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政治) - 그들은 무엇을 바라는가 Essay

선거의 계절이다.
올해는 우환으로 조용하기는 하지만 여전히 너도나도 정치를 하겠다며 후보로 나섰다.
작게는 몇 억에서 크게는 몇 백억을 써가며 감투를 쓰려고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정치(政治)' 의 유래를 찾는 것은 무모하다.
서로의 의견을 조율하고 군중의 대표로 목소리를 내는 것은 인간의 역사와 함께 했으며 형태만 바뀌었을 뿐이다.

정치를 이야기 할 때 흔히 인용하는 고사성어가 있다.
세이공청(洗耳恭聽). 또는 영천세이(潁川洗耳).
'귀를 씻고 공손하게 듣는다'는 말로 중국 진(晉)나라의 황보밀(皇甫謐)이 학덕이 높으나 벼슬을 하지 않고 숨어사는 이야기를 다룬 '고사전'에 나오는 다음 이야기에서 유래하였다.

요 임금은 어질고 덕이 있다는 소문을 듣고 허유(許由)를 찾아가 왕위를 물려주려고 하였으나 허유는 기산으로 숨는다.
요 임금의 요구가 계속되자 허유는 강물에 뛰어 들어 못 들을 말을 들었다며 귀를 씻는데, 이 때 그의 친구 소부(巢父)가 말(혹은 송아지)에게 물을 먹이려고 왔다가 허유를 발견하고 그에게 왜 귀를 씻고 있는지 묻는다.
허유에게 자초지종을 전해 들은 친구는 한술 더 떠서 그런 더러운 귀를 씻은 물을 먹일 수 없다며 말을 이끌고 강의 상류로 올라갔다고 한다.

중국 전설상의 시대인 요순시대는 중국 역사상 가장 '태평성대' 하였다고 알려지고 있다.
'요순시대'는 요임금과 순임금이 다스리던 시대로 지금과 같은 형태의 국가가 아니라 부족국가 시대이고, 우리나라의 단군시조와 비슷한 시기이다.
당시 '임금'이 되는 방법은 지금과 달리 부족 내에서 가장 도덕을 갖춘 사람을 추대하여 임금이 되는 선양(禪讓)이라는 방법으로 왕위가 계승 되었다.
선양(禪讓)은 임금이 살아 있을 때 왕위를 넘겨준다는 뜻으로 부족 내에서 존경받는 사람을 뽑아 왕위를 넘겨주는 것이었다.
훗날 혈연에 의해 왕위가 세습되는 방식으로 변질되면서 왕이 죽지 않은 상태로 아들에게 왕위를 넘겨주는 것은 '선양'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요 임금은 청렴하고 공명정대하게 나라를 다스려 백성들의 삶은 풍요롭고 여유로웠다고 한다.
요임금의 말년에 대한 논란이 있는 듯하다, 혹자는 그 다음 임금인 순 임금에게 넘겨주었다고 하고 혹자는 요임금이 말년에 자신의 아들에게 왕위를 세습하려다가 반대에 부딪혀 결국 추방되었고 그 자리에 순임금이 오르게 되었다고 한다.
공명정대했고 사람들이 정치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을 것 같은 그 시대에도 지금과 다름없이 권력에 대한 욕심은 그대로였던 것이다.
'선양(禪讓)'이라는 제도 덕분에 권력을 탐하는 것이 견제되었다고 볼 수 있다.
'국가'라는 틀이 갖춰지기 전인 부족국가 시대였고, 인구수가 적었기 때문에 지금처럼 인구수도 많고 복잡한 시대의 정치와 단순 비교를 할 수는 없지만, 권력을 견제하고 공명정대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는 인류 역사에 이미 있었고, 우리는 역사를 통해 배우지 못하고 잘못을 반복하고 있을 뿐이다.

