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집으로 가는 길 (The Road Home, 1999)(장쯔이, 장예모 감독) Movie_Review

케이블TV에서 방영하는 것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
이전에 리뷰를 작성한 한국영화 ‘파이란(2001)’ 에서처럼 순수한 시골처녀가 등장한다.
이 영화와 스토리가 똑같지는 않지만, 비슷한 분위기를 풍기는 영화로는 ‘전도연’ 주연의 영화 ‘내 마음의 풍금(1999)’ 과 ‘인어공주(2004)’ 라는 영화를 들 수 있다.
‘내 마음의 풍금’ 에서는 17살의 늦깎이 초등학생 ‘홍연(전도연)’이 도시에서 온 21살의 총각 선생님 ‘수하(이병헌)’를 짝사랑하는 스토리로, 이 영화 ‘집으로 가는 길’과 설정이 상당히 비슷하다.
물론, 스토리 전개는 수하의 동료교사 ‘은희(이미연)’가 개입하면서 복잡해지며, 홍연과 수하의 사랑이 이루어지는 건 아니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영화 ‘인어공주’는 영화 ‘집으로 가는 길’에서 아들인 ‘류오 유셍’이 어머니와 아버지의 연애시절을 회상하는 장면으로 돌아간 것처럼, ‘나영(전도연)’이 엄마 아빠의 연애시절로 돌아가 둘 사이의 연애 이야기를 들여다보는 구조와 비슷한 면이 있다.
‘내 마음의 풍금’ 과 ‘인어공주’ 이야기를 섞은 뒤 불필요한 삼각관계나 밀당 이야기를 빼면 ‘집으로 가는 길’이 완성된다.

이 영화는 정말 아름다운 영화다.
우리네 시골의 풍경과는 달리 마치 대관령 산자락처럼 평평한 언덕이 많은 시골로, 가을에는 노랗게 물든 단풍이 아름답고, 겨울에는 눈보라가 몰아친다.
장예모 감독이 어려서부터 사진작가가 되려는 꿈이 있었기 때문인지, 그의 영화들에서 보여주는 영상미가 상당히 인상적이다.
독특한 영상미로 깊은 인상을 남긴 영화 ‘붉은 수수밭(1988)’ 역시 장예모 감독의 작품이다.
혹자는 장예모 감독의 영화가 ‘집으로 가는 길’ 까지만 좋았다 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그의 필모그래피를 보면 초기 작품은 예술 영화의 분위기를 가지고 있는데, 이후 오락과 액션이 겸비된 상업 영화를 찍으면서 변화가 생긴 것 같다.
‘진용(1989)’, ‘영웅(2002)’, ‘연인(2004)’ 등은 비록 오락영화였지만 애절한 로맨스가 상당히 인상적이었던 작품.
그의 1990년대 작품을 모두 본 것은 아닌데, 필모그래피를 보니 그 당시 만들어졌던 작품들의 예술성과 감수성이 매우 좋다.

그의 초기 작품들에는 ‘붉은 수수밭’ 의 여주인공 ‘공리’가 자주 등장하는데, 한동안 ‘공리’와 함께 촬영한 작품이 많다가 이후 몇 편은 ‘장쯔이’와 함께 촬영을 한다.
장예모 감독의 페르소나로 ‘공리’와 ‘장쯔이’를 언급할 수 있겠지만, 아무래도 ‘공리’가 더 많은 작품을 함께 했다.
비교적 최근 작품인 ‘황후花(2006)’ 에서도 ‘공리’가 출연한걸 보면, 장예모 감독의 페르소나는 역시 ‘공리’라고 보는 게 맞겠다.

