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주홍글씨 (The Scarlet Letter, 2004)(한석규, 이은주, 엄지원) Movie_Review

이 영화는 작년 말에 개봉했지만, 올해 초 배우 이은주의 자살사건으로 다시 주목받은 영화다.
이런 부류의 불륜, 멜로 영화를 썩 좋아하는 편도 아니고, 마지막 부분에 차 트렁크에서의 신이 매우 불쾌하다고 해서 볼까말까 망설이다가 보게 되었다.
걱정과 달리 ‘괜찮은 편’이다.
연출이나, 카메라워크, 배우들의 연기, 묘한 분위기, 캐스팅, 시나리오 전개 등 모두 괜찮다.
영화 뒷부분의 자동차 트렁크 신에 대해 논란이 생긴 이유는 무엇일까.
개인적으로는 그다지 불만스럽지는 않았는데, 아마도 이은주, 한석규라는 멜로 배우가 나오기 때문에 방심하고 있다가 잔인한 장면을 보게 되었기 때문에 오는 ‘반감’ 같은 것이 아닐까.
트렁크 신이 상당히 충격적이다.
개인적으로는 워낙 엽기적인 영화를 많이 봐왔기 때문에 그리 충격을 받지는 않았지만, 젊은 여성 관객들은 꽤나 충격을 받았을 수도 있겠다.
방심한 관객들에게는 어쩌면 영화 ‘올드보이’의 충격만큼 강할지도 모르겠다.
영화의 짜임새도 괜찮고, 미스터리한(결국은 범인이 누구인지 명확히 밝히지 않는) 전개는 나름대로 흥미진진하고, 영화의 끝부분까지 관심을 유발하지만, ‘불륜’ 이라는 소재로 인해 그리 유쾌하지는 않은 영화다.

이 영화는 크게 두 가지의 줄거리를 가지고 있다.
한석규-이은주-엄지원의 삼각관계와, 사진관에서 벌어진 살인사건.
묘하게도 이 두 가지 사건은 모두 ‘불륜’과 관련이 있다.
영화 전면에 세운 주제가 ‘불륜’ 인가보다.
영화가 제법 짜임새가 있다고 생각을 하던 와중에, 자료를 찾아보니 이 영화에 등장하는 두 가지 줄거리는 ‘김영하’ 라는 신세대 소설가의 단편 ‘거울에 대한 명상’ 과 ‘사진관 살인사건’ 을 소재로 사용하였다고 한다.
역시 시나리오가 탄탄한 영화는 흔히 볼 수 있는 게 아니다.
단지, 두 가지 줄거리가 은근슬쩍 섞여 있기는 하지만, 뭐랄까 그리 잘 섞인 느낌은 아니다.
이기훈(한석규)은 ‘형사반장’ 이다.
이기훈은 아내 한수현(엄지원)과, 아내의 대학동창 최가희(이은주)를 모두 사랑하는데, 먼저  알게 된 것은 가희였지만, 가희의 친구인 수현의 ‘고결함’ 이 좋아 수현과 결혼한다.
결혼은 수현과 했지만, 여전히 가희를 사랑한다.
문제는 한석규의 직업이 ‘형사’ 라는 것.
물론, 형사나 경찰, 검찰, 법관, 검사라고 해서, 불륜에 빠지지 말라는 법도 없고 범죄를 저지르지 말라는 법도 없지만, ‘형사’ 가 불륜에 빠지는 것에 대해서는 왠지 좀 어색한 설정이다. 익숙하지 않아서 낯설다.
그런데, 기훈이 형사역할인 것은 아마도 이 영화가 두 가지의 이야기를 뒤섞다보니 ‘사진관 살인사건’ 에 기훈을 등장시키기 위해 ‘형사’ 로 설정해야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두 가지 줄거리를 연결하기 위한 설정으로 기훈이 ‘형사’ 여야만 하지 않았을까 하는 것이다.
만약, 그런 이유로 기훈의 극중 역할을 ‘형사’로 만들었다면 다소 매끄럽지 않은 설정이라 하겠다.
물론, 이런 이질감은 보는 이가 도덕적 고정관념에 빠져있기 때문이다.
‘형사’ 이기 때문에 ‘사진관 살인사건’ 이 벌어진 후 그 해결 시한이 ‘일주일’ 로 정해지면서 이야기의 전개는 더 어색해진다.
‘이런 사건은 일주일 안에 해결하지 못하면 영구 미제사건이 되어버린다’는 경찰서 내에서의 대사에서 볼 수 있는데, 사건 해결에도 바쁠 그 일주일동안 ‘형사’인 기훈은 가정에도 꽤나 충실하고, 가희와의 만남도 자주 있고, 동료들과의 술자리에다가, 사진관을 방문하여 지경희(성현아)를 조사하고, 주변인물도 조사하는 등 매우 바쁘다.
사건해결을 위해 밤샘을 하고, 용의자를 미행하고, 잠복근무하느라 집에도 잘 들어가지 못하는 실제 현실의 ‘형사’라는 직업의 삶과는 괴리감이 느껴진다.
그런 면에서 기훈의 직업이 ‘형사’인 것은 단지 두 이야기를 뒤섞기 위한 장치로서의 의미 외에는 없다.
오히려 ‘형사’라는 직업의 특성을 무시하고, 그저 이야기를 섞기 위해 기훈의 직업을 ‘형사’로 설정하다 보니 개연성이 떨어져 보였다.
영화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김영하의 단편집을 간추린 내용이라도 보려고 찾아 봤으나 찾지는 못했다.
항간에 회자되었던 이은주의 노출 장면.
이은주의 자살이유에 대해 거론되는 여러 가지 이유 중에 이 영화에서의 노출에 대한 심적 부담감이 거론되기도 했는데, 실제 영화 제작 현장의 분위기를 알 수는 없지만, 관객의 입장에서 봤을 때 심적 부담을 느낄 정도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영화상에서 이은주의 노출 신은 꽤나 자극적이기는 하지만, 유두노출은 전혀 없고, 심지어 누드사진을 찍은 성현아 조차도 유두노출은 없다.
이은주가 출연했던 영화 ‘오! 수정’ 에서의 유두노출과 비교한다면 노출의 수위는 오히려 더 낮다고 할 수 도 있다.
몇몇 배우들은 영화에 출연을 하게 되면, 극중 캐릭터의 감정을 느끼기 위해 감정이입을 하고, 역할에 몰입하게 된다고 한다.
이미 한수현의 남편이 되어버린 이기훈을 사랑하게 된 가희의 혼란스러운 감정과 비극적 결말이 이은주를 힘들게 한 것은 아닐까.
이은주의 심적인 압박감은 ‘노출’ 보다는 캐릭터에 대한 감정이입에서 오는 혼돈이 더 크지 않았을까 싶다.
한석규의 노출 또한 그 수위가 높은데, 유독 이은주의 노출에 대해서만 이리 말이 많은 이유는 역시 남자배우의 노출보다는 여배우의 노출이 사람들의 주목을 받기 때문이겠다.
아니 어쩌면, 한석규가 가수 ‘비’처럼 멋진 몸매를 가졌다면, 사람들의 입에 더 자주 올랐을 지도 모르겠다.
이젠 이런 유행도 지나버렸는지 모르겠지만, 최근 헐리웃 영화에서는 유명한 남자배우들의 누드를 공개하여 공공연히 섹스심벌로서의 이미지를 강조하기도 한다고 한다.
20대의 젊고 예쁜 여배우의 누드에 대한 관심이야 당연하다 하겠다.
이 영화에서의 누드는 ‘누드를 위한 노출’이 아니라, 극중 두 사람의 애정관계에 대한 묘사를 위한 명분있는 ‘도구’로 사용되고 있어, 굳이 상업적인 목적을 위해 이은주의 노출을 이용했다는 생각은 그다지 들지 않는다.
영화의 예술성이 노출을 정당화 시킬 수도 있지 않는가.

