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건축학개론 (2012)(엄태웅,한가인,이제훈,배수지) Movie_Review

이 영화는 ‘첫사랑’에 관한 이야기다.
첫사랑의 풋풋하고 어설픈 사랑 이야기, 그리고 ‘설렘’의 감정을 떠올리게 하는 영화.
지금 한창 첫사랑의 감정을 느끼고 있을 혹은 그보다 어린 세대에게 보다는 30대 이상의 세대들에게 옛 추억을 다시 한 번 떠올리게 만드는 영화.
옛 추억을 떠올리며 미소 짓게 만들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과거의 자신이 어리석었음에 안타까움을 느끼게도 하는 영화다.
배우들이 연기하는 제3의 누군가의 이야기가 아니라, 어린 날의 내 모습을 되돌아보게 하는 듯 한 아련함이 있다.
그때의 감성을 떠올리게 해준 감독에게 고마움과 박수를 보낸다.

사실, 이 영화 보기를 한참 망설이게 한 이유는 편견 때문이다.
영화 개봉 이후 ‘첫사랑의 아이콘’ 이라며 ‘배수지’가 국민적 관심의 대상으로 떠올랐을 때에도 그다지 이 영화에 대한 관심이 없었던 것은 잘 나가는 아이돌 배우를 이용한 마케팅 정도로 여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화 속 ‘배수지’의 모습은 정말 갓 고등학교 졸업해서 아직 순수함이 남아 있는 풋풋한 대학 1학년 여대생 딱 그 나이 또래로, 실제 배수지의 나이 때와 비슷해서 매칭이 정말 절묘하게 잘 되었다.
영화를 본 이후, 정말 내가 그 나이 때 만났을 것 같은 첫사랑 여학생 같은 착각에 빠져들었다.
영화에 대한 몰입도가 좋은 편이며, 풋풋한 모습의 ‘배수지’가 정말 인상적으로 다가오는 영화.
그리고 ‘납득이(납뜩이)’라는 별명이 왜 유명해졌는지도 이해하게 되었다.

7080세대를 설레게 만들었던 영화가 ‘써니(2011)’ 이었다면, 이 영화는 그 다음 세대인 현재 30~40대 정도의 세대가 추억할만한 1994년 즈음을 배경으로, 당시에 20대 초반을 보낸 과거 세대들에게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많은 소품들이 등장한다.
전람회 1집, CD플레이어, 삐삐, 필름 사진기, 책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유홍준)’, PC통신, 1G 용량의 하드디스크, GEUSS 짝퉁 티셔츠(원래 브랜드 명은 ‘GUESS’), 첫 눈이 올 때 만나자는 약속 등등.
또한, 요즘처럼 초등학교~중학교 때에 첫 연애를 하는 세대와 달리, 고등학교를 졸업해서나 첫사랑을 경험하게 되던 세대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연애 경험이 거의 없어서 연애를 어떻게 해야 하고 고백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서툴렀던 세대들의 이야기다.
물론, 과거에나 지금에나 ‘(발랑)까진’ 애들도 있고 순진한 애들도 있기 마련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아무튼, 그 당시 세대는 어릴 적 짝사랑처럼 했던 첫사랑 말고는, 고등학교 때 교회에서 연애를 처음 경험하거나 혹은 대학에 처음 들어가서 첫사랑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을 것이다.

영화를 보는 내내, 나 역시 옛 추억에 빠져들었다.
나도 참 그땐 왜 그렇게 서투르고 몰랐는지…….
서툴게 시작하게 된 첫 사랑, 첫 연애 감정은 서로에게 너무 아프고, 두고두고 후회하게 만든다.
그만큼 첫사랑의 감정은 강하게 기억에 남는데, 영화 속 두 주인공은 오해 때문에 헤어지게 되지만 그 첫사랑에 대한 추억을 지우지 못한 채 여전히 마음속에 간직하고 산다.
누구의 잘못이 아니라 서로 너무 ‘연애’에 서툴렀기 때문에 그렇게 되어버렸고, 마음 한구석에 아픈 상처로 각인이 되어 버렸지만, 여전히 그 아련한 감정을 지울 수 없다.

