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씬 시티 (2005, Sin City) Movie_Review

sin city.
그대로 번역하자면 ‘범죄도시’ 쯤으로 번역이 될까?
오랜만에 정말 독특한 영화의 등장.
프랭크밀러, 로버트 로드리게즈, 쿠엔틴 타란티노.
우리에게 익숙한 쿠엔틴 타란티노의 이름이 들어있다.
‘천재는 천재를 알아본다?’.
‘천재’의 기준을 어림잡기는 힘들지만, 어찌되었건 ‘악동’으로 불리면서도 ‘천재’로도 불리는 로드리게즈와 타란티노.
글쎄, 이들에게 붙여진 ‘천재’라는 말의 정확한 의미는 모르겠다.
미국에서는 만화를 ‘코믹스’ 라고 한다.
스타일리시하고 시(詩)적인 만화를 그려온 프랭크 밀러의 고집을 로드리게즈가 설득하여 영화 ‘씬시티’ 가 만들어 졌다고 한다.
만화가들 중에는 이렇게 ‘영화’ 같은 느낌의 만화를 그리는 작가들이 있다.
(특히 일본의 애니메이션.)
이런 작품들을 볼 때면, 작가가 원래는 영화감독이 되고 싶었으나 현실적인 벽에 부딪히자 그 대안으로 만화를 그리게 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정말 그런 경우도 있을 것이고, 단지 만화 그리는 작업을 더 좋아했을 수도 있겠다.
아무래도 만화 보다는 실사 영화가 관객들에게 주는 감동이 크다.
실제, 사람들의 액션이 녹아들어간 필름 실사영화가 사람들에게 더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고, 메시지를 전달하기 쉽기 때문이다.
‘만화’라고 하면, ‘현실이 아니다.’ 라는 전제를 깔기 때문이다.
실사 영화인 경우에 실제 사람들이 연기를 하기 때문에, 관객들은 간접경험을 통해 ‘현실일지도 모른다.’ 혹은 ‘현실에서 일어날 수도 있다’라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
이 영화는, 만화 ‘씬시티’를 10년 만에 실사영화화한 작품이다.
그러나 정보를 찾아보니, 새로운 구성이 아니고 원본 만화의 컷을 최대한 그대로 묘사하려고 했다고 한다.
즉, 만화에서 볼 수 있는 구도나 장면들을 그대로 실사로 옮겨놓은 것에 불과하다.
물론, 약간의 카메라워크나 색감의 구성, 배경의 묘사, 음악, 등장인물의 연기 등등, 만화와는 결코 똑같을 수 없는 요소들이 있지만, 영화를 흑백처리 함으로써 아예 ‘만화적’으로 연출을 했다.
즉, 원래 제작의도부터가 만화를 그대로 실사로 옮기는 작업을 한 것이라 볼 수 있겠다.
예전에 프랭크 밀러의 작품 중 하나라는 ‘로보캅’을 영화화했었는데, 프랭크 밀러는 자신의 원작만화가 실사영화가 되면서 변질되는 것을 몹시 못마땅해 해서 그 후로 영화화 하자는 제의를 거절했었다고 한다.
하지만, 로드리게즈 감독이 5분짜리 인트로(다른 정보에서는 10분이라고도 한다.)를 보여주는 등 끈질긴 설득으로 영화로 만들게 됐다고 한다.
또한, 원작의 느낌과 컷을 그대로 살리기 위해 프랭크 밀러를 공동감독으로 했다고 하니, 로드리게즈의 의도는 애초부터 프랭크 밀러의 만화를 그대로 완벽하게 실사버전으로 바꾸어 놓는 작업이라고 해야겠다.
실제 배우들이 블루 스크린 앞에서 연기를 하고, 배경을 그래픽으로 처리했다고 하니, 작업 환경은 SF 영화 제작과 유사하지만, 결과물은 만화가 된 것이다.
펀치를 날렸을 때 악당이 나가떨어지는 장면, 주인공이 총알 수십 발을 맞고도 끄떡없는 설정, 총을 쐈는데 팔이 떨어져 나가고, 표창을 던져서 팔이 잘려나가고, 자동차 지붕에서 일본도를 찔러 넣어 차안에 있는 사람을 죽이는 등 만화적인 설정이 많이 등장한다.
