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2.08) 내 인생 첫 접촉사고 Car

차를 운행한지 10년 조금 더 된것 같은데, 눈길에서 혼자 미끄러져 범퍼 깨진적도 있고, 초저녁 이슬에 빙판이된 길에서 미끄러져 도로 표지판 박은적도 있으며, 주택가에 가만히 세워뒀는데 차들이 지나다니면서 긁고 지나가거나 동네 양아치들이 차에 흠집을 내고 간 적은 있어도 사람을 부딪히거나 차끼리 사고를 낸적은 없었다.

보험에 자차를 계속 설정하다가 자차를 뺀 그 해 빙판에 미끄러져 도로 표지판(쇠)을 박아서 백여만원의 수리비가 나왔지만 자차가 안 되서 생돈 날린적이 있었는데, 자차를 다시 설정하려면 보험사 직원 와서 사진도 찍고 차량 상태를 점검해야 한다는 둥 귀찮다는 식으로 얘기해서 그냥 자차 없이 종합보험에 들고 있다.

내 인생 첫 접촉사고.
설때 근무를 해야 된다고 해서 미리 온 형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고, 터미널로 바래다 주러 가는 길에 차가 어찌나 많은지 다소 밀리는 상태.
평소 양보 운전을 하는 편이지만, 양아치 스럽게 들이밀거나 얌체 운전하는 운전자를 보면 배알이 꼴리는 편인데, 이날도 양 도로가 Y자 형으로 만나는 부분에서 다른 차선의 차들이 양보를 안하고 예닐곱대가 씽씽 끼어들어 오길래 그냥 양보하고 있는데, 아마도 그게 못마땅했는지 뒤에서 빵빵 하는 소리가 들린것 같다.
통상, 이렇게 신호등 없는 교차로에서 차가 많이 밀릴때는, 한 차선이 서너대 양보하면 다른 차선에서도 서너대 지나가도록 양보해주는게 미덕이다.
그런걸 바랬지만, 다른 차선에서 양보없이 끼어들기 힘들게 빠른 속도로 들이대니 자의반 타의반으로 양보하고 있었다.
그러자, 계속 다른 차선의 차들을 보내는게 못마땅했던지 뒤에 있던 차량이 크게 꺾어서 내 앞으로 끼어드는데, 차선 무시하고 말도 안되게 끼어들길래 버릇 고쳐준다고 '양보 안하기'신경전을 벌였다.
그 차는 중앙 차선을 침범해 크게 회전해서 끼어드는 모양새고, 나는 차선 안쪽에서 들어가는 거라 이 정도 상황이면 그 차가 못이기고 양보하겠거니 하고 슬금슬금 들이 미는데, 그 차가 양보 안하고 들이밀다가 접촉사고가 났다.

사고 장면을 찍었다.
왼쪽 차량이 중앙선을 넘어서 억지로 들이미는 모습이 잘 찍혔다.
내 차량의 바퀴 방향도 잘 찍혀서, 이 정도 상황이면 보험사에 전화해도 내 차량이 이기는 상황.
굳이 사진을 찍을 생각을 안했는데, 그 여자의 반응을 보니 왠지 사진을 찍어둬야할것 같은 생각이 들어 급한대로 두 차량이 접촉하게 된 교통 상황이 보이는 샷과 그 차량의 번호판을 찍었다.
상대 차량은 RD500(로디우스).
사진에는 안보이지만, 두 차량의 운전자가 서로 신경전을 벌인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다.
형은 옆에서 '그러니까 양보했어야지' 라며 연신 내게 질타를 한다.
나는 차분한데, 오히려 형이 흥분했는지 목소리가 커졌다.

상당히 저속인 시속 1km 미만에서 슬금슬금 신경전 벌이다가 벌어진 일이라 접촉사고가 일어나긴 했어도 크게 훼손되지는 않은 상태인것 같아서, 손짓으로 그냥 가라고 창문 밖으로 손을 휘젓는데도 차량이 움직이지 않는다.
내려서 창문을 연신 두드리니 누군가에게 계속 전화를 하고 있다.
내가 문을 직접 열면 공포감을 느낄까봐 창문 내릴때까지 기다리니 문을 여는데, 여자 운전자다.
아마도, 겁이나서 그랬는지 누군가에게 전화로 도움을 요청하려 했던 모양이다.
도로가 막히니 다른 운전자들이 사진찍고 빨리 가란다.
아무튼, 많이 긁히지 않았으니 그냥 가시라고 말을 하니, '괜찮나요, 차를 빼지 않아도 되나요' 하길래 차를 약간 뒤로 빼줄테니 그냥 가시라고 했다.
우연인지, 그 차도 터미널 쪽으로 가길래 같은 방향으로 가니, 그 차 운전자는 도로 옆에 주차를 하고 또 연신 누군가에게 전화하는 모습이다.
지나가면서 보니 오른쪽 뒷바퀴 앞쪽 부분에 내 차의 검은 페인트가 긁혀서 뭍어 있는게 보이긴 했지만, 그 차의 상황도 살짝 긁힌 정도로 밖에는 보이지 않았다.

