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전자부품을 판매하는 사이트에서 주문한 커패시터(캐페시터;콘덴서)를 보내주어서, 기타에 장착하여 소리를 들어봤다.
사실 친구나 나나 전자공학과는 거리가 멀어서 이 전자부품들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한다.
그저 어디에 어떤 값을 가진 부품을 장착해야 하는지 정도만 알고 있을 뿐이다.
기타개조에 관심을 가지다 보면, 어디에 어떤 부품을 교체하고, 어떤 비싼 부품을 교체했더니 소리가 어떻게 변하더라 하는 정보를 많이 접하게 된다.
이제는 개조를 할 만큼 해보아서 더 이상 작업하는 것이 귀찮은 지경이지만, 친구가 또 부채질을 해서 다소 귀찮음을 무릅쓰고 작업을 해보았는데, 의외로 새로운 사실을 많이 알게 되었다.
사진과 함께 올린 배선도는 웹에 공개된 ‘존 써(John Suhr)’ 기타의 ‘빈티지(Vintage) 보이싱(Voicing)’ 배선도다.
300~400만 원 정도의 고가 기타를 판매하는 ‘존 써(John Suhr)’ 기타에 사용되는 배선도라고 한다.
전자기타 쪽에서 ‘빈티지(Vintage)’란, 록 음악의 전성기였던 1900년대 중반에 들을 수 있었던 사운드를 지향하는 것을 말한다.
말의 정확한 의미가 좀 모호하기는 하지만, 대략 그 시절의 기타 소리가 가장 좋은 소리였다는 생각이 많기 때문에, 그 당시의 기타 부품이나 제작방식 등을 재현하여 그 당시 기타의 소리를 재현하고자 하는 것이다.
‘빈티지 보이싱’은 SSH (싱싱험) 기타에서 브리지 픽업을 험버커 픽업을 장착하기 때문에 싱글 픽업의 소리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배제하기 위한 배선이다.
이를 위해서는 ‘슈퍼 스위치’라는 단자가 여러 개인 셀럭터가 필요하고, 여러 개의 저항과 커패시터가 필요하다.
내 기타에는 이 배선을 그대로 적용할 수 없어서, 커패시터 교체와 ‘트레블 블리드’ 를 테스트 했다.
‘트레블 블리드’란, 볼륨을 줄였을 때 소리가 먹먹해지고 뒤로 들어가는 듯한 느낌이 드는 현상을 줄이는 것이다.
150k 저항과 680PF 커패시터를 결합하여 볼륨에 붙여주면, 볼륨을 줄여도 톤이 먹먹해지지 않고 선명하게 잘 들리게 된다.
펜더 기타에는 두 개의 톤이 장착되어 있는데, 이 톤에 커패시터를 장착한다.
커패시터(캐페시터; 콘덴서)는 전기를 모았다가 일정하게 흘려보내는 역할을 하며, 신호를 정리해주기 때문에 노이즈가 줄어들고 소리의 음색에 변화가 생긴다.
깁슨(Gibson) 기타의 경우에는 ‘범블비(Bumble Bee)’라는 꿀벌 엉덩이 무늬 모양의 커패시터를 장착하는데, 이것을 별도로 129.99달러(약 14만3천원)에 판매하고 있다.
그런데 그 부품을 까보니 그 안에 노란색의 기성제품 커패시터가 들어있더라는 것이 최근에 밝혀진 사실이다.
자세한 내막은 알 수 없으나, 아무튼 비싼 부품이 좋은 소리를 낸다는 것은 허상에 불과하다.
아무튼 친구가 그런 것에 착안을 했는지 전자부품을 파는 사이트에서 20원~100원 정도에 판매되는 커패시터를 직접 주문하여 장착을 해보았더니 소리가 좋더라는 것이다.
어차피 커패시터가 하는 역할은 똑같고, 용량이 맞는 부품을 사서 장착해 보고 그 중에서 마음에 드는 소리를 내주는 것을 사용하면 되는 것이다.
용량은 같은데 약간씩 다른 모양의 제품들이 있기 때문에, 일일이 다 장착을 해서 소리를 들어보는 테스트 과정을 거쳐야 한다.
험버커(싱글 픽업이 두 개 달린) 픽업은 ‘0.022uf’ 용량의 커패시터를 장착하면 되고, 싱글 픽업은 ‘0.047uf’ 용량의 커패시터를 장착하면 된다.
보통 제품명에는 ‘0.022uf’ 용량은 ‘223k’ 라는 이름이 붙고, ‘0.047uf’ 용량은 ‘473k’ 라는 이름이 붙어 있으므로 조회를 해보면 쉽게 찾을 수 있다.
이번에 장착 테스트한 부품들의 링크를 첨부한다.
F223Z50V(CC223K1H) (30원)
F223Z50V-TAPING (20원)
F473Z50V(CC473K1H) (30원)
F473Z50V-TAPING (30원)
MMR153-223K2G (100원)
RY5V473M500B (40원)
1/4WF150K (20원)
1/4WF470K (20원)
CCSL1H681JE-TAPING (30원)
두 번째 톤팟(리어 픽업용)에는 ‘MMR153-223K2G’ 제품을 장착하였고,
첫 번째 톤팟(넥 및 미들 픽업용)에는 ‘F473Z50V(CC473K1H)’ 제품을 장착하였다가 최종적으로 ‘RY5V473M500B’ 제품을 장착하였다.
‘트레블 블리드’ 작업을 위해 사용한 부품은, 저항에는 ‘1/4WF150K’ 를 사용하였고, 커패시터는 ‘CCSL1H681JE-TAPING (30원)’ 제품을 사용하였다.
작업 결과 및 소리에 대한 결론.
1. 리어 픽업용으로 장착한 ‘MMR153-223K2G’은 대단하다.
오리지널 펜더에 장착된 기본형 커패시터와 달리, 이 커패시터는 더 쩝쩝 붙고 끈적끈적한 소리가 난다.
소리의 색감이 더 진해지고, 드라이브도 조금 더 걸리는 느낌이다.
