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내 아내의 모든 것 (All About My Wife, 2012)(임수정, 이선균, 류승룡) Movie_Review

별로 기대를 안 하고 봤는데, 이 영화 대박이다.
한국 멜로 영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보고 난 뒤 강력히 추천해주고 싶어진 영화.
근래 아니 지금까지 본 멜로 영화 중에 가장 좋았다.
물론, 개인마다 취향이 틀리고 이 영화에 대해 호불호가 갈리겠지만, 연출, 영화적 완성도, 캐릭터, 배우들의 연기와 캐릭터에 대한 몰입도, 스토리의 짜임새 등등이 정말 훌륭하다.

영화 보는 내내, 과연 이 영화는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 것일까?' 를 생각했는데, 어렵지 않게 답이 나왔다.
큰 틀에서 보면 '사랑' 을 이야기 하고 있지만, 이 영화가 이야기 하려는 것은 바로 '외로움' 에 대한 이야기다.
계속 그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영화 후반부에 남편 이두현(이선균)의 입을 통해 그 이야기가 나온다.
'내가 외로워 보니까 알겠더라'.

아내 연정인(임수정)이 쉴새없이 세상 모든 것들에 대한 투덜거리는(두현의 휴대폰에 '투덜이' 라고 입력되어 있다) 것은, 그녀가 외롭기 때문이다.
문제의 발단은, 남편인 두현이 그녀가 외롭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이고, 문제의 원인을 해결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하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정인은 왜 외로울까?
여자가 결혼한 이후에 외로움을 느끼게 되는 이유는, 연애할 때와는 달리 남편이 자기에게 소홀해지기 때문이다.
남자들은 여자와 결혼을 하게 되면, 마치 게임의 끝판왕을 깨고나서 그 게임이 재미없어지는것처럼 아내에 대해 흥미를 잃기 시작한다.
연애할때처럼 다정다감하고 친절하지 않고, 이제 '가족' 이 되었으니 함부로 하게 된다.
결혼 전에는 한껏 사랑을 받던 여자는 남편의 불친절 함에 화가 나기도 하고, 사랑받고 주목받지 못한다는 생각에 외로움을 느끼게 된다.
그러다 아이가 생기면 온통 아이에게 정신이 팔려 어느새 세월이 지나가게 되겠지만, 아이가 없는 부부 사이의 이런 권태로움은 이혼을 부르기도 한다.
정인이 외로운 이유는 다른 부분에도 있다.
정인은 전업주부다.
(모두가 그렇지는 않겠지만) 보통 전업주부의 하루 일과는, 아침에 남편 밥 챙겨주고, 남편 출근후 설거지 하고, 아침 드라마 보고, 낮잠 조금 자고, 점심 먹고, 청소 하고, 저녁 준비하다가 보면 5~6시.
남편 올때를 기다리고 있다가 같이 밥을 먹던가 아니면 저녁 드라마를 본다.
남편이 오면 하루종일 대화 상대가 없어 외로웠으니 남편에게 이런저런 하루 일상으로 수다를 떤다.
그런데, 남편은 그렇게 별 의미없어 보이는 일상의 수다가 마냥 귀찮다.
자기 말에 맞장구라도 쳐주면 좋겠지만, 남편들은 아내의 수다를 듣는걸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 삶이 이어지다보면, 여자는 외로움을 느끼고, 급기야 우울증에 빠지기도 한다.
이 이야기에서 알 수 있듯이, 평범한 전업주부에게 자신의 삶은 없다.
그저 남편 뒷바라지 하며 무한 반복되는 집안일 뿐이다.
그런 환경이라면, 남녀의 입장이 바뀌어도 아마 똑같은 결과가 나올 것이다.

극의 재미를 위해 존재하는 캐릭터인것 같지만, 카사노바 장성기(류승룡)의 역할은 상당히 중요하다.
위에서 언급한 내용의 문제를 잘 꿰뚫고 있기 때문이다.
장성기(류승룡)는 남편 두현(이선균)에게 정인(임수정)이 좋아하는 것에 대한 모든 리스트를 뽑아 달라고 한다.
(영화 제목처럼 '아내의 모든 것')
작업 과정에서, 일단 전업주부인 정인이 집에만 있으면 동선(행동반경)이 제한적이어 자신과 만날 기회가 없으므로, 정인이 지역 방송국에 취업을 하도록 유도한다.
자신의 일이 생긴 정인이 직장과 집을 오가는 과정에서 카사노바 장성기는 우연을 위장하여 그녀에게 접근하기 시작한다.