‘장쯔이’가 첫 주연을 맡은 영화는 ‘성성점등(1986)’ 으로 당시 18세(중국나이 17세)였고, 이 영화 ‘집으로 가는 길(1999)’는 21세 되던 해이다.
세간에 알려진 영화는 이 영화가 처음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 ‘장쯔이’의 순수하고 청초했던 데뷔 시절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작품이다.
이후 2000년에는 헐리웃에 진출하여 호평을 받은 영화 ‘와호장룡(2000)’ 에서 호리호리한 외모로 독기를 품고 남자에 집착하는 역할을 맡아 아주 인상적이었다.
개인적으로 ‘장쯔이’를 처음 본 영화였는데, 이때까지만 해도 아직 어리고 순수한 느낌이 남아 있었던 것 같다.
‘와호장룡’의 액션은 마치 춤을 추는 것 같이 느릿느릿 해서 각종 무술 영화에 익숙한 한국 관객에게는 좀 이상하게 보이기도 하지만, 서양인들이 중국 쿵푸에 대해 느끼는 그런 느낌에 오히려 더 비슷하다.
그 영화의 감독이, 최근에 독특한 비주얼로 이슈가 된 영화 ‘라이프 오브 파이(2012)’의 감독 ‘이안’ 이다.
‘장쯔이’는 데뷔작품 격인 ‘집으로 가는 길’ 에서의 순수한 이미지와 달리 그 다음 작품인 ‘와호장룡’의 ‘용’ 캐릭터로 자리를 잡은 것 같다.
인형같이 작고 귀여운 외모와는 달리 질투도 많고 독하며 악바리 같은 이미지로 캐릭터가 굳어진 것 같은데, 그런 독하고 세련된 이미지로의 변신은 영화에서 다양한 역할을 맡는데 도움이 됐을지 몰라도 개인적으로는 그 순수한 이미지를 잃어버린 게 아쉽다.
아무튼, 이 영화 ‘집으로 가는 길’ 에서의 어린 시골처녀 ‘쟈오 디(장쯔이)’는 아직 세상의 때가 묻지 않은 순수함이 남아 있는 시골 처녀다.
이 영화를 보며 장쯔이의 매력에 빠져들게 된 것은 ‘파이란(2001)’ 리뷰 에서 언급했듯이, 현대사회에서 돈 밝히고 영악해져가는 여자들을 보며 아직 ‘순수함’이 남아있는 여자를 기대하는 남자들의 로망을 충족시켜주는 캐릭터이기 때문은 아닐까.

촌스럽게 두툼한 옷을 입고 뒤뚱뒤뚱 뛰어다니는 ‘쟈오 디(장쯔이)’의 모습은 약간 코믹하면서도 귀엽다.
여타 시골사람들이 그렇듯이, 도시에서 온 젊은 선생님에 대한 존경과 신기함.
동네에서 가장 예쁜 처녀 ‘쟈오 디’ 역시 젊은 총각 선생님에게 한눈에 반한다.
그런데, 내 눈에 그 선생님의 첫인상은 촌스럽고 별로 매력적이지 않았다.
국내 드라마에 나온 약간 바보 캐릭터 ‘호섭이’ 스타일의 머리모양이어서 이상했고 생김새도 그다지 매력적으로 보이지는 않았는데, 여주인공이 좋아하는 대상이어서 그런지 계속 보다보니 그럭저럭 매력적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시골 사람들에게는 ‘서울사람’ 혹은 ‘많이 배운 지식인’ 이라는 점 때문에 외모 자체보다는 출신이 다른 멋진 사람으로 보일수도 있었겠다.
젊은 선생 ‘류오 창위’ 역시 순수함이 남아있는 남자다.
‘쟈오 디’를 보고 첫눈에 반했고, 사랑의 결실을 이룬 후 평생을 함께 한다.
두 사람의 그런 순수한 모습이 아름답게 보였다.
아무튼 사랑은 눈에 콩깍지가 씌어서 모든 게 다 좋아 보이는 것이다.

이 영화가 아름답고 감동적인 것은, 영화 배경의 수려함도 한 몫을 하지만, 주인공들의 거짓 없고 순수한 사랑이 현대 사회에서는 보기 힘들어진 때문이 아닐까.
우리는 여전히 ‘순수한 사랑’을 동경하고 있지만, 막상 누군가를 만나려면 많은 조건과 능력을 따진다.
스스로 이중적이기 때문에, 자신이 선택하지 못하는 ‘순수한 사랑’을 더욱 동경하는지도 모르겠다.

