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블링키 (Blinky TM, 2010)(Bad Robot)(단편영화, 12분) Movie_Review

아일랜드와 미국의 합작 단편영화.
‘블링키(Blinky)’라는 가정용 로봇이 등장하는 12분짜리 SF 단편영화다.
포스터에서도 볼 수 있듯이, 귀여운 깡통 형 외모에 피범벅이 된 모습이 이 영화의 내용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수작이다.
영화에 등장하는 메시지는 어찌 보면 기존에 로봇에 대한 공포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지만, 그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에 있어서는 나름 신선하다.
로봇이 미치게(고장?) 되어버린 상황이 인간 스스로의 모순적인 모습을 담아내고 있으며, 모든 문제가 인간에게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생각해보게 된다.
인간보다 강력한 힘을 가진 로봇이 인간처럼 돌아다니게 되는 미래 세상에서, ‘인간의 통제를 벗어난 로봇이 얼마나 위험한가!’ 에 대한 두려움은 로봇이 등장하는 공상과학 소설과 영화에서 꾸준히 다뤄지고 있는 주제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런 보편적인(?) 두려움 보다는 인간의 모순적인 모습에 더 초점을 맞췄다고 볼 수 있다.

이하 스포일러 포함--------------------
대략의 줄거리는 이렇다.
주인공 ‘알렉스’의 부모는 허구한 날 부부싸움을 한다.
TV를 보던 ‘알렉스’는 ‘블링키’ 라는 로봇이 집안의 힘든 일을 대신 해줘서 가족이 화목해졌다는 광고를 보고는 크리스마스 선물로 ‘블링키’를 사달라고 한다.
‘알렉스’는 ‘블링키’를 통해 부모가 싸우지 않고 화목한 가정을 이룰 거라 생각한 것이다.
‘블링키’가 집에 오고 나서 행복했던 순간들.
지나간 필름처럼 ‘블링키’의 시선을 통해 행복한 ‘알렉스’의 모습이 보여 진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숨바꼭질 놀이를 하기 위해 숫자를 세고 있는 ‘블링키’를 뒤로 하고, ‘알렉스’는 여전히 부부싸움을 하고 있는 부모의 모습을 발견한다.
‘알렉스’는 ‘블링키’가 부모의 부부싸움을 멈추지 못하고 가족도 화목해지지 않았다는 사실에 실망하기 시작한다.
마치 사랑했던 연인의 사랑이 시들해지면 싸우고 헤어지듯이, ‘알렉스’는 ‘블링키’가 귀찮고 싫어진다.
비가 오는 마당에 ‘블링키’를 세워두고, 숨바꼭질 놀이를 한다며 100만부터 숫자를 세게 하기도 하고, 일부러 페인트 통을 엎어놓고 ‘네가 그랬잖아 깨끗이 치워’ 라며 화를 내기도 한다.
자신이 어지럽혀 놓고 질책하는 ‘알렉스’를 ‘블링키’는 이해할 수 없지만, 주인의 명령을 따르게 프로그램 되어 있기에 그대로 따른다.
변명도 없고 화도 내지 않는 ‘블링키’가 멍청해 보이는 ‘알렉스’.
화가 난 ‘알렉스’는 ‘엄마와 아빠가 싸우지 않게 해봐’ 라고 소리치며, 부모도 죽이고 자신도 죽이라고 소리친다.
무조건 알겠다고 대답하던 ‘블링키’는 ‘알겠습니다’ 라는 말을 되풀이 하며 고장을 일으키고 만다. 엄마에게 ‘블링키’가 고장 났다고 외치는 ‘알렉스’.
엄마는 화가 나서 ‘블링키에게 너를 요리시켜 버리라고 한다!’며 화를 내고 집안으로 들어가 버린다.
‘블링키’의 리셋 버튼을 누르는 ‘알렉스’.

그날 이후 ‘블링키’의 행동이 이상해지기 시작한다.
‘알렉스’가 키우던 개가 없어지고, ‘알렉스’의 침실문 밖에서 숨바꼭질 놀이라도 하자는 듯 서있는 ‘블링키’.
‘블링키’의 이상한 모습에 물건을 던지며 치우라고 소리치는 ‘알렉스’, 그날 밤 ‘알렉스’의 개가 사라진다.
‘알렉스’는 ‘블링키’가 이상하다며 부모에게 말하지만 믿어주지 않는다.
여전히 이상한 ‘블링키’에게 물건을 던지며 화를 내는 ‘알렉스’.
‘알렉스’가 던진 물건 때문에 컵이 깨진다. 어지럽혀진 것을 치우라고 소리치는 ‘알렉스’.
‘블링키’는 알겠다며 부엌에 가서 전동 칼을 들고 나온다.
부모의 식사 시간, ‘알렉스’가 어디 갔느냐고 묻자 ‘당신들이 먹고 있는 것이 알렉스 입니다’ 라고 대답한다.

