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페이스 메이커 (pace maker, 2012)(김명민, 안성기, 고아라) Movie_Review

강한 임팩트는 없지만 잔잔한 감동에 마음이 따뜻해지는 영화.
수많은 엑스트라들이 출연하고, 경기장의 수많은 관중은 어떻게 표현해 냈는지 의아할 만큼 스케일이 큰 영화.
실제 국내 마라톤 대회에서도 찍고, 영국에 가서도 찍고, 다수의 조연들이 출연하여 현장감이 잘 표현되었다.
마지막 결승지점에 들어오는 장면을 제외하고 크게 감동적으로 다가오는 부분은 없지만, 전체적으로 무난한 재미와 잔잔한 감동이 있다.
가난하고 보잘 것 없는 마라토너를 표현하기 위해 ‘김명민’ 스스로 의치를 제안하여 뻐드렁니가 도드라진 인물 ‘주만호’를 표현했는데, ‘김명민’이 꽃미남 스타는 아니기 때문에 굳이 그렇게 까지 할 필요는 없었던 것 같다.
의치는 ‘주만호’라는 캐릭터에 몰입되게 해주기보다는 오히려 신경에 거슬려서 이야기의 몰입에 방해가 되었다.
포스터는 의치를 하지 않고 촬영을 했다.

국내 영화로써는 보기 드물게 일렉기타 연주 음악을 배경음악으로 대부분 사용했는데,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장면에서 나오는 일렉기타 연주가 상당히 인상적이고 잘 어울렸다.
영화 ‘초능력자(2010)’ 에서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를 선보이며 친근한 모습을 보여주었던 외국인 배우 ‘아부다드’가 출연해서 꽤 재미있었다.


이하 스포일러 포함--------------------
예상하기로는 ‘주만호’가 1등을 하기 보다는 3등 안에 들거나 마라톤을 완주하는 데에 의미를 둘 것으로 짐작을 했지만, 주인공이 역경을 딛고 일어나 1등을 하는 매우 전형적이고 교과서적인 스토리로 만들었다.
감동을 주는 스토리 공식을 너무 정석으로 따라가서 식상했다.
물론, 평생 고생하던 주인공이 1등을 한다는 결말은 매우 감동적인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감동을 위해 개연성을 떨어뜨리고 너무 작위적으로 스토리를 이끌어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주인공 ‘주만호’는 실제 마라토너인 ‘이봉주’에 가까운 캐릭터다.
척추 측만증이 있고, 양쪽의 다리 길이도 다르고, 무릎에도 문제가 있다.
실제로 ‘이봉주’는 왼발이 248mm 이고 오른발이 244mm 로 왼발이 4mm 더 길다.
그래서 유명해진 이후에는 그를 위해 특수하게 제작된 운동화를 신고 달리기도 했다.
‘황영조’와 ‘이봉주’는 70년생 동갑내기다.
‘황영조’가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며(생애 4번째 완주) 스타가 되었지만, 이봉주는 여전히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2인자였다.
1996년에 ‘황영조’가 은퇴하고, 같은 해에 애틀랜타 올림픽에 출전한 이봉주는 아쉽게 은메달을 딴다.
이후, 아시안 게임에서는 금메달을 따기도 했지만, 올림픽에서는 금메달을 따지 못하고 은퇴를 한다.

사람들은 ‘이봉주’가 가장 마라토너 같은 삶을 살았다고 한다.
‘황영조’는 선수생활 중 대략 10번 정도의 마라톤 풀코스 완주를 했을 뿐이고, 단지 4번째 마라톤 완주에서 금메달을 따며 스타가 되었지만, 이봉주는 무려 41번이나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했다.
한국 마라톤 계에서 오랫동안 2인자였고,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지도 못했지만, 인생의 축소판이라는 마라톤을 가장 사람냄새 나게 달려온 마라토너가 바로 ‘이봉주’다.
‘이봉주’가 그토록 열심히 달렸고 여전히 열심히 달리는 이유는, 그에게 약점이 많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인터뷰에서도 그런 의미로 얘기를 하곤 한다.)
성공하는 사람들의 상당수는 원래 뛰어난 능력을 갖고 있어서가 아니라 콤플렉스를 극복하기 위해 남들보다 더 열심히 노력하다가 남들보다 뛰어난 기술이나 능력을 갖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하, 마라톤에 대해 상세하게 알지는 못하게 때문에 잘못된 내용이 있을 수 있다.-

