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설국열차 (Snowpiercer, 2013)(봉준호, 크리스 에반스, 송강호, 고아성) Movie_Review


2013년 8월 1일에 개봉해 9,350,105명의 관객을 동원.
아이돌이 출연하지 않는 경우 국내 개봉 이후 성적을 기준으로 해외에 판매 된다고 하는데, 이 영화는 10분 정도의 트레일러 영상으로 제작비 4천만 달러(약 431억 원)의 절반인 2천만 달러를 선 판매 했다고 한다.
제작비로는 한국영화 중 가장 많고, 35mm 필름으로 찍었고, 헐리웃 시스템으로 제작했다고 한다.
최근 중국에서 개봉해 중국에서 개봉한 한국 영화중 첫 주 최고 기록을 세웠다.

국내 영화로는 아주 드물게 잘 만들어진 SF 영화다.
프랑스 만화 ‘설국열차(Le Transperceneige)’를 원작으로 제작 하였으며, 총 3권의 만화 중 1권(탈주자)에 해당하는 내용을 담고 있고, 많은 부분이 각색 되었다고 한다.
원작 만화에 대한 내용은 하단의 링크에서 참고할 수 있다.

미국 배우들이 주축이기는 하지만 한국, 미국, 영국, 중국, 일본 등 다양한 국적의 배우들이 출연하고 있어 좀 더 글로벌한 느낌이 잘 느껴진다.
유명한 헐리웃 배우들을 스카우트했고, 해외 스텝들도 참가하는 등 다국적 영화의 느낌이 있지만, 이 영화는 한국의 자본으로 한국의 제작진이 만든 한국영화다.

잘 만들었다. 작품성 좋고, 오락성도 무난하다.
생각할 것들을 많이 던져주는 웰 메이드 영화이기는 하지만 약간의 아쉬움이 있다.
볼거리도 풍성하고, CG의 완성도도 좋고, 배우들의 연기도 좋다.
이야기 전체의 흐름과 전개는 나무랄 데가 없지만, 각 이야기들의 강렬함이 약하다.
연기력 있는 강렬한 캐릭터의 배우들이 출연해서 그들의 등장만으로도 영화의 무게감은 확실히 있지만, 각각의 무게감이 하나로 잘 응집되지 않아 가슴을 파고드는 강렬함이 없다.
쇼킹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을 그냥 덤덤하게 읽는 것 같다.
엔딩도 다소 애매하다.
영화가 얘기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알겠는데, 그 메시지가 강렬하게 가슴에 와 닿지는 않는다.
그래도, 다국적 배우와 다국적 스텝이 공동 작업을 잘 해냈다는 점과 영화적 완성도가 무난한 수준으로 마무리 되었다는 점에서 충분히 박수를 쳐줄만 하다.
이런 경험을 시작으로 앞으로 더 좋은 영화제작 환경을 만들어가고 좋은 영화가 만들어지기를 기대해본다.


이하 스포일러 포함-------------------

영화 내용과 관련된 내용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다양한 열차 칸을 거쳐서 제일 앞 칸에 도착한다.
‘커티스(크리스 에반스)’가 17년 전에 처음 열차에 탑승했을 때, 한 달간 음식을 주지 않아서 사람들끼리 서로 잡아먹었다는 고백을 하는 부분과 열차의 주인인 ‘윌포드(에드 해리스)’가 사람 숫자를 조절하기 위해 커티스에게 빨간 쪽지를 지속적으로 전달하며 반란을 유도했다는 내용은 이 영화의 가장 쇼킹한 반전이다.
외국인들이 기억하는 강렬한 인상의 한국영화 ‘올드보이’처럼 이 영화의 마지막에 커티스의 입을 통해 듣게 되는 이야기는 충격적이다. 

