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한 도구 Essay

완전한 도구가 있을까?
요즘은 요리를 할 때 중국칼(중식칼; cleaver; 큰 식칼)을 사용한다.
칼의 옆면이 사각형으로 넓어서 양파 따위를 자른 후 칼 옆면에 올려 냄비에 넣기 좋기 때문이다.
그런 요리패턴이 익숙해지다 보니, 예전처럼 얇은 칼을 쓰면 불편하다.
웬만하면 모든 식재료를 다루는데 이 칼로 다루는 것이 익숙해지도록 연습을 하고 있지만, 생각과 달리 어떤 식재료를 다룰 때는 이 칼이 매우 불편하다.
위 사진에서, 오이를 먹기 좋은 길이로 자른 후 다시 4등분을 하는데, 중국칼로 하려 하면 칼이 너무 커서 불편하다.
이런 경우에는 좌측에 보이는 아주 작은 칼이 훨씬 편리하다.

요즘 친구와 전화통화를 하면 기타 어셈블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한다.
기타 어셈블리는 기타에 픽업과 셀렉터 및 톤팟 등 내부 배선이 연결된 주요 부분을 말한다.
어셈블리를 설계해서 클린 톤도 좋고 드라이브 톤도 좋고 여러 음악 장르에 다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완벽한(?) 기타를 만드는 것에 대한 연구다.
이미 일렉트릭 록 기타가 만들어진 이후 수많은 기타 장인들과 파워 유저들이 이런 고민들을 해왔을 것이다.
최근에는 ‘빈티지 보이싱’ 이라는 복잡한 배선 방식을 통해, 싱글 픽업용 배선과 험버커 픽업용 배선을 병렬로 처리하여 각각의 특성을 모두 사용할 수 있는 어셈블이 설계되는 등 제법 진전이 되었지만, 그래도 결국은 뭔가 완벽하지 않아서 소리에 손실이나 변형이 발생하게 된다.
완벽한 것은 없는 것이다.
어떤 기타리스트는 한 곡을 녹음하기 위해 열 몇 대의 기타를 사용하기도 한다.
오랫동안 기타를 직접 개조하며 도달한 결론은, 기타 한 대로 모든 장르를 커버하고 모든 톤을 만들어 낼 수는 없다는 것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각각의 장르에 맞는 가장 좋은 기타들을 오리지널 제품으로 모두 갖고 있는 것이다.
물론, 애초에 이렇게 오리지널 기타를 각각 모두 가지려면 엄청난 비용이 들기 때문에 한 대의 기타로 모두 소리를 낼 수 있도록 개조하려던 것이었기 때문에 원점으로 돌아온 셈이다.

완전한 도구가 있을까?
완벽한 칼, 완벽한 기타가 있을까.
어떤 목적에 가장 좋은 효과를 내기 위해 만들어진 도구는, 다른 용도에는 적합하지 않다.
어설프게 이것저것에 적합한 도구를 만들 수는 있지만, 그것은 결코 최고의 효과를 내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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