자, 여기서 중요하게 볼 대목은 바로 정인이 '자신의 직업' 을 가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위에서 이미 언급했듯이, 여자가 전업주부가 되어 외로움을 느끼고 우울증이 생기는 이유는, 남편 의존적이 되고, 남편의 사랑만을 바라보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기 직업을 가지게 되면, 자존감이 높아지고, 사사로운 일에는 덜 신경쓰게 된다.
즉, '자존감' 과 '자아성취' 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장성기는 그녀가 좋아하는 것들에 대한 정보를 이용해 그녀의 기분을 항상 좋게 만들어 준다.
스스로 카사노바라고 밝혔고, 여자를 사랑할 수 없다고 말한 장성기에 대해 정인은 경계를 푼다.
이는, 마치 게이처럼 섹스에 대한 위험이 없는 순수한 이성친구인 셈이다.
장성기의 속셈은, 일단 그렇게 경계를 풀고 친해진 뒤에 어느순간 사랑을 고백해서 자신에게 빠지게 하려는 계획인 것이다.
아무튼, 마치 게이처럼 자신은 '섹스' 에는 관심이 없다는 식으로 경계를 푼 뒤, 그녀가 좋아하는 말과 행동으로 끊임없이 그녀의 기분을 좋게 만든다.
여자는 '사랑받는다' 는 느낌을 받게 되고, 대화도 별로 없고 권태로워진 현재의 남편과의 관계와 달리, 마치 처음 연애를 할때와 같은 설레임을 느끼게 된다.
장성기는 정인을 꼬시기 위해 그런 과정을 밟았지만, 외로움을 느끼던 정인에게 필요했던 치료법이 바로 그런 것이었던 것이다.
만약, 남편 두현이 아내의 외로움에 대해 깨닫고 그녀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런 해결법을 떠올렸다면 남편 두현과 부인 정인은 마치 신혼으로 돌아간것처럼 행복해질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남편이 그렇듯이, 두현에게 그런 현명함이 있었을리는 없다.

이 영화는 여주인공 정인이 카사노바 장성기와 관계를 이어가면서 어떻게 변하는지에 촛점을 맞추고 있다.
정인이 왜 그렇게 신경질적이고 투덜거렸는지(물론, 정인이라는 캐릭터 자체가 원래 투덜거리는 성격이기도 하다), 그녀가 느끼던 외로움이 어떻게 해결되고, 그녀가 어떻게 바뀌어 가는지를 보여주려고 하는것 같다.
물론, 대부분의 시각은 '정인' 이 아니라 남편 '두현' 의 시각이기 때문에 정인의 마음이 어떻게 변해가는지는 거의 관찰자적 입장에서 간접적으로 보게 된다.

카사노바 장성기 역을 맡은 류승룡의 연기가 상당히 인상적이다.
이선균과 주거니 받거니 하며 극의 코믹함을 한껏 올려주고 있는데, 어찌보면 살짝 오버스러운것 같으면서도 이상하리만치 자연스럽게 잘 어울려서 그에 대한 매력을 새삼 느끼게 한다.
시크한 정인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연기한 임수정의 모습도 인상적이었고, 목소리도 멋진 이선균의 귀여움이 상당히 인상적이다.
아마도, 이 영화 이후에 이선균을 귀엽다고 생각하는 여자들이 많아진게 아닐까?

영화는 대략 2시간 정도의 플레이 타임인데, 전반 30분 정도까지는 정인(임수정)의 시크한듯 하면서 쉴새없이 투덜거리는 모습, 남편 두현(이선균)과 묘하게 어긋나며 쉴새없이 자기 얘기만 하는것 같은 정인의 모습이 아주 인상적이다.
30분 정도까지는 정말 계속 키득키득 거릴 정도로 웃겼다.
그리고, 30분에서 50분 정도까지는 연정인과 장성기(류승룡)가 만나게 되면서 코믹했고, 1시간 이후 부터는 분위기가 반전되어 진지해지기 시작한다.
이때부터는 '코믹' 보다는 '사랑' 이라는 포괄적인 문제에 대해 나름 진지하게 고찰하고 있다.
이후, 두현이 마음을 고쳐먹고 그녀를 다시 사랑하게 되면서 동시에 카사노바인 장성기 마저 진심으로 그녀를 사랑하게 되면서, 3각 관계가 형성되고, 영화의 후반에 모든 사실을 알게 된 정인이 이혼을 선택하지만, 결국 둘이 처음 일본에서 지진때문에 만나게 된것처럼 다시 사랑의 감정이 생기기 시작한다는 얘기다.

