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플랜맨 (The Plan Man, 2014)(정재영, 한지민) Movie_Review

1분 1초 까지 시간에 맞춰 모든 일에 계획적으로 움직이는 ‘플랜맨’.
결벽증과 강박증을 가진 한정석(정재영)과 그런 그의 청결함과는 정 반대되는 지저분하고 자유분방한 인디 밴드의 보컬 유소정(한지민)의 러브스토리.
두 사람의 러브스토리와 함께 한정석이 그런 강박증을 가지게 된 이야기가 적절히 조화를 이루어 꽤 괜찮은 영화로 만들어졌다.

정재영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배우 중 한 명이다.
수염을 조금 기르거나 혹은 안경을 벗고 정장을 입고 진지한 표정을 지으면 매우 진지한 정극배우가 되고, 키도 크고 덩치도 좋은 편이라서 산적 같이 보이다가도 이렇게 코믹한 연기도 아주 잘 어울리는 배우다.
특히, 남성스러운 외모와 달리 눈물 연기를 곧잘 하고, 가볍지만은 않은 유머와 가식이 없는 눈물로 페이소스를 유발하는 연기가 일품이다.

한정석이 왜 그런 성격을 가지게 되었는지에 대해 그의 어릴 적 이야기를 풀어내는 부분을 빼면, 전체적으로 다소 작위적인 스토리 진행이지만, 극의 후반에 공개되는 한정석의 어릴 적 벌어진 사건에 대한 이야기에 어느새 동화되어 연민의 눈물을 흘리게 만든다.
천재소년과 엄마가 사람들에게 비난을 받고, 엄마가 죽는 장면은 다시 봐도 마음이 먹먹하고 슬프다.
최소한 그 부분만으로도 이 영화의 임팩트는 강렬하고 인상 깊다.

예고편에서는 한정석과 유소정이 만나는 장면이 많이 소개되었기 때문에 몰랐는데, 원래 한정석이 좋아하는 여자는 한정석과 마찬가지로 결벽증이 있는 이지원(차예련)이다.
정재영과 차예련의 러브라인도 왠지 분위기 있고 괜찮을 것 같았는데, 차예련이 연기한 이지원은 영화 초반에 한정석의 결벽증과 동질감을 가지며 잠깐 주목을 받고 그 이후로는 거의 존재감이 없다.
왕년에 잘 나갔던 유명 MC 구상윤 역의 장광과 말하지 않아도 다 이해해줄 것 같은 넓은 이해심과 부드러운 마음씨를 가진 세탁소 아저씨 역의 주진모는 큰 역할을 하지는 않지만 몇 번의 등장만으로도 인상 깊게 남는 연기를 보여준다.
구상윤은 한정석의 어린 시절 기억을 들춰내는 매개체로써 나름 비중이 있고, 인상 깊은 악역을 많이 연기한 장광의 캐릭터 그대로 자신의 성공을 위해서 한정석을 이용해 먹으려는 듯 했지만, 이 영화가 전체적으로 밝은 로맨스 코미디 영화이기 때문인지 한정석을 더 이상 괴롭히지 않고 스스로 물러나는 모습이 
항상 쾌활하고 발랄하며 다소 헤퍼 보이고 지저분하고 자유분방한 유소정을 연기한 한지민은 서른이 넘은 나이에도 여전히 귀엽고 발랄한 배역이 잘 어울린다.
차예련 보다도 세살이 많지만 동안이고 어리게 보이기 때문인지 이 영화에서는 이지원(차예련)을 언니라고 부른다.
정재영의 큰 덩치 때문에 유독 더 작아 보이는데, 작고 어두운 카페에서 의자에 앉아 통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는 장면은 꽤 섹시하기 까지 하다.
연기력을 검증 받은 배우들, 중견 배우들의 묵직함 등등 배우들의 연기는 전체적으로 좋았지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정신과 의사 역의 김지영이다.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환자들을 상담하는 정신과 의사지만 자신 역시 조증이 있어 갑자기 화가 폭발하는 문제를 가지고 있는 의사인데, 서로 싸우는 환자들을 지켜보다가 갑자기 화를 내는 장면은 너무 어색했다.
화를 내는 장면이지만 너무 무거워서도 안 되고, 관객이 기분 나쁘지 않을 정도로 가볍게 진지하고 코믹해야 하는 연기였는데, 그런 복잡한 상황 때문인지 화내는 연기가 다소 작위적으로 보여서 굉장히 어색했다.
그렇게 애매한 상황을 어색하지 않게 연기할 수 있는 배우는 누가 있을까.
굳이 생각을 해보니 별로 없을 것 같기는 하다.
어린 정석을 연기한 아역배우 조용진의 연기도 참 좋았다.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정석과 소정이 건너편 아파트의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장면과 도서관 식구들이 한정석을 대하는 태도다.
일반적으로 봤을 때, 한정석은 괴상한 사람이다.
도서관 식구들은 그런 한정석을 그리 이상하다고 차별하지 않는다.
물론, 그의 강박적인 행동 때문에 괴팍하다고 여기기는 해도, 그를 평범한 동료처럼 여길 뿐 왕따를 시키거나 하지는 않는다.
특히, 남과장(박길수)이 한정석을 대하는 태도는 정말 좋다.
빈틈없이 일하는 한정석을 신임하면서도 한정석이 유소정으로 인해 변하기 시작하면서 지각도 하고, 조퇴도 하고, 사고도 치는 모습을 오히려 더 응원하는 모습이 참 너그럽게 보였다.
이 세상에 남과장 같은 사람은 얼마나 될까 싶다.


