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토탈 리콜 (Total Recall, 2012)(콜린 파렐, 케이트 베킨세일) Movie_Review

새삼스럽게 토탈리콜이 리메이크 되어 개봉한다고 해서 관심이 갔다.
1990년에 아놀드슈왈츠제네거 주연에 폴 버호벤이 감독한 영화 '토탈리콜(Total Recall, 1990)' 을 리메이크 한 작품이다.
어떻게 바뀌었을까 관심을 가지며 봤는데, 큰 줄기의 메인 스토리는 동일하고 갖가지 상황들과 설정들이 변형되었다.
1990년에 개봉한 원작을 본 사람들에게는 이번 리메이크 작품이 다소 아쉬움이 남는데, 원작 영화를 보지 않고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는 어떻게 느껴졌을까 궁금하다.

아날로그 특수효과의 마지막 대작! 1990년 개봉한 원작을 이르는 말이다.
토탈리콜 개봉 당시 독특한 스토리 전개와 설정들 그리고 기기묘묘한 특수효과들은 감탄을 자아내게 만들었다.
아직 CG 기술이 발달하지 않은 그 시절, 미니어처와 갖가지 아날로그 장비들을 이용해 이뤄낸 특수효과들은 정말이지 기기묘묘 했고 쇼킹 그 자체였다.
가슴이 셋 달린 화성인, 아줌마로 위장했던 주인공이 아줌마 머리가 갈라지면서 나타나고, 화성의 저항군 지도자는 배에서 아기 형상을 한 제2의 인물이 나타나는 등 기묘한 형상을 한 외계인들이 많이 등장했고, 얼굴속에 박혀 있는 추적장치를 빼기 위해 콧구멍으로 밀어 넣은 장치로 장치를 제거하는 장면과 산소가 없는 화성 표면으로 내팽개쳐져서 눈알이 튀어나오려고 하는 장면들은 꿈에 나올까 무서운 장면이기도 했다.
투박하기는 해도 그 원초적이고 쇼킹한 장면들은 영화 보는 재미를 상승시키는 도구들이었다.
당대의 슈퍼스타였던 아놀드 슈왈츠제네거의 출연이 단연 돋보였는데, 덩치만 크고 연기력은 떨어졌던 그가 이 작품에서는 좀더 다양한 모습을 보였는데, 실제로 그의 연기력이 좋아지는 계기가 된 작품이었고, 관객들도 그의 연기력을 인정할 수 있는 작품이 아니었을까 싶다.

무엇보다도, 원작 '토탈리콜' 이 명작 SF 영화로 지목되는 이유는 영화의 바탕에 깔린 철학적 고민들이 있기 때문이다.
주인공 더글라스 퀘이드는 평범한 건설 노동자이고 아름다운 아내와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하고 사는 남자다.
그러던 어느날, 일상의 무료함을 깨기 위해 가상으로 화성 여행을 하는 체험을 하기로 하는데, 그 과정에서 자신이 비밀요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자신의 기억이 모두 조작되었으며 자신의 아내 조차도 자신을 감시하기 위해 위장으로 아내 행세를 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아내를 죽이게 된다.
자신의 기억을 찾기 위해 실제로 화성으로 가게 되면서 험난한 모험을 하게 되고, 결국 화성에 산소 발생 장치를 가동시켜 지구와 똑같이 산소가 있는 화성을 만들게 된다.
파란만장한 모험 영화처럼 보이지만, 원작 '토탈리콜' 이 오묘한 이유는, 과연 현실이 무엇이고 꿈이 무엇인지 자체가 모호하다는 점이다.
미국의 철학자들은 포스트모더니즘 수업에 영화 '토탈리콜' 을 교과서로 삼기도 했다고 한다.
퀘이드가 화성여행 패키지를 체험한다거나 비밀요원 체험을 하려고 했다가 알고보니 진짜 비밀요원이었다는 설정은, 영화의 분기점인 동시에 그 자체가 모호해서 이후에 벌어지는 사건들이 현실인지 가상체험인지 계속 모호하게 한다.
이번 리메이크에서는 이와 거의 비슷한 형태를 취하고 있지만, 퀘이드가 가상체험을 하러 갔다가 자신이 이중스파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는 결론 쪽으로 방향을 굳히고 있다.

비약적으로 발전한 헐리웃 CG 특수효과는 예전의 아날로그적 특수효과를 완벽히 뛰어넘으며, 무엇이든 상상하던 것을 현실처럼 그려내는 CG 기술의 최신판을 보여준다.
볼거리가 풍부하고 끊임없이 벌어지는 액션씬들이 숨가쁘게 이어지며 오락적인 재미를 충족시켜 주고 있지만, 원작이 가진 철학적 의미들은 오히려 퇴보했다.
화려한 볼거리가 스토리에 대한 몰입감을 방해하는 공식이 그대로 적용된 셈이다.