정인이 이혼을 결심하는 부분은 좀 이상했다.
그럴만도 한 상황이긴 하지만, 극의 분위기에 좀 안맞는듯 하기도 하고, 이혼을 생각해야할 만큼의 분위기를 조성하지 못한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스토리는 짜임새 있는 편이다.
영화를 보다보면, 여성의 심리를 잘 아는 작가가 스토리를 썼거나 감독이 여성감독일것 같다는 생각이 들긴 했는데, 여성감독은 아니었다.


줄거리(스포일러)--------------------------
일본에서 우연히 만나게 된 두 유학생이 결혼을 했고, 7년이 지난 어느날 남자는 깨닫는다.
똥 싸는데 불쑥불쑥 들어오고, 옷은 아무렇게나 팽개치고, 팬티만 입고 돌아다닌다.
무엇보다도 여자의 쉴새없는 투덜거림이 창피하고 그 모든 것들이 지겹다.

이혼하고 싶어하는 두현(이선균)은 아내와 떨어져 있고 싶어 강릉 지사로 자청해서 파견을 갔다가, 이웃집에 사는 카사노바 장성기(류승룡)을 만나 자신의 아내를 꼬셔 달라고 부탁을 한다.
아내가 카사노바의 꼬임에 넘어가면 그것을 빌미로 이혼을 하려는 속셈이다.
도와주지 않으면 자살하겠다는 두현을 막아 세우고 성기는 마지막 작업을 하기로 한다.
그런데, 이 여자가 만만치 않다.
교과서 적인 작업멘트에는 콧방귀만 날리는 정인의 모습에 성기의 자존심이 무너지고, 돈 때문이 아니라 순수한 도전정신으로 그녀를 꼬셔보겠다고 나선다.
남편 두현에게 아내 정인이 좋아하는 것들에 대한 모든 목록을 넘겨받아 그녀가 유혹에 넘어오도록 작업을 걸기 시작한다.
자신이 카사노바 임을 밝히고, 여자를 사랑할 수 없다고 말했기 때문에, 정인은 성기를 순수한(?) 이성친구 쯤으로 여기고 친해지기 시작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을 잘 알고, 항상 기분이 좋아지게 만드는 성기가 매력적이기는 하지만, 정인은 여전히 남편 두현을 사랑한다.
두현은 정인이 취업을 해서 직장생활을 하게 되면 성기가 꼬시기 쉽기 때문에 그녀를 친구가 일하는 지역 라디오 방송사에 취직 시킨다.
정인은 투덜이 캐릭터를 잘 살려서, 이런저런 불만을 투덜거리는 게스트로 유명해지기 시작하고, 카사노바 성기와도 좋은 관계를 유지해 간다.
그러던 어느날, 서울로 전격 스카웃이 된 정인은 남편을 강릉에 남겨두고 서울로 떠나게 된다.
두현은 카사노바에게 아내를 꼬셔달라고 부탁을 하기는 했지만, 섹스만은 하지 말라고 부탁을 한다.
그러나, 카사노바 성기는 그녀와 만날수록 사랑의 감정이 싹트기 시작하고, 이제 그만둬 달라는 두현을 뿌리친체 진심으로 그녀에게 사랑 고백을 하기 시작한다.
우연히 펜트하우스에 인터뷰(라기 보다는 무작정 찾아가서 욕해주는 컨셉의 방송)를 하러 갔다가 성기를 만나게 된 정인은, 성기의 진지한 사랑고백에 놀라고 만다.
어느정도 흔들리기는 했지만, 성기를 사랑하지는 않았던 것.
장성기와 아내가 정말 바람이라도 날까봐 노심초사 하며 그녀를 찾아간 두현은, 화가나서 카사노바를 자신이 섭외했다고 고백을 하고, 모든 정황을 알게 된 정인은 이혼을 결심한다.
하지만, 장성기의 충고대로 두현은 일본에서 지진이 나던 그날 그녀와 처음 만났을때 처럼 그녀와 다시 사랑의 감정을 싹틔우고 새로 사랑을 시작하게 된다는 결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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