기존에 ‘오렌지 드랍’ 외에 오일 커패시터(굿맨, 코넬 등등) 등을 장착하여 테스트를 해봤는데, 그런 비싼 커패시터 보다 훨씬 더 궁합이 잘 맞고 좋은 소리를 내준다.
‘오렌지 드랍’은 5천 원 정도이고, 그 외 오일 커패시터는 1만원~1만5천 원 정도에 판매되고 있는데, 오일 커패시터와 비교하면 거의 천분의 일 가격에 불과하면서도 훨씬 더 좋은 소리를 내주니, 사람들이 소리에 대해 가진 착각과 그것을 이용하는 상술이 얼마나 기가 막히는 일인지 새삼 느끼게 된다.
아주 좋은 궁합이어서, 커패시터 교체를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꼭 테스트 해보라고 권해보고 싶다.
2. 싱글 픽업용으로 장착한 ‘F473Z50V(CC473K1H)’ 와 ‘RY5V473M500B’.
먼저 ‘F473Z50V(CC473K1H)’ 을 장착해보고, 나중에 ‘RY5V473M500B’ 을 장착해보았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두 커패시터 모두 큰 소리 차이가 없고, 펜더에 기본 장착되어 있는 커패시터와 거의 비슷한 소리를 내준다.
오리지널 펜더 기타의 커패시터 부품은 별도 구매할 경우 비싸게 판다고 하니, 대체품으로 사용하면 되겠다.
3. ‘트레블 블리드’ 테스트.
사실, 이것이 위의 두 커패시터와 상관이 있어서 별도로 얘기하기가 애매하다.
기타 배선에 따라 다르기는 한데, 내 기타의 경우 현재 두 개의 톤 팟을 연결하는 선이 있기 때문에, 두 톤팟에 연결된 커패시터가 서로 영향을 끼쳐서 음색이 서로 영향을 받는다.
그런데 그보다도 이번에 장착한 ‘트레블 블리드’는 전체 사운드에 더 영향을 많이 미치는 것을 확인했다.
‘트레블 블리드’ 방식을 구현하기 위해, 저항 ‘1/4WF150K’ 와 커패시터 ‘CCSL1H681JE-TAPING’ 를 서로 다리를 교차하여 묶은 후 볼륨에 연결을 한다.
볼륨을 줄여도 소리가 선명하게 나고, 뒤로 들어가게 들리지 않는 것이 확실히 느껴진다.
그런데 이런 특성 때문에, 톤 값을 줄였을 때 일부러 소리를 먹먹하게 하려고 해도 그 효과가 떨어진다.
‘트레블 블리드’ 방식으로 인해 톤의 특성이 바뀌어 버리는 것이다.
먹먹한 톤을 자주 사용한다면 ‘트레블 블리드’ 방식을 포기해야 한다.
또한, ‘트레블 블리드’ 를 사용하니 전체적으로 사운드가 약간 부스트 업이 되었다.
드라이브가 약간 더 걸리고, 뭔가 활기가 넘치는 흥분된 톤으로 바뀐다.
이른바 ‘후끈해진다’ 랄까.
더 박력 넘치고 화끈해지는 것 같아서 좋기도 하지만, 반면 차분한 느낌을 낼수는 없다.
그래서 ‘트레블 블리드’ 를 떼어내고 소리를 들어봤더니, 그런 느낌이 확실히 없어졌다.
소리가 차분해지고, 예전의 소리에 더 근접하게 돌아갔다.
위에서 언급한, 험버커 픽업용으로 장착했던 ‘MMR153-223K2G’ 커패시터의 느낌도 많이 수그러 들었다.
그 커패시터 특유의 음색이 들리기는 하지만, 후끈한 느낌이 줄어들어서 좀 더 차분하게 들린다.
‘트레블 블리드’를 제거하면, 기존에 장착되어 있던 펜더 오리지널 커패시터의 소리와 거의 비슷하기 때문에 무난하지만, 일단 ‘트레블 블리드’를 연결한 상태로 써보고 녹음도 해볼 예정이다.
나중에 이런 ‘후끈한 사운드’가 마음에 안 든다 싶으면 그 때 제거하던가, 아니면 또 토글 스위치를 이용하는 방법을 고민해볼 예정이다.
아무튼, 이번 테스트는 꽤 성공적이라 할 수 있다.
배선도를 보며, 싱글 픽업 쪽에 저항을 연결하는 것을 보고 흉내를 내봤는데, 배선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 것인지 아니면 내 기타 배선에는 안 맞아서 그런 것인지 그렇게 연결을 했더니 소리가 나지 않아서 그냥 제거했다.
PS. 각 커패시터 소리 특징.
싱글용 ‘F473Z50V(CC473K1H)’ 와 ‘RY5V473M500B’ 는 거의 특징이 비슷하고, 펜더에 원래 장착된 커패시터와 소리가 유사하지만, ‘F473Z50V(CC473K1H)’ 소리는 약간 더 거칠고 째지는 소리가 나고, 그에 반해 ‘RY5V473M500B’는 째지는 소리가 나는 것은 비슷하나 소리 질감이 약간 더 부드럽다.
험버커용 ‘MMR153-223K2G’는 오일 커패시터인 ‘굿맨(Gud Man)’ 과 비슷한데, 굿맨보다 드라이브가 약간 더 걸리는 느낌.
전체적으로 음색이 밝고 고음이 곧게 뻗고 시원시원한 느낌인데, 고음이 약간 째지는 듯한 느낌이 있고, 중음이 약간 부각된 듯 약간 흥분된 듯한 느낌의 소리다.
예쁘장한 소리가 아니라 빈티지하게 거칠고 시원한 소리.
위에서 ‘째지는 소리’라고 표현한 것은, 피킹을 조금만 세게 해도 그런 느낌이 난다.
이 ‘째지는’ 듯한 느낌을 줄이려고 톤을 줄여도 별로 효과가 없다.
녹음할 때 약간 거슬리게 들릴 수 있는 부분인데, 일단 작업을 좀 해보고 고민을 해봐야겠다.
PS.
작업후 소리를 들어보고, 다시 새로운 조합으로 장착하여 테스트를 해보았으나 결국 마음에 안 들어서 원상복구 했음.
이와 관련한 글은 아래의 링크 참조.
(기타개조) '트레블 블리드' 제거, 커패시터 원상복구

