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채피 (Chappie, 2015) Movie_Review

굉장히 신선하고 낯선 느낌이 있으면서도, 뭔가 익숙하고 낯이 익다.
많은 SF 마니아들이 그렇듯이, 나 역시 이 영화의 감독 ‘닐 블롬캠프’가 연출한 영화 ‘디스트릭트 9 (District, 2009)’ 를 재미있게 봤고 놀라워했다.
영화 포스터에 2013년 개봉작인 ‘엘리시움 (Elysium, 2013)’ 은 빼고 ‘디스트릭트 9’ 의 감독이라고 홍보하는 것을 보면, ‘엘리시움’ 이 작품성도 별로 인정받지 못했고 흥행에도 실패했기 때문일 것이다.
글 초반에 언급했듯이, 낯설면서도 익숙하다.
어쩌면 감독이 어릴 때 일본 애니메이션 마니아였을까.
일본 SF 만화에서 다뤄졌던 아이템들이 많이 등장한다.
이번 영화를 ‘디스트릭트 9’과 비슷할 거라 예상했는데, 비슷한 면도 있었지만 다른 느낌이 많았고, 뭔가 더 익숙했다.
경찰로봇이라는 점에서는 ‘로보캅 (Robocop, 1987)’을 떠오르게 했고, 로봇에게 그림을 가르친다는 설정에서는 ‘바이센테니얼 맨 (Bicentennial Man, 1999)’이 떠올랐다.
인간처럼 생각하는 로봇이라는 점은 ‘아이, 로봇 (I, Robot, 2004)’을 생각나게 했고, 뇌의 정보를 백업해서 로봇에게 의식을 넣는다는 설정은 일본 애니메이션 ‘공각기동대 (Ghost In The Shell, 1995)’가 생각나게 했다.
인간의 뇌를 데이터로 만들어 인간의 뇌처럼 동작하게 만든 ‘전뇌’라는 개념과 일치한다.
영화 ‘론머맨 (Lawnmower Man, 1992)’ 에서는 주인공 ‘죠브(제프 파헤이)’가 약물과 기계의 도움을 받아 지능이 고도로 발달하다가 결국 인간의 몸을 벗어나 컴퓨터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고 설정하고 있는데, 인공지능 로봇 ‘채피’는 자신을 만든 제작자의 의식을 컴퓨터로 백업하여 로봇에 이식하고, 엄마처럼 따랐던 ‘요란디’의 의식을 백업해 놓았던 데이터가 있어서, 로봇을 만드는 공장에 원격으로 정보를 보내서 ‘요란디’의 의식을 넣은 로봇을 생산한다.
이미 개봉한 수많은 영화들의 유명한 설정들이 조금씩 다 섞여 있다.
그래서 낯설면서도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고 한 것이다.
가장 비슷한 느낌의 영화를 꼽으면 ‘로보캅 + 공각기동대’ 정도랄까.

‘디스트릭트 9’의 느낌은 이랬다.
등장하는 인물들은 뭔가 이질적인 면이 있고, 연출 방식도 기존의 다른 감독들과 다르고 카메라의 움직임도 색달랐다.
약간 신파적인 느낌이 있기는 하지만 전반적으로 신세대 감각에 맞게 질질 끌지 않고 시원하게 진행되는 느낌이 있었다.
그런 신선함 때문에 좋은 평가를 받았으리라 생각되는데, 이번 영화는 그때의 느낌을 거의 그대로 가지고 있지만, 연출이 매끄럽지 않고 배우들의 연기가 잘 섞이지도 않으며, 내용 전개도 상당히 신파적이다.