요즘 개봉하는 영화들을 보면, 과거에 개봉한 영화들의 소재나 스토리와 유사한 점이 많이 발견 되는데, 이 영화는 그런 면에서는 꽤 신선했다.
하지만, 굳이 다른 영화를 떠올려 보자면 비슷한 영화들의 설정이나 스토리가 떠오른다.
‘커티스’와 꼬리 칸 사람들이 반란을 일으키고, 앞 칸의 진압부대가 도끼를 휘두르는 장면은 이상하게도 최민식 주연의 영화 ‘올드보이(2003)’에서 오대수가 깡패들과 결투를 벌이는 장면(망치 액션)을 연상시켰다. 별 연관성은 없다.
반란의 주동자인 ‘커티스’가 영웅화 되는 모습, 마침내 제일 앞 칸 엔진룸에 도착하자, 기차의 주인인 ‘윌포드’가 ‘커티스’에게 자신의 자리를 대신 맡아 달라고 하는 부분 등은 영화 ‘매트릭스(1999)’의 주인공 캐릭터인 ‘네오’를 연상시킨다.
영화 ‘매트릭스’에서 직접적으로 언급되지 않았고 ‘딱 그것이다’ 라고 단정 할 수는 없지만, ‘네오’ 역시 매트릭스 시스템에서 어느 정도 예견된 반란의 핵심인물이라는 점에서 꽤 비슷한 분위기로 느껴진다.

열차의 설계자인 ‘남궁민수(송강호)’는 ‘윌포드’를 제거하는 것 보다는 열차를 벗어나 외부로 나가는 것을 꿈꾼다.
만화 ‘설국열차’의 2권?3권 에서는 열차 외부로 나가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 영화가 반란을 주요 내용으로 담고 있는 1권을 위주로 만들어 졌기 때문에, 영화의 마지막에 ‘남궁민수’의 딸인 ‘요나(고아성)’가 흑인 꼬마 아이와 열차 밖으로 걸어 나가는 장면으로 끝이 나버린다.
후속편이 제작된다면 모를까, 그냥 이렇게 단편으로 끝나버리는 영화의 결말로서는 다소 임팩트가 약하고 애매한 결말이다.

혈투 끝에 앞 칸에 도착한 ‘커티스’.
‘윌포드’가 ‘커티스’에게 들려주는 ‘진실’은 참으로 충격적이다.
꼬리 칸 사람들의 식량인 ‘단백질 블록’(한국인에게는 익숙한 간식인 ‘양갱’과 똑같이 생겼다)이나 삶은 달걀 안에 든 빨간색 메모에 적힌 메시지가 매번 ‘커티스’에게 전달된다.
앞 칸의 누군가가 ‘커티스’에게 정보를 전해 주는 것이다.
사람들을 동요하고 기회를 엿보던 ‘커티스’는 반란을 일으킨다.
꼬리 칸 사람들의 처참한 생활, 앞 칸 사람들과의 삶의 형평성에 대한 불만, ‘윌포드’에 대한 분노.
그러나 모든 사건은 ‘윌포드’와 ‘길리엄’(존 허트)의 계획에 포함된 미리 짜여 진 각본일 뿐이다.
‘열차’'라는 인류 최후의 생존 공간, 폐쇄적 생태계.
자원과 공간은 한정되어 있고, 인구수가 늘어나면 인위적으로 인구수를 줄여야 한다.
‘반란’을 교묘히 유도하여 싸움이 일어나게 하고, 싸움으로 인해 많은 수의 사람이 죽게 되면 자연적으로 ‘인구조절’이 된다.
인위적 전쟁에 의한 ‘인구조절’ 이야기는, 실제로 현재 지구에서도 소수의 집단에 의해 자행되고 있다는 음모론이 있는 내용이다.