과거의 ‘서연’ 역에 ‘배수지’, 그리고 현재의 ‘서연’ 역에는 ‘한가인’이 연기를 했다.
‘한가인’이 처음 연예계 데뷔했을 때의 이미지가 참하고 착한 이미지였고, ‘배수지’ 역시 섹시하다기 보다는 참한 이미지가 강하다.
그런 연장선상에서 캐스팅이 절묘하게 맞아 떨어지고 있어서 여주인공에 대한 아련함과 애절함이 더 강렬한 것 같다.

과거 ‘승민’ 역의 ‘이제훈’은 마치 어린 ‘박해일’을 보는 것 같다.
다른 포스팅에서도 언급한 적이 있는데, 친구 중에 ‘박해일’과 많이 닮고 이미지가 비슷한 친구가 있다. 이번 영화에서 ‘이제훈’의 모습은 친구와 정말 많이 닮았다.
가지런히 내린 머리, 마른 몸매 등이 정말 비슷하다.
먼저 말을 놓은 ‘서연’에 비해 쉽게 말을 놓지 못하는 ‘제훈’의 모습에서도 여전히 사람들에게 쉽게 말을 놓지 못하는 친구의 모습이 보여서 묘한 기분이 들었다.
어린 ‘승민’ 역의 ‘이제훈’이 현재의 ‘승민’ 역의 ‘엄태웅’과는 매칭이 좀 안되기는 하지만, 이번 영화에서의 ‘엄태웅’의 연기는 그리 어색하지 않게 잘 맞은 것 같다.

이하 스포일러 포함----------------------
줄거리.
스토리는 과거의 ‘승민’과 ‘서연’이 첫사랑의 감정을 키워가던 시간대와 나이가 들어 만나게 된 재회하게 된 현재 시점을 번갈아 보여주며 전개하고 있는데, 영화상의 흐름을 그대로 기술하려면 이야기가 너무 복잡하고 길어지기 때문에 과거와 현재의 이야기를 분리해서 적어보겠다.