이야기가 상당히 단순한 편이어서 이해하기 쉽다.
간략히 설명하자면, 시골 처녀였던 18세의 엄마 ‘쟈오 디’와 도시에서 반정부 운동을 하다 도망치다시피 시골에 내려와 시골 학교 선생님을 잠깐 하던 20세의 아빠 ‘류오 창위’는 서로 첫눈에 반해 온 마을이 떠들썩하게 사랑을 이루었고, 아빠는 시골학교 선생님으로 엄마는 아빠를 내조하며 평생을 시골에서 함께 산다. 세월이 흘러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어머니가 아버지의 장례식을 전통방식으로 하고 싶어 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지만 마을사람들과 지인들의 도움으로 엄마가 원하는 전통방식으로 장례를 치른다는 얘기다.

이 영화에서 장예모 감독의 독특한 센스가 엿보이는데, 영화가 흑백으로 시작한다.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고향으로 돌아온 아들 ‘류오 유셍(순홍레이)’이 등장하는 ‘현재’ 의 장면이 흑백으로 나오고, ‘류오 유셍’이 엄마와 아빠의 파란 만장한 연애시절 이야기를 회상하는 장면은 컬러로 나온다.
대체로 과거를 회상하면 흑백으로 처리하는 게 통상적인데, 이것을 뒤집어서 표현한 것이다.
정확한 의미를 이해하지는 못하겠으나, 이 영화의 가장 중요한 스토리가 바로 엄마와 아빠의 연애이야기이고, 그 아름다운 시절의 연애이야기와 낭만적 분위기를 화려한 배경(노란 단풍이 물든 들녘이나 눈보라)을 컬러 화면으로 예쁘게 연출한 것이 더 멋지기는 하다.

이 영화와 비슷한 한국 영화들도 있지만, 이 영화는 ‘문화대혁명(文化大革命)’ 이라는 독특한 시대적 배경을 담고 있다.
중국 역사이기 때문에 우리에게는 딱히 어떤 시대 분위기인지 느껴지지는 않지만, ‘문화대혁명’은 중국 권력자들의 권력투쟁 속에서 권력을 잡고 있던 ‘마오쩌둥’이 새로운 권력의 실세로 떠오른 ‘류사오치(劉少奇)’와 ‘덩샤오핑(鄧小平)’을 견제하기 위해 부르주아 세력과 자본주의 타도를 외치며 젊은이들을 동원하여 홍위병을 조직하고 전국적인 운동으로 확대시킨 것이라고 한다.
마오쩌둥 사후에는 ‘극좌적 오류였다’ 라며 평가를 내리고, 그 광기가 급속히 사그라졌다고 한다.
아마도, 젊은 사람들을 동원하여 정치선전 운동을 했던 시기로 보이는데, 그 기간이 1966에서 1976년까지 10년이나 되다보니, 사회적으로 많은 문제가 발생했으리라 짐작된다.
이 영화는 두 사람의 연애이야기 외에 당시 중국의 사회상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아직 전통이 남아있던 시절과 문화대혁명으로 전통적 관습이 파괴된 수십 년 후의 현대사회를 비교하고 있다.