친구가 전자부품 파는 사이트에서 직접 구입한 부품들.


웹에 공개된 ‘존 써(John Suhr)’ 기타의 ‘빈티지(Vintage) 보이싱(Voicing)’ 배선도.

친구가 보내준 부품들.














기존에 장착되어 있는 기본 커패시터.



험버커 픽업용 톤 팟에 ‘MMR153-223K2G’ 장착.
값비싼 오일 커패시터 보다 훨씬 더 훌륭한 사운드를 내준다.


잦은 납땜으로 인해 커패시터의 다리 한쪽이 떨어져 나갔다.
몇 번이나 본드로 붙여서 사용했는데, 이번에 또 떨어졌다.

1차로, 싱글 픽업용 톤팟에 ‘F473Z50V(CC473K1H)’ 커패시터 장착.

‘트레블 블리드’ 를 위해, 저항 ‘1/4WF150K’ 와 커패시터 ‘CCSL1H681JE-TAPING’ 를 묶어서 연결.




트레블 블리드 부품 장착.


합선이 되지 않도록 반투명 테이프로 처리.







2차로, 싱글 픽업용 톤팟에 ‘RY5V473M500B’ 커패시터를 장착하여 테스트.





‘빈티지 보이싱’ 배선도에 저항을 연결한 부분이 있어 흉내를 내보았는데,
슈퍼 스위치가 아닌데다가 배선이 정확히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잘 몰라서 그런지.
이렇게 연결을 했더니 넥 픽업과 미들 픽업의 소리가 나지 않아 그냥 제거함.

최종적 배선.
‘트레블 블리드’ 를 분리해 보니, 커패시터 교체 전의 소리와 비슷해졌다.
일단은 ‘트레블 블리드’를 장착한 상태로 더 테스트를 할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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