실사영화라면 말도 안 되는 이런 장면들이 마치 ‘만화’를 보고 있듯이 자연스럽게 연출되었다.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킬빌’ 시리즈에서 보았던 장면들과 어딘지 모르게 비슷하다.
‘킬빌’ 역시 음악에서부터 ‘고전’ 적인 냄새를 풍기고 있는데, ‘킬빌’에서의 액션은 현실이라기보다는 만화에 가깝다.
이 두 천재 ‘로드리게즈’와 ‘타란티노’는 굉장히 만화적인 상상력을 소유했는가 보다.
그래서 그들을 천재라고 부르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왜 천재일까? 이들의 영화는 굉장히 폭력적이고 자극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관객에게 오래 기억 남게 된다.
그렇다면, 한때 ‘올드보이’가 자극적인 장면으로 사람들의 이목을 끌려고 한다는 핀잔을 받은 것과 무엇이 다른가.
‘천재’ 논란은 여기까지 하고.
아무튼 이 영화는 기존의 만화를 실사로 바꾸어 놓았다는데 의미를 두자.
웹서핑을 해보니, ‘그래픽노블(Graphic novel)’이라고 한다.
프랭크 밀러의 작품을 ‘그래픽 노블’이라고 한다는데, 마치 소설책처럼 두꺼운 만화를 일컫는다고 한다.
단지, 단편만화처럼 잠깐씩 웃게 만드는 그런류의 가벼운 만화가 아니라, 작가가 의도한 가치관과 세계관을 마치 소설처럼 방대한 분량으로 보여주는 게 아닐까 싶다.
그런 점에서, 이런 부류의 만화는 성인용 만화라 일컬어진다.
즉, 가볍게 보는 만화라기보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만화다.
일본의 일부 애니메이션이, 어린 세대부터 나이든 세대까지 골고루 볼 수 있으면서도 그 내면에 심오한 철학적 내용을 닮고 있는 것과 비슷하다 하겠다.
단지, 프랭크 밀러는 지극히도 미국적인(?) 만화를 그릴뿐이다.
범죄도시가 등장하고, 뒷골목의 불량배들, 관능적인 여자들, 복수와 응징, 총과 칼이 난무한다.
우리 문화권에서 보면 굉장히 이질적인 설정들이다.
미국은 이런 원초적인(섹스, 폭력, 총, 복수, 활극 등등)것에 굉장히 관심이 많은 것 같다.
고기를 많이 먹으면 ‘폭력적’인 성향이 된다고 하던데, 미국 사람들이 오랫동안 먹어온 스테이크가 이들의 감성도 폭력적이고 자극적인 것을 좋아하게 바꾸어 놓은 건 아닐까.
이 영화는 세편의 단편이 엮여 있는데, 전혀 독립적인 이야기 이지만, 같은 장소인 ‘씬시티’에서 같은 시점에 일어난 일들이고, 주변 인물들은 간간히 다른 시나리오에 등장하기도 한다.
즉, 동시대에 일어난 일이며, 각각 다른 장소에서 일어난 일을 엮은 것이다.
각각의 스토리를 독립적으로 떼어 놓아도 하나의 영화가 되지만, 세 이야기는 교묘히 연결되어 있다.

아무튼, 무엇을 원작으로 하였건 간에 영화가 아닌 것을 영화로 만들면 영화적인 특성에 맞게 만드는 것이 더 바람직하지 않을까 싶다.
만화 같은 실사 영화를 만드는 것도 새로운 시도이기는 하지만, 각각의 매체 특성에 맞는 방식이 있는 법이다.
물론, 우리나라처럼 마블코믹스 만화를 접하지 않고 살아온 사람들에게는 수정되지 않은 원본 만화의 내용과 스타일을 그대로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기는 하지만, 원작에 매달려 그저 ‘번역’ 정도에 지나지 않는 작품을 만드는 것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음악계의 ‘추모앨범’ 같은 형식이라 생각한다면 할 말이 없지만, 단지 ‘번역’에 충실하게 된다면 ‘답습’ 이나 ‘모방’, ‘카피’ 등과 다를 것이 없다.