이하 스포일러 포함

줄거리------------------------------------
아들 ‘류오 유셍’은 아버지의 부음(사망소식)을 듣고 고향에 내려온다.
‘류오 유셍’을 찾아온 마을 촌장은 아버지가 학교 건설비용을 빌리러 다니다가 눈보라 때문에 아프게 되었는데, 병원에서 심장병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결국 돌아가시게 되었다고 알린다.
어머니가 전통 방식으로 장례를 치르고 싶어 하는데, 문화혁명 이후에 젊은이들이 모두 도시로 떠나 일손이 부족해서 관을 들고 마을로 돌아오는 게 불가능 하다고 한다.
대신 트랙터에 아버지의 관을 실어 나르는 게 대안이다.
하지만, 아버지가 평생을 일했던 학교 앞에 앉아 여전히 눈물을 흘리고 있는 어머니.
할머니가 할아버지를 너무 사랑해서,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너무 울어서 눈이 매우 나빠졌다고 말하는데, 부부가 매우 사랑하는 것도 그 집안의 유전인 모양이다.
문화대혁명 이후 시골의 젊은이들이 모두 도시로 떠나버려서 일손이 없다.
전통대로 아버지의 관을 사람이 직접 메고 먼 길을 오는 것은 불가능 하다.
게다가 어머니는 아버지가 입을 수의를 직접 짜신다고 한다.
어쩔 수 없이 아들은 구석에 처박혀 있던 고장 난 베틀(삼베 짜는) 기계를 수리하고, 어머니는 밤새 수의를 직접 짜신다.
아들은 어머니와 아버지가 연애하던 시절의 사진을 보며, 부모님의 연애시절 이야기를 회상한다.

어느 날 도시에서 젊은 총각 선생님이 시골 마을에 오고, 마을 사람들은 모두 나와 신기하게 바라본다.
(중국도 그렇지만, 우리나라 역시 서울에서 온 총각 선생님을 본 젊은 시골 처녀들의 가슴이 콩닥 거렸다.)
마을에서 가장 예쁜 ‘쟈오 디(장쯔이)’ 역시 스무 살의 총각 선생님 ‘류오 창위’에 첫눈에 반하고, ‘류오 창위’ 역시 그녀를 흘깃 쳐다본다.

선생님도 오셨으니 마을에서는 모두 힘을 합쳐 학교를 짓기 위해 마을의 젊은 남자들이 나선다.
관습적으로 여자가 공사현장에서 일하는 것은 ‘부정을 탄다’ 하여 마을 아낙들은 일꾼들의 점심 식사를 준비한다.
그날 이후, ‘쟈오 디’는 가까운 우물 후정이 아닌, 멀리 있는 새로 짓는 학교 앞의 우물 전정에서 물을 긷는다.
우연히 ‘류오 창위’와 마주칠 기회가 생기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리고 정성스레 준비한 음식을 ‘류오 창위’가 먹기를 바라지만, 무작위로 그릇을 골라 식사를 하기 때문에 ‘쟈오 디’가 준비한 음식이 ‘류오 창위’에게 전달되지는 않는다.
제일 처음 고른 그릇을 고귀하신(?!) 선생님에게 드린다고 하니, 디는 제일 앞쪽에 자신의 그릇을 놓는다.
마침내 학교가 완성되고, 첫 수업으로 국어 수업을 하며 우렁차게 문장을 읊는 ‘류오 창위’의 목소리가 너무 좋다.
그날 이후, 어머니는 글자를 모르지만 아버지의 목소리가 좋아 수업하는 소리를 계속 들었다고 한다.
학교가 마치면, 아이들을 집까지 바래다주는 ‘류오 창위’를 보기 위해 매번 들녘에 나가 기다리는 ‘쟈오 디’.
선생님이 언제 오시나 두리번거리며 몇 번이고 기다리던 디는 어느 날 용기를 내어 그 앞을 지나가고, ‘쟈오 디’를 만난 ‘류오 창위’는 역시 디에게 첫눈에 반한다.

디가 매번 학교 앞 우물에서 물을 긷는다는 사실을 안 ‘류오 창위’는 물을 길으러 가려는데, 고귀하신 분이 물을 긷게 해서야 되겠냐며 대신 물동이를 짊어지고 오는 동네 총각이 밉다.