마라톤은 정말 힘든 운동이다.
마의 10분대…….
42.195km 를 2시간 10분대에 돌파하는 것이다.
2시간 10분에 주파를 한다고 가정했을 때, 이것을 분단위로 나누어 보면 1분에 0.3245 km 를 뛰는 것이다.
(마라톤 선수가 달리는 속도는 시속 19.8km)(사람이 걷는 속도는 시속 4km 다.)
대략 325m 를 1분에 뛰는 것.
다시 초단위로 나누면 1초에 5.42m
20초면 대략 108.4m 가 된다.
대략적으로 볼 때, 평범한 고등학생이나 성인들이 100m 를 16~20초 정도에 뛰는데, 일반인들이 100m 를 전력질주 하는 속도로 뛰는 셈이다.
체력소모가 엄청나서 마라톤을 완주하고 나면 몸무게가 10kg 이 빠진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다.
제아무리 훈련을 계속 해온 전문 마라톤 선수라고 해도 42.195km 를 완주하는 것은 엄청난 체력과 정신력을 요하는 일이다.
뛰다가 진이 다 빠져도 정신력으로 버티며 완주해내는 경기.
인생이 쓰디쓴 것처럼 마라톤은 매번 그렇게 쓴 고통을 안겨주고, 그것을 정신력으로 이겨내며 성취감을 느끼게 된다.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무리해가며 하는 운동이 바보스럽게 보이기도 하지만, 마라톤을 하는 사람들은 고통을 이겨내고 정신력으로 극복해 내는 데에서 성취감을 많이 느끼는 것 같다.
물론, 요즘 생활체육으로 많이 보급되며 15km, 20km, 하프 마라톤, 25km, 30km 등의 기존 42.195km 보다는 짧은 거리로 경기가 치러지기 때문에 굳이 풀코스를 뛰려고 무리할 필요는 없다.

주인공 ‘주만호(김명민)’는 어려서부터 할머니와 동생과 함께 가난하게 살았다.
운동회 날, 가난해서 점심을 싸오지 못했지만, 친구네 가족이 점심을 같이 먹자고 부르자 할머니가 점심을 싸줬다며 거짓말을 한다.
운동회의 하이라이트인 달리기 대회에 2등 상품이 라면 1박스다.
동생에게 라면을 주고 싶어 달리는 ‘만호’.
빨간 우산을 접으면 속도를 조절하고, 활짝 펴면 전력으로 달리라는 표시다.
그렇게 1등이 아니라 라면을 얻기 위해 달려 2등 상품으로 탄 라면을 먹으며 ‘만호’는 뿌듯하다.
이후, ‘만호’는 달리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케냐나 아프리카 선수들이 마라톤에서 우승을 하는 것은 그들이 가진 우수한 신체적 조건도 의미가 있겠지만, 그 보다는 마라톤이라는 운동이 돈이 거의 안 드는 운동이기 때문에 그들 나라에서 많은 사람들이 마라톤을 하기 때문이다.
그런 맥락에서, 축구공만 있으면 대충 경기를 할 수 있는 축구 역시 가난한 나라에서 인기가 많다.
그들은 가난의 굴레를 벗어나기 위해 뛴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실업팀에 들어간 ‘만호’는 무릎에 이상이 있다는 진단을 받지만, 동생이 대학에 합격했기 때문에 뒷바라지를 해야 했다.
그래서 ‘페이스메이커’가 되기로 결심한다.

