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루퍼 (Looper, 2012)(조셉 고든-레빗, 브루스 윌리스) Movie_Review

포스터에서는 SF영화의 느낌이 잘 느껴지지 않지만 이 영화는 시간 여행을 소재로 하고 SF 냄새를 풍기는 도구들도 제법 등장하는 신작 SF영화다.
‘브루스 윌리스’가 주연이 아니었다면 그리 주목을 끌지 못했을지도 모르겠는데, 막상 영화를 본 이후 꽤 괜찮게 잘 만들었다는 느낌이 든다.
우리에게는 ‘브루스 윌리스’ 보다는 ‘유르스 윌리스’가 이젠 더 익숙해졌는지 모르겠지만, 1990년 개봉한 ‘다이하드’ 1편을 시작으로 ‘다이하드’ 시리즈를 통해 세계적인 스타가 된 그는 여전히 매력적인 배우다.
멜로와 액션 연기가 모두 되고, SF 영화에서도 어색하지 않게 잘 어울리는 흔하지 않은 명배우 중 한 명이다.
개인적으로는 1985년 작 ‘블루문 특급-파일럿’에서의 말랑말랑한 모습이 기억에 남는데, ‘다이하드’ 시리즈 같은 액션 영화에서도 그 특유의 넉살과 유머러스함은 그대로 남아있고, 그런 매력 때문에 그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을까 생각된다.
대머리 아저씨가 되어버려서 좀 아쉽긴 해도, 여전히 멋진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2013년 개봉 예정에 ‘다이하드: 굿 데이 투 다이’가 있는걸 보니 여전히 액션 연기에서도 건장함을 과시하고 있는데, 제목이 상당히 의미심장한 게, 아마도 그 영화에서 주인공 ‘맥클레인’이 죽지 않을까 예상해본다.
그의 연기력이야 이미 잘 알고 있으니 두말할 나위가 없지만, 이 영화를 보면서 새삼 놀란 것은 바로 주인공 ‘조(젊은 조)’를 연기한 ‘조셉 고든-레빗’의 모습이다.
프로필 사진이나 여타 다른 영화에서의 모습을 보면, 약간 동양계 피가 섞인 듯도 하고 뭔가 미국적인 마스크가 아니라 이질감이 있는데, 이 영화에서의 그의 모습은 상당히 인상적이다.
특히, 약간 얼굴을 찡그리거나 할 때의 모습은 젊은 ‘로버트 드 니로’를 연상시킨 다랄까.
이 영화를 통해 얻은 우연의 수확이다, 앞으로 그의 연기를 더욱 기대하게 되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관록과 매력이 더해지는 멋진 연기파 배우가 될 것 같다.

(이하 스포일러 포함)-----------------------------
소재가 바닥났다는 헐리웃에서 나온 영화치고는 소재가 상당히 신선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막상 요모조모 따져보면 이런저런 영화들의 소스들을 뽑아내어 끼워 맞춘 듯한 느낌도 든다.
미래에서 30년 전의 과거로 온 조(브루스 윌리스)가 미래세계를 장악하는 암흑세계의 보스를 처단하기 위해 찾아다니는 모습은 흡사 ‘터미네이터’의 줄거리를 연상시킨다.
미래에서 온 남자를 저지하는 사람이 다름 아니라 자기 자신이라는 설정은 참신했다.
동전 따위를 손 위에 띄우는 아주 약한 단계의 염력을 가진 ‘TK’라는 신인류가 등장하고, 단지 그 정도 능력뿐이라는 점에서 점차 대중의 관심은 없어지지만, 이 영화의 반전이라면 반전이랄까, 미래에서 온 ‘조’가 가지고 있던 지도에는 세 지역이 그려져 있다.
미래에서 보내진 사람을 살해하고 돈을 받아 생활하는 ‘루퍼’ 중의 한 사람이다.
사람을 죽이더라도 시체를 처리하는 게 곤란해진 미래세계에서, 범죄조직이 은밀하게 개발된 타임머신을 이용하여 사람을 과거로 보내 살인을 하고 시체를 처리한다.
범죄조직은 처치하고 싶은 사람이 생기면 타임머신에 태워 과거로 보내고, 대기하고 있던 ‘루퍼’는 미래에서 타임머신으로 보내지는 사람을 처치하고 시체를 태워 없애는 것이다.
간혹 ‘루퍼’ 중에 30년 후의 자기 자신이 보내지면 그 또한 처단해야 하는데, 그것을 ‘루프를 닫는다.’ 라고 한다.
과거의 나 자신이 죽으면 미래의 나 자신은 사라지겠지만, 미래에서 보내진 나 자신을 죽여도 현재의 나에게 아무런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미래에서 보내진 자기 자신을 처단한 ‘루퍼’는 그 생활에서 은퇴하게 되는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이런 ‘루프를 닫는 사건’이 많이 발생하기 시작하고, ‘조’에게도 같은 일이 일어나는데, 미래에서 온 ‘조’는 마치 그 일을 준비라도 한듯 현재의 ‘조’를 제압하고 도시로 사라져버린다.