1년을 주기로 지구를 한 바퀴 도는 ‘설국열차’.
지구 온난화를 해결하기 위해 ‘CW7’ 라는 물질을 대기 중에 살포한 것이 문제가 되어 결국 지구 전체의 빙하기를 초래한다.
어려서 부터 기차를 좋아한 ‘윌포드’는 자급자족이 가능한 대형 열차를 만들고, 열차에 탑승한 소수의 사람들이 기차 안에서 추위를 피해 생존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자급자족을 할 수 있다고는 해도 ‘열차’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생산할 수 있는 자원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고, 제한된 자원으로 인해 소수의 사람들은 앞 칸에서 호화로운 생활을 하지만 꼬리 칸에 무임승차한 다수의 사람들은 인간 이하의 대접을 받는 불평등한 폐쇄사회가 된다.
홍수를 피하기 위해 탑승한 ‘노아의 방주’처럼, 추위를 피해 탑승한 열차는 인간 사회의 축소판이다.
소수의 기득권층은 인류 생존 위기의 극한 상황 속에서도 나이트클럽, 사우나, 호화음식을 즐기고, 꼬리 칸에서 생활하는 다수의 사람들은 곤충을 갈아 만든 단백질 블록으로 겨우 끼니를 해결한다.
‘인류’라는 종(種)이 가혹한 자연환경으로 부터 살아남기 위해 모인 최후의 장소.
‘윌포드’는 이 열차가 ‘인류’를 보존하기 위한 마지막 보루이며, 자원이 제한된 폐쇄적 공간에 사는 인류를 지키기 위해 주기적으로 반란이 일어나도록 부추겨서 인간의 숫자를 조절해야 한다고 한다.
그 다섯 번째 반란의 주인공으로 ‘커티스’를 낙점하고, 그에게 계속 쪽지를 보냈던 것이다.
‘커티스’는 자신이 ‘윌포드’와 ‘길리엄’의 계획에 의해 놀아났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는다.
‘윌포드’의 말에 일리가 있기 때문이고, 자신의 삶이 누군가에 의해 조종되었다는 것에 할 말을 잃는다.
반면, 열차 설계자인 ‘남궁민수(송강호)’는 매년 같은 다리 위를 지나 갈 때, 다리 아래의 비행기를 덮은 눈이 점점 녹고 있는 것을 목격하고, 인류가 열차 밖에서도 생존할 만큼 지구의 기온이 올라가고 있다고 믿는다.
마약 중독자인 척 가장하여 폭탄의 재료를 모으고, 열차 문을 부숴 밖으로 나가려고 계획한다.
과연 누구의 생각이 옳을까?
‘윌포드’의 생각처럼 영원히 열차 안에서 인류의 보존을 위해 서로 차별하고 살육하는 것이 맞을까?
아니면, ‘남궁민수’의 생각처럼, 열차 밖으로 나가 새로운 삶을 찾아야 하는 것일까?
결국, ‘커티스’는 ‘남궁민수’의 생각에 동조하여 열차 문을 폭파시킬 폭탄에 불을 붙일 수 있는 마지막 남은 성냥을 ‘요나’에게 건넨다.
‘요나’와 흑인 소년을 구하기 위해 ‘남궁민수’와 ‘커티스’는 그들을 감싸 안고, 폭탄이 터지면서 생긴 충격파 때문에 발생한 눈사태가 열차를 덮친다.
폭탄이 터져 파괴되어 사방으로 흩어진 기차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요나’(고아성)와 소년은 손을 잡고 눈밭으로 나선다.
둘 만 살아남은 것인지는 불명확 하지만, 폭파 이후 아무도 보여주지 않고 둘 만 보여준다.
만약, 만화 2권, 3권의 내용을 영화 후속편으로 만든다면 생존자들은 더 있을 것이다.

