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주제에서도 언급했듯이, ‘가짜’가 많아지고 보편화 되면 ‘진짜’ 와 ‘가짜’가 혼동된다.
현대 사회에서 우리가 보고 느끼는 ‘섹시(sexy)’에 대한 이미지는 원론적이고 고전적인 이미지와는 다르다.
스물을 갓 넘긴 아이돌 걸 그룹이 짧은 치마를 입고 나와 엉덩이를 흔들며 노래를 하는 모습은 점점 익숙해지고 당연하게 느껴진다.
그런 행위가 ‘sexy’한 것이 맞다.
미성년의 여학생들은 선망의 대상이 입는 옷을 흉내 내고, 말이나 행동을 모방하며 그들과 일치 되는 환상에 빠진다.
알고 그러는 경우도 있고 모르고 그러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다수의 걸 그룹은 그들이 입는 의상이나 섹시한 춤의 의미를 모른다.
다수의 아이들은 그저 걸 그룹의 춤이나 옷이 멋져서 따라하고 싶을 뿐이다.
심지어 성년이 안 된 걸 그룹 멤버가 섹시한 옷을 입고 섹시한 춤을 추고, 중고등학교 여학생들은 그것을 따라한다.
‘sexy’는 ‘sex’에서 파생된 말로, ‘성적 매력이 있는’, ‘성욕을 자극하는’, ‘성적으로 흥분한’ 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원론적으로 남녀의 성적 욕망과 성행위에 관계된 말이다.
직접적으로 얘기하자면, ‘섹스하고 싶도록 매력 있는’의 뜻으로 ‘sexy’는 그것 자체가 독자적인 의미나 이미지를 갖기 보다는 필연적으로 ‘sex’로 귀결되는 파생어다.
그런데, 상업화된 사회에서는 이것을 ‘sex’ 와 분리해서 별도의 것으로 포장하고 이용한다.
의상에서 보자면.
골반 근처 까지 거의 드러난 짧은 치마나 핫팬츠는 음부에 대한 시선을 집중 시키고, 등이 훤히 드러난 뒤트임 상의나 쇄골이 드러나는 튜브톱은 젖가슴에 시선을 집중 시키게 한다.
길고 매끈한 허벅지, 배꼽티 역시 음부에 대한 집중 효과가 있다.
각 요소들은 그것 자체로 페티시의 대상이 되기도 하지만, 대체로 중요 부위인 음부와 가슴에 대한 상상력을 자극한다.
그런데, 그것을 ‘성(性)적으로 보지 말라’고 요구한다.
성적인 요소로 장사를 하면서, 성적으로 보지 말라는 뻔뻔한 거짓말.
성의 상업화 문화가 만연한 사회에서, 성(性) 상업화 콘텐츠가 성범죄를 유발하는지에 대한 인과관계는 모르겠지만, ‘섹시(sexy)’를 상업화한 콘텐츠가 성욕을 자극하고 성(性)을 탐닉하도록 유도하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런데, 그게 그게 아니라고 하면.
발기는 되는데 사정은 하면 안 되는 고자를 강요하는 궤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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