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피치가 잘 맞지 않아서 녹음 할 때마다 고민이 많다.
개방 현으로 튜닝을 맞추면 12프렛 위쪽에서는 피치가 높다.
때문에 녹음할 때 마다 12프렛 이하의 프레이즈를 연주할 때는 개방 현에 튜닝을 맞추고, 12프렛 위쪽의 프레이즈를 연주할 때는 다시 개방 현 튜닝은 무시하고 청음에 의존해서 튜닝을 변칙으로 맞춰서 연주를 했다.
하지만, 기타 연주가 대체로 12프렛 근처인 7프렛~15프렛에서 많이 행해지기 때문에 프렛을 사용하는 폭이 넓은 프레이즈를 연주할 경우에는 한 연주 안에서도 피치가 나가는 음이 생기는 문제가 있다.
직접 녹음을 하기 때문에 프렛 사용이 넓은 프레이즈의 경우에는 구간을 끊어서 따로 녹음 하기도 하지만, 매번 이렇게 피치 때문에 신경 써야 하고 녹음 시간도 오래 걸리는 것은 스트레스가 많다.
12프렛 기준으로 위아래의 피치를 맞추는 것은 브리지(bridge)에 나사로 고정되어 있는 새들을 움직여서 맞출 수 있는데, 12프렛 기준으로 그 위쪽의 음이 피치가 높으면 새들을 더 뒤쪽(오른쪽)으로 빼면 되지만, 새들을 이미 브리지 뒤쪽까지 바짝 붙였는데도 여전히 피치가 높아서 더 이상 피치를 조절할 수 없는 상태.
12프렛 기준으로 위아래 프렛의 피치가 맞지 않는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첫째로는 기타 가운데 부분이 휘면서 아래쪽으로 꺼지기 때문으로 보이며, 넥의 미세한 좌우 뒤틀림이 문제일 수도 있다.
그 외에 통상적으로는 기타 줄을 오래 사용할 경우 기타 줄이 부분적으로 녹이 슬어 얇아지면서 울림이 일정하지 않기 때문일 것으로 추측된다.
주로 12프렛 위치쯤에서 연주를 많이 하게 되는데, 기타 줄의 가운데 부분이 많이 닳게 되고, 연주 습관에 따라서 손이 많이 지나다니는 부분의 기타 줄이 얇아지고 닦으면서도 얇아지기 때문에 기타 줄의 부분별 울림이 고르지 않아 튜닝이 잘 맞지 않게 되는 것이라 여겨진다.
따라서 일단은 기타 줄을 새 것으로 교체하는 것이 가장 손쉬운 방법이자 우선해야 할 방법이다.
기타줄 클리너(Fast Fret)로 지속적으로 닦아줬더니 상태가 좋은데다가 기타 줄이 꽤 비싸기 때문에 자주 교체하게 되면 비용 부담이 생기기 마련이다.
원래 펜더 기타 N 시리즈(90년대 모델)는 올드 모델의 빈티지 타입 새들과는 달리 평평한 형태의 새들을 사용한다.
그리고 브리지에 고정시키는 나사 안쪽에 스프링이 끼워져 있는데, 새들을 뒤쪽으로 바짝 붙여보면 스프링이 바짝 모여도 약간의 공간을 차지한다.
임시방편으로 스프링을 빼버리고 브리지 쪽으로 더 바짝 붙였으나, 여전히 피치를 맞추려면 뒤로 더 가야하는 상황.
피치를 맞추기 위해 새들을 더 뒤로 뺄 방법이 없나 생각을 해보았으나 별다른 방법을 찾지 못하다가, 다른 일 때문에 쇠톱을 사야겠다고 생각하던 중 쇠톱으로 새들 뒤쪽을 잘라볼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하지만, 새들 합금 자체가 꽤 단단하고 새들이 작아서 고르게 자르기는 힘들 것 같아서 다른 방법을 떠올렸다.
숫돌로 가는 것이다.
줄로 가는 방법도 있겠지만, 줄이 의외로 약해서 이런 작업을 하면 줄이 망가질 가능성이 높다.
새들을 고정할 도구가 없어서 정밀한 작업도 힘들다.
새들을 자르거나 갈아서 뒤로 더 이동할 수 있도록 했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은 없지만, 가능할 것 같아서 생각난 김에 작업을 해봤다.

새들이 브리지 뒷면에 바짝 붙었지만, 여전히 뒤로 더 빠져야 피치를 정확히 맞출 수 있는 상황.

2번줄을 개방현으로 튜닝을 맞춘다. 정확히 시(B) 음에 맞추고.

