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우리 집에도 개똥쑥을 기르고 있고 우려낸 물을 담아 두었다.
‘어디에 좋다더라’라며 아줌마들 사이에 혹은 아저씨들 사이에 소문이 퍼지면, 금방 너도나도 먹으면 무조건 좋은 줄 알고 사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경우, 이게 그렇게 좋으면 왜 아직 약으로 안 나오고 이렇게 보따리상처럼 물건을 만들어 팔겠나 하는 의심이 생긴다.
긴가민가 하는 중에 ‘먹거리X파일’ 팀이 개똥쑥에 대해 방영한 내용을 찾아 봤다.
역시나 누군가 돈을 벌려고 언론플레이를 해서 장난질을 친 모양이다.
지난번 ‘하수오’ 관련 방송 리뷰에서도 얘기했듯이, 1차적으로는 TV 방송매체에 근본책임이 있다.
제작비 적게 드는 ‘먹는 음식’, ‘수다떨기’ 하는 방송을 주로 제작하다 보니, 몸에 좋다는 음식들을 소재로 한 방송을 제작하고 패널들 불러 둘러앉아 험담하고 수다 떠는 내용의 프로그램들이 많다.
그 중에서 특히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 ‘암에 좋다’거나 ‘피를 맑게’ 한다는 약초나 음식에 관한 방송이 지나치게 많다는 것이다.
뻑 하면 암에 좋은 음식이라고 야단법석을 떨며 소개를 하는데, 그게 그렇게 좋으면 암 환자가 그렇게 많고 암으로 죽는 사람이 그렇게 많겠나.
물론, 암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성분이 있는 것은 맞을지도 모르지만, 일각에서는 방송에 나왔다는 이유만으로 신문이나 뉴스에 나왔다는 이유만으로 맹신하는 사람들이 많다.
방송을 비롯해 뉴스나 신문 등은 어떤 이슈에 대해 정확히 검증하고 기사를 내보내야 한다.
대다수 평범한 사람들은 방송에서(혹은 뉴스에서) 보도 되었다는 것에서 ‘공신력(公信力:사회적으로 널리 신용을 받을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착각하기 쉽기 때문이다.
일부 장사치들은 단편적인 보도 내용을 근거로 몇 만원~몇 십만 원 짜리 건강식품을 만들어 팔아 부당한 수익을 얻는다.
이번 ‘개똥쑥, 기적의 항암 약초인가?’ 방영분은 현재 우리나라의 무분별하고 비뚤어진 방송 행태에 대해 꼬집는 것이기도 하다.
내용을 대충 요약해보자.
개똥쑥이 과연 항암 효과가 있을까?
결론부터 얘기하면 (방송내용에 의하자면) 없다.
일부 장사치들이 그 근거로 대는(무려 1200배 항암 효과가 있다는) 항암 성분이라는 ‘플라보노이드’ 성분은 항암효과가 있는 성분이라고 보기 힘들다.
그나마도 현재 개똥쑥 제품에 사용되는 환, 생초, 진액, 건초, 효소 등의 제품을 수거하여 분석한 결과, 오히려 녹차생잎, 호두, 마른미역, 검정콩, 고구마 등에 훨씬 더 많은 플라보노이드 성분이 검출되었다.
말 그대로 플라보노이드를 섭취하려면 개똥쑥을 먹느니 보다는 일반적으로 잘 알려진 건강식품을 먹는 것이 훨씬 낫다는 얘기다.
1200배 항암 효과가 있다는 논문의 얘기는 사실일까?
논문에 나온다는 ‘1200배 효과’라는 부분.
‘아르테미시닌’의 항암 효과가 10배 정도인데, ‘아르테미시닌’과 다른 물질을 합쳐서 화합물을 만들었을 때 그 정도의 효과를 낸다고 설명한 것이다.
그 논문에서 언급한 성분은 ‘플라보노이드’가 아니라 ‘아르테미시닌(Artemisinin)’ 이라는 성분으로, 개똥쑥에만 있는 성분인데 철분에 민감하게 반응해 항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암세포는 일반 세포에 비해 더 많은 철분을 흡수하기 때문에 많은 철분을 흡수한 암세포에 침투해 항암 작용을 할 수 있다는 얘기다.
개똥쑥에 들어 있는 ‘아르테미시닌’은 분자 구조가 불안정해서 열에 약하고 개똥쑥을 파쇄 할 경우 분자 구조도 파괴 된다고 한다.