SF 영화 ‘캡틴 아메리카’ 시리즈에서 캡틴 아메리카 역으로 주목을 받은 훈남 ‘크리스 에반스’가 수염도 덥수룩하고 지저분하게 나와서 전혀 다른 사람처럼 보인다.
반듯하고 착한 이미지가 굳어져서 지저분하고 반항적인 캐릭터에는 다소 어울리지 않지만, 뭔가 2% 부족한 듯하면서도 제법 잘 어울렸다.
‘남궁민수’ 역의 ‘송강호’는 한국 영화에서 주연으로 나올 때처럼 강렬한 느낌을 주지는 못했다.
이 영화 홍보에서 가장 주목받은 배우는 인상적인 외모의 여배우 ‘틸다 스윈튼’이다.
위선적이고 권위적인 캐릭터인 ‘메이슨’ 역할을 맡아 뻐드렁니도 끼고 열연을 했는데, 그녀의 독특한 외모를 전혀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캐릭터에 잘 녹아들었다.
영화 개봉 전에 그녀의 캐릭터가 다소 과하게 이슈가 되었는데, 실제로 영화 속에서는 이슈가 된 만큼 비중이 높다고 하기에는 뭔가 좀 부족하다.
‘윌포드’ 역의 ‘에드 해리스’는 개인적으로 ‘로보캅(1987)’ 1편의 주인공인 ‘피터 웰러’와 비슷하다고 느껴 자꾸 착각을 하는 배우인데, 국내에 개봉한 유명 작품 중에는 ‘트루먼 쇼(1998)’, ‘폭력의 역사(2005)’ 같은 영화가 있다.
꼬리 칸의 나이 든 지도자 ‘길리엄’ 역의 ‘존 허트’ 는 ‘해리포터’ 시리즈의 ‘덤블도어’ 교수나 ‘반지의 제왕’ 시리즈의 ‘간달프’와 닮아서 헷갈리기도 하지만 전혀 다른 사람이다.
인자한 얼굴이 굉장히 친근하고 낯익다.
빼앗긴 아들(나중에 살아남은 흑인소년)을 되찾기 위해 모정의 힘으로 앞 칸으로 함께 진격하는 ‘타냐’ 역의 ‘옥타비아 스펜서’는 미국 영화에서는 조연으로 나름 유명한 배우라고 하는데 국내 관객들에게는 낯이 설다.
아이들을 가르치다가 꼬리 칸에서 넘어 온 이들에게 기관총을 난사하는 여교사 역을 연기한 ‘알리슨 필’의 모습도 굉장히 인상적이고, ‘윌포드’를 보좌하는 뚱뚱하고 괴상한 비서 ‘클로드’ 역을 연기한 ‘엠마 레비’의 모습도 인상적이다.
‘커티스’(크리스 에반스)가 살기 위해 사람들을 죽여 인육을 먹던 시절, 그가 먹으려던 아기를 ‘윌포드’가 자신의 팔을 잘라 대신 내어주었기 때문에 생명을 건진 아기 ‘에드가’(제이미 벨)는 훗날 성장해서 ‘커티스’의 오른팔이 된다.

각 캐릭터들이 가지고 있는 이야기, 그리고 그들이 각자의 상황에서 들려주는 이야기들이 그다지 강렬하게 와 닿지 않는다.
큰 틀에서의 이야기도 강한 인상을 남기지는 않는데, 관객들에게 디스토피아 적인 세계에 대한 진지한 고민거리를 던져주고 다양한 볼거리를 주기는 하지만, 긴장감과 강렬함이 부족해서 다소 민숭민숭한 느낌을 받았다.
‘커티스’가 처음 열차에 탑승해서 먹을 것이 없었을 때 사람을 죽이고 인육을 먹었다는 얘기를 하는 부분이 꽤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배우들의 연기가 좋았고, 특수효과도 좋았고, 크게 흠잡을 것 없이 무난한 스토리 전개도 좋았지만, ‘대단하다’라고 칭찬해줄 만한 강렬함은 부족했던 영화.
무난하지만 ‘명작’이라고 하기에는 약간 아쉬움이 있다.
하지만, 다국적 배우와 다국적 스텝들이 호흡을 맞추었고, 헐리웃의 제작 시스템을 도입했다는 점 등 국내에서는 보기 힘든 잘 만들어진 SF 영화여서 여러 가지 면에서 칭찬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영화.


관련 정보 링크:
설국열차 (네이버캐스트) - 설국열차, 장 마르크 로셰트·자크로브.뱅자맹르그랑
설국열차 (위키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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