대학에 입학한 ‘승민(이제훈)’은 강의에 지각한 참하게 생긴 여대생 ‘서연(배수지)’이 눈에 들어온다.
자기가 사는 집에서 학교까지 오는 길을 그려보라는 교수의 말대로 지도를 그려보다가 그녀가 자기와 같은 동네에 산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음대생인 그녀는 왜 건축학과의 ‘건축학개론’을 듣는 것일까?
아무튼, 과제 때문에 사진을 찍으러 나갔다가 그녀를 다시 만나게 되고, 자신을 알아본 그녀와 함께 같이 과제를 하기로 한다.
동네의 버려진 집에 우연히 함께 들어가게 되고, ‘서연’은 그 집을 깨끗이 청소해 놓는다.
이후 둘은 교수님이 준 과제를 함께 하며 점점 친해지고, ‘승민’은 친구 ‘납득이(조정석)’에게 조언을 받으며 그녀와 사귀게 되기를 희망한다.
그녀는 자기가  좋아하는 ‘전람회 1집’ CD를 틀고는 이어폰 한쪽을 ‘승민’에게 끼워준다.
음악을 들으며 그녀의 옆모습을 훔쳐보고, 그녀를 사랑하는 마음이 싹튼다.
하지만, 그녀는 사실 ‘방송 동아리’ 선배(‘승민’의 과 선배)인 ‘재욱(유연석)’을 좋아해서 일부러 ‘건축학개론’ 강의를 들으러 오게 된 것이다.
동아리 킹카인 ‘재욱’은 강남에 사는 부자인데다가 키도 크고 잘생기고 차도 있다.
(영화의 배경이 된 시대에는 대학생 중에 차를 가지고 있는 경우는 매우 드물었다. 그만큼 잘 산다는 증거.)
모든 여대생들의 선망의 대상인 ‘재욱’과 같은 활동 반경에 있으면 어쩌면 사귀게 될지도 모른다는 희망 때문에 그녀는 ‘건축학개론’ 강의를 들으러 온 것이다.
‘승민’은 그런 사실에 질투도 나지만, 아무튼 현재 자신과 친하게 지내는 ‘서연’을 사귀고 싶다.
둘은 교외로 멀리 나가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정류소에서 살짝 잠든 그녀의 입에 도둑 뽀뽀를 하는데, 그 일을 그녀가 몰랐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던 어느 날, ‘서연’을 집에 데려다 주겠다는 선배 ‘재욱’의 차에 함께 동승한 ‘승민’은 잠든 척을 하고 있다가 둘의 대화를 엿듣게 된다.
‘재욱’이 ‘서연’에게 둘이 어떤 사이냐고 묻는 질문에 ‘서연’이 머뭇거리며 ‘그냥 좀 친하다’고 하자 섭섭하기도 하고, 그녀가 ‘재욱’을 동경해서 ‘건축학개론’ 강의를 들으러 왔다는 사실도 그녀에게 들어서 알고 있는데, ‘승민’이 자랑처럼 입고 다니던 ‘GEUSS’ 티셔츠가 사실은 ‘GUESS’ 브랜드의 짝퉁이라며 흉을 보는 ‘재욱’의 말에 ‘승민’은 스스로 초라함을 느끼고는 황급히 차에서 내려버린다.
‘승민’은 강북 ‘정릉’에 사는 자신이 한없이 초라하고, ‘서연’의 마음에 들기 위해서라도 부잣집 아들이었으면 좋겠다.
검은 비닐봉지로 가득한 냉장고가 짜증나고, 낡아빠진 철제 대문도 짜증나고, 짝퉁 ‘GEUSS’ 티셔츠도 창피하다.
‘서연’에 대한 마음을 그만 접을까 싶지만, 친구 ‘납득이’는 ‘서연’에게 고백을 하라고 충고를 한다.
결국, ‘서연’은 ‘재욱’과의 대화에서 말했던 대로 강남으로 이사를 가고, ‘승민’은 ‘서연’이 이사 온 반 지하 자취방에 짐을 날라주며 고백할 타이밍을 잡을까 하는데, ‘납득이’가 ‘첫눈 오는 날 만나자’고 하라고 충고했던 말을 ‘서연’이 자기에게 먼저 하는 것이 아닌가.
(당시에는 사귀다 헤어지게 된 상황이 오거나 혹은 요즘 말로 ‘썸’을 타는 사이에 ‘첫눈 오는 날 만나자’ 라는 말을 하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CD플레이어가 없어서 ‘서연’이 빌려준 ‘전람회 1집’ CD를 들을 수조차 없지만, 승민은 마냥 기쁘다.
1학년 ‘건축학 개론’ 종강을 한 날, 다들 뒤풀이를 하러 오라지만, ‘승민’은 연락이 되지 않는다.
‘재욱’ 선배는 ‘서연’을 설득해서 종강파티에 데려가고, ‘서연’은 계속 ‘승민’에게 ‘삐삐’를 치지만 연락이 오지 않는다.
사실, ‘승민’은 용기를 내어 고백을 하려고 ‘납득이’가 코치해준 대로 소주를 마시고 못 피우는 담배도 피우며 ‘서연’의 자취방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던 것.
(당시에는 대학생이 휴대전화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거의 없었고, ‘삐삐’도 없는 학생이 많았다. 상대방의 ‘삐삐’ 번호로 전화를 걸어 전화번호를 남기면, ‘삐삐’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그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기위해 공중전화를 찾아가야 하는데, 간혹 ‘삐삐’가 울리는 소리를 못 들으면 연락이 안 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서연’의 자취방 앞에서 기다리던 ‘승민’의 눈앞에 나타난 것은 술에 잔뜩 취한 ‘서연’과 그녀를 부축해 온 ‘재욱’.
술에 취한 ‘서연’에게 여자킬러 ‘재욱’은 계속 키스를 시도하지만 다행히 ‘서연’은 키스를 거부하고, 이윽고 ‘재욱’은 ‘서연’을 부축해서 자취방으로 들어가 버린다.
이에 실망한 ‘승민’은 ‘납득이’를 만나 울고 만다.
(‘승민’은 ‘재욱’이 ‘서연’을 부축해서 자취방에 둘이 섹스를 했을 거라고 짐작한 것.)
이후, 강의실 앞에서 ‘승민’이 나오기를 기다리던 ‘서연’에게 ‘승민’은 ‘전람회1집’ CD를 되돌려 주고 ‘꺼져달라’고 말해버린다.
첫눈이 오는 날, ‘서연’은 ‘승민’에게 첫눈이 오면 만나자고 했던 버려진 그 집에 와서 기다리지만, ‘승민’은 약속을 기억하면서도 집에만 처박혀 있고, ‘서연’은 CD플레이어와 ‘전람회 1집’을 놓고 떠난다.