이하 스포일러 포함------------

굳이 하나하나 짚어보면, 상당히 철학적인 메시지를 가지고 있는 영화다.
억지로 웃기려는 부분은 없지만, ‘채피’가 어린아이처럼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점점 갱스터가 되어가는 모습이 관객들에게 웃음을 준다.
채피를 어떻게 교육하느냐에 따라서 악당이 될 수도 있고 착해질 수도 있다.
인공지능 로봇의 경우에도 ‘로봇 3계명’ 같이 무조건 지켜야 하는 규칙을 만들어 행동에 제약을 줄 수도 있지만, ‘채피’처럼 진짜 인간처럼 자유의지를 가지고 자신의 의사를 결정하는 인간과 거의 같은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다면, 그런 규칙 따위는 언제든지 자기합리화하고 궤변을 만들어 깰 수도 있다.
제작자인 ‘디온’은 사람을 죽이지 말고 범죄도 저지르지 말라고 약속을 하도록 하기 때문에, 마치 ‘로봇3계명’ 처럼 ‘채피’는 그 약속을 반드시 지키려 한다.
하지만 ‘닌자’ 와 ‘아메리카 홈즈’는 그들의 범행에 ‘채피’를 이용하기 위해, 거짓말을 하고 범행에 가담해야 한다며 나쁜 행동을 합리화를 시킨다.
사람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단지 ‘기분 좋게’ 또는 ‘잠들게’ 하는 것이고, 배터리가 달라붙어 교환이 불가능한 몸체였기 때문에 마치 인간의 수명이 다해 죽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처럼 ‘채피’도 6일 후에는 죽을 수밖에 없다는 두려움을 이용하여, ‘죽지 않기 위해’ 로봇 몸체를 사야하기 때문에 범죄를 저질러야 한다고 설득한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채피’는 인간처럼 자유의지를 가지고 스스로 판단하기 때문에, 마치 인간이 자기합리화를 하고 궤변에 빠져 실수를 저지르듯이 그들과 함께 범행에 가담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엄마라 부르며 따르던 ‘요란디’가 죽고, 제작자도 총을 맞아 죽을 상황에 놓인다.
원래는 ‘채피’ 자신을 위해 로봇몸체를 찾아냈지만, 제작자인 ‘디온’의 뇌를 백업하여 그 로봇에 의식을 주입하고, ‘채피’ 자신은 근처에 있는 다른 로봇을 찾아 네트워크를 통해 의식을 이동한다.
그리고 테스트 삼아 ‘요란디’의 의식을 백업해 놓았던 데이터를 이용해, 공장에 원격으로 접속하여 ‘요란디’의 의식을 넣은 로봇을 만들어 내기에 이른다.

상당히 작위적이고 신파적으로 전개되는 부분이 많아서 이런 식의 전개를 싫어하는 사람은 마음에 들지 않을 수 있다.
오락적인 면도 적절히 배치하기는 했으나 오락성과의 비율 배합에 실패해서 전체적으로 진지한 편이고 다소 어정쩡하다.
진지하고 철학적인 부분은 관객들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좋은 요소들이 많기는 하지만, 깊이가 얕고 설정이 매끄럽지 않아 상당히 작위적이다.

‘채피’와 ‘무스(Moose)’ 로봇의 움직임은 마치 현실에 존재하는 것처럼 리얼하고 자연스러워서, CG 기술은 거의 완벽하다 하겠다.

설정이 독특했으나 많은 영화들에서 따온 것 같은 익숙한 느낌이 드는 점, 배우들의 연기가 자연스럽게 섞이지 않은 점, 연출이 매끄럽지 않은 점 등이 아쉽지만, 제법 신선한 느낌이 들었고, 현실감 넘치는 로봇 캐릭터들의 모습이 신기했고, 철학적인 주제의식도 좋았다.
특히, 감독이 남아공 출신이라 그런지 영화 배경도 남아공으로 설정을 했는데, 이전의 영화에서도 이민자들이나 난민들에 대한 이야기를 다뤘듯이 주류 사회의 느낌과는 다른 독특한 무언가가 있다.
헐리웃 주류 영화의 느낌과는 달리, 캐나다나 영국 혹은 호주 등에서 만든 영화 같은 독특한 느낌이 있다.
오락성에서는 약간 점수가 깎이지만, 전체적인 완성도는 그럭저럭 무난한 작품.
기억에 남을만한 영화지만, 잘 만든 작품으로 꼽아주기에는 어설프고 매끄럽지 않아서 약간 아쉬움이 남는다.

로봇 디자인도 상당히 낯이 익은 편인데, 똑같지는 않지만 토끼 귀 같이 봉긋 솟은 안테나 때문에 일본 애니메이션 ‘패트레이버’의 로봇을 많이 닮았다.
재미있는 점은, ‘패트레이버’ 도 ‘기동경찰’이라는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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