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꿈, 긴 이야기 Essay

2014.12.09
짧은 꿈, 긴 이야기.

꿈과 뇌의 작용에 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풀어보려 한다.

없던 버릇이 하나 생겼다.
잘 때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듣는 것이다.
직접 연주한 곡이 문제없이 잘 완성되었는지 분석을 하기 위해 시작을 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습관처럼 자기 전에 음악을 듣게 되었다.
처음에는 두어 번 듣다가 졸리면 끄고 잠이 들었지만, 이제는 간혹 끄기 전에 잠이 들어버려서 밤새도록 틀어놓는다.
다음 날 여전히 이어폰에서 음악이 나오는 채로 잠을 깨는 일이 많아졌다.
문제는 이로 인해 수면의 질이 떨어지는 것이다.

잠의 질은 깊은 잠을 자는 단계인 ‘서파수면(slow wave sleep)’이 좌우하고, 정신적 스트레스의 해소는 ‘렘(REM:Rapid eye movement)수면’ 이 좌우한다.
잠깐을 자더라도 꿈을 꾸지 않는 깊은 잠을 자야 피로가 풀리고, 정신적 스트레스는 그 사이사이에 렘수면 상태가 되었을 때 해소가 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잠이 들기 시작하면 3단계의 과정을 거쳐 마지막 단계로 뇌파의 주파수가 감소하는 ‘서파수면’ 상태가 되어 신진대사가 떨어져 깊은 잠에 빠진다.
그 사이사이에 렘수면 상태가 되는데, 렘수면은 한밤중에서 이른 아침까지 약 90분 간격으로 10~30분간 지속하는 형태로 4~6회 발생한다고 한다.
렘수면의 비율은 신생아 50%, 성인 20%, 노인 14% 등의 비율로 점점 감소한다.
렘수면 상태에서 깨어나려면 서파수면 상태보다 더 강한 각성이 필요하다고 한다.
실제로는 수면 중에 여러 번 꿈을 꾸는데, 마지막 꿈을 기억하는 것이라고 한다.

어떤 꿈을 꾸다가 선잠에서 깨듯 눈이 떠졌는데, 시간을 보니 약 3시간 정도 잠이 들었다가 깬 것이다.
귀에서 음악이 나오고 있었는데, 꿈속에서 들려오던 그 음악이 재생되고 있었다.
4분 22초짜리 연주인데, 3분32초 지날 무렵에 깨었다.
깨기 전에 마지막으로 꾼 꿈은 그 음악의 멜로디가 꿈을 꾸는 내내 들렸고, 그 멜로디가 꿈의 내용에 뒤섞여 옛날에 만났던 사람들이 등장하는 꽤 긴 이야기의 꿈이다.
마치 몇 시간이나 되는 긴 이야기가 벌어진 것 같았는데, 깨어보니 겨우 3분 32초가 지난 것이다.
적어도 ‘내가 꿈을 꾸고 있다’고 느낀 그 긴 이야기는 전체 수면 시간의 1/10 정도이고, 마지막 3분 정도였던 셈이다.

꿈속에서 그 멜로디가 계속 들려왔다는 것은, 내가 잠을 자고 있었지만 외부의 자극에 계속 영향을 받고 있었다는 것이다.

꿈의 내용은 대충 이렇다.
대학교 때 같은 밴드였던 사람들이 등장하고, 공연장으로 보이는 제3의 공간에서 당시 선배 기수들의 학과였던 미대의 이름을 갖다 붙이고, 내 연주곡인데 후배들에게 가르쳐야 하는 상황이었다.
아마도 음대 강당에서 마지막 콘서트를 했던 기억과 뒤섞인 것 같다.
여기서 ‘내 연주’라는 의미에서 알 수 있듯이, 꿈은 내 중심의 시각에서 진행되며 겉으로 잘 드러내지 않는 ‘욕망’이 직접적으로 드러난다.
꽤 긴 시간처럼 느껴졌던 그 상황이 실은 3분30초 정도의 짧은 순간이었던 셈이다.

