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연 4일차, 습관의 굴레, 완전한 사육 Essay

금연 4일차, 습관의 굴레, 완전한 사육.

담배를 끊겠다는 생각은 별로 없었는데, 정부의 담뱃값 인상으로 인한 반강제적 금연 압박에 결국 담배를 끊기로 했다. 돈 없는 것들은 담배도 피우지 말라는 것이던지 아니면 국민건강증진을 핑계로 세금을 더 걷으려는 것이다.
2015년에 들어 담뱃값이 인상되면서 2014년에 사두었던 담배를 아껴 피우다가 마지막 한 개비를 지난 20일 저녁 4시 52분에 피운 후 금연이 시작되었다.

예전에도 금연을 시도한 적은 꽤 자주 있었지만, 매번 하루를 넘기지 못했다.
당시 2500원의 담뱃값도 꽤 부담스러운 가격이었지만, 굳이 담배를 끊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개인적으로는 담배를 피워서 정신적으로 도움이 되는 부분도 있다고 생각하고, 장점과 단점을 모두 고려했을 때 굳이 끊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살면서 느끼는 몇 안 되는 소소한 재미 중 하나이기도 했다.

막상 끊지는 못해도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끊을 수 있다고 장담을 했다.
‘담배’는 ‘중독’이어서 쉽게 끊을 수 없다고 한다.
나는 왜 담배를 쉽게 끊지 못하는지에 대해 수없이 고민을 했다.
‘니코틴’ 중독 때문에 담배를 끊지 못한다며 각종 금연 보조제에는 니코틴이 함유되어 있다.
뭔가 이상하지만 아무튼 니코틴이 들어 있다.
최근에는 전자담배로 니코틴을 흡입한다면 담배와 똑같다며 금연 보조제품으로 광고하지 못하도록 한다고 한다.
담배를 많이 피우는 사람이더라도, 약 4시간 정도 담배를 피우지 않고 쉬었다고 다시 피우면 머리가 노곤해지는 느낌이 들 것이다.
처음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구토가 나고 머리가 어지러운 느낌을 느끼는데, 바로 그 느낌을 다시 느낄 수 있다.
물론, 오랫동안 피워서 어느 정도는 익숙해져있기 때문에 구토감도 덜 느끼고 머리도 덜 어지럽겠지만, 4시간 정도만 쉬었다가 피워도 담배를 피울 때 우리 몸에 뭔가 이상한 것이 들어와 아주 빠른 시간에 작용을 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의학적으로 설명할 방법은 없으나 그런 ‘노곤함’은 뇌를 둔하게 하고, 스트레스를 받아서 흥분을 했거나 하면 담배를 피워 어느 정도 진정시키는 효과를 느낄 수 있다.
실은 담배를 피우면 몸의 스트레스는 더 가중된다.
‘니코틴’ 중독 때문에 담배를 끊지 못할까?
바로 그 ‘노곤함’에 중독되기 때문에 끊지 못하게 된다는 것일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물론 그 노곤한 느낌을 즐기는 사람도 있겠고, 나도 은연중에 즐겼을지 모르지만, 내가 담배를 끊지 못하는 진짜 이유는 ‘습관’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최근에는 담배를 줄였지만 많이 필 때는 하루에 2갑을 피우기도 했다.
아침에 일어나 피우고,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며 피우고, 밥 먹고 난 후에 피우고, 커피 한잔 마시며 피우고, 술 한 잔 마시며 피우고, 진지한 대화를 나누며 피우고, 잠이 들기 전에 피운다.
이런 행동이 오랫동안 반복되면서, 아침에 일어나면 담배를 찾게 되고, 밥을 먹고 나면 담배가 생각나고, 커피나 술을 마시면 담배 생각이 나고, 자기 전에는 담배를 피워야 할 일을 모두 한 것 같다.

‘습관’의 무서움은 이 ‘담배’ 얘기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특히 갖가지 ‘강박증’들은 수많은 습관을 만들고, 그런 스트레스를 이기기 위해 우리는 습관적으로 어떤 행동들을 하며 그래야 마음에 편해진다.
습관적으로 하던 행동을 하지 않고 극복해내는 것은 대단한 노력을 필요로 한다.
어떤 강한 동기가 있거나 아니면 반강제적인 차단이 필요하다.
그것은 ‘중독’을 이겨내는 노력과 다름없다.

아무튼 나는 담배를 끊는 것의 어려움을 ‘니코틴 중독’ 때문이라고들 말하기에 오히려 끊는 것이 쉽다고 생각했는데, 정작 힘든 것은 습관적으로 하던 행동을 끊는 것이었다.
‘허전함’ 바로 그것이다.
소소한 즐거움이자 습관적으로 행동하던 정해진 방식이었는데, 삶에서 그것만을 완전히 빼내어 버려야 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어떤 여자는 아침에 집을 나서기 전에 반드시 거울을 보고 얼굴을 확인하는 습관이 있는데 그 행동을 못하도록 하는 것과 같다.
어떤 남자는 회사에 출근해서 지난 밤 동안 자신에게 온 이메일이 없는지 확인하는 습관이 있는데 그것을 못하게 하는 것과 같다.
어떤 가정주부가 남편과 아이들을 출근시키고 나서 아침 10시에 보던 아침드라마를 보지 못하게 하는 것과 같다.

