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을 공격하는 늑대개’를 소재로 한 영화.
소재가 신선해서 흥미가 생겼으나, ‘이나영’이 출연한 것에서 마이너스.
흥행은 하지 못한 영화인데, 애초부터 큰 기대를 하지 않고, 과연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하나’에 집중을 하면서 감상을 했다.
이야기에 빠져들어 볼 수 있었다.
훌륭한 작품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나름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든다.
막연하게 ‘괴물 개’가 등장하는 공포물을 상상했는데, 이야기는 전혀 예상 밖의 방향으로 흘러갔다.
*늑대개: 늑대와 개의 혼혈.
이하 스포일러 포함--------------------
억울한 일을 당한 사람이 ‘늑대개’를 조련해서 사람을 사냥한다.
사건을 조사하던 여형사는 그들의 이야기에 동화되고, 어느덧 ‘늑대개’와 교감을 하게 된다.
이제 ‘늑대개’는 마지막 남은 한 명의 목표물을 향해 달리고, 여형사는 그 뒤를 쫓는다.
‘여형사’는 개의 마음을 이해하지만, 더 이상 살인을 방조할 수만은 없다.
선배 형사의 사격으로 ‘늑대개’는 숨을 다하고, 개에게 물렸던 범인은 구사일생 한다.
여형사는 ‘늑대개’와 이루었던 교감을 회상하며 도로를 달린다.
이 영화는 ‘괴물 개’에 관한 영화가 아니다.
‘경찰견 조련사’ 출신의 전직 형사는, 자신의 딸이 범죄자들에 의해 성폭행 당하고 이용당하다가 버려지자, 그들에게 복수할 결심을 한다.
어린 ‘늑대개’인 ‘질풍이’를 가족처럼 키워서 딸을 유린한 범죄 집단의 5명을 목표물로 사냥하도록 훈련시킨다.
‘질풍이’는 여느 평범한 개와 달리 조련사 ‘강명호(조영진)’와 그의 딸 ‘강정아(남보라)’를 가족처럼 생각한다.
(‘늑대’가 원래 그런 성향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즉, 어려서부터 조련사 가족과 함께 생활한 ‘질풍이’는, 조련사를 자신의 ‘주인’으로 여기는 것이 아니라 ‘가족’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조련사의 명령이 있어야만 사람을 무는 ‘질풍이’.
범죄자 4명이 ‘질풍이’의 공격에 목숨을 잃고, 이 때문에 개가 사람을 문다는 뉴스가 퍼지면서 경찰은 개를 사살하고 사건을 마무리 하려 한다.
신참 여형사 ‘차은영(이나영)’과 선배 형사 ‘조상길(송강호)’은 ‘질풍이’가 쫓는 마지막 범인이 하나 남아 있다며 조사를 계속 할 것을 요구하지만 묵살된다.
경찰은 ‘정아’의 옷을 이용해 ‘질풍이’를 유인한 뒤 사살하려 하지만, ‘조상길’은 그들 앞에 나타난 ‘질풍이’에게 위협사격을 가해 쫓아버린다.
그리고 형사들 간의 불화로 인해, 다시 도로 순찰대로 발령이 난 ‘은영’은 ‘질풍이’를 뒤쫓는다.
‘질풍이’는 조련사의 명령 없이도, 자신이 배워온 대로 마지막 범인을 찾아 죽이려는 것이다.
마치 ‘은영’이 자기 뒤를 따라와 주기를 바라는 듯한 행동을 하는 ‘질풍이’.
‘질풍이’가 ‘은영’을 데리고 간 곳은, 사업 실패로 해외 도피를 하려던 ‘최달균(권태원)’과 그의 부하들이 있는 창고였다.
뒤늦게 따라온 ‘상길’과 ‘은영’은 총을 쏘며 대항하는 범인들을 힘겹게 제압하고, 도망간 ‘달균’을 공격하는 ‘질풍이’를 사살해야 하는지 고민한다.
‘달균’의 숨이 끊어지기 직전에 ‘질풍이’를 향해 총을 쏘는 ‘상길’.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달균’에게 사건의 전말을 듣게 된다.
만년 형사였던 ‘상길’은 반장으로 진급하게 되고, 화재로 인한 화상으로 입원했던 ‘강명호’와 사살 된 ‘질풍이’는 집 앞마당에 나란히 묻힌다.
‘은영’은 ‘정아’를 뒤에 태우고, ‘질풍이’와 교감했던 순간을 떠올리며 도로 위를 달린다.
줄거리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영화는 괴물이 등장하는 영화가 아니다.
사람에 의해서 ‘살인견’으로 길러진 ‘늑대개’, 그리고 ‘늑대개’와 교감을 하게 되는 여형사의 이야기다.
이 이야기를 바탕으로 비열한 현대사회의 모습, 형사들 간의 갈등 등을 양념처럼 버무린 이야기.