줄거리(스포일러)--------------------------
한정석(정재영)은 결벽증과 강박증을 가진 도서관 사서다.
모든 물건은 각이 잡혀 있어야 하고, 누군가와 손을 잡으면 세정제로 손을 세척하고 혹시나 누가 자신을 안기라도 하면 바로 세탁소로 달려가 세탁을 하는 결벽증을 가지고 있고, 손목시계에 알람을 맞춰 놓고, 항상 같은 시간에 정해진 일을 하는 빈틈없는 강박증 환자다.
이렇게 결벽증을 가진 남자는 연애를 하기가 쉽지 않은데, 그런 그가 좋아하는 여인이 있었으니, 편의점에서 일하는 이지원(차예련)이다.
그녀는 편의점 물건을 항상 반듯하게 정리하고, 머리털 하나 삐져나오지 않게 머리도 단정하고, 유리도 깨끗하게 닦는 청결하고 반듯한 여자다.
매일 아침 같은 시각에 삼각 김밥을 사며 그녀와 나눈 대화를 꼼꼼히 노트에 기록하고 있다.
마음의 준비가 되면 그녀에게 고백할 예정.
드디어 그녀에게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기 위해 같은 시각에 편의점에 들어서서 자신의 노트를 내밀고 고백을 하려는데, 지원이 아니라 웬 이상한 여자가 고개를 드는 것이 아닌가.
깜짝 놀라 정신없이 도망 친 정석은 저녁이 되어 노트를 되찾기 위해 편의점에 가는데, 그녀는 없고 편의점 주인아주머니가 일러준 대로 그녀가 일을 한다는 카페에 찾아간다.
정석의 노트를 읽은 소정(한지민)은 한정석의 행동에서 힌트를 얻어 ‘플랜맨’ 이라는 노래를 작곡해서 부르고 있다.
자신의 이야기로 노래를 만들어 부른 것이 화가 나서 노트를 되돌려 받고 화를 내며 되돌아 나오는데, 정석이 지원에게 고백하려고 했던 것을 안다며 자기와 친한 언니니까 소개를 시켜주겠다고 한다.
소정의 소개로 지원과 마주 앉은 정석.
그런데, 지원 역시 정석과 마찬가지로 결벽증과 강박증을 가지고 있고, 그런 자기 자신이 정말 싫어 정신병원에 다니고 있다며 자신과 같은 강박증을 가진 정석을 좋아할 수 없다고 한다.
이후, 정석은 지원에게 자신의 강박증을 고치려는 노력을 보여주기 위해 정신병원에 다니기 시작한다.
그리고, 첫 만남부터 계속 자신과 팀을 만들자고 조르는 소정의 부탁대로 같이 밴드를 결성하기로 한다.
그런데, 알고 보니 정석은 피아노를 아주 멋지게 칠 줄 안다.
소정이 잘 알지도 못하는 정석에게 팀을 만들자고 했던 이유는, 기존에 같이 활동하던 밴드에서 탈퇴하는 바람에 오디션에 나갈 멤버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연예 기획사 사장인 유부남 병수(최원영)를 꼬셨다는 소문으로 '미친년' 으로 불린다.
그녀의 말에 따르자면, 병수가 유부남이 아닌 척 했기 때문에 몰랐다고 하는데, 남들은 그녀가 연예인이 되기 위해 병수가 유부남인 줄 알면서도 유혹했다고 비난한다.
그녀는 오디션에서 1등을 하려는 것이 아니라 오디션 심사위원인 병수 앞에서 둘의 관계를 소재로 만든 노래를 부르기 위해서라고 하는데, 노래를 들은 병수는 화를 내며 불합격을 주지만 다른 심사위원들은 그녀의 노래가 신선하고 좋다고 합격을 준다.
