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다른나라에서 (In another country, 2011)(홍상수 감독, 이자벨 위뻬르, 유준상) Movie_Review

홍상수 감독 작품.
‘이자벨 위뻬르’ 전격 출연, ‘유준상’, ‘정유미’, ‘윤여정’, ‘문소리’, ‘권해효’, ‘문성근’, ‘김용옥’