세월이 흐른 후.
동창 주소록에 있는 주소록을 보고 ‘서연(한가인)’은 ‘승민(엄태웅)’이 일하는 건축사무소에 찾아온다.
‘승민’은 ‘서연’을 알아보지 못한다.
(못 알아 본 것일 수도 있고 모른 척 한 것일 수도 있지만, 전자 쪽에 가깝다.)
‘서연’은 ‘승민’에게 아빠가 살던 제주도 집을 새로 지어 달라고 한다.
다름 아니라, 병에 걸려 돌아가실 때가 된 아빠를 위해 제주도에 집을 짓겠다는 것이다.
‘승민’은 집을 설계하려면 집주인에 대해서 잘 알아야 한다며 ‘서연’에 대해 알고 싶다고 한다.
마당의 수도꼭지 주변에 시멘트를 발라 놓은 곳이 다 마른 줄 알고 들어섰다가 발자국이 찍혀 속상해 했던 기억, ‘서연’이 크면서 키를 재어 놓았던 흔적들.
(집주인의 그런 추억들을 잘 살려 집을 지어 주는 것이 ‘사람’ 중심의 건축이라고나 할까. 건축학에서는 이런 ‘철학’을 꽤 중요하게 여기기도 한다.
이 영화에서는 그런 ‘건축(설계) 철학’에 대해서는 깊이 있게 다루고 있지 않지만, 건축사 ‘승민’이 첫사랑 ‘서연’을 위해 추억이 담긴 흔적과 장소들을 그대로 보존하고 구조 변경을 한다는 설정은 건축학적으로도 상당히 의미 있는 일이다.)
‘승민’에게 있어 ‘서연’은 첫사랑이지만, 사무실에서 같이 일하는 여직원이자 결혼 상대자인 ‘은채(고준희)’에게 얘기할 때는 자신의 첫사랑을 ‘쌍년’ 이라고 욕을 했었다.
자신의 기억으로는 바람둥이 선배 ‘재욱’과 잤다는 아픈 기억 때문에 그녀와 헤어졌기 때문이다.
몰래 뽀뽀를 하기는 했지만 둘이 사귀었다고 하기에는 다소 애매한.
사귀자고 말하고 서로 사귄 것도 아니고, 고백을 한 것도 아닌 애매한 관계.
그리고 선배에게 뺏겨버린 첫사랑에 대한 아픈 추억.
‘승민’에게 있어 ‘서연’은 그런 가슴 아픈 기억으로 남아 있는 존재일 뿐이다.
얼떨결에 ‘서연’의 제주도 집을 재건축하게 되기는 했지만, 이것저것 많이 따지는 그녀가 얄밉다.
‘승민’에게 있어 그녀는 그다지 좋은 기억이 아니다.
하지만, 그녀와 계속 만나면서 그녀와의 옛 추억이 떠오르고, 아직 풀리지 않은 의문들이 되살아난다.
과연 그때 어떻게 된 것일까?
‘서연’은 대학 졸업 후 결혼을 했다가 이혼을 했다.
이혼을 하면 살길이 막막하기에 최대한 이혼을 하지 않고 버티다가 위자료를 넉넉히 받았다.
그 돈으로 경제적으로는 여유가 있지만 외롭게 살고 있고, 어릴 때부터 입버릇처럼 말했듯이 아빠의 제주도 집을 새로 짓고 싶었다.
(건축학과인 ‘승민’에게 나중에 공짜로 집을 지어 달라고 말했다.)
오랜만에 다시 만난 ‘승민’에게 넥타이도 새로 사주고 싶었지만, 사무실에서 같이 일하는 ‘은채’가 ‘승민’의 약혼녀라는 사실을 알게 되자 선물을 감춘다.
제주도에서 ‘승민’과 같이 술을 마시다가 그녀가 이혼녀라는 사실이 밝혀지자, ‘서연’은 자신의 인생이 안에 무엇이 들었는지 알 수 없는 ‘매운탕’ 같다며 슬퍼한다.
그리고 ‘아이 씨발 다 좃 같애’를 외치며 통곡한다.
임종을 앞둔 아픈 아빠, 음대생이었지만 동네 피아노 학원 출신이라고 놀림을 받던 열등감, 첫사랑이었던 ‘승민’과의 이별, 행복하지 못했던 결혼 생활, 위자료를 받기 위해 질질 끌다가 한 이혼.
‘승민’의 상황도 그리 썩 좋지는 않다.
부잣집 딸인 ‘은채’는 결혼해서 미국으로 가자고 한다.
자신은 공부를 계속하고 ‘승민’은 일을 하며 살기로 한 것.
