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군도:민란의 시대 (KUNDO:Age of the Rampant, 2014) Movie_Review

개인적으로는 참 재미있게 봤는데, 이 영화에 대한 평가는 호평과 혹평으로 나뉘고 있다.
‘명량’에 비하면 완성도가 훨씬 높게 보이는데, 관객 동원 수에서 신기록을 세운 ‘명량’을 비롯해 ‘해적’, ‘해무’ 등과도 비슷한 시기에 개봉을 해서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했고, ‘해적’, ‘해무’ 등과는 ‘사극’이라는 공통점이 있어서 차별화에도 실패하는 등 악재가 다소 겹치지 않았나 생각된다.
‘명량’과 마찬가지로 ‘15세 관람가’ 등급이지만, ‘명량’의 경우에는 어린 아이들을 대동하고 관람을 온 관객들이 많았기 때문에 등급 경쟁에서도 다소 손해를 봤다.

실감나는 세트장, 무난한 CG, 오락성을 겸비한 적당한 무협 액션, 억지로 웃기려고 하지 않는 소소한 유머, 배우들의 좋은 연기, 매력 있는 캐릭터 등등 각각의 요소들이 무난하게 잘 어울렸고 전체적인 완성도는 훌륭했다고 본다.
특히, 오랜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강동원의 연기가 정말 좋았다.
칼을 휘두르는 장면은 정말 완벽해서, 한국형(?) 검술 영화의 역사를 새롭게 쓰지 않았나 싶을 정도.
혹자의 말처럼, 최근 대세 배우인 ‘하정우’를 오히려 압도하는 매력을 뽐내고 있다.
2시간이 넘는 상영시간이 전혀 지루하지 않을 정도로 군더더기 없는 매끄러운 전개를 보여주고 있고, 카메라의 움직임도 매우 좋았다.
전반적으로 ‘웰메이드’ 영화라고 할 수 있는데, 아쉬운 점들도 꽤 있다.
재미있게 잘 만들기는 했지만, ‘작위적’이고 ‘뻔’하다.
‘중국 무협’과 헐리웃의 ‘웨스턴 무비’를 합쳐놓은 것 같은 독특한 시도가 어색하지 않게 잘 어울렸지만, 고전 영화 스타일을 믹스하면서 진부해지기만 해서 새로운 것을 발견하지는 못했다.

이 영화를 감상하기 전에 트레일러 영상만 보고는 ‘칼(Dao,刀,1995)’ 이라는 제목의 홍콩 영화가 떠올랐다.
도치(하정우)가 사용하는 짧은 칼 때문이다.
하지만, 그 영화와는 ‘복수’를 한다는 점 말고는 공통점을 찾기는 힘들다.

옛날 서부영화를 연상시키는 청명한 기타 멜로디의 배경음악은 안 어울릴 것 같으면서도 묘하게 잘 어울렸다.
등장인물들이 먼지 흩날리는 들판에서 석양을 향해 말을 타고 달린다던지 서부영화에서 많이 쓰였던 독특한 음색의 배경음악 말고는 ‘웨스턴 무비’의 특징을 찾기는 힘들지만, 이런 장면들로 인해 이 영화의 독특한 시도가 인상적으로 느껴지기는 한다.
중국 영화에서는 말을 타고 사막을 빠르게 달리는 장면이 간혹 나오기는 했지만, 한국 사극 영화에서 이런 장면을 본 적은 없었던 것 같다.
한국의 지형적 특성과는 어울리지 않는 장면을 억지로 만들어 가며 서부 영화의 느낌을 구겨 넣었음에도 어색하지 잘 어울리기는 했고, 나름 독특한 시도로 기억에 남기는 하겠지만, 그래서 이 영화가 얻은 것은 무엇일까.
도치의 가족이 사는 황량한 들판의 작은 집도 영화 ‘칼’에서 주인공이 살던 외딴 곳의 작은 집과 비슷한 느낌이다.
도치가 대나무 숲에서 훈련하는 모습도 중국 무협 영화를 연상시켰다.

무협영화의 특징과 서부 영화의 특징이 혼합되어 있으면서도, 이 영화는 아주 익숙한 소재를 사용하고 있다.
탐관오리를 응징하는 권선징악형의 스토리, 그리고 영화 후반부까지 보다보면 친숙해지기 까지 한 주요 캐릭터들의 사망.
극악무도하지만 절대 미워할 수 없는 매력을 가진 악당 두목.
이야기의 흐름이 작위적이고 익숙하며, 캐릭터 역시 그다지 신선함이 없다.
잘 만들기는 했지만, 신선함은 부족했다고 보여 진다.

일부러 웃기려고 그런 것인지 다소 황당한 설정이 몇 가지 있는데, 돌무치가 도적패에게 선택을 받은 이유가 큰 고추 때문이라는 것과 당시 돌무치(이후 ‘도치’로 이름이 바뀜)의 나이가 18세 였다는 것.
영화 막판에 밝혀지는 나이는 도치(하정우)가 20세, 천보(마동석)가 22세.

탐관오리에게 수탈당하는 억울한 백성의 모습들, 이들을 응징하는 도적패의 활약상은 현실의 부정부패와 비리를 비꼬는 좋은 소재임에도 그다지 크게 와 닿지는 않았다.
나름의 메시지가 있지만, 그 보다는 오락성에 더 치우친 것 같아 아쉽다.
배우들의 연기는 훌륭했지만, 감정이입이 잘 되지 않고 겉도는 장면들이 있다.
서얼인 ‘조윤(강동원)’이 이복동생의 부인이 낳은 아들을 차마 죽이지 못해 망설이고 결국은 아이를 보호하려다가 죽게 되는 장면 등은 분명 여러 가지 메시지를 가지고 있을 텐데, 별다른 의미도 맥락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 외에도 조윤과 대결하다 죽어간 도적패 주요 인물들의 모습이나 도적패 소굴의 급습, 동료들의 죽음에 분노하는 도치의 모습이 의외로 차분하고 밋밋하게 보였다.
활극에 너무 치우치다 보니 이런 감성적인 메시지가 잘 전달되지 않은것 같다.

다소 뻔한 이야기 전개로, 나중에 기억 남는 것은 강동원과 하정우 밖에 없을지도 모르지만, 전체적인 완성도가 좋고 지루하지 않게 즐길 수 있는 그리 무겁지 않은 오락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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