예전에도 금연결심이 하루를 넘기지 못한 적이 많아서 걱정이 되었다.
하루에 4~5개비 정도로 줄였다. 과도기를 둔 셈이다.
그리고 담배를 피우는 행동을 하던 상황들에서 담배를 피우는 행동만 제거하기 위해 고민을 했다.
예전에는 ‘입이 심심해서 그런 거야!’ 라며, 담배를 끊으려고 시도할 때 군것질 거리를 먹거나 껌을 씹거나 뭔가 대체할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는데, 물론 군것질 거리가 필요하기는 하지만 입이 심심한 것을 대체해야할 정도로 계속 씹을 무언가가 필요하지는 않다.
어떤 행동을 할 때 담배를 피우는 행위가 붙어 있던 상황을 분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화장실을 갈 때 담배를 피웠다면 담배 없이 볼일을 보는 연습을 하고, 식사 후 담배를 피웠다면 식사 후에 뭔가 다른 것을 한다. 예를 들어 커피나 차를 마신다면 행동을 대체할 수 있다.
최근 몇 년간 하루에 담배 반 갑(10개비) 정도로 줄였었고, 이번에 끊기 전에는 거기에 더 줄여 나갔기 때문인지 뭔가 허전한 느낌은 있지만 ‘담배를 꼭 피워야 겠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
담배를 끊은 것은 아니다 라고 말하고 싶다.
앞으로 담배를 피울 기회가 있다면 거부감 없이 피울 것이고, 담뱃값 따위 걱정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넉넉하다면 담배를 다시 피울지도 모르겠다.
욕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비싼 담뱃값’을 떠올리며 견딘다.
금연 기간이 길어지면 그 ‘욕구’ 자체가 없어질런지도 모르겠다.

이 글을 보고 누군가는 ‘금연을 위해 담뱃값 올리는 방법이 잘 통했다’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맞을지도 모르지만 수긍하지는 못하겠다.
가난한 사람은 마음 놓고 누리지 못할 정도로 비싸게 팔면 당연히 담배를 피울 수 있는 사람은 돈 많은 사람들뿐이다.
이것은 모두의 건강을 위해 ‘금연’을 하게 한다기보다는 그저 ‘돈 없는 것들은 담배도 사치다’라는 것 같다.
벌금을 물리고, 범죄자 꼬리를 붙이는 방식이 가장 손쉬운 탁상행정이다.

‘완전한 사육’이라는 영화가 있었다.
여고생을 납치하여 노예처럼 사육하는데, 여고생은 점차 그 생활에 익숙해져 간다.
‘스톡홀름 증후군(신드롬)’ 같은 것으로 볼 수도 있지만 그것과는 약간 다르다.
아무튼 그 내용이 아니라 제목이 떠올랐다.

사람들은 유목생활을 하며 흩어져 살다가 점차 정착을 하기 시작했고, 복잡해진 인간관계 속에서 충돌을 줄이고 사회를 효과적으로 제어하기 위해 국가를 만들어 갔다.
국가는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울타리이지만, 어느 순간이 지나면서 목적과 주체가 뒤바뀌는 혼란이 생기기 시작한다.
‘국가’를 지키기 위해 ‘국민’이 희생을 감내해야 하는가.
국민이 담배를 피우면 갖가지 질병이 발생하기 때문에 국가 건강보험 재정이 악화된다.
국민 건강증진의 목적도 있지만, 국가 재정악화를 막기 위한 부분도 있다.
국민은 그저 하지 말라는 것은 하지 않고 시키는 일만 열심히 잘하고, 국가에 불만을 제기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다.
‘국가’ 의 입장에서 ‘국민’은 생산의 도구이며, 소비의 주체다.
국민이 건강해야 계속 노동을 할 수 있고, 그들이 돈을 지출해야 기업이 돈을 벌 수 있다.
그러나 국민을 그러한 관점으로만 보는 것은 치명적 문제가 있다.
그것은 ‘국민’을 주체로 보는 것이 아니고 ‘국가’를 주체로 보는 것이다.
국민을 ‘생산’과 ‘소비’의 관점으로만 보는 것은 ‘노예’로 보는 것과 다름없다.
그것이 바로 자본주의 사회의 치명적 단점 중 하나다.

사람들은 끊임없이 자유롭고 싶어 한다.
하지 말라는 것을 더 하고 싶어 하고, 반항하고 싶어 하고, 통제받기를 거부한다.
국가는 끊임없이 사람들을 통제하려 하고 길들이려 한다.
그것이 ‘완전한 사육’과 다른 것이 무엇일까.


덧글

  • 사라다 2015/01/30 22:36 # 삭제 답글

    잘 읽었습니다.글이 좋네요^^* 금연 아니,담배랑 상관없으니, 좋은 습관으로 대체 잘하시길 바랍니다.담배가 나쁜게 아니라 정부 정책이 나쁜 우리나라네요 ^^;우리나라는 내각제로 바껴야 합니다.국민의식이 좋은 대통령을 뽑을 자격이 아직 없는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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