둘의 만남은 그렇게 쉽게 이루어지지 않지만, 동네 사람들 집을 돌아가며 식사를 하는 ‘류오 창위’가 드디어 ‘쟈오 디’의 집에 오게 된다.
‘쟈오 디’는 자신이 준비한 그릇(공사할 때)을 보지 못했냐며 투덜거리고, ‘류오 창위’ 역시 ‘쟈오 디’의 그런 투정이 싫지 않은 눈치다.
둘에게 사랑의 감정이 생긴 것을 눈치 챈 ‘쟈오 디’의 어머니는 ‘류오 창위’가 돌아간 후, 그 남자를 사랑하게 되면 마음이 아프게 될 거라고 딸을 달랜다.
‘류오 창위’에게 만두를 먹으러 오라고 한 날, 한참을 기다려도 오지 않던 ‘류오 창위’는 급하게 찾아와 그녀를 불러 세우고, 머리핀을 선물하며 자기가 급한 일이 있어 잠시 떠나는데 이틀 후면 돌아오겠다고 한다.
그리곤 마을을 급히 떠났다는 사실을 안 ‘쟈오 디’는 만두를 챙겨 뒤늦게 쫓아가보지만, 넘어져서 만두 그릇이 깨져버리고 선물 받은 머리핀도 잃어버린다.
‘류오 창위’가 주고 간 머리핀을 찾기 위해 몇날며칠을 들녘을 헤맨 ‘쟈오 디’는 집 울타리 아래에 있는 머리핀을 발견한다.
상심한 ‘쟈오 디’를 달래기 위해 어머니는 그릇수리공을 불러 깨진 그릇을 수선한다.
학교에서 들리는 우렁찬 목소리.
‘류오 창위’가 돌아온 거라 생각한 ‘쟈오 디’는 학교로 뛰어가지만, 그곳에는 아무도 없다.
창호지에 구멍이 숭숭 뚫려 선생님의 빈자리가 더욱 크게 느껴지는 학교.
‘쟈오 디’는 창호지를 새로 바르고, 매일 학교에 앉아 ‘류오 창위’의 흔적을 느끼며 기다린다.
그런 ‘쟈오 디’의 모습을 본 마을 촌장 때문에 온 마을에 소문이 퍼져, 두 사람의 연애사실이 알려진다.
그 당시에는 자유연애가 흔치 않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옛날에는 자유연애 보다는 중매로 결혼하는 경우가 많았다. 비슷한 면이 많다.)
눈보라가 몰아치는 추운 겨울이 오고, ‘쟈오 디’는 매일 새벽 마을 어귀의 길목에 나가 ‘류오 창위’가 돌아오기를 기다린다.
결국, 시름시름 앓던 어느 날 ‘쟈오 디’는 선생님을 찾아 도시로 가겠다며 빵을 싸서 눈보라를 헤치며 길을 나서는데, 지나가던 마을 사람들이 길에 쓰러진 ‘쟈오 디’를 집으로 데려온다.
어머니는 누가 ‘류오 창위’에게 연락을 좀 해달라고 부탁을 하고, 앓아누운 ‘쟈오 디’는 잠에서 깨자 ‘류오 창위’가 다녀갔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는다.
그리고 정신없이 달려간 학교에서는 ‘류오 창위’의 목소리가 우렁차게 울려 퍼진다.
둘의 만남은 짧았다.
사실, 아버지(류오 창위)는 도시에서 어떤 운동을 하다가 시골로 도망쳐 내려온 것이었고, 어머니(쟈오 디)와 사랑에 빠졌지만, 조사를 받기 위해 도시로 다시 불려가게 되었고, 도시에서 지내다가 ‘쟈오 디’의 소식을 듣고 참지 못해 잠시 도망쳐왔다는 것이다.
그 때문에 아버지는 그 후 2년 동안 떨어져 지냈고, ‘류오 창위’가 다시 돌아온 이후 두 사람은 평생 함께 지냈다는 것이다.
아버지는 돌아와서 시골 학교의 선생님으로 평생을 보냈고, 어머니는 아버지의 곁을 평생 지키며 살아왔다.

