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자작곡은 안 만들고 카피만 하는지 궁금해 하는데. Music_Story

왜 자작곡은 안 만들고 카피만 하는지 궁금해 하는데.

설명하기도 귀찮아서 쓸까말까 망설이던 글이다.
2009년도부터 본격적으로 기존 곡의 MR에 기타 연주를 넣어 녹음을 했으니, 벌써 만 5년이 넘었다.
나라고 자작곡을 만들고 싶지 않을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는데, 생각나는 대로 몇 가지 언급해 보겠다.

1. 듣는 귀가 너무 고급이다.
차라리 좋은 소리를 분간할 줄 모르면 좋았을지도 모르겠다.
원래 좋은 소리를 많이 따지는 성격이어서, 어설프게 녹음을 하고 싶지는 않다.
기타 소리도 웬만큼은 좋아야 연주할 기분이 난다. 소리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연주할 기분도 없어진다.
음악에는 여러 종류의 악기가 들어가고 심지어 보컬 녹음에 사용하는 콘덴서 마이크의 음질도 제품에 의해 크게 좌우된다.
음질을 따지다 보니, 지금 가지고 있는 장비로는 마음에 드는 소리를 녹음하기 어려워 성에 차지 않는다.
내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창피한데, 누구한테 들려주란 말인가.
어느 정도 완성도 있는 소리를 낼 수 있을 때까지는 자작곡이라며 녹음을 하고 싶지 않았다.
기타도 종류별로 가지고 있어야 하고, 마이크 및 앰프, 건반과 드럼 샘플러 등등 여러 가지 주변악기가 마련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이것도 돈과 관련된 부분이라서, 경제적으로 나아지지 않으니 기약이 없이 계속 미뤄지기만 한다.
사실 ‘홈 레코딩’으로 만든 소리를 기성 스튜디오에서 제작된 앨범의 사운드를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그래도 어느 정도 비슷하게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은 보이기 때문에 계속 시도를 하고 있는데, 그래도 악기소리의 품질은 좋은 악기에서 나오고 여러 가지 부수적인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좋은 소리를 녹음하기 위해서는 많은 비용이 소요된다.

2. 기존의 곡을 카피하고 변주도 하면서 연습도 되고 나름의 창작도 하고 있다.
노래를 기타 연주로 바꾸는 것도 나름의 창작 요소가 많이 있다.
사람 목소리와 기타 연주는 아예 다르기 때문에 기타에 맞는 방식으로 변형을 해야 한다.
이런 거라도 하지 않으면 기타를 그렇게 오랜 시간 연주할 일이 없는데, 카피를 하면서 기타 연습도 겸할 수 있어 매우 좋다.
그리고 마냥 원곡 그대로 카피를 하는 것이 아니라 곡에 따라서는 변주도 하고 즉흥 연주도 넣고 없는 것도 만들어 넣는다.
기성곡을 분석하며 작곡 예비 연습도 하고, 기타 테크닉도 연습하니 1석 2조인 셈이다.
이거라도 안하면 오히려 기타를 더 안쳐서 실력이 줄어들지도 모른다.
가장 도움이 된 것은 계속 녹음을 하면서 녹음 기술이 조금씩 늘었다는 것이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 최대한 실제 음반의 소리와 비슷하게 녹음을 하기 위해 톤을 만들고 이펙트를 처리하고 음향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면서 느낀 것이 많았고, 완벽하지는 않지만 실제 음반의 소리와 꽤 비슷하게 완성도가 높아지고 있다.
게다가 결과물이 쉽게 만들어진다.
이미 보컬 파트만 빼고 만들어진 MR에 기타만 잘 신경 써서 녹음해 넣으면 된다.
적은 노력으로 비교적 손쉽게 완성도 있는 결과물이 나오는 셈이다.
그런데 아예 모든 것을 창작해내려면 훨씬 많은 시간이 걸리고 결과물이 나오는 데에 걸리는 시간은 훨씬 길어진다.
효율 면에서 꽤 좋은 선택이다.