‘은채’의 아버지가 금전적으로 도와주겠다고 하지만 ‘승민’은 자존심을 지키고 싶다.
사실, 그보다도 평생을 자신의 뒷바라지를 하며 고생하고 살아온 어머니를 버려두고 미국으로 가는 것이 썩 내키지 않는다.
‘승민’이 어머니를 두고 떠난다고 말에 ‘서연’이 ‘어머니를 보살펴야 되지 않느냐’고 말하자 ‘승민’은 화를 낸다.
여전히 냉장고에는 검은 비닐봉투가 넘치고, 창피하다며 버리라고 소리쳤던 ‘GEUSS’ 짝퉁 티셔츠는 다 낡아빠진 채 어머니가 입고 있다.
미국으로 떠나는 아들을 위해 순대국밥을 내놓는 어머니.
‘승민’은 순댓국을 팔아 생계를 이어 온 어머니를 부끄러워했다.
우연히 어머니가 장사 하시는 가게 앞에서 ‘서연’을 만났을 때도, 자신은 순댓국을 못 먹는다고 거짓말을 하며 어머니가 부끄러워 숨기고 피했던 기억이 있다.
그런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어머니는 ‘승민’에게 집을 판돈이 든 통장을 내밀자 승민은 괜히 화를 내고는 대문 앞에 앉아 담배를 피우는데, 찌그러지고 녹이 슬어 구멍이 난 대문이 ‘승민’을 더욱 슬프게 한다.
‘승민’은 첫사랑 ‘서연’을 위해 미국으로 떠나기 전까지 제주도 집의 설계변경을 마치고 구조 변경을 성심성의껏 마무리하기로 결심한다.
그 옛날, ‘서연’이 ‘승민’에게 집을 지어달라고 했던 부탁대로 ‘승민’은 ‘서연’을 위해 그것만큼은 꼭 해주고 싶었던 것.
2층 잔디밭에 잠든 ‘승민’ 곁에 누워 ‘승민’의 입술을 만져보는 ‘서연’.
‘서연’에게 있어서도 ‘승민’이 첫사랑이다. 정류장에서 ‘승민’이 몰래 했던 뽀뽀가 사실 ‘서연’의 첫 키스(?)였던 것이다.
제주도의 집이 모두 지어지고, 이삿짐을 가져온 ‘서연’의 마지막 짐을 들어주던 ‘승민’은, ‘서연’이 ‘재욱’ 선배와 자취방으로 들어가던 그날(‘서연’에게 고백을 하려 했던 그날) ‘서연’에게 주려고 2층 집을 모델링 하고 서연이 직접 그렸던 스케치를 붙여둔 그 건축모델링 작품을 발견한다.
자신이 그날 그곳에 왔다가 간 사실을 ‘서연’도 알고 있었던 것이다.
사실, 그날 밤 ‘재욱’ 선배와 ‘서연’ 사이에 무슨 일이 어디까지 있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서연’의 첫사랑은 ‘승민’이었던 것이다.
(영화상에서는 그날 ‘서연’이 ‘재욱’ 선배와 잤는지 안 잤는지 밝히지는 않는다.)
‘서연’ 역시 첫사랑에 서툴러서 잘 표현을 하지 못했던 것일 뿐, ‘승민’의 고백을 기다리고 있었고, 서로 어긋나 버린 것이다.
결국, ‘승민’은 ‘은채’와 미국행 비행기에 오르고, 제주도에 정착해 아이들에게 피아노 교습을 하며 살아가는 ‘서연’에게 소포가 도착한다.
눈이 내리면 만나자고 했던 그 버려진 집에 두고 온 CD플레이어와 ‘전람회 1집’ CD.
‘서연’은 기다리다가 떠났지만, ‘승민’은 ‘서연’이 떠난 그 집에 뒤늦게 가서 ‘서연’이 두고 간 CD플레이어와 ‘전람회 1집’ CD 를 가져간 것이다.
‘서연’은 ‘승민’이 그 집에 다녀갔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CD플레이어를 돌리자 ‘전람회 1집’의 ‘기억의 습작’이 흘러나오며 영화는 끝을 맺는다.
-------------------------------------------

