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늑대소년 (A Werewolf Boy, 2012)(박보영, 송중기) Movie_Review

아기자기 하고 소녀감성 충만한 동화같은 예쁜 영화.
애초에 화면 뽀샤시 하게 나올때 부터 그다지 볼 마음이 생기지는 않았다.
그러다 우연히 뒷부분을 봤는데, 박보영과 송중기의 연기 호흡이 정말 좋아서 처음부터 다시 보기.
원래 SF 영화 마니아 이다 보니, 이렇게 예쁘장한 영화는 취향에 안 맞기도 하고, 뽀샤시한 화면은 영화 '7번방의 선물' 을 떠올리게 한다.
요즘 몇몇 영화에서 이렇게 파스텔 느낌이 나게 억지로 질감을 건드린 영화들이 있는데, 외국 영화 중에서도 이런 영화가 나오면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는다.
'나 이런 영화요' 하고 너무 내세우는 느낌이다.
21세기에도 일부러 흑백 영화를 만들기도 하고, 감독의 연출 방향에 의해 일부러 그런 질감을 보여줄 순 있겠으나, 아무래도 리얼함이 살아 있는 선명한 화질이 더 좋다.
이 영화에 대한 호불호가 상당히 갈리는것 같은데,  화면질감 부터 '나 동화스럽고 예쁜 영화예요~' 하고 광고하고 있으니 남성 관객들에게는 다소 오글거리게 느껴질 불편한 영화일 수 있겠다.

이하 스포일러 포함-------------------

거의 80% 이상은 여성 취향의 영화다.
여성취향에 맞춰진 연출이 잘 드러맞는 영화이기 때문에, 뭔가 부조화 스럽거나 어색하기 보다는 애초에 관객 편향적 영화랄까.
사실, 이 영화를 약간 다른 시각에서 보면 나름의 의미를 찾을 수 있는데, 전체적으로 부드럽고 달달하게 만들어져서 이면에 있을 '주제의식' 따위는 잘 느껴지지 않는다.
그냥 예쁜 주인공들의 '소나기' 스러운 아련하고 슬픈 어릴적 사랑 이야기.
이 영화에서 '주제의식' 같은걸 뽑아내 보자면, 영화 시작 부분에서 늙어버린 '순이' 가 자신의 주름진 얼굴을 보며 '괴물' 이라고 말하는 부분에서 찾을 수 있다.
송중기가 연기한 늑대소년 '철수' 는, 47년 전에 군사 목적으로 인간을 늑대처럼 강한 군인으로 만드는 실험의 실험체다.
이른바 '괴물' 인 셈이다.
'철수' 라는 이름은 순이 엄마가 지어준 이름으로, 남편이 남자 아이가 나오면 지어주겠다고 했다는 이름이라고 한다.
늙어버린 순이(박보영의 노인 역)는 주름진 자신의 얼굴이 괴물인것 같다고 한다.
영화 내내 '괴물' 철수는 착하다.
순이(박보영) 만을 바라보며, 주변 사람들에게도 착하다.
그러나, 순이를 해치려는 사람들을 만나자 괴물로 변해서 난폭해진다.
착한 '철수' 를 괴물로 만드는 것은 오히려 악한 인간들이다.
'무엇이 괴물 인가' 에 대한 주제의식으로 볼 수 있는 부분이다.

순이는 헌책 더미에서 '애견훈련백과' 를 우연히 보게 되고, 말도 하지 못하고 동물처럼 행동하는 철수를 개훈련 방법으로 교육시키기로 한다.
밥상에서 손으로 지저분하게 음식을 먹는 버릇을 고치기 위해 '기다려' 와 '먹어' 를 가르치고, 명령을 따른 것에 대한 보상으로 먹을 것을 준 뒤 머리를 쓰다듬어 준다.

늑대가 평생 한 암컷과 산다고 하지만, 철수(송중기)가 순이(박보영)를 잘 따르고 순종하는 모습으로 그려낸 부분은 현실적이지 않다.
물론, 애초에 이 영화는 판타지 영화에 가깝고, 작정하고 동화같은 이야기로 풀어내려고 했으니 '현실성' 과 '자연스러움' 을 따지는 것은 의미가 없다.
오직 순이 만을 바라보고, 순이 만을 47년 동안 기다린 지고지순한 철수.
영화의 마지막에 여전히 젊음을 간직한 체 순이를 기다리고 있는 철수를 만나는 순이.
그 장면은 동화 속 한 장면처럼, 밝은 빛이 새어 나오는 창고로 들어가는 모습에서 알 수 있듯이, 순이의 착각 일수도 있지만, 집을 팔지 않기로 하고 돌아가는 그들의 뒤로 언덕 위에서 내려다 보는 남자를 보여줌으로써, 실제로 철수가 기다리고 있었다고 암시하고 있다.
다만, 철수의 얼굴을 보여주지 않아서(창고 장면은 순이의 상상으로 보여짐) 철수가 영원히 늙지 않는 젊음을 가지고 있는지는 불확실 하다.
이 장면들은 영화 도입부에서 순이가 자신의 주름진 얼굴을 보며 한탄하는 모습과도 연관이 없지 않다.

한때, 유선채널에서 '애완남 키우기 - 나는 펫' 이라는 요상한 제목의 프로그램도 있었는데, 남자를 애완견처럼 여기는 여성 중심적인 가치관이 이 영화에 그대로 반영된다.
귀엽고 말 잘 듣는, 하지만 남성다움을 보여줘야 할때는 마치 백마탄 왕자처럼 자신을 지켜줄 수 있는, 그야말로 여자가 마음대로 할 수 있으면서도 남성적인 매력까지 두루 갖춘 비현실적인 캐릭터.
그런 여성들의 판타지를 동화처럼 아름답게 묘사한 영화.