물이나 알코올로도 추출이 안 된다고 한다.
현재 개똥쑥 제품을 만들어 파는 사람들의 사용하는 제조법처럼 물에 우리거나 갈아서 환을 만든다고 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개똥쑥 제품을 수거해 ‘아르테미시닌’ 검출 테스트를 해본 결과, 건초와 환에서는 극히 소량이 검출 되었고 진액과 효소 등에서는 아예 검출이 되지 않았다.
미국 워싱턴 대학교에서 발표했다는 논문, 검증 되지 않은 무분별한 항암약초 관련 방송 등을 근거로 많은 장사치, 사기꾼들이 기적의 약초라고 거짓말을 해서 사람들에게 비싼 값에 팔아 이익을 얻고 있는 것이다.
병원에서 하는 치료가 오히려 환자를 죽인다며 개똥쑥만 먹고 병원에 가지 말라고 혹세무민 하는 지방의 한 목사.
자신이 비닐하우스에서 키운 개똥쑥을 자신이 운영하는 요양원에서 암 환자들에게 먹이고 있다.
교회를 돌아다니며 개똥쑥이 기적의 약초라고 사람들에게 홍보를 하고 있다.
‘목사’라는 지위를 이용해 사람들에게 거짓말을 하고 사람들을 현혹시켜 개똥쑥을 팔아 돈을 벌고, 그들을 위험에 빠지게 하고 있다.
자신이 개똥쑥을 먹어서 암이 완치됐다고 거짓말을 하며 개똥쑥 제품을 팔고 있는 장사치들.
* [ 혹세무민 ] : 세상(世上)을 어지럽히고 백성(百姓)을 속이는 것
문제는 개똥쑥이 독성이 매우 강하다는 것이다.
최근에 본 어떤 방송에서는 다 자란 개똥쑥의 독성이 강하기 때문에 새로 나온 순을 잘라서 사용하라는 얘기도 하던데.
아직 덜 자란 순이 독성은 더 약하겠지만 항암 효과가 없고, 굳이 조금이라도 독성이 있는 풀을 먹을 필요가 있을까?
건강한 사람에게는 심리적으로 병이 낫고 있다는 ‘플라시보 효과’(가짜 약의 심리적 효과)라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병원에서 치료하는 것을 거부하고 민간요법으로 개똥쑥만 먹으면 낫는다고 착각하는 사람 혹은 몸이 허약하고 간이 약해서 개똥쑥의 독성을 이기내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사람을 살리는 기적의 약초가 아니라 독초가 될 뿐이다.
인터뷰에 응한 투병환자의 말처럼, 암환자는 누군가가 뭐가 병에 좋다고 하면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사서 먹어보려 한다.
그들의 그런 절박한 심정을 이용해 돈을 벌려고 하는 사람들을 가중 처벌하는 법이라도 만들었으면 좋겠다.
먹거리X파일 제작팀에게 감사를 전한다.
PS. (2013.12.04)
비밀글로 개똥쑥에 대한 댓글을 단 분들이 있어 내용을 추가한다.
약초꾼이라는 분의 얘기에 따르면, 방송에 나온 일부 약초는 개똥쑥이 아니라 다른 품종이라고 한다.
시중에 ‘개똥쑥’ 이라며 유통되는 약초의 80% 정도는 가짜라고도 하는데.
일반인들은 진짜 ‘개똥쑥’을 구분하기 어렵고, 다수의 악덕업자들이 다른 약초를 ‘개똥쑥’ 이라고 속여 파는 행위를 막기도 힘들고, 방송에 나온 것처럼 ‘개똥쑥’의 치료효능에 대한 분석에서 ‘아르테미니신’을 개인이 추출해내기 힘들다는 점 등은 ‘개똥쑥’ 자체에 대해서 여전히 전문적인 연구가 필요하다는 점을 부정할 수 없다.
민간에서 개똥쑥을 먹고 병세가 나은 사례가 진실일 수 있지만, 약초의 공급과 약초의 제조법(수치법제) 등이 여전히 불명확한 상태에서 개똥쑥을 신봉하는 것은 위험한 행위다.
‘약’은 그 제조 방법과 약효가 정밀한 검증을 거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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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사진에 나오는 쑥은 개똥쑥이 아닙니다.
의약적인 부분은 잘 모르겠지만
개동쑥은 독초가 아닙니다.
매일 쑥차로 1리터 정도 오랬동안 마셨는데
간 수치는 정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