볼거리가 풍성하기는 하지만 아쉬움도 있다.
식민지의 모습을 보여주는 음습하고 화려한 시내 전경은 영화 '블레이드 러너(1982)' 의 그것과 유사하고, 자석을 이용해 지상에서 부상하여 이동하는 자동차의 추격씬은 '마이너리티 리포트(2002)' 와 거의 똑같다.
손으로 클릭하거나 화면을 바꾸는 모습은 오늘날 IT의 혁명을 이끌고 있는 스마트폰의 동작을 연상시키고, 하얀색 케이스의 로봇이 나오는 장면들은 '아이, 로봇(2004)' 과 스타워즈의 흰 갑옷 입은 병사들을 연상시킨다.
원작 영화에서 상당한 충격으로 다가왔던 장면들이 유사하게 차용되어 쓰이면서도 많이 변형되었는데, 퀘이드의 아내인척 하는 비밀요원 역에는 원작에서는 샤론 스톤이 열연하며 퀘이드와 혈투 중에 바로 죽어서 나름 시크한 연출을 보였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영화 '언더 월드' 시리즈로 여전사 캐릭터를 굳힌 케이트 베킨세일이 퀘이드의 가짜 아내로 나왔지만 초반에 죽지 않고 영화 마지막 까지 살아 남아서 퀘이드를 괴롭힌다.
케이트 베킨세일의 존재감이 확실하기 때문에 이렇게 바꾸어 놓은 스토리 전개도 그다지 나쁘지는 않았지만, 원작에서 샤론 스톤이 극 초반에 바로 죽으면서 느껴졌던 시원스러움이 없어졌고, 원작에서는 검색대를 통과하기 위해 얼굴 외부에 착용했던 위장용 장비가 상당히 충격적이면서도 약간 혐오스러웠던 탓인지 이번에는 얼굴만 살짝 바꾸는 기계 형태로 대체가 되었다.
그 외에도 원작에서 차용한 상징적인 장면들이 그대로 등장하지만 대부분 형태가 변형 되어서 원작에서 느꼈던 놀라움은 많이 없어져 버렸다.
전체적인 스토리 라인도 큰 줄기에서는 비슷한 흐름이지만 세부적인 설정들이 대거 바뀌고 이야기의 흐름도 상당히 바뀐 편이다.
원작에서는 화성을 주 무대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반면, 이번 리메이크에서는 영국과 호주 땅을 양분하여 벌어지는 정치적인 이슈를 다루고 있는데, 영국연합이 식민지 지역을 무력으로 지배하려 하는 것을 막는 내용으로 바뀌었다.
퀘이드는 이중스파이 인데, 코하겐이 반군 지도자인 마티아스를 잡기 위해 퀘이드를 교묘히 이용하였고, 퀘이드는 자신이 원래는 악당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지만, 지금 현재 멜리나를 사랑하고 마티아스의 정치적 신념에 동화되어 마티아스가 이루려고 했던 일을 대신 이루는 결과를 낳는다.

오락적 재미는 원작에 버금갈 정도로 꽤 높은 점수를 줄 수 있지만, 작품성은 훨씬 떨어져서 3~3.5점 정도를 줄 수 있을것 같다.
감독의 연출력은 오락영화에 맞는것 같다.
오락적 재미는 제법 좋지만, 진지한 이야기로의 몰입감은 부족해서 약간 산만하고 겉도는 느낌이 든다.

식민지 도시를 묘사하는 장면에서 한글이 제법 자주 등장하는데, REKALL 밑에 한글로 '리콜' 이라고 씌어진 부분이 눈에 띈다.
원래 Recall 일텐데 왜 REKALL 이라고 쓴건지는 의문이고, 한글로 '리칼' 이나 '리컬' 이 아니라 '리콜' 로 표기한 점에서도 의문이 생긴다.
경찰용 차량에 '이십오' 라고 씌어진 부분도 눈에 띄기는 하는데, 일반적으로 숫자는 그냥 로마자로 숫자 형태로 표기하지 굳이 한글로 쓸 이유가 있었는지 의문이고, 한자와 한글이 꽤 자주 등장하는 면에서도 영화 '블레이드 러너' 같은 SF 영화 속의 미래 도시에 한자어나 일본어가 쓰이곤 하던 모습에서 한글이 추가된 점이 신선했다.
한자어와 한글은 자주 보였지만, 일본어는 보이지 않았다.

원작 토탈리콜(1990)에 대한 영화정보: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0800
원작과 이번 리메이크를 비교한 커버 스토리:
[토탈 리콜] vs [토탈 리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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