‘페이스메이커(Pace Maker)’는 말 그대로 우승이 유력한 선수의 페이스를 조절하며 도와주는 보조자이다.
‘개(dog)와 함께 달렸더니 기록이 좋아지더라!’ 해서, 이후 함께 뛰며 페이스를 조절해주는 선수를 붙이면서 ‘페이스메이커’라는 직업이 생기게 되었다.
그저 혼자 잘 뛰면 될 것 같아 보이는 단순해 보이는 마라톤에도 실제로는 페이스메이커를 붙이고 다른 선수들을 견제하거나 오버페이스를 하게 유도하는 등의 복잡한 전략이 필요하다.
‘마라톤’을 하는 방법은 처음부터 선두로 나서서 끝까지 선두를 유지하며 들어오거나 아니면 초반에는 뒤쪽에 있다가 막판에 스퍼트를 해서 앞으로 치고 나오는 전략을 세우기도 한다.
체력적으로 아주 대단하지 않은 이상은 일반적으로는 막판 스퍼트로 뒤집는 스타일의 경기를 한다.
‘페이스메이커’의 역할은 감독의 전략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겠지만, 보통 초반부터 어느 정도 선두로 치고 나가면서 빠른 속도를 유지하며 다른 선수들이 따라 붙도록 유도한다.
그러면 다른 선수들은 선두로 치고 나가는 페이스메이커 선수와 너무 멀리 떨어지지 않기 위해 따라가야 하고, 이는 시간 기록을 앞당기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그렇게 30km 를 선두에서 빨리 뛰게 되면 지친다.
자신의 페이스를 유지하고 뛰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페이스메이커’들은 30km 를 뛰고 나면 지쳐서 게임을 포기 하거나, 혹은 본인의 의지로 계속 뛴다고 해도 선두권에 들지는 못한다.
(물론, ‘페이스메이커’ 선수 중에서 1등을 한 경우도 있다.)

동생의 뒷바라지를 위해, 그리고 생계를 위해서 ‘페이스메이커’로 선수생활을 해온 ‘주만호’는 결국 은퇴 아닌 은퇴를 하게 된다.
늙어버린 그를 더 이상 ‘페이스메이커’로도 쓸모가 없게 여기기 때문이다.
동생과 제수씨는 그를 귀찮아한다.
형이 뛰는 것을 자랑스러워했던 동생은 열심히 공부한 덕분에 외무고시에 합격하여 잘나가는 신분이 되었지만, 오로지 자신에게만 집착하며 구질구질(?)하게 살아가는 형이 부끄럽기만 하다.

동생을 위해 평생을 헌신하며 살아온 ‘주만호’.
‘주만호’의 모습은 마치 부모님의 모습 같다.
일찍 부모님을 여의었기 때문에 부모 역할을 해온 ‘만호’는, 동생이 자신의 기쁨이고 자랑이다.
그런 형을 부끄러워하는 동생의 모습은, 부모님을 부끄럽게 여기는 아직 철이 들지 않은 오늘날 젊은이들의 모습 같아서 측은했다.

새로 국가대표 감독이 된 ‘박성일(안성기)’은 친구 집에 얹혀살며 치킨 배달을 하며 근근이 살아가는 ‘만호’를 찾아온다.
쓸 만한 ‘페이스메이커’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비록 30km 밖에는 뛰지 못하는 ‘페이스메이커’지만, 국가대표가 될 수 있고, 돈도 벌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에 흔쾌히 승낙한다.
태릉선수촌에 들어간 ‘만호’는 ’미녀새‘로 유명한 ’유지원(고아라)‘과 친하게 되고, 그가 도와줘야할 마라톤 유망주 ’민윤기(최태준)‘와 다른 마라톤 선수들을 만나게 된다.
하지만, 늙다리 ‘만호’가 들어오는 바람에 올림픽 출전기회를 잃을까봐 그를 미워하는 ‘경순(이율)’ 때문에 왕따가 된다.
‘경순’이 ‘만호’를 미워하는 것은, ‘만호’ 때문에 출전기회를 놓칠 수 있는 문제도 있지만(‘페이스메이커’ 1명을 전략적으로 반드시 선출해야 하기 때문), ‘만호’처럼 만년 2인자가 되거나 ‘페이스메이커’로 전락해서 선수생활을 망치는 것이 겁이 났기 때문.
하지만, 훈련도중 다친 ‘만호’가 계속 달릴 경우 더 이상 뛰지 못하게 될 거라는 비밀을 알게 된 ‘경순’은 ‘만호’에게 화를 내고, 뒤늦게 자신의 상태를 알게 된 ‘만호’는 선수촌을 나온다.
더 이상 남이 아니라 자신을 위해 마라톤을 하고 싶은 것이다.
개인적으로 훈련을 하며 지방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지만, 경기 도중 다리에 문제가 생겨 포기하고, 사채업자가 선수촌을 들쑤시는 바람에 동생 ‘주성호(최재웅)’는 사채 빚을 대신 갚고 형에게 전세금을 뺀 통장을 건네며 인연을 끊자고(그런 의미로) 얘기한다.
오직 동생만을 위해 살아온 ‘만호’는 충격을 받고, 동생에게 빚진 돈을 갚기 위해 다시 선수촌에 들어간다.
몇 천만 원을 받기로 하고, 마지막 그의 마라톤을 ‘페이스메이커’로써 마감하려는 것.