태평성대 했던 요순시대가 지나고 중국은 혼란에 휩싸인다.
부족국가가 커져 강력한 국가로 발전하기 시작하면서 커다란 중국 대륙에서 패권을 잡기 위해 전쟁과 연합이 횡행하는 춘추전국시대가 온 것이다.
국가 간의 이해관계가 복잡해지자, 복잡한 정세를 파악하고 상황에 맞게 대처하는 것이 중요해진다.
힘이 약한 작은 나라는 가장 강한 나라에 정복당하지 않기 위해 좀 더 큰 나라나 자기와 비슷한 규모의 작은 나라들과 연합을 한다.
하지만 정세가 바뀌면 이런 저런 명분을 만들어 다른 나라와 손을 잡는다.
횡포를 부리려는 강한 나라를 견제하기 위해 협상을 하고 주변 나라들과 손을 잡는 것은 미국과 러시아, 중국, 일본 등의 큰 나라들 사이에 끼어 있는 한국의 정세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이 때 왕의 곁에서 정치적 조언을 하던 사람들이 책사(策士)다.
이들은 무장들과 달리 공부를 많이 한 지식인들로 왕에게 정책이나 전략에 대해 자문을 하는 모사(謀士)꾼들이었다.
책사의 전략에 의해 나라의 방향이 결정되고, 전쟁을 하거나 협상을 하게 되었던 것이다.
우리에게도 잘 알려져 있는 '삼국지(三國志)'에 등장하는 인물로는 유비의 곁에 있었던 제갈량과 유방의 곁에 있던 장량 등이 책사에 속한다.
재미있는 점은 이때의 '책사'들은 공부를 많이 한 지식인들 이었는데, 지식인들에게 '정치'는 더러운 것이라 핀잔을 받으면서도 부와 명예를 거머쥘 수 있는 출세의 길이었다.
출세하기 위해 각 지방에서 올라 온 책사들이 왕을 찾아가는 일도 많았고, 심지어 적국의 책사를 끌어 들이려 노력한 왕도 있고, 자신의 안위와 영달을 위해 적국의 책사가 되는 일도 빈번했다.
책사들이 했던 역할을 지금의 정치인들의 역할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겠다.
그렇다. 역사적으로 볼 때 '정치(政治)'는 부와 명예를 가질 수 있는 출세의 길이다.
하지만, 모든 책사(지금의 정치인)가 부와 명예를 쥐기 위해 정치를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자신의 뜻을 세상에 인정을 받아 그 뜻을 펼쳐 보기 위한 무대이기도 하고, 자신의 뜻에 반대되는 세력을 적극적으로 나서서 막기 위해 정치를 하기도 할 것이다.
어떤 이는 돈이 넘치도록 많아서 명예로운 직함을 가져보기 위해 정치를 하기도 할 것이고, 어떤 이는 매우 탐욕스러워서 돈과 명예를 모두 얻을 수 있는 자리를 최대의 목표로 삼을 것이며, 또 어떤 이는 오로지 돈에 눈이 멀어 정치를 할 것이다.

정치인들이 자신의 돈을 써가며 의회, 국회, 행정부에 들어가려고 하는 이유는 바로 그들이 얻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결정으로 많이 것이 바뀔 수 있게 되는 힘을 가지게 되고, 사람들은 그 힘에 눌리거나 혜택을 누리기 위해 스스로 종노릇을 한다.
정치 자금을 받고, 비자금을 조성하고, 내부 정보를 이용해 돈을 번다.
임기가 끝난 뒤에도 관공서나 국가 기관과 밀접한 사기업의 장으로 들어간다.
'내가 국회의원 출신이야', '○○장관 출신이야' 라며 위세를 떨기도 한다.
화려했던 과거 직함을 이용해 로비스타가 되고, 인맥과 정치적 입김을 이용해 거액의 자문료를 챙긴다.
거액을 들여서라도 감투를 쓰려는 이유는 그 만큼 얻는 것이 많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감투는 세상을 발아래 두고 사람들을 강압하거나 혹은 사람들 스스로 종노릇을 하도록 권세를 가지는 자리이고, 멋진 직함을 새기는 자리이고, 큰돈을 벌 기회를 얻는 비즈니스의 현장이다.

요순시대로 거슬러 올라가서.
허유는 왜 요 임금의 제안을 거절했을까.
정치(政治)를 하게 되면 기득권자들이 서로의 이익을 챙기려는 시도를 견제하기 위해 논쟁을 벌여야 하고, 파렴치한 사람들에 맞서 머리싸움을 벌여야 하기 때문이다.
스스로 청렴하고 공명정대한 사람이 파렴치한들을 막기 위해 소모적 논쟁을 벌이는 일을 좋아할 리 없다.
허유에게 있어 벼슬은 자신의 이익을 챙길 기회가 아니라 나라가 공명정대하게 돌아가도록 봉사해야 하는 자리인 셈이다.

나라가 바로 서려면 정치인이 바로 서야 한다.
스스로 청렴하고 공명정대해야 국민의 존경을 받는 것이다.
정책을 결정하고 뜻을 외침에 있어 사리사욕과 정치적 당략에 의해 움직이는 정치인은 절대로 존경 받을 수 없다.
정치인(政治人)이란 원래 탐욕적이고 권세를 휘두르는 자가 아니라 이 시대에 제대로 된 정치인이 없는 것이다.


참고링크:
세이공청(洗耳恭聽)
요임금과 순임금 이야기 [堯舜禪讓]
태평성세 요순(堯舜)시대
요임금의 국가는?
선양 [禪讓]
책사 [策士]
초한지의 인물들(2)
삼국지 [三國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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