이 영화에서는 불륜에 대한 도덕적인 평가를 내리지는 않는다.
두 배우가 트렁크 신에서 내뱉는 몇 마디에서 스스로 죄책감에 사로잡힌 듯 한 대사가 오가기도 하지만, 굳이 도덕적인 평가를 내리려고 하지는 않는다.
이런 점은 원작소설을 쓴 김영하의 가치관에서 나오는 분위기가 아닌가 생각된다.

김영하씨가 어떤 인터뷰에서 한 질문, 답변을 스크랩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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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소:http://www.kcaf.or.kr/lecture/munhak/2004/041022.htm
몸을 쓰는 사람들에 대한 동경

김영하 몸을 쓰는 사람들에 대한 동경, 이것은 상당히 오랜 동경이구요. 저는 물론 머리를 써서 먹고사는 사람이지만 아주 옛날부터 몸을 쓰는 사람들이 되고 싶었어요. 예를 들면 무용수라든지 피아니스트라든지 하는, 몸으로 무엇인가를 표현하는 사람들을 좋아했어요. 물론 그것 때문에 무협지를 쓴 것은 아닙니다. 경제적인 요인 때문에 쓰게 된 배경이 많지요. 정치상황을 알레고리로 해서 쓰는 무협지였죠. 당시 원고료가 등록금으로 꽤 요긴하게 쓰였어요. 그 때 배운 건, 시간을 요구하는 작업이었기 때문에 빨리 쓰고, 정해진 시간 안에 무슨 일이 있어도 써야 된다는 것이었거든요. 그런 훈련들이 후에 많은 도움이 되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정치소설이라는 게 명예훼손이니 뭐니 해서 굉장히 제한된 장르거든요. 쓰다 보니까 정말 내 마음대로 써도 되는, 쓰고 싶은 대로 써도 되는 소설을 써야되겠다 싶은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래서 본격적인 소설을 쓸 수 있도록 하는 계기를 심어주었던 것 같아요.

