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프로그램 ‘진짜 사나이’에 출연하는 ‘샘 해밍턴’의 모습을 보다 보면 떠오르는 영화가 있다.
전쟁 및 군대와 관련한 여러 영화가 있지만, 뚱뚱하고 약간 바보스러운 캐릭터라는 점에서 영화 ‘풀 메탈 자켓(Full Metal Jacket, 1987)’의 전반부 에피소드의 주인공인 ‘로렌스(빈센트 도노프리오)’가 생각난 것은 나에게만 떠오른 생각은 아닐 것 같다.
'풀 메탈 자켓(Full Metal Jacket, 1987)' 영화 리뷰 링크
베트남전쟁 당시.
미 해병대 신병훈련소에 입소한 여러 명의 훈련병 중에 ‘로렌스’는 다른 이들보다 뚱뚱하고 지적 능력이 약간 떨어져서 일명 '고문관'이다.
‘고문관’이란, 원래는 기술을 지도하고 자문을 하는 직책이지만, 해방 직후 미군정 시절에 미국에서 파견 온 미국 군사 고문관들이 한국 실정에 어둡고 한국말도 잘 알아듣지 못해서 엉뚱한 실수를 많이 저질렀다고 한다.
군인들 사이에서는 이렇게 다른 사람보다 말귀가 어둡고 행동이 굼뜬 어리어리한 사람을 빗대어 ‘고문관’이라 부른다.
참고링크:
흔히 '고문관'이라고 부르지만 이 말은 비아냥거리는 별명이기 때문에, 대외적으로는 ‘관심사병’, ‘관심병사’, ‘문제사병’ 등으로 순화해서 부른다.
로렌스는 독사 같은 교관 ‘하트만’의 가르침대로 점점 ‘살인기계’가 되어가고 ‘총을 애인처럼’ 여기게 된다.
원래 약간 지능이 떨어졌기 때문에 하트만의 지속적인 괴롭힘으로 인해 정신적으로 큰 충격을 받으면서 변화가 일어난 것 같다.
결국, 8주의 훈련기간 동안 동료들의 도움을 받고 스스로도 변하기 시작하여 총을 조립하는 시간도 제일 빨라지고 장애물도 쉽게 넘게 되고, 사격도 백발백중이 되지만, 눈빛이 점차 변하기 시작하더니 항상 총을 휴대하며 실탄을 장전하여 다니게 된다.
하트만은 화장실에서 총을 가진 로렌스를 보고 깜짝 놀라 로렌스를 모욕하며 총을 뺏으려 하는데, 평소 ‘총을 애인처럼’ 여기라는 말이 문제였던지 아니면 더 이상 모욕을 참지 못했기 때문인지 로렌스는 하트만을 향해 총을 발사하고 만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모든 상황을 지켜보던 조커 앞에서 순식간에 자신의 입 속에 총구를 겨누고 방아쇠를 당긴다.
군대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해 경험이 없는 사람들은 이 이야기가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그저 충격적인 소재의 흥미로운 이야기로 여길지도 모른다.
하지만, 정상적으로 군 생활을 경험한 사람들은 어느 정도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다.
육체적 폭력, 언어 폭력, 성 폭력이 비일비재 하다.
그런 괴롭힘을 견딜 수 있는 사람도 있지만 견딜 수 없는 사람도 있기 마련이다.
요즘 청소년들은 사회성이 떨어지고 대인관계 능력이 부족한 경우가 많아서 단체생활 자체를 힘들어 하는데, 생소한 군대 생활이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적응하기가 상당히 힘들 것이다.
최근에 또 ‘관심병사’ 하나가 평소 자신을 놀리던 동료들과 상관에게 수류탄을 던지고 소총으로 사격을 한 뒤 탈영을 해서 그 일대 주민들이 대피를 하고, 달아난 병사를 잡기 위해 9개 대대 4천 명의 병력이 동원되었다고 한다.
거의 60년 전에 베트남 파병 당시의 군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영화 속 이야기와 현재 한국 군대의 이야기에 어떤 차이가 있을까.
단순히 ‘더 이상 괴롭히지 마라’ 라고 해서 해결 될 문제는 아니다.
군대에 적응시키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괴롭힘이 필요하다.
문제는 그것이 아니라 ‘인성’의 문제다.
즉, ‘단체생활’ 과 ‘대인관계’에 관한 문제로, 우리 사회 전반에 잠재되어 있는 문제로 보아야 한다.
다행히 예능 ‘진짜 사나이’는 실제가 아니고, 샘 해밍턴은 괴롭힘을 당하지 않는다.
몸이 굼뜨고 고문관 같은 모습을 보이는 샘을 친구들이 잘 도와주는 모습에 오히려 훈훈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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