엔딩이 참 씁쓸하다.
‘승민’과 ‘서연’의 첫사랑이 다시 이루어지길 바라는 마음은 나만 그럴까.
‘승민’이 ‘은채’를 버리고 다시 ‘서연’을 만나는 스토리로 가는 것도 좀 이상하기는 하지만, 두 사람의 첫사랑이 오해로 씁쓸하게 끝이 나버린걸 생각하니 둘의 사랑이 다시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다.
둘 모두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담담하게 현실을 받아들인다는 결말로 끝을 맺은 것 같다.

‘첫사랑’ 이라는 소재를 정말 강렬한 이미지로 잘 그려낸 작품이다.
여자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남자들의 경우에는 첫사랑을 평생 못 잊는다고 한다.
이 영화를 보면, 여자들에게도 첫사랑의 강렬함은 남자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다.
둘 모두 너무 서툴러서 실수하고 오해하고, 결국 첫사랑은 실패한다고 했던가.
실패했기에 더욱 강렬한 기억으로 남게 되고, 평생 후회하게 되는 것아 아닐까.

사실, ‘첫사랑’에 대한 의미는 사람마다 해석이 좀 다를 수 있다.
보통, 서로 좋아하는 감정이 있었을 때를 ‘첫사랑’ 이라고 해석하는데, 이 영화의 포스터에 붙어 있는 문구처럼 ‘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첫사랑이었다.’ 라고 한다면 ‘짝사랑’ 까지 포함 하는 것이 된다.
해석은 좀 다를 수 있지만, 짝사랑이든 양방간의 사랑이든 간에 어린 시절 가슴을 설레게 했던 그 감정은 모두에게 소중하고 강렬하게 남아 있다.

‘첫사랑’의 매개체로써 ‘전람회 1집’ 수록곡인 ‘기억의 습작’이 관객에게 각인 시키듯이 계속반복해서 나오는데, 김동률의 목소리는 지금 들어도 좋다.
‘기억의 습작’이 영화를 통해 다시 재조명을 받게 되었는데, 요즘 가요의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고 90년대 정서에 맞는 곡이기는 하지만, 영화 분위기와 잘 맞아 떨어져서 관객들에게 아련한 첫사랑의 기억과 함께 옛 향수를 떠올리게 하는데 제법 효과적인 역할을 한 것 같다.


스크린샷---------------------------

덧글

  • 퍼피 2012/11/19 23:53 # 삭제 답글

    나도 이영화가 재밌다고 소문나긴 했는데 ..
    요즘 인기있는 아이돌 수지가 나왔다고 해서 편견을 가졌는데..
    영화 보고 수지가 좋아졌슴...
    나만 그런게 아니였구먼...ㅋㅋ
댓글 입력 영역
* 비로그인 덧글의 IP 전체보기를 설정한 이글루입니다.


통계 위젯 (화이트)

1191067
7637
10103347

google_myblogSearch_side

▷검색어

Flag Counter style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