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채널 tvN 에서 2014.01.24~2014.04.05 까지 21부작으로 방영된 로맨틱 코미디.
예쁘고 아기자기하게 잘 만들었다.
예쁘고 멋진 배우들이 많이 출연하고, 화면 구도와 세트, 촬영장소 선택도 좋았고, 전체적으로 부드럽고 예쁜 이미지의 드라마.
이혼 남녀가 우연하게 응급실 인턴으로 다시 만나게 되고, 아웅다웅하는 가운데 사랑이 다시 싹트고, 멋진 응급실 치프와 미국에서 교환근무로 온 예쁜 여의사, 신세대 인턴들, 심지어 간호사 까지 모두 예쁘다.
전체적인 프레임은 '의학드라마 + 코믹로맨스' 인데, 드라마 중반 까지는 주인공인 오진희(송지효)와 오창민(최진혁)의 다툼이나 오창민의 엄마인 박준금 여사(윤성숙)의 갈등이 주요 이야기로 하는 가운데 '진정한 의사란 어떤 사람인가' 에 대한 고민이 녹아들어 있다.
오창민을 좋아하게 된 콧대 높은 한아름(클라라) 및 임용규(윤종훈) 등의 사각 오각 관계도 극의 흐름을 예측하기 어렵게 이야기를 만들어 내고 있다.
하지만, 중반 이후 주변 인물들인 국천수(이필모), 심지혜(최여진) 등과의 복잡한 관계로 번지면서 이야기의 중심이 로맨스 쪽으로 급격히 치우치게 되어 의학드라마로써의 주제는 희석되고 말았다.
오진희와 오창민의 관계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었고 그렇게 광고가 되었기 때문에, 이야기가 막장으로 흘러가지 않는 이상은 두 사람이 관계를 회복하고 행복해진다는 이야기로 흘러갈 것이 대충 짐작은 되었다.
응급실 치프 국천수가 두 사람 사이에 중요한 갈림길로 들어서는가 싶었지만, 의외로 국천수의 역할이 큰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과연 두 사람이 재결합 하는가, 아니면 국천수와 오진희가 연결 되는가' 하는 삼각관계가 시청자들에게 큰 관심의 대상이 되었을 텐데, 그 부분을 조금 더 효과적으로 연출해내지는 못한 것 같아 아쉽다.
이들의 삼각 사각 관계를 좀더 치열하게 다루려면 21부작으로는 부족했을까 싶기는 하다.
40~50부작 쯤 되었다면 관계를 조금 더 복잡하게 묘사할 수도 있었겠다 싶기는 한데, 그래도 국천수의 역할이 기대보다는 많이 약했다.
결국, 드라마 시작 전에 예상한대로 이야기는 막장으로 흘러가지도 않고 예쁘고 아기자기한 선에서 마무리가 되었다.
응급실 치프 '국천수'는 흔하지 않게 '진정한 의사' 포스를 강하게 풍기는 사람이다.
'악마' 라고 불리는 깐깐한 성격이지만, 환자를 대하는 태도만큼은 존경스러운 인물.
오진희가 국천수를 생각하는 마음은 '사랑' 이라기보다는 '존경' 에 가깝다.
오진희 역시 평소 매우 덜렁대는 성격이지만, 환자를 아끼는 마음은 국천수 조차도 놀랄 정도.
국천수 만큼이나 유능하고 똑똑하지만 '의사' 라는 직업을 '그럴듯한 직업' 정도로 여기는 오창민이 오진희를 다시 사랑하게 되면서 점점 '진정한 의사'로 거듭나게 되는 이야기 또한 겉으로 확연히 드러나지는 않지만 관심 있게 볼 만한 시청 포인트다.
중반 이후 '의사란 어떤 사람이어야 하는 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많이 희석되었지만, 이 드라마에서 큰 축을 담당하는 스토리는 역시 그 부분이기 때문이다.
소꿉장난 같다.
의학드라마를 표방하고 있고 꽤 아기자기 하게 잘 그려냈지만, 깊이감은 약하고 그냥 흉내 내는 것 같은 느낌이 많이 들었다.
특히, 노란 염색머리 오창민이나 빨간 염색머리 오진희의 외모, 파티복 차림의 한아름(클라라) 등등 아무리 신세대라고 하기는 해도 '의사' 라는 직업의 진지함에서는 많이 벗어나 있다.
오진희 역의 송지효는 최근 몇 년 사이 '런닝맨' 의 출연으로 많이 알려졌는데, 캐릭터로 굳어져 버려서 그저 귀엽고 털털한 느낌이 강하다.
발음이 약간 어눌한데다가 귀여운 느낌이 강해서 '의사' 라는 배역에 대한 깊이감은 약했다.
하지만, 어딜 가나 다 그 직업과 직위에 '어울리는 사람'이라는 것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저 그 사람들이 그 위치에서 그 일을 하고 있을 뿐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송지효가 연기한 오진희라는 인물도 있을 법 하겠구나 하고 넘어가자.
최진혁은 2013년 드라마 '구가의 서'에서 크게 주목을 받았다고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연기를 본 적이 없는지라 이번 드라마에서의 연기를 기대 반 걱정 반으로 보았다.
기대보다 훨씬 매력적이고 연기도 좋았다.
앞으로 드라마 주연급 연기자로 잘 성공할 수 있을 것 같다.
오랜만에 이필모와 최여진을 드라마에서 보게 되었는데, 정극 연기에 더 익숙한 두 사람이 코믹 연기 쪽의 최진혁이나 송지효와는 살짝 이질감이 있는듯 하면서도 그럭저럭 무리 없이 어울렸다.
'이필모' 의 '먼산 보기' 연기 버릇은 매력이기도 하지만 간혹 어색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
의학드라마로써의 깊이감은 약했고, 삼각관계의 끝도 예상에서 벗어나지 않았으며, 박준금 여사의 광기가 지나치지 않고 적당하게 갈등을 조장하며 이야기를 재미있게 잘 이끌어 냈다.
강렬하지는 않았지만 아기자기 하고 예쁘게 잘 만든 가벼운 로맨틱 코미디물.
덧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