모두 공유해야 하는 것인가 하는.
안타깝게도 그 대답은 ‘NO’다.
어릴 때는 이런 물음에 ‘YES’ 라고 생각했었지만, 오랫동안 사회생활과 인간생활을 경험해보니 오히려 그냥 묻어 두는 것이 더 좋다는 생각이다.
헷갈리기도 한다.
사람들이 자신의 ‘비밀’을 말하는 것이 정말 은밀한 것을 공유하고 싶어서인지, 단지 입이 간지러워서 말을 해버리고 싶어서인지.
이런 비밀을 입 밖으로 말할 때는 진지하게 고려를 해야 한다.
대체로 사람들은 이런 비밀을 알게 되었을 때, 그것을 다시 제3자에게 이야기해서 생기는 문제를 생각하지 않고 가볍게 여겨 바로 주변의 다른 사람에게 말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비밀들은 둘 만이 공유하는 은밀한 비밀이 아니라 공공연한 비밀이 되고, 결국에는 그 일을 모르는 사람이 없게 되어버리기 십상이다.

내 친구 중에 유난히 남 호박씨 까는걸 별로 안 좋아하는 친구가 있다.
물론, 그 친구와 내가 알고 지낸지가 그리 오래 되지 않아 나에게 그런 태도를 보이는 지도 모르겠으나, 알고 지낸지 6년여가 지난 지금은 가끔 만나면 같이 누군가를 씹(?)곤 한다.
그 친구의 성격이 바뀌었거나, 혹은 단지 나를 잘 모를 때 나를 경계해서 그런 태도를 보인 것 일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 친구는 (적어도 내 앞에서는) 여전히 누구를 욕하거나 하는 행위를 자제하는 것 같다.
갖가지 비밀들이 많이 있지만 정말 ‘무덤까지 가져가야할 비밀’ 이라 생각한다면, 누군가에게 말하지 않는 것이 정말 힘들더라도 웬만하면 자신만 알고 꼭꼭 숨겨두는 것이 좋다.
이런 비밀들은 누군가에게 알려졌을 때 그 사람들이 장난이나 재밋거리로 서로 돌려보거나 험담하기에 좋은 것들이 많다.
누군가에게 말해버리고 싶어 입이 간질거려 참기 힘들더라도 꼭꼭 재워놓자.
이런 비밀 뿐 만 아니라, 사소한 감정표현도 조심해야 한다.
나는 워낙 성격이 털털하고 마음에 있는 소리를 거침없이 하는 스타일이라(그렇다고 생각하는데 남은 나를 다르게 평가할지도 모르겠다), 나의 이런 솔직한 성격이 항상 나를 곤란하게 만들었던 것 같다.
얼마 전에는 어느 한 부부와 식사자리에서 남편의 성격(남편과 아는 사이다)에 대해 한마디 했는데, 그걸 가지고 두고두고 욕을 먹고 있다.
그리 심한 말이 아니었지만, 당사자는 꽤나 기분이 언짢았나보다. 두고두고 나에게 뭐라고 한다.
이참 얼마나 답답한 세상인가. 있는 그대로 말하고도 욕을 먹는 세상이라니.

단지 ‘비밀’ 뿐 아니라, 우리는 살면서 보고 듣게 되는 수많은 것 중에서 말을 해도 될 것과 말을 해서는 안 될 것들을 접하게 된다.
이런 비밀들 중에는 ‘무덤까지 가져가야할 비밀’도 있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보면, 이런 ‘비밀’의 상식적인 기준은 사회마다 잣대가 다르기 마련이다.
사랑하는 아내에게 말 못할 비밀을 가지고 있다면 차라리 숨기는 것이 낫다.
이런 ‘무덤까지 가져가야할 비밀’의 부류는 비밀을 공유함으로 해서 서로의 공감대가 형성되기 보다는 오히려 ‘불신’과 ‘실망’이 생길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들은 차라리 그 비밀에 대해 끝까지 ‘NO’를 외쳐주기를 바랄지도 모른다. 그 비밀이 공공연한 사실이라도 말이다.
어떤 소문에 대해 모두들 그렇게 생각한다 하더라도 당사자가 끝까지 부인을 한다면, 그 소문(비밀)이 진짜인지 아닌지 모호해지게 되고,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잊힐 수도 있다.(시간이 약이다.)

공적인 비밀들에 대해서는 조금은 다른 태도를 가져야 한다.
공적인 비밀들은 사적인 부분과 연계되기도 한다.
비록 공적인 사건이지만 사적인 부분과 굉장히 연결되어 있어서, 공공의 이익과 대의에 따르려면 마땅히 밝혀야 할 것 같은데 개인의 입장에서는 곤란할 문제일 수도 있다.
그래서 어느 날 갑자기 ‘폭탄선언’ 이나 ‘폭로’ 라는 제목을 달고 세상에 알려진다.
이런 ‘폭로’ 같은 방법으로의 공개는 개인의 사생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어쩌면, 이런 부류의 비밀은 그냥 묻어두면 역사의 그늘로 숨겨져 버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런 공공연한 비밀(혹은 ‘소문’)은 사람들이 계속 관심을 가지고 두고두고 가십거리가 되기 때문에 차라리 빨리 밝혀서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럽게 잊히도록 하는 것이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
사람들은 뻔히 그럴 거라고 생각하지만, 당사자들이 ‘NO’ 라고 부인해주기를 바랄지도 모른다.
‘비밀’이란, 대체로 사람들이 ‘그럴 거’라고 생각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아니기를 바라는 마음도 가지기 때문이다.(안 좋은 것인 경우)
나는 내가 가진 이런 비밀들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
지극히 개인적인 문제이며, 개인이 판단해야할 문제이기에 신중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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