일본 소설가 ‘노나미 아사’의 ‘얼어붙은 송곳니’ 라는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는데, 원작에서는 인물간의 갈등과 심리묘사가 상당히 훌륭하다고 한다.
나는 이 영화를 보면서 ‘이나영’의 연기가 제법 좋아졌다고 느꼈다.
‘이나영’은 주로 멜로물에 출연한 배우이고, 신인시절에 드라마에 출연했다가 ‘발연기’로 뭇매를 맞은 이후 주로 CF에서 활동하다가 간간히 드라마와 영화에 출연하고 있다.
얼굴이 예쁜 배우가 대부분 그렇듯이, ‘이나영’은 배우들 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외모를 가지고 있지만 연기력은 형편없었다.
근래에 ‘이나영’이 출연한 영화를 감상한 적이 없어서 그녀의 연기력이 어떤 변화를 보이고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이번 영화에서 보니 대사 처리도 좋아졌고, 감정 연기도 많이 자연스러워진 것 같아 나름 좋게 생각을 했으나, 다른 관객들은 그녀의 연기가 여전히 좋지 않았다고 평가하는 듯하다.
연기에 임함에 있어 상당히 고민하고 노력한 모습들이 보여서 좋았는데, 예쁜 배우가 태생적으로 겪게 되는 ‘발연기 논란’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좀 더 처절한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그녀가 연기 잘하는 배우로 인정받기에는 아직 갈 길이 먼 것일까.
‘송강호’의 연기는 역시 ‘리얼함’이 빛을 발했다.
‘이나영’과 ‘송강호’의 캐릭터가 많이 이질적이다 보니 같이 연기를 할 때 서로 잘 어울릴까 싶었다.
여전히 뽀얀 피부와 도드라지는 외모로 빛을 발하는 모습이 상당히 이질적이기는 했으나, 진지하게 연기하는 것이 보여서인지 그럭저럭 어울리는 느낌이 들었다.
문제는 연출인데, 이 영화가 그럭저럭 볼만은 하다 생각이 들었지만, 연출력이 상당히 아쉽게 느껴졌다.
아무래도 소설이라는 특성상 원작소설에서는 인물간의 갈등과 심리묘사에 많이 할애를 했고 그것이 빛을 발하지 않았겠나 싶지만, 영화상에서는 등장인물의 캐릭터 묘사나 연기에서 전혀 그런 재미를 느낄 수 없었다.
인물간의 갈등은 중견배우들의 명연기 덕분에 꽤 리얼하게 느껴져서 좋았지만, 심리묘사와 갈등을 세밀하게 처리하기에는 시간의 제약이 있었던 때문인지 아니면 연출력의 한계인지 아무튼 상당히 허술하게 보였다.
특히, ‘차은영(이나영)’과 선배 형사 ‘조상길(송강호)’이 처음에는 갈등을 겪다가 차츰 신뢰하는 사이로 바뀌는 과정이 중요하고, ‘차은영’이 늑대개 ‘질풍이’와 교감해 가는 장면들이 상당히 중요한 부분이라 생각되는데, 이 부분들에서의 느낌이 너무 약했다.
‘상길’과 ‘은영’의 갈등이 좀 더 강했다가 어떤 계기로 인해서 해소되는 장면이 있었으면 좋았을 것 같고, ‘질풍이’와 교감하게 되는 ‘은영’의 모습들도 좀 더 강렬하게 묘사했었더라면 좋았을 것 같다.
늑대개도 발 연기?
늑대개 ‘질풍이’도 상당히 중요한 역할인데, 개가 사람처럼 연기하기를 바라는 것이 다소 과한 요구일지 모르겠으나, 이 영화에서 ‘질풍이’ 역할을 한 개의 연기는 감정 몰입이 되지 않아 엑스트라 조연 같은 느낌만 강했다.
강한 인상을 주지 못하고 두서없이 이야기를 나열하다가 종결을 맺어 버린 것 같은 아쉬움이 드는 작품이다.
제목 ‘하울링’은 뭘까?
‘울부짖는’의 뜻으로, 늑대개가 우는 그 느낌을 말하는 것일까?
원작자 ‘노나미 아사’는 이 영화가 훌륭하다고 호평했다는데, 내 개인적으로는 정체성을 정확히 찾지 못하고 국어책 읽듯이 사건만 나열한 것 같은 아쉬움이 있다.
게다가, ‘이나영’이 오토바이를 타고 질주하는 장면이 제법 많이 등장하는데, 그 장면들에서는 좌우로 카메라 이동해 가며 꽤 긴 시간을 보여준다.
‘이나영’이 인지도 높은 배우인 것은 부인할 수 없지만, 꽃 미모 ‘이나영’을 카메라에 멋지게 담아내려는 감독의 의도가 너무 적나라하게 느껴져서 불편했다.
관련 링크:
20120209-'하울링' 원작자 호평, 노나미 아사 -내가 쓰고 싶었던 것 영상으로 보여줬다...
20120819-[얼어붙은 송곳니] 영화 '하울링'의 원작 소설... 책으로 만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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