기분이 찜찜하긴 해도, 범퍼가 움푹 들어가거나 한건 아닌것 같아서(사실 이때까지 내 차의 상태를 보지는 못한 상태) 터미널에 형을 내려주고 돌아 나오는데, 왠 차량이 또 뒤에서 빵빵하더니 옆에 차를 세운다.
왠지 나를 부르는것 같아 창문을 여니, 그 여자가 아니라 다른 남자 운전자(차량도 다른 차량)가 말한다.
'좀 전에 사고난 차량이죠? 블랙박스에 동영상 찍혔는데, 혹시 동영상 찍었느나요?' 하고 묻는다.
그래서, 그냥 보험사에 신고 안하고 그냥 가기로 얘기 했다고, 그 차가 차선을 크게 침범했는데, 나는 그냥 신경쓰지 않겠다고 대답했다.
그러니, 그 남자도 하긴 자기네(?) 차량이 차선을 많이 침범했다며 알겠다고 하며 그냥 서로 제갈길 갔다.
그 남자 운전자가 그 여자가 전화해서 애타게 찾던 사람인지, 아니면 그냥 길가다가 사고 현장을 목격한 사람인데, 자신의 차량 블랙박스에 동영상이 찍혔으니 보험사에 연락할때 도움을 주겠다는 얘기인지 알길이 없지만, 상황으로 봐서는 그 여자 운전자와 아는 사람인것 같다.

아무튼, 차를 한적한 곳으로 몰고가서 차 상태를 확인해봤다.
그다지 크게 흥분하거나 화가 나지는 않았지만, 왠지 가슴이 쿵덕거려서 연신 담배를 피우며 먼지 털이개로 차를 닦고, 사고난 부분도 닦아 보았다.
은색 차량과 부딪혀서 그런건지 검은색 페인트가 벗겨지면서 범퍼 안쪽의 색이 드러난건지 하얗게 되었다.
움푹 들어가거나 그렇지는 않아서 한시름 놓기는 했지만, 면적이 상당히 넓었다.


먼지 털이개로 닦아내니 좀 낫기는 한데, 이 정도면 운전 미숙으로 주차하다가 벽이나 그런데에 쓸려도 날만한 정도의 상처.

하지만, 자세히 줌인해서 살펴보니 범퍼의 검은 페인트가 갈려나갔다.

멀리서 찍은 사진으로 보면 그리 큰 상처는 아닌듯이 보이기도 하지만, 자세히 보면 꽤 깊이 쓸려나갔다.
페인트 벗겨진데 닦는 제품으로 닦아주면 완전하지는 않아도 어느정도 처리가 될것 같기는 하다.
사고났을때 새로 갈은 범퍼라 깨끗한데 상처가 나서 살짝 기분이 나쁘기는 해도.

접촉사고 난 부분은 그냥 그렇다 치고, 자세히 살펴보니, 범퍼가 눌리면서 살짝 내려 앉은것 같다.
헤드라이트 아랫쪽 틈이 꽤 벌어져 있다.
비가 오면 그 사이로 비가 술술 들어갈것 같은 정도.

굳이 보험사에 연락해서 사고처리 하면, 7:3 이나 8:2 정도로 이길것 같기는 하지만, 서로 양보 안하려고 한 심리적 쌍방과실이라는 점에서 나도 일정부분 잘못한 부분이 있다.
옆에 누군가가 타고 있어서 괜히 더 그런 행동을 한것 같기는 한데, 아무튼 굳이 위험하게 서로 신경전을 벌일 필요는 없었는데 좀 과했다 싶은 접촉사고다.
범퍼가 더 눌렸거나 했어도 그냥 그 차를 보냈겠지만, 만약 더 크게 사고가 났더라면 피차 서로 얼굴 붉히고 피곤한 일이었겠다 싶다.
말로만이 아니라, 내가 좀 손해보는것 같더라도 양보운전 해야겠다.

사실, 사고 자체 보다는 형의 반응이 살짝 섭섭했는데, 나도 양보를 했었더라면 좋았을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그 차량이 도에 넘는 위협운전과 얌체운전을 한 상황인데도, 오히려 내 편을 들지 않고 질타했다는 점이다.
물론, 입장이 바뀌었더라도 나도 그렇게 했을 가능성이 높기는 한데, 남자들은 대체로 이런 상황이 생기면 '내 편' 을 들어주기 보다는 상황에 대해 질타하는 경우가 많은것 같다.
같은 남자라서, 이런 반응을 굳이 이해 못하는것도 아니긴 하지만, 이럴때 그냥 내편 들어주는게 위로가 되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차시간 때문에 터미널에서 내린 형이 또 걱정할까 싶어 전화를 해서 자초지정을 자세히 설명하고, 걱정말고 설 잘 보내라고 전화를 해줬다.


덧글

  • 퍼피 2013/02/09 01:57 # 삭제 답글

    에그~ 좀 조심허지 .. 왜 신경전을 펼쳐서...
댓글 입력 영역
* 비로그인 덧글의 IP 전체보기를 설정한 이글루입니다.


통계 위젯 (화이트)

386445
3747
11004303

google_myblogSearch_side

▷검색어

Flag Counter style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