김원일 김영하 씨를 비롯해서 근간의 우리 젊은 작가들을 볼 때 상업성, 저속함, 무절제한 섹스, 폭력성, 이런 것들에 상당히 몰두하는 것 같아요. 그런 현상에 대해서 고발하는 것 같기도 하구요. 어쨌든 김영하 씨의 소설이 어떤 진정성, 순수함, 윤리성이 상실된 시대의, 혹은 그런 것을 상실한 세태를 공격적으로 묘사하고 있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그런 부분이 매력으로 작용해서 흥미롭고 재미있게 읽히지 않나 생각합니다. 독자들의 질문을 좀 받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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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김영하는 그 소설의 소재로써 '섹스' 를 그리 껄끄러워 하지 않는듯 하다.
어떤 글에서는(스크랩 못한 부분) 사람들이 '섹스' 에 대해 관심이 많고, '섹스' 가 들어간 문학작품의 탐독률이 높기 때문에 굳이 '섹스' 를 제외하고 싶지는 않다고 했다는 내용을 읽은듯도 하다.
읽히지 않는 문학은 문학으로서의 가치가 없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사람들이 관심있어 하는 소재로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려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김도연님의 블로그(http://www.mithrandir.co.kr/mt/) 에서는 나름대로 김영하씨에 대해 이렇게 평가하더군요. 스크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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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http://www.mithrandir.co.kr/mt/archives/2005/01/20050108_001117.html
김영하, 김훈
1. 김영하 작가의 소설 다들 좋아하시나요? 전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를 워낙 재미없게 읽었기 때문에, 이 작가를 둘러싼 인기를 이해하고 있지 못하던 참이었습니다. 그러던 중 이분의 다른 단편들을 추천하는 이야기를 듣고 다른 단편집들을 읽어보았습니다만... 여전히 재미없더군요. 저한테는 영 맞지 않았습니다. 뭐라고 해야하나, 글을 읽으려는 데 겉도는 그런 느낌 아시나요? 이분의 문장을 읽을 때면 저는 항상 그런 느낌을 받습니다.
얼마전에 이분이 무슨 문학상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 상의 이름이 귀에 익다 싶었더니... 다름아닌 동인문학상이었더군요. 어제는 lunamoth님의 글을 읽다가 잊고있던 글을 다시 접하게 되었습니다. 그 김영하 작가가 이 김영하씨였네요. 제가 왜 김영하 작가의 글과 맞지 않는지 알 것도 같습니다. 꼭 정치 사회적인 오류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의 깊이 문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 작가의 단편들을 읽으면서 새로운 아이디어는 아니지만 나름대로 재치있다, 하지만 더 깊게 파고들수는 없는 것일까라는 생각을 했거든요. 역시 글이란 작가 자신을 그대로 반영하는 것이겠죠. 예술을 하는 사람은 그래서 스스로부터 돌아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기회가 되면 '검은꽃'은 한 번 읽어볼 예정입니다. 소재가 매력적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친구의 표현에 의하면 "뒤에 가서 재미없어져"라고 하니 걱정이 되긴 하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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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김영하의 가치관이 배어있는 소설을 소재로한 영화 '주홀글씨' 는..
그런 가치관의 분위기를 풍기게 되겠지.
'주홍글씨' 라는 제목은 솔직히 좀 의아스럽긴 하다.
미국에서 만들어진 주홍글씨라는 영화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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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이 길다.
데미무어가 주연한 동일한 제목의 영화 ‘주홍글씨(The Scarlet Letter, 1995)’가 생각난다.
‘불륜’이라는 소재로 인해 ‘주홍글씨’ 라는 제목을 사용했는가 싶다.
트렁크 신에서 ‘주홀글씨’라는 대사가 이은주의 입을 통해 한번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미국에서 만들어진 혹은 문학작품에서의 ‘주홍글씨’의 느낌과는 다르다.
굳이 ‘주홍글씨’ 라는 제목을 사용해야 했을까?
독창적인 새로운 제목을 사용했으면 어떨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또한, 이 영화의 끝은 불륜관계를 끝내고 싶어 하는 기훈과 안 되는 줄 알면서도 쉽게 끊내지 못하는 가희가 기훈의 훈장 수여식 날 만나 길가에 차를 세워두고 섹스를 벌이려다가 자동차 뒤 트렁크에 갇히게 되면서 파국을 맞게 되는데, 김도연님의 블로그에 쓰인 말마따나, 뒷부분에서 다소 의외의(재미없는?) 결말로 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좀 더 극적인 방식의 결말이었다면 더 진한 느낌이 오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아무튼 트렁크 신에서 등장인물들의 얽혔던 삼각관계가 해소되니, 분명 중요한 신이기는 하다.
잘 만들어진 영화이지만 아쉬움이 남는 작품.
P.S. 배우 이은주님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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