그녀의 곁에서 그녀의 슬픔을 함께 느끼면서 정석은 지원이 아니라 소정에게 사랑의 감정이 생기기 시작한다.
둘이 노래를 부르는 장면에 TV에 나오자, 지방행사 MC 를 하며 떠돌던 왕년의 유명한 MC 인 구상윤(장광)은 정석이 어릴 적에 천재소년으로 불리던 사람인 것을 알게 된다.
정석을 시작으로 다시 자신이 MC 를 맡는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구상윤.
두 번째 오디션에 참가한 정석은 병수가 노골적으로 소정을 비난하자 병수의 멱살을 잡게 되고, 상윤과 PD 는 정석이 어릴 적 아이큐 220에 피아노도 잘 치고 기억력이 매우 뛰어난 천재소년으로 불릴 때 방송에 출연했던 장면과 함께 병수와 싸우는 장면 등을 편집해서 그에 대한 방송을 내보낸다.
정석이 일하던 도서관에는 기자들이 들이 닥쳐 정석의 행방을 묻는다.
정신과 환우들의 발표회(변화된 모습을 사람들 앞에 보이는 행사)에 참석한 정석은 자신이 어릴 때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연기하며 운다.(마치 연극처럼, 어릴 때의 이야기와 현재가 오버랩 되며 발표회장에 정석의 엄마가 등장하고 정석은 어릴 때의 모습으로 되돌아간다.)
외국 취재진들 까지 온 생방송 스튜디오에서, 그 방송이 끝나면 혼자 미국으로 가서 공부하게 될 거라는 엄마의 말에 정석은 혼자 미국으로 가는 것이 싫어 일부러 문제를 틀린다.
사람들은 정석과 그 어머니가 사기를 쳤다며 비난하고, 계단을 뛰어 내려가는 정석을 쫓아가던 엄마가 그만 발을 헛디뎌 난간에서 떨어져 죽고 만다.
어린 소년의 눈앞에서 죽은 엄마의 모습이 아이에게 얼마나 충격이었을까.
'옷에 뭐 안 묻히고 더러운 것도 안 만지고 책상 정리도 잘 할게요' 라며 엄마가 평소에 가르쳤던 대로 살아야 한다는 마음 때문에 결벽증과 강박증이 생긴 것이다.
어릴 적의 사건을 재연한 부분과 정석이 이 말을 하며 우는 장면이 정말 슬프다.
정석이 그 곳에 나타날 것이라고 생각해서, 정석의 모습을 몰래 담기 위해 캠코더를 가져 온 구상윤은 더 이상 정석을 괴롭히지 않기로 하고 떠난다.
정석을 보러 온 소정(원래는 지원을 초대하려 했는데, 지원은 정석이 이미 소정에게 마음이 끌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스스로 물러난다)과 밖으로 나온 정석은 수줍게 소정에게 고백을 하고, 소정은 정석에게 기습키스를 한다.
이후, 정석과 소정은 소정이 평소 연주하던 카페에서 정신과에 함께 다니던 사람들 및 도서관 사람들 앞에서 ‘플랜맨’을 연주하며 영화는 끝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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