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간첩 (Spy, 2012)(김명민) Movie_Review

크게 재미있지도 재미없지도 않은 무난한 완성도의 작품.

(스포일러 포함)------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는 현재 남한에 활동 중인 간첩의 수는 5만 명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그 수치가 맞는지 아닌지는 알 수 없지만, 그만큼 남파된 간첩이 많다는 것은 어느정도 가능성이 있는 얘기다.
이 영화는 남한에 간첩들이 그만큼 많지만, 북의 지원이 끊기면서 생활고에 허덕이는 서민 간첩(?)이 대부분이라는 전제하에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사람은 참 간교한 동물이다.
지금 현재에 얽매이게 되면 과거는 쉽게 잊어버리기 마련이다.
간첩의 임무를 띄고 남파되었을 당시만 해도 나름대로 충성심을 가지고 있었겠지만, 정치나 사상적 이유는 둘째치고 하루하루 삶에 허덕이다 보면 그런 배부른 소리는 뒷전이 되기 마련이다.
남파 22년차 간첩 김과장(림정수, 한국명 박유영, 김명민), 우대리(안병직,13년차, 정겨운), 강대리(백여진, 15년차, 염정아), 윤고문(40년차, 변희봉).
거의 10여년 동안 목란(지령)이 피지 않다가 갑자기 북의 지령이 떨어진다.
북에서 최부장(유해진)이 내려와 간첩들을 소집한다.
비아그라 밀매를 하며 근근히 가정을 꾸려가던 김과장은 회사 직원이 돈을 갖고 도망가는 바람에 생활고에 허덕인다.
앞이 안 보이는 아들을 둔 이혼녀 강대리도 힘들다.
한미FTA, 소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소 키우는 우대리는 사료값이 300만원이고 개값이 50만원인데, 소값도 50만원이라고 한탄한다.
남파된지 40년이나 된 윤고문은 박통 시절이 좋았다며 추억에 잠긴다.
당장 하루하루 생계를 꾸려 나가는데도 벅찬 이들은 돈 한푼 주지 않고 리부상을 암살하라는 지령에 불만이 많다.
리부상이 남한에 귀순하는 조건으로 100억의 현금을 받았다는 소문에, 이들은 최부장이 리부장을 암살하는 그 시간에 금고를 털기로 한다.
발달한 인터넷 덕분에 손쉽게 리부상의 안가(안전가옥) 정보를 입수하고, 인터넷 수리기사로 위장하여 안가의 내부 구조를 파악한다.
2층의 방에 리부상이 잠을 잘 것으로 예상하고, 전선을 끊어 비상 발전기 동력이 들어오는 3분안에 리부상을 암살하기로 한다.
청소용역업체로 위장하여 새벽에 잠입, 최부장은 예상했던 방으로 들이닥치지만, 그 방은 리부장이 묵는 방이 아니라 화장실이었던것.
김과장 일행이 100억원을 예상하고 연 금고 속에는 사진만 덩그러니 있을뿐.
그 사이 비상 발전기가 들어와 전기가 들어오자 총격전이 시작된다.
간신히 탈출에 성공하지만 걸음이 느린 윤고문이 뒤처지고, 최부장은 윤고문을 총살한다.
김과장 일행은 작전실패에 대해 추긍을 받고, 끝내 최부장이 그들마저 죽일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쌓인다.
평소 초등학교 야구부에서 만년 2군 선수로 있는 김과장의 아들을 시합에 출전시키기 위해 코치를 매수했던 김과장은 다른 학부형인 한정욱을 알게 되었는데, 실은 한정욱은 국정원 대북1과 팀장이었다.
한정욱은 김과장에게 리부상 암살의 다음 계획을 알려달라며 포섭하고, 김과장은 자신의 가족을 보호해주는 댓가로 계획을 알려준다.
그러나, 김과장이 한정욱을 만났다는 사실을 알아챈 최부장 일행은 김과장의 아들이 시합을 하는 벤치에 시한폭탄을 설치하고, 이 사실을 알게 된 김과장은 최부장도 막고 아들도 구해야 하는 곤란한 지경에 처한다.
리부장이 호텔을 나올때 추격하여 시가전을 벌이는 최부장.
그 와중에 강대리와 우대리를 대피시키고 최부장을 막아서는 김과장은 결투를 벌이게 되고, 최부장은 차에 치어 죽는다.
이 후, 김과장은 북의 지령이 떨어지면 한정욱에게 통보하는 2중 스파이가 된다는 결말.

있을 법한 이야기다.
실제로 남파된 간첩이 몇만명이나 되고, 그들이 북의 지원이 끊긴채 남한에서 생계를 유지하고 살아가다 보면, 처음 남파되었을 당시 가졌던 사상적 무장이나 충성심은 많이 희박해질 것이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자유의 단맛을 본 그들이, 독재정권에 대해 회의를 느끼게 될 수 있다.
비록 영화 속의 이야기 이지만, 실제로도 그럴 수 있는 개연성이 상당히 많은 스토리이기도 하다.
하지만, 간첩이라는 태생적 한계가 있고, 남한에서도 북한에서도 모두 구속을 받는 곤란한 입장일 것이다.

카메라웍이나 연출력은 꽤 좋다.
예상치 못하게 도심에서 총격전을 벌이는 장면이 의외였는데, 시가전 하면 항상 떠올리게 되는 영화가 헐리웃 영화인 '히트(Heat, 1995)' 이다.
국내에서도 비교적 최근 드라마인 '아이리스(Iris, 2009)' 에서도 그럴싸한 시가전을 연출하기도 했는데, 최부장이 AK소총(아마도)을 난사하는 장면이 꽤 멋졌다.

김명민의 연기력은 인정하지만, 뭔가 아쉬운 부분이 있다.
콕 짚어 뭐라고 형언하기는 힘든데, 어떤 특정한 캐릭터와는 잘 맞아서 시너지를 발휘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보통 이상의 매력이 생기지는 않는것 같다.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2008)' 에서의 강마에는 매우 싸가지가 없지만 강한 카리스마가 있고, 점점 변모해가는 그의 모습에 사람들이 많이 사랑했던것 같다.
사람들은 김명민의 이미지를 '선한 이미지의 카리스마' 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가 맡았던 배역들은 선하기 보다는 좀더 복잡한 캐릭터이다.
야욕이 있고 지극히 세속적이기도 하며 악랄하기도 한, 그런 가운데 인간미가 배어 있는 캐릭터라고나 할까.
이 영화 '간첩' 에서도 김명민의 캐릭터는 그런 모습을 가지고 있다.
그런 이미지를 만날때면 왠지 안 어울리는것 같은 어색함이 있다.
그냥 착한 역할로 나왔으면 좋겠는 배우.
오랜만에 영화속에서 보게 된 유해진은 그간 다소 코믹한 이미지를 가졌던 역할과는 달리 진지하고 악랄한 역할로 돌아왔다.
꽃미모가 아니기에 건달이나 범죄자 역할을 많이 했던 유해진은 어느 순간 코믹함이 있는 역할로 많은 사랑을 받았는데, 다시 진지한 역할로 돌아간듯 하다.
유해진 역시 코믹한 캐릭터가 더 좋다.

변희봉 아저씨가 빗속에서 쓰러질때, 플래툰의 명장면이 연상되었다.

전반적으로 무난한 영화이지만, 임펙트가 그다지 강하지는 않고 큰 매력을 발견하기는 어려우 범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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