2번줄 12프렛을 누르고 튕겨보면 피치가 약간 더 높게 나온다.
따라서 2번 줄을 고정하고 있는 새들(Saddle)을 오른쪽으로 더 이동시켜야 한다.
하지만, 새들이 이미 오른쪽 끝까지 갔기 때문에 더 이상 조절이 불가능하다.
새들을 이용해서 피치를 맞추는 원리를 간단히 정리하면.
기타는 12프렛을 기준으로 개방 현에서 한 옥타브 높은 똑같은 음역대가 다시 시작된다.
따라서 12프렛을 기준으로 개방 현과 12프렛을 누른 상태의 튜닝이 일치해야 한다.
줄감개를 감거나 풀면 줄 자체의 튜닝이 바뀌기 때문에, 일단 개방 현으로 튜닝을 맞춘 다음에 12프렛 위쪽은 새들을 움직여서 피치(튜닝)를 맞추는 것이다.
튜닝기에서 음이 좌우로 움직일 때 새들을 어느 쪽으로 움직여야 할까.
쉽게 생각하는 방법은 12프렛을 누른 상태에서의 음이 좌로 쏠리면 새들을 풀어서 왼쪽으로 이동하고, 음이 우로 쏠리면 새들을 감아서 오른쪽으로 이동시키면 된다.
원리를 설명하자면,
새들을 왼쪽으로 이동시키면 손가락으로 누르고 있는 프렛과 새들까지의 거리가 짧아져서 더 높은 음이 나게 되고, 새들을 오른쪽으로 이동시키면 프렛과 새들까지의 거리가 길어지면서 느슨해져 더 낮은 음이 나게 된다.
피아노의 고음을 내는 스트링이 짧고 저음을 내는 스트링이 긴 것과 같은 원리다.

새들을 풀기 전에 번호를 적어둔다.


번호를 적어두지 않으면 나중에 어디에 있던 새들인지 몰라서 곤란해질 수 있다.

숫돌과 자와 검은색 유성 싸인펜.


가운데 홈 부분을 넘어가지 않으면 되기 때문에 바짝 갈아내도 되지만,
새들을 가는 것에 대한 정보를 들어본 적이 없는지라,
약간 여유 있게 갈아내기로 하고 1mm 길이로 선을 그었다.

현재 가장 피치가 안 맞는 새들인 2,3,6번 새들을 작업하기로 했다.

숫돌을 바닥에 놓고, 새들을 손으로 꽉 쥔 상태로 갈아낸다.
미리 그어 놓은 선에 평행하게 갈아지고 있는지 수시로 확인하며 갈아 내는데,
어차피 완전히 평평하지 않아도 크게 상관은 없지만,
브리지에 바짝 붙일 경우에는 갈아낸 면이 평평해야 하기 때문에 신경을 써서 작업을 한다.

평평하게 갈아지고 있는지 수시로 확인.
다 갈아내고 나면 모서리 부분을 부드럽게 다듬어 준다.

선을 그었던 1mm 정도를 갈아낸 새들과 원래 새들의 길이 비교.

1mm 가 얼마나 되겠나 싶었는데, 갈아내고 보니 꽤 차이가 난다.
이 정도 길이라면 미세한 피치 조절에 꽤 큰 도움이 된다.

2,3,6번 새들을 모두 갈았다.
이런 작업을 해본 적이 없어서 첫 번째 새들을 가는데 50분이 걸렸다.
요령이 생겨서 두 번째와 세 번째 새들을 가는데에는 30분씩 소요.
대략 2시간 동안 3개의 새들을 갈았다.
다른 새들도 갈아둘까 했다가 시간이 워낙 오래 걸려서 나중에 필요하면 더 작업하기로 하고 완료.
나란히 놓고 보니 길이 차이가 확실히 느껴진다.



브리지에 새들을 다시 장착한다.





기타 줄을 다시 끼우고.

일단 기타 줄을 조여서 대략 튜닝을 맞춘다.

일단 튜닝을 맞춘 상태에서 새들을 조이거나 풀면서 12프렛 위쪽의 피치를 세세하게 맞춘다.
기존에 녹음했던 곡 중에서 피치가 잘 안 맞게 들렸던 곳을 다시 연주해봤는데, 여전히 피치가 안 맞게 들렸다.
문제의 원인을 몇 가지로 분석해보자면.
1. 기타줄 자체의 울림이 고르지 않아서
2. 곡 자체가 원래 튜닝이 잘 안 맞게 들리는 곡이라서
3. 튜닝을 맞추는 방법이 틀려서
3가지 가능성이 모두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1시간이 넘도록 튜닝과 피치 맞추기를 해봤는데, 몇 가지 새롭게 알게 된 사실.
1. 어찌되었든 피치를 맞추는 것은 개방현의 음과 12프렛을 짚고 낸 음이 정확히 일치해야 한다는 것.
2. 이 상태에서 연주를 해봤을 때 튜닝이 맞지 않으면 줄감개를 이용해 임의로 튜닝을 맞추면 되는데, 이렇게 되면 12프렛 기준으로 그 아래의 프렛들을 눌렀을 때의 음이 높아지면 12프렛 위쪽의 프렛을 눌렀을 때의 음도 일정하게 같이 높아지기 때문에 전체적인 피치는 고르게 바뀔 수 있다는 점.
새들을 갈아내고 줄여서 피치를 맞추는 문제는 몇 개의 새들은 조금 더 갈았으면 좋겠다 싶지만 속이 후련하게 해결이 되었고, 실제 연주에서 피치가 약간 안 맞게 들리는 부분은 기타 줄을 새 줄로 교체해야 한다거나 혹은 그 외의 다른 문제로 보아야 할 것 같다.
아무튼, 펜더 기타에 장착되는 단순한 형태의 새들은 뒤 부분을 갈아내서 길이를 줄일 수 있다.
빈티지(올드타입) 새들의 경우에도 새들 뒤쪽을 갈아내는 데에는 별 무리가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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