2012년 런던 올림픽.
‘너 재밌게 살고 있냐? 높이 뛰어넘는 거 이거 네가 원하는 것만큼 넘으면 뭐가 달라지냐? 만약에 네가 좋아하는 거랑 잘할 수 있는 거중에 하나만 고르라면 넌 뭐하면서 살고 싶냐?’
‘만호’가 ‘지원’에게 묻는 물음이다.
‘지원’은 자신을 응원 온 ‘만호’를 보며 그 말을 떠올리고, 메달 권에서는 거리가 있지만 자신의 최고 기록을 뛰어넘는다.
드디어 대망의 마라톤.
선두를 유지하며 속도를 내던 ‘경순’이 다른 선수와 부딪혀 중도포기를 하는 바람에 ‘윤기’의 보조뿐만이 아니라 속도를 내며 선두를 달려야 하는 역할까지 감당하게 된 ‘만호’.
약속했던 30km 지점 1시간 27분 03초에 돌파.
‘만호’는 감독과 약속한 대로 자신의 임무를 충실히 해내고 윤기를 떠나보낸 후 지쳐서 멈춘다.
그런 그의 눈에 나타난 이가 있었으니, 동생 ‘성호’가 빨간 우산을 펼쳐들고 서 있는 것이 아닌가.
어렸을 때 달리기 대회에서 그랬던 것처럼, ‘있는 힘껏 달려라’ 라는 사인이다.
동생의 응원에 힘을 얻어 다시 달려 나가는 ‘만호’.
하지만, 얼마 뛰지 않아 다리에 쥐가 나고 더 이상 달릴 수 없는 상태가 된다.
극약처방으로 관중들이 들고 흔들던 미니 국기의 심지를 뽑아 다리를 찌르는 ‘만호’.
피를 내서 쥐가 풀리게 한다.
그리고 전력으로 달려 선두에서 달리고 있는 ‘윤기’까지 따라잡고, 경기장에 들어서서 다른 선수들과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드라마를 연출하다가 간발의 차이로 거의 동시에 결승점을 지나 1등을 차지한다.
각본 없는 드라마다.
만년 2인자 ‘페이스메이커’가 모든 이들의 예상을 뒤엎고 드라마를 연출하며 1등을 한 것이다.
그리고 1년 후, 2013년 보스턴 마라톤 대회에 다른 선수들과 함께 출전한 ‘만호’의 웃는 모습이 보이며 영화는 끝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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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만호’의 모습은 마치 우리의 모습 같다.
화려한 1등 스타가 아니라 누군가를 도와주고 뒤에서 일하는 평범한 사람들.
대한민국 1% 가 아니라 나머지 99% 의 평범한 사람.
자신을 위한 달리기가 아니라 동생의 뒷바라지와 생계를 위해 자신의 몸을 망가뜨려 가며 헌신해온 착실한 ‘만호’의 삶을 보면 느껴지는 게 많다.
‘만호’가 1등을 하며 마무리 되는 행복한 결말이 다소 현실감은 떨어지지만, 착하고 선한 사람이 성공하는 결말은 많은 사람을 행복하게 한다.


참고할 만한 글들:
20100325-이봉주 “평발에 짝발, 부족한 점이 큰 약이 됐다”
황영조, 이봉주........
20110930-‘독사 조련사’ 한국 마라톤 일으키다 - 마라톤 중흥 대부 정봉수 감독


덧글

  • 주성호 2012/12/26 22:21 # 삭제 답글

    성호는 형을 귀찮아하지않습니다. 만호가 페이스메이커가 되었던이유는 성호 등록금및대학진학 문제때문인데요 만호가 페이스메이커를할시점에 성호가 만호에게 대학은 나중에가도괜찮다며 형에게 애써 태연한척 말하는대사가있습니다 만약 형을 그렇게 귀찮아하고 부끄러워할정도로 이기적이라면 성호는 그시점에 그런말을 만호에게 했을까요ㅎ
  • fendee 2012/12/27 00:36 #

    성호가 고등학교떄 까지는 형을 부끄러워 하지 않았습니다만, 그 이후에 마음에 변했다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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