잠이 깨자 아주 피곤하지도 않았지만, 그렇다고 개운하지도 않았다.
되도록 외부 자극 없이 조용히 자는 것이 수면의 질을 높일 수 있을 것 같은데, 되도록이면 이어폰을 끼지 않고 조용하게 자도록 해야겠다.

어릴 때, 잠에서 깬 후 꿈의 내용이 꽤 선명하게 남아 있던 적이 있다.
꽤 그럴듯한 줄거리의 꿈이어서 신기했고, 어린 마음에 나중에 ‘소설’이나 ‘영화’의 줄거리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메모를 했었다.
물론, 지금은 그 꿈이 무엇이었는지 알 수 없지만, 꿈속에 등장했던 미국 여자아이의 이름이 ‘쉴라’였던 것은 기억한다.
내 생각에는 난생 처음 듣는 이름이었는데, 실제로 미국에 그런 이름을 가진 사람이 있는지 조차 알 수 없었고, 한 동안 영화나 뉴스 등에서도 들어본 적이 없지만, 약 20년이 지난 후 실제로 그런 미국여자 이름이 있는 것을 확인했다.
무의식적으로 조합해 낸 이름일수도 있고, 어디선가 들었던 정보가 기억 속에 잠재되어 있다가 갑자기 연상된 것일 수도 있지만, 적어도 내 생각에는 그때까지 전혀 들어본 적이 없는 생소한 이름이었다.
어쩌면 그 당시 많이 봤던 ‘주말의 명화’ 같은 부류의 이야기였던 것 같다.

3시간을 잤는데, 긴 이야기처럼 느껴졌던 마지막 꿈이 실제로는 3분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니, ‘인생은 한 순간의 꿈이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이 꾸는 꿈은 이렇게 짧은 시간도 길게 느껴지며, 긴 이야기로 느껴질 만큼 시간의 관념이 다르다.
인간이 수면 중에 꾸는 꿈이 이렇게 찰나의 순간이다.
단지 몇 분간의 꿈.
짧은 시간동안 마치 긴 이야기를 경험한 것 같은 기분은, 꿈을 꾸는 동안 뇌에서 조각난 단어와 문장들이 무의식적으로 조합되는 속도가 그만큼 빠르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은 아닐까.
무의식적으로 단어와 문장들을 조합하며 이리저리 이야기를 짜 맞추는 속도가 매우 빠르기 때문에, 마치 긴 시간동안의 이야기인것처럼 착각하는 지도 모른다.

짧은 시간이 마치 긴 시간처럼 느껴지는 것은 ‘인생’도 마찬가지일 수 있다.
우주의 시간에 비하면 인간의 인생은 매우 짧다.
그렇게 허망한 것.

꿈을 꾸다가 어느 순간 깨었는데, 완전히 깨지 않고 또 잠이 드는 경우도 있고, 꿈과 현실을 혼동한다는 내용의 꿈을 꾸기도 한다.

내가 나비가 된 꿈을 꾸고 있었는지, 아니면 지금의 내가 나비가 꿈을 꾸고 있는 것인지.
장자의 설화에서 이야기 하는 바와는 다르지만.
인생은 그저 나비가 인간이 된 꿈을 꾸고 있는 것일 지도 모른다.
인생이 얼마나 허망하며, 인간의 탐욕이 얼마나 덧없는가.

P.S.
잘못 작성한 내용이 있어 수정.
수면은 비렘수면(NREM: non-rapid eye movement)과 렘수면(REM: rapid eye movement) 으로 나뉨.
비렘수면이 전체 수면 시간의 75~80%를 차지.
뇌 활동이 활발해지는 렘수면 상태에서 꿈을 꾼다고 한다.
이때 정신적 스트레스 해소와 기억력에 관여한다고 함.
가장 깊은 잠을 자는 단계는 수면의 3단계 중 마지막인 서파수면 상태라고 함.

참고자료:
나비의 꿈(도교, 설화, 장자) - 위키백과
서파수면
렘수면
20141122-긴긴 겨울밤, 불면증 환자 많아...당신의 ‘잠’은 안녕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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