로봇을 만든 회사에서는 로봇 오류로 인해 전량 회수 조치에 들어가는데(영화 초반에 로봇이 미쳐서 3명을 죽인 뉴스가 잠깐 나온다), ‘알렉스’의 집에 찾아온 경찰관 두 명이 집으로 들어가자 조용히 문을 닫는 ‘블링키’.
그리고 피를 튀기며 무언가를 자르는 ‘블링키’의 모습을 끝으로 영화는 끝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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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가 단순한 편이고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도 같지만, 생각하기에 따라서 여러 가지로 해석을 해볼 수 있는 상징적인 장면들이 많다.
줄거리 소개에서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블링키’ 와 ‘알렉스’가 음식물을 사서 돌아오던 중 멋지게 생긴 신형 로봇이 지나간다.
‘알렉스’ 와 ‘블링키’는 그 멋진(!) 로봇을 멍하니 쳐다보고, 길을 재촉하는 알렉스의 뒤에는 비닐봉지를 들다가 음식물이 터져 나와 다소 멍청해 보이는 모습의 ‘블링키’가 서 있다.
이런 모습들은 마치 사랑했던 연인이 사랑이 식어 버린 후 보이는 모습을 상징하는 것 같은데, ‘알렉스’가 ‘블링키’를 좋아했던 마음이 식어버린 것을 상징적으로 묘사하려 한 것 같다.
‘알렉스’가 ‘블링키’에게 화가 난 것은 광고에 나온 화목한 가정의 모습처럼 ‘블링키’로 인해 집안이 다시 화목해지지는 않았기 때문이지만, 길을 가던 멋진 로봇을 멍하니 쳐다보는 장면이나 ‘알렉스’가 ‘블링키’ 와 더 이상 놀지 않고 개와 다정하게 있는 모습을 ‘블링키’가 쳐다보는 장면 등을 보면, ‘인간 대 로봇’의 관계가 아니라 ‘인간 대 인간’의 관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랑이 식어버린 모습을 상징한다고도 볼 수도 있겠다.
즉, 표면적으로는 미쳐버린 로봇에 대한 이야기이지만, 상징적으로는 열정적으로 사랑을 하다가 사랑이 식자 서로에게 냉담해진 인간 연인들의 사랑을 상징적으로 묘사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겠다.
‘알렉스’의 부모 역시 한때는 열렬히 사랑해서 결혼을 했고, 그 사랑의 결실로 ‘알렉스’를 낳았지만, 시도 때도 없이 부부싸움을 하고, ‘알렉스’ 역시 처음에는 ‘블링키’를 좋아했지만 ‘블링키’가 점점 귀찮아지고 싫어진다.

물론, 로봇이 인간과 같은 감정을 가지고 있지는 않으리라.
‘블링키’가 자신에 대한 사랑이 식어버린 ‘알렉스’에 대한 배신감으로 그런 엄청난 사건을 저질렀다고 해석하기는 어렵다.
극의 흐름상, 화가 나서 ‘블링키’에게 앞뒤가 맞지 않는 명령들을 쏟아낸 ‘알렉스’의 모순된 명령이 ‘블링키’를 고장 나게 만든 원인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애초에 로봇 제조회사에서 프로그램 오류로 인해 고장이 날 가능성이 있는 로봇을 제조했다고 보는 것이 맞겠는데, 그렇다고 해도 과연 전통적으로 로봇 영화에서 항상 등장하는 ‘로봇의 제1조 수칙’인 ‘절대로 사람을 해치지 않는다!’ 라는 명령을 어기고, 단지 ‘알렉스’가 자신을 비롯해 부모와 모두를 죽여 버리라고 한 명령을 그대로 수행한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다소 과장이 있다.
‘알렉스’가 ‘블링키’에게 행하는 모순된 말과 행동을 통해 인간이 얼마나 불완전하며 모순적인지를 짧지만 강렬하게 묘사한 영화.
SF 의 외형을 입힌 블랙코미디 풍자영화로 볼 수 있겠다.

CG 의 완성도가 매우 높고, 영상미와 이야기가 간결하면서 매력적이다.
볼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반드시 보기를 권하는 작품.


영화정보 링크(네이버)
블링키 (Blinky TM,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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