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에도 '작가'가 있다는 얘기를 처음 들었을 때에는 참 생소했다.
'TV프로그램을 만드는데 왜 작가가 필요하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방송에는 '작가' 라는 호칭이 많이 언급되고, 작가가 직접 출연하는 경우도 많아서 낯설지가 않지만, 불과 십 년 전만 해도 '방송 작가'라는 직업은 생소했다.
방송에서 '작가'는 과연 무슨 역할을 할까?
직접 방송현장을 경험해 보지는 않았으니 확신을 할 수는 없지만, 방송 대본을 쓰고 출연자들에게 순간순간 코치를 하며 전체적인 이야기의 흐름을 이끌어 나가는 것이다.
방송작가라는 직업이 보편화되기 전에는 아마도 감독(PD)이 그 역할까지 모두 했을 것이다.
방송 시장이 확대되면서 작가, PD, FD, 방송인, 보조 출연자, 코디, 매니저 등등의 직업군이 전문화 되고 많이 양산된 것으로 보여 진다.
작가는 방송을 보는 사람이 재미를 느끼도록 극적이고 자극적으로 이야기를 끌어낸다.
연예인들이 자신의 일상에 대해, 힘들었던 과거에 대해, 유명한 누군가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에도 이야기의 요소를 가감하고 자극적인 부분을 두각 시킨다.
간혹, 상황을 짜고 연기를 시키기도 한다.
오래전에 일산의 한 오피스텔에 살 때 방송과 관련한 재미있는 사례가 있었다.
내가 아는 분이 비교적 작은 평수의 원룸에서 생활을 했는데, 당시 몇몇 연예인들과 친분이 있었던지 어느 날 촬영을 위해 집을 잠깐 빌려 달라고 했다고 한다.
어떤 연예인이 자신의 힘든 생활에 대해 토로하는 촬영 내용이었던 모양인데, 그 연예인이 그 원룸 수준보다 못 살거나 혹은 잘 살기 때문에 그 연예인의 이야기 수준에 맞춰 허위로 남의 원룸을 빌려 자신이 사는 곳인 척 연기를 한다는 것이다.
방송에서는 이렇게 조작된 상황이 많다.
물론, 작가나 피디(PD)가 이야기를 재미있고 극적으로 만들기 위해 상황을 꾸미는 것이 어느 정도 이해가 가기는 하지만, '거짓말'을 하는 것이 과연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는 행동일지는 의문이다.
극적인 재미는 최소한 진실의 범위 안에서 그것을 부각시키는 선에서 끝을 내야지,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거짓말을 하는 행위를 언제까지 용인해야 할까.
'작가(作家, writer)' 라는 호칭 자체에 허구의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는 뉘앙스가 들어가 있기는 하지만, 사람들은 진실이라고 믿고 보는 방송에서 뻔뻔히 거짓말을 지어내는 행위가 과연 용납 될 수 있을까?
최근 일반인이 출연하는 모 방송프로그램에서 출연자가 자살을 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아직 그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지만, 이번 사건에서 드러난 사실 중 하나가 바로 제작진이 출연자의 이야기를 강제로 꾸미려고 했다는 것이다.
우리가 그저 '관찰 카메라' 정도로 여겼던 프로그램이 실은 철저하게 계산되어 누군가의 의도가 개입된 꾸며진 스토리라는 것이다.
실제 누군가의 이야기라고 믿었던 '리얼 다큐'가 아니라, 제작자의 의도로 만들어진 '페이크 다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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