자기 스타일로 재창조를 했을 때 값어치가 생기는 게 아닐까.
애초에 원작만화를 실사로 그대로 옮기는데 중점을 두었다하니, 쓸데없는 얘기는 관두고.

굉장히 신선하고 만화적이면서 쇼킹한 장면들로 가득하지만, 이 영화(만화?)에서 얘기하는 스타일은 아래에 스크랩한 내용에서 언급했듯이, 현실적인 초라함을 만화 속 주인공의 무자비함과 터프함으로 달래려는 듯 한 느낌이 강하게 든다.
험악하게 생긴 자신에게 하룻밤 잘 대해준 여자의 복수를 위해 무자비한 살인을 저지른다?
나쁜 놈들은 죽어도 싸다?
1970~80년대에나 등장할 법한 ‘바바리 코트’의 주인공이며, 60대가 다 된 노인과 19세 여인의 로맨스이고, 섹시한 매춘부들이 총을 난사한다.
굉장히 구시대적이고 남성 중심적이고, 미국적인 이미지들이 난무한다.
그래서 뭔가 촌스럽고 어색하고 이질적이다.
도덕성이나 당위성은 없다. 그냥 폼 나게 마음 내키는 대로 행동한다.
말 그대로 ‘개똥철학’ 이며, 자기만의 사고방식으로 남들을 판단하고 심판한다.
그 개똥철학으로 뒷골목을 헤쳐 나가고, 악당들을 처단한다.
굉장히 이질적이며 지극히 미국적인 이러한 가치관은 한국 사람에게는 낯설고 익숙하지 않다.
이것이 ‘미국사람들이 은연중에 가지고 있는 가치관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섹스, 마약, 권력, 부패, 폭력. 이 단어들이 미국을 대표하는 단어인가?
심미적인 철학세계는 없고, 말초적이고 물질적이고 즉흥적인 것들뿐이다.
마치, CF 속 장면들을 모아놓은 것 같은, 만화를 보는 것 같은 영화 구성이 흥미롭지만, 이 영화가 태생적으로 가지고 있는 세계관은 별로 맘에 들지 않는다.
웹서핑에서 본 어떤 사람의 글을 보면, 이 영화가 폭력적이어서, 보면서 계속 ‘왜 이 영화를 보고 싶어 했을까’ 라며 후회했다는 글을 읽었다.
그렇다.
영화 ‘킬빌’에서도 볼 수 있었던, ‘쓸데없이(?) 과격한’ 폭력묘사.
자극적이고 선정적으로 만들어 관객의 호기심을 유발하는 ‘상업예술’일 뿐이다.
그 안에서 억지로 예술과 의미를 찾으려는 것은 무리일지도 모르겠다.



이 영화에 대한 좋은 설명이 달린 기사를 스크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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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프리뷰]씬시티…왜 폭력과 詩냐고? 현실 초라하니까
[동아일보 2005-06-23 09:15]


[동아일보]
‘씬시티(Sin City)’는 현대 중년 남성의 백일몽을 실현한 영화다.
동명의 원작 만화에 붙은 ‘그래픽 소설(graphic novel)’이라는 장르명은 ‘소설처럼 두꺼운 만화책’이라는 뜻이다. 잡지에 연재되던 얄팍한 분량의 만화를 뛰어 넘어 두꺼운 소설처럼 받아들여지고픈 욕망과 의지의 표현이다. 만화가 어린이의 영역이라면 소설은 어른의 영토다. 그래서 그래픽 소설은 어른의 만화다.
○ 만화 ‘씬시티’의 컷 그대로 옮겨
‘씬시티’의 감독 로버트 로드리게스는 1980년대 ‘그래픽 소설’계의 기린아 프랭크 밀러의 원작을 영화로 옮기면서 만화를 구성하는 각 컷을 거의 조금의 오차도 없이 스크린에 옮겼다. 배우들의 연기는 대부분 블루스크린 앞에서 이뤄졌고 배경은 나중에 컴퓨터그래픽으로 그려 넣었다. ‘씬시티’는 1초에 24프레임의 필름이 돌아가는 영화가 아니라 만화 한 컷, 한 컷이 그대로 스크린에 투사되는 ‘빛과 그림자의 만화’인 것이다.
