혀로 즐기는 찰나의 기쁨 Essay

먹는 즐거움.
인간의 기본 욕구 중에서도 우열을 가리기 힘든 그 것.
음식을 눈으로 보고, 코로 냄새 맡고, 입 안에 넣어 오물거리고, 그것을 삼켜 만족감을 얻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얼마나 맛있게 음식을 먹었는지, 얼마나 맛있는 음식을 먹었는지,
음식을 먹어서 얼마나 행복한지를 머릿속으로 되 뇌이며 또 다시 만족한다.

음식을 즐기는 기쁨은 여러 신체 기관에서 오지만,
특히 신 맛, 짠 맛, 단 맛, 쓴 맛 등의 다양한 감각을 느끼는 혀는 음식을 먹는 기쁨의 중추다.
음식을 입 안에 넣으면, 혀는 음식을 좌우 어금니로 보내 잘 씹을 수 있게 보조해 준다.
그 이전에 음식이 입 안에 들어오면, 그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음식인지, 먹을 만한 음식인지 감별한다.
보통은 단 맛을 가장 좋아하지만,
학습을 통해 짠 맛이 나는 소금도 가끔씩 먹어야 하며, 비타민이 풍부한 신 맛 과일도 먹어야 하고,
쓰지만 몸에 좋은 풀과 각종 식재료도 먹기를 용인한다.

음식은 '즐기는 것'인 동시에 생존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생존을 위해 먹을 수 있는 것을 본능적으로 감별해 낼 목적이었거나
혹은 학습을 통해 먹을 수 있는 음식을 구분해서 기억하기 위해 혀는 갖가지 맛을 느낄 수 있게 되었을 것이다.

삶이 풍요로워지면서 그것을 더욱 강렬하게 느끼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 의해 음식문화가 발달한다.
음식 재배지와의 거리가 멀어지고, 음식의 양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실제의 그 음식이 아닌 오직 그 음식 맛을 내는 가짜 음식들이 만들어진다.
생존을 위해 기능을 하던 혀를 속이기 위해 오로지 즐기는 기쁨만을 충족시키는 가짜 음식들.

혀로 즐기는 찰나의 기쁨.
산에서 뜯어 온 풀에 직접 담근 발효 장으로 양념해서 비용이 거의 들지 않은 자연식.
고급스러운 인테리어의 식당에서 최고등급의 고기에 중세 귀족처럼 대접 받는 한 끼니 당 몇 십만 원 짜리의 식사.
몇 원이든 몇 십만 원이든,
그 음식이 입 안에서 오물거려지며 주는 기쁨은 찰나의 순간이다.

매 식사 때가 되면,
나는 생존을 위해 먹는가, 맛있는 음식을 먹어야 하는가, 최소한 맛있게 먹기 위해 무언가 더 노력을 해야 하는가,
맛있는 음식을 먹기 위해 돈을 열심히 벌어야 하는가, 단지 생존을 위한 기능만으로 맛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가.
갖가지 생각을 한다.
선택하고 누릴 수 없기 때문에 오는 냉소인가.

맛있는 음식이 주는 기쁨은 인간이 누릴 수 있는 최고의 기쁨 중 하나다.
인간이 생을 살면서 느낄 수 있는 기쁨이란 것이 그다지 많지도 않다.
지금의 나에게 직접적이고 빠르게 기쁨을 주는 가장 손쉽고 효과적인 방법이다.
안타깝게도 그 기쁨은 혀에 스쳐가는 찰나의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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