이것이 이 영화를 보면서 표면적으로 와 닿는 느낌이다.
하지만, 좀 더 세밀한 부분들을 관찰해 보면 다른 느낌도 얻게 된다.
위에서 언급 했듯이, 이 영화는 '무엇이 괴물이며, 무엇이 괴물을 만드는가' 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사람은 동물과 다르다.'
이 말은 인간이 '이성을 가진 사회적 동물' 이라는 의미에서 쓰는 표현이다.
맞기도 하지만 틀리다.
인간은 원래 '동물' 에 속해 있는 생물체이고, 본능을 억제하고 이성적으로 행동할 수 있기 때문에 여느 동물들과는 다른 부분이 있다.
동물들은 인간이 하는 것처럼 말이나 글로 의사소통을 하지 않고 그들만의 소리와 몸짓으로 대화를 한다.
그에 앞서 각각의 상황을 본능적으로 인지한다.
인간의 경우에는, 입으로는 좋은 말을 하면서도 행동으로는 전혀 다르게 행동할수도 있다.
그러나, '말' 로 의사소통을 하는게 아닌 동물들은 지금 어떤 상황이고 자신에게 적대적인지 우호적인지를 직감한다.
그런데, 인간도 이런 직감을 가지고 있다.
주로 '말' 과 '글' 로 의사소통을 하다보니 이런 동물적 직감이 많이 퇴화 하기는 했지만, 경험을 많이 하고 많은 사람을 만나본 사람들은 상황에 대한 인지 능력이 뛰어나고, 교육을 많이 받지 않았더라도 직감적으로 나쁜 사람과 좋은 사람을 느낀다.
눈빛, 몸짓으로 나에게 우호적인지 적대적인지 정도는 느낄 수 있다.
훈련을 통해 이런 것들을 위장할 줄 아는 사람이 많아졌지만, 일반적인 사람들은 그들의 행동을 보면 알 수 있다.
동물들도 일반적으로는 인간에게 두려움을 가지고 있지만, 자신에게 도움을 주려는 사람과 위해를 가하려는 사람을 구분할 수 있다.
동물들이 사냥을 하는 것은 생태계에서 살아 남기 위한 본능이다.
고양이 같은 동물은 먹잇감을 가지고 장난을 치기도 하지만, 대체로는 재미로 먹잇감을 괴롭히지는 않는다.
정말 '괴물' 은 인간이다.

아마도 철수는 고아였을 것이고, 늑대 같은 힘을 가진 군인을 만드려는 실험을 통해 위험한 순간 늑대처럼 변하는 능력을 가지게 되었을 것이다.
다른 늑대나 이리처럼 철창에 갇혀 자라 났을 테지만 늑대소년 철수는 착하다!?
사실, 이건 알 수 없는 부분이다.
설정 자체가 비현실이니까 굳이 따질 필요도 없지만, 늑대소년이 착할 수도 있고 포악할 수도 있다.
아무튼 늑대소년은 착하다.
평상시에는 늑대라기 보다는 개에 가깝다.

그외에도, 순이와 철수의 관계를, 그들의 말과 행동들을 자세히 관찰해보자.
마치 애완견처럼 철수의 머리를 쓰다듬는 순이.
어느 순간 철수가 순이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철수에게는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 것이 '잘했다' 는 칭찬과 위로일 뿐이지 상하 관계를 의미하지 않는다.
철수의 주인처럼 행동하던 순이는, 어느 순간 철수를 동등한 인간으로, 그리고 사랑의 감정을 느끼는 남자로 느낀다.
철수 앞에서 수줍어 하고, 철수의 안전을 위해 가라고 외치거나 뺨을 때린 것에 슬퍼한다.

열 아홉의 순이에게 철수는, 말 잘 듣는 '펫(Pet)' 이자 젊고 멋진 남자다.
예순 여섯의 순이에게 철수는, 사춘기 시절에 자신의 인생을 바꾸게 한 첫사랑이고, 말 잘 듣는 반려동물 처럼 오직 자신만을 47년이나 기다려주는 존재.
상상인지 현실인지 모를 창고에서의 만남.
자신이 쭈글쭈글 늙어 버려서 추하다고 하자, 여전히 아름답다고 해주는 지고지순한 동화속 왕자의 모습이다.

박보영의 눈물 연기는 역시 최고다.
영화 '과속 스캔들' 에서, 박보영이 오열하는 모습은 영화 전체를 아울러 가장 심금을 울리는 부분이다.
그 영화에서 처럼, 철수를 숲에 남기고 떠나며 오열하는 연기는 가슴 속에 깊이 파고든다.
중요한 시기에 소속사와의 문제로 인해 방송출연과 작품 활동을 할 수 없었는데, 그때 꾸준히 작품 활동을 했더라면 '국민 여동생','포켓걸' 로 크게 스타가 되었을 같아 아쉽다.
송중기의 연기도 넘치거나 부족함 없이 적절하다.
동물 흉내를 내는 연기가 어려웠을 텐데, 별로 어색하지 않게 잘 해냈다.
그 외에도 다른 배우들의 연기도 아주 좋았다.
어쩌면 정말 이상한 영화가 되어 버렸을지 모를 시나리오지만, 배우들의 열연과 연기 호흡으로 살려낸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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