미국의 범죄 도시 ‘씬시티’. 로크 가문의 형제가 주교와 상원의원으로 이 도시를 지배한다. 경찰도 은퇴를 앞둔 형사 하티간(브루스 윌리스)을 빼고는 모두 부패했다. 도시의 한 구역은 창녀들이 질서를 관장하고 드와이트(클라이브 오언)라는 남성만이 그들과 어울린다. 야수를 연상시키는 이 도시 ‘최강의 사나이’ 마브(미키 루크)는 그에게 사랑을 준 단 한 명의 여성 ‘골디’를 살해했다는 누명을 쓰고 진짜 살인범을 쫓아 도시를 휘젓는다.
다시, ‘씬시티’는 가족을 부양하고, 회사에서는 아래위로 눌리고 치받히며, 와이셔츠에 묻은 립스틱에 안절부절못하는 중년 남성이 머릿속에 그리는 공상이자, 어두운 백일몽이다. 슈퍼맨, 스파이더맨, 배트맨의 초자연적인 힘과 그들이 누리는 엄청난 부는, 현실을 알아버린 중년 남성에게 더 이상 설득력이 없다. 그들은 대신 뼈가 부서지고 피를 튀기는 과장된 폭력, 사회의 기성질서와는 무관한 자신만의 개똥철학, 일상에서는 받아들일 여유조차 없었던 시(詩), 그리고 한 여성을 위한 절절한 사랑을 꿈꾼다. 물론 이것이 꿈임을 모를 리 없다. 그러나 깨어나기 전까지는 짜릿하다. 아득하고 아찔하다.
‘씬시티’의 폭력은 폭력의 끝이 어디인지를 보여준다. 킬러의 팔꿈치 아래와 무릎 아래를 잘라 들개의 밥이 되게 한다. 악당의 인공 성기를 뽑아버리고, 주먹으로 두개골을 난타해 부순다. 그러나 ‘돌이킬 수 없는’(2002)처럼 극장을 뛰쳐나갈 만큼 잔혹하게 다가오지는 않다. 이 모든 것이 만화임을 알기 때문이다.
○ 무기력한 중년의 머릿속에 그려진 우울
코트 깃을 세우고 무지막지한 폭력을 휘두르는 영화 속 사내들은 음유시인이다. 가장 험악한 인상의 마브조차 ‘창녀의 죽음이 무슨 가치가 있느냐’는 신부의 물음에 ‘(내가) 죽을 만한 가치/(악당을) 죽일 만한 가치’라고 읊조린다. 드와이트는 늪에 빠져 목숨이 경각에 달린 순간에도 ‘들이 삼켜라/폐가 가득 채워지도록/너를 의지하는 폐가 터지도록’이라고 폼을 잡는다.
왜 시와 폭력을 숭배 하냐고? 현실에서 펴지 못한 중년의 개똥철학을 위해서라고 하면 답이 될까. ‘누구도 담배를 완전하게 끊는 게 아냐. 힘들고 불안한 상황에서 피워야 그게 진정한 흡연가야.’ ‘친구들에게 네가 쓸모 있음을 보여줘야 돼. 때론 그게 죽음을 뜻하더라도!’
그러나 이 모든 것은 단 하나의 목적을 위한 수단이다. 현실에서는 꿈도 꾸지 못한, 목숨을 버릴 수 있는 사랑을 위한. 열아홉 살 소녀 낸시(제시카 알바)를 구해낸 하티간은 자신의 머리에 총구를 들이대며 말한다. “노병이 사라져야 그녀가 산다.”
‘씬시티’는 이것이 만화임을 소리로도 입증한다. 마브, 드와이트, 하티간 대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내레이션은 눈감고 들으면 누가 누구인지 분별하기 어렵다. 낮게 깔리는 무거운 음성에 억양은 단조롭다. 혼자서 만화 속 인물을 상상하며 소리 내어 대사를 따라 읽는 중년 남자의 모습이 떠오른다. 30일 개봉. 18세 이상.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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