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검은 물체를 보고 문득 이런 생각을 했다.
가서 확인하고 싶지는 않은데, 괜히 신경이 거슬린다.
검은 비닐봉지겠지 싶다가도 일편으로는 전혀 예상 못한 무언가일수도 있다고.
만약 그것이 고양이 시체라면?
그냥 검은 비닐봉지라고 애써 합리화 하며 돌아섰다.
고양이 시체 매뉴얼.
사람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놓이게 되면 그 상황을 판단하고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해 복잡한 고민을 하게 된다.
고민의 시간이 길어질수록 대처 시간은 오래 걸린다.
그래서 ‘매뉴얼(지침서, 교과서, 교범, 교본)’이라는 것을 만든다.
어떤 상황에 대해 윤리·도덕적 고민이나 법적 문제들에 대해 미리 고민을 해서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가장 적절한지 미리 행동지침을 만들어 상황에 대한 대처 속도를 높이는 것이다.
‘1+2=3’ 이라는 공식은 일종의 매뉴얼이다.
갑자기 ‘1+2’의 답이 무엇이냐? 라는 질문을 받게 되었는데, ‘1’ 과 ‘2’가 만나 왜 ‘3’이 되는지에 대해 원리적으로 분석하고 합리적인 답을 찾기 위해 고민을 하게 된다면 ‘1+2’라는 수식을 처리하기 위해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리게 되고 그 간단한 수식을 이용해 처리해야할 많은 일들이 엉망이 되어 버릴 것이다.
어느 날 갑자기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 고양이 시체를 보게 된다면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1. 모른 척 한다. 나 아닌 누군가가 발견하면 처리할 것이다.
2. 규격 쓰레기 봉지에 담아 쓰레기 버리는 곳에 버린다.
3. 아무 비닐봉지에 일단 넣은 후 야산에 버린다.
4. 야산에 버리지 않고 땅에 묻어준다.
5. 시청이나 동물보호소 등에 연락하여 처리해 달라고 요청한다.
6. 아는 사람에게 이 상황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물어본다.
그 외에 다른 어떤 대처 방법이 있을까?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은 이렇게 낯선 상황에 대한 적절한 대처를 필요로 한다.
많은 경험을 한 사람들은 후에 비슷한 상황이 일어났을 때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비교적 적절했는지를 떠올리며 비교적 쉽게 대처한다.
아직 경험이 적은 사람들은 낯선 상황에 놓이게 되면 그때서야 고민을 시작한다.
우리는 경험과 지식을 습득하고 행동지침을 만든다.
그런 행위는 우리가 세상을 보다 안전하게 살아가는데 필수적이며 위험에 대해 보다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생존전략이다.
먼저 경험한 사람들이 아직 경험이 적은 사람들에게 교육하고 위험을 일깨워 주어야 한다.
행동지침을 만들지 않는다면,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을 때에 고민을 하느라 많은 시간을 허비하고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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