3. 가장 근본적인 문제점은 실력이 아직 안 된다는 것이다.
이 부분에 있어서는 반론의 여지가 좀 있기는 하지만, 아직 내가 준비가 안 되었고 실력이 미약하다고 생각한다는 것이 원인이다.
기성곡의 MR 에 기타 연주를 넣은 결과물이 꽤 그럴싸하게 들리니, 왜 너는 자작곡을 하지 않느냐는 생각이 자연스레 들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미 완성도 있게 만들어진 MR에 기타 연주만 넣는 것과 아예 곡을 새로 만드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다.
사실 이런 고민은 정답이 없고 자격지심이나 근거 없는 자신감 같은 것과도 연관이 있다.
유튜브에서 조금만 검색을 해봐도 나보다 기타를 훨씬 잘 연주하는 사람이 널리고 널렸으며, 나보다 감각도 훨씬 좋고 다재다능한 사람들이 정말 많다.
그런 사람들을 보면 내 자신이 초라해지고, 창피하고, 자신감이 없어진다.
그런데 자신보다 뛰어난 사람들 때문에 자격지심이 생겨서 수그러든다면 죽을 때까지 아무것도 하지 못할 것이다.
세상에는 항상 나보다 뛰어난 사람이 많다.
멋모르고 자신이 잘난 줄 알고 바보 같은 짓을 하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자신이 잘하는 것을 겉으로 드러내야 결과물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겁을 내며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정말 당신은 아무것도 아닐 뿐이다.
못한다고 욕을 먹더라도 뭔가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나는 아직 작곡할 실력이 안 되고, 감각도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심지어 예전에 습작처럼 만든 결과물들은 촌스럽다고 생각한다.
이런 내적 갈등 때문에 선뜻 용기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답이겠다.
굳이 억지로라도 만들어내라고 강요하지 않더라도, 내가 나 자신에 대해 자신감이 생기고 적어도 착각이라도 해서 자신감이 생기면 결과물이 만들어질 것 같다.

4. 시간이 항상 부족하다.
의아해 할지도 모르겠으나, 항상 시간이 부족하다.
신경 쓸 일이 많고, 온전히 나만을 위해 시간을 쓸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나를 위해 쓸 수 있는 시간은 한정되어 있고, 항상 무언가를 해야 하고 신경 써야 하기에 시간이 부족하다.
시간이 부족한 이유 중의 하나는 경제적인 요인이 강하다.

5. 그 외, 혼자 하는 것은 외롭고 힘들다.
정말 천재적인 아티스트라면 혼자서 ‘북치고 장고치고’ 다 할 수 있고, 멤버들과 갈등을 겪느니 차라리 혼자 원맨쇼를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나도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한 면이 없지 않으나 ‘음악’도 삶의 일부고 인생이다.
사회생활을 해보고 어떤 일을 추진해 본 사람은 공감할지도 모르겠다.
한 사람의 창작 능력에는 한계가 있다.
더군다나 그런 작업이 오래되면 스스로 한계에 빠지게 된다.
하지만 여럿이 함께 하면 기발한 생각이 떠오르고, 함께 하기에 서로에게 힘이 되고, 음악 하는 것과 함께 인생도 함께 하니 즐겁다.
누군가와 ‘음악’을 공유하고 함께 즐기며 살 수 있다면 정말 행복하겠다.
안타깝게도 공간적 한계와, 인맥, 경제적 한계 등등으로 그런 행복을 누리지는 못하고 있다.

여건상 위에서 언급한 여러 문제들을 해결하기는 어렵다.
아마 스타가 되고 싶거나, 인정을 받고 싶다거나 하는 욕구가 강했다면 심리적으로 정말 힘들었을 것이다.
다행히 큰 욕심이 없고, 상황이 안 되는데 억지로 뭘 만들어 내려고 하고 싶지는 않다.
물론 한 살이라도 젊은 나이에 빛나는 황금기를 누리고 싶은 욕심은 누구에게나 있다.
그러나 안 되는 것을 억지로 하려고 하지는 않겠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삶을 비관하며 스트레스를 받기 보다는, 주어진 현실을 최대한 즐기고 그 안에서 행복을 찾는 것이라 생각한다.
지금의 현실보다 더 나아지려고 노력해야 발전을 하는 것이지만, 현실에 대한 불만으로 항상 스트레스만 받는 것도 현명하게 살아가는 방식은 아니다.

최근에 이런 원초적인 질문을 우회적으로 듣게 되어서, 다시 고민에 빠졌다.
어떻게든 자작곡을 쥐어짜내 보리라, 그런 환경을 만들어 보겠다고 하다 보니 기타 연주를 거의 안하고 있다.
하지만 여건이 열악하고, 원론적인 문제점들은 해결될 기미가 없다.
오랫동안 고민해서 해왔던 일들이 결국 다시 원론으로 돌아가 제자리를 맴돌고 있는 것이다.
나를 생각해서 그런 질문을 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오랫동안 나를 알아오면서도 그런 질문을 하는 것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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