미래에서 보내진 사람을 처단하지 못한 ‘루퍼’가 어떻게 되는지를 잘 아는 ‘조’는 자신의 인생을 위해 미래에서 온 자기 자신을 처단하려 하지만, 미래에서 온 ‘조’에게는 그럴만한 사연이 있다.
말 그대로 ‘루프(loop)’는 무한 반복이다.
시간여행이 가능해진다면, 인간의 시간은 무한해서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사건이 되고, 미래에서 온 ‘조’가 설치고 다닐수록 현재의 시간은 엉키게 되는 동시에 현재의 ‘조’가 새로운 일을 겪을 때마다 미래에서 온 자기 자신에게도 새로운 기억이 심어진다.
마치 ‘평행이론’처럼, 다른 경우의 ‘조’는 미래에서 온 자기 자신을 문제없이 처단하고 ‘루퍼’로써의 삶을 은퇴한 이후 중국으로 떠난다.
모아둔 돈이 떨어져 가고, ‘조’는 다시 범죄의 세계에 빠져 방탕한 생활을 하다가, 묘령의 중국 여성(허청)을 만나 새사람이 된다.
그녀의 도움으로 마약을 끊고, 그녀와 함께 행복한 나날을 보내던 어느 날 범죄 조직이 나타나 그를 잡으려다가 그녀를 죽이고 만다.
삶의 유일한 이유였던 그녀를 잃은 슬픔에 ‘조’는 갱들을 처치하고 타임머신으로 과거로 도망친다.
그리고 자기를 처치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던 자기 자신(젊은 ‘조’)을 제압하고, 미래에 자기 아내를 죽이게 되는 범죄 조직의 우두머리를 처치하기 위해 미리 알아둔 세 곳의 지역에 사는 아이를 처단하려 한다.
젊은 ‘조’는 정신을 차려 미래의 ‘조’를 처치하는 길만이 자신의 ‘루퍼’로써의 인생을 되찾는 길이라 여긴다.
소중한 아내를 잃지 않기 위해 누군가를 처단하려 한다는 미래의 ‘조’가 하는 말 따위에 동정심을 느끼지 못한다.
들판을 헤매던 젊은 ‘조’는 남자 아이와 함께 사는 젊은 여자를 만나게 되고, 그녀의 도움으로 마약의 고통에서 벗어나게 되는데, 그녀가 데리고 있는 아이가 뭔가 심상치 않다.
그 아이의 정체가 바로 ‘슈퍼 TK’이었던 것이다.
여느 보통의 ‘TK’들은 조그만 동전 따위를 공중에 띄우는 정도의 염력을 가졌지만, ‘Apt 슈퍼’(캐머런 M. 브라운)은 지금까지 본 적이 없는 강력한 염력을 가진 아이다.
아이의 엄마는 젊은 날 아이를 버리고 도시로 떠난다.
그녀 대신 아이를 키웠던 그녀의 동생은 범죄자들에게 무참히 살해당하고, 정신적 상처를 입은 아이는 분노를 일으킬 때마다 파괴적인 염력을 발산한다.
아이를 버렸다는 죄책감에 그녀를 엄마라고 생각하지 않는 아이이기에 아이가 입은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것이 쉽지가 않다.
그 아이의 파괴적인 염력이 세상 사람들에게 밝혀지면 분명 위협을 받을 거라 생각하기에 감추지만, 처음부터 ‘조’(젊은 ‘조’)를 좋아한 아이는 ‘조’를 찾아온 조직원들로 부터 ‘조’를 감춰준다.
하지만, ‘조’가 그곳에 숨어있다는 사실을 직감한 ‘제시’(가렛 딜라헌트)가 다시 찾아와 ‘조’가 위험해지자 계단을 내려오던 아이가 발을 헛디뎌 상처를 입게 되고, 분노한 아이는 ‘제시’를 처치해버린다.
아이가 엄청난 염력을 가졌고, 통제되지 않는 그 힘 때문에 미래에 암흑 조직의 우두머리가 될 거라는 사실을 알게 된 ‘조’.
하지만, 동시에 아이가 더욱 암흑 세계로 빠져들게 된 이유가 미래에서 온 ‘조’(브루스 윌리스)가 아이를 죽이기 위해 겨눈 총이 아이의 엄마 ‘새라’(사라: 에밀리 블런트)를 죽이게 되고, 홀로 도망쳐 기차에 오른 아이가 사람들에 대한 분노에 휩싸여 암흑 조직의 보스가 되는 미래를 보게 된다.
미래의 ‘조’가 ‘새라’를 죽이는 것을 막기 위해 자기 자신에게 총을 겨누어 자살하는 젊은 ‘조’.
엄마를 잃지 않은 아이는 분노를 조절할 수 있게 되고, 그들의 미래는 바뀔 것을 예고하며 영화는 끝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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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선가 본 듯한 소재와 아이템들이 잔뜩 뒤섞여 있는 것 같지만, 스토리는 꽤 참신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야기 전개도 전혀 지루하지 않고 흥미진진하다.
멋지고 화려한 SF 영화는 아니지만,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잘 만들어진 작품.
‘브루스 윌리스’가 제법 SF 영화에 많이 출연하는데, 연기 자체도 훌륭하지만 좋은 영화 고르는 안목도 있는 듯하다.
꼬마 아이도 꽤나 인상적인 연기력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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