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은 공평하지 않다. Essay

법은 공평한가?

씨족사회에서 조직이 비대해지자 인간은 법을 만들었다.
시민들의 대표를 뽑고, 그 대표들은 시민들의 의견을 모아 법안을 발의 하여 법을 지키지 않는 이들을 처벌할 공권력을 부여한다.

사람들은 법이 공평해야 하며, 공평하게 적용되기를 바란다.
그런데, 과연 우리 사회의 ‘법(法)’은 공평한가?

‘공평(公平)’ 사전적으로,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고 고르다’는 뜻이다.
서로의 이익과 손해가 맞부딪히는 상황에서 과연 공평함의 기준을 어떻게 잡을 수 있을까?
그 기준을 잡는 것 자체가 모순이기는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법이라도 만들어서 불만을 잠재울 필요는 있었을 것이다.

다소 논리적 하자가 있을지 모르지만, 좀 더 생각을 진척시켜 보았다.
한 달에 100만원을 버는 A라는 사람과 한 달에 1억을 버는 B라는 사람이 있다.
대체로 법에서는 이 두 사람에게 같은 세금을 부과한다.
세금법안을 발의 하여, 1인당 10만원의 세금을 납부하게 했다고 가정하자.
사람은 돈을 버는 족족 먹고 마시는데 써버리는 것이 아니라 여유자금을 만들어 미래를 준비한다.
부를 축적하기 위해 투자를 하고, 돈을 벌 기회를 가지는 것이다.
이를 ‘기회비용(opportunity cost, 機會費用)’ 이라고 한다.
A 의 기회비용은 90만원, B 의 기회비용은 9천9백9십만 원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자본이 많고 운용할 수 있는 비용이 클수록 '더 많은 기회와 더 많은 수익' 을 가진다.
시간이 지날수록 B 의 자산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겠지만, A 의 자산은 B 와 비교하면 정말 초라한 수준이 될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의 ‘꽃’ 이라 불리는 ‘주식시장’을 보자.
주식은 그 수익을 ‘상승률’에 근거하여 산출한다.
1만 원짜리 주식이 며칠 뒤 1만1천원이 되면, 10% 상승한 것이다.
A 가 자신의 월급인 100만원을 투자했다면, 그의 자산은 110만 원이 된다.
B 가 자신의 월급 1억을 투자했다면, 그의 자산은 1억1천만 원이 된다.
자산의 상승률은 같지만, 실질소득은 100배 차이난다.

단지 ‘비율’에 의해 세금을 부과하거나 혹은 이익금을 나누는 것은 이와 같은 실질소득의 차이를 발생시킨다.
스웨덴 같은 나라에서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소득대비 벌금을 부과하거나 세금을 부과한다.
소득대비 0.2% 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따위의 방식이다.
소득이 100만원인 A 는 과태료 처분을 받게 되면, 2만원을 내면 되고, B 는 200만원을 내야 한다.

자, 두 가지 이야기에서 차이점은 무엇일까?
기준을 다르게 제시한 것이다.
소득은 비율(%) 로 상승하는데, 세금은 '1인당'이라는 기준을 제시했기 때문에 차이가 발생한다.

법을 공평하게 적용하는 것은 정말 복잡하고 어려운 일이다.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우리가 직접 해야 할 일들을 대신 처리하도록 전문가 집단을 구성한 것이 정치인이고 공무원이다.
법을 구석구석 공평하게 적용하려면, 정말 다양한 가능성과 상황을 고려해서 복잡한 방식으로 처리해야 한다.
공무원들에게 이런 복잡한 과정은 피곤하며 귀찮을 뿐이다.
그래서 대충 책상머리에 앉아 머리 잠깐 굴려서 법을 뚝딱 만든다.
탁상행정은 이렇게 세세한 속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일괄적용 법안을 만들게 되고, 그 피해는 부지불식간에 시민들에게 떠 넘겨진다.

‘어떤 것이 공평한 것인가?’ 라는 것 자체도 문제다.
서로의 손익이 맞부딪힐 때는 서로가 ‘합의’를 통해 적정한 선에서 기준을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힘을 가진 자가 개입하고, 시민의 의견이 왜곡되면 공평함을 잃게 된다.

법은 공평하지 않다.
그저, 최소한의 기준을 제시하는 정도로 여기는 게 좋다.
법은 시민의 생각을 반영해야 하고, 사회가 변하면 법도 변해야 한다.
절대로 공평하다고 여겨질 수 없을지 모르지만, 공평해지기 위해 끊임없이 변화해야 하는 것이다.

덧글

댓글 입력 영역
* 비로그인 덧글의 IP 전체보기를 설정한 이글루입니다.


통계 위젯 (화이트)

961102
8822
10213253

google_myblogSearch_side

▷검색어

Flag Counter style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