다시 현재(흑백화면).
두 사람의 떠들썩했던 연애담의 중심에 ‘길’이 있다.
어머니는 마을로 들어오는 그 길로 아버지의 시신을 사람들이 직접 운반해주기를 바란 것이다.
그것이 전통적인 풍습이라고.
어머니의 마음을 이해한 아들 ‘류오 유셍’은 촌장에게 사람을 구할 돈을 건네주고, 결국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아버지의 시신이 든 관을 직접 손으로 운반하는 전통 장례식을 치른다.
그런데, 그들은 돈으로 구한 사람들이 아니라 모두 아버지의 제자들.
언제 적 제자인지도 모를 많은 사람들이 도시에서 찾아와 아버지의 장례 행렬을 도왔고, 촌장은 ‘류오 유셍’이 사람을 구하라며 준 돈을 되돌려준다.
고용했던 사람들마저도 돈을 받지 않겠다고 했다는 것이다.
아버지를 학교 앞 우물인 전정에 묻고, 훗날 어머니 자신도 그 옆에 묻히겠다고 한다.

학교의 재 건립을 위해 시에서 도움도 주고, 마을 사람들도 돈을 기부한다.
그리고 ‘류오 유셍’의 어머니(디)는 수십 년 간 모은 돈을 촌장에게 주며 학교 건립에 보태라고 한다.
아들 ‘류오 유셍’이 떠나기 전.
새로운 학교를 지으면 아버지가 수십 년 간 아이들을 가르쳤던 옛날 학교는 허물 거라고 한다.
그리고 아버지는 아들 ‘류오 유셍’이 선생님이 되기를 바라셨다고.
‘류오 유셍’은 비록 사범학교를 나왔지만, 아이들을 가르친 적이 없고 도시에서 사업을 하고 있다.
만약, ‘류오 유셍’이 하루라도 아이들을 가르친다면 아버지가 기뻐하실 거라는 말을 하는 어머니.

다음날, 학교에서 울려 퍼지는 우렁찬 목소리에 어머니는 바쁜 걸음으로 학교로 향한다.
다름 아니라 아들 ‘류오 유셍’이 동네 아이들을 모아 놓고 이제는 없어진 국어 수업을 하고 있다.
정식 교과서가 아니라 아버지가 만드신 것, 아버지가 첫 수업에서 읽으시던 그것을 아들 ‘류오 유셍’이 읽고 있다.

“사람은 누구나 배워야 한다. 모든 일은 기록해야 한다. 고금을 알고 천지를 알자.
1년에는 4계절이 있다. 방위는 동, 서, 남, 북. 모든 일에는 뜻이 있다. 어른을 공경하라.”

‘류오 유셍’의 목소리와 겹쳐, 처음 아버지 ‘류오 창위’가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던 모습을 바라보던 처녀 시절의 어머니 ‘쟈오 디’의 모습,
그리고 들녘을 밝은 표정으로 뛰고 있는 ‘쟈오 디’의 모습(처음 ‘류오 창위’가 수업을 하는 목소리를 수업이 끝날 때까지 듣고 기분 좋아서 뛰어가는 모습) 이 교차하며 영화는 끝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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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쟈오 디’와 ‘류오 창위’의 연애이야기 외의 다른 내용들은 크게 부각되지는 않는다.
그런 점에서 이야기가 단순하고 몰입감이 높은데, 부각되지는 않지만 은근히 녹아있는 당시의 시대상을 엿볼 수 있다.
문화대혁명으로 시골에 젊은 사람이 남아나지 않아, 아버지의 장례행렬을 도울 사람이 없다.
아버지의 수의를 돈으로 사면 쉽지만, 어머니는 손수 수의를 짜고 싶어 하신다.
아버지가 첫 수업 때 읽었다는 내용은, ‘교육의 중요함’과 ‘예의범절’이라는 아주 단순하지만 기본적면서 중요한 내용을 담고 있다.
그리고 젊은 날의 ‘쟈오 디’와 ‘류오 창위’의 순수한 사랑이야기.
현대사회에서는 점차 사라져 가는 것들에 대한 향수를 물씬 느끼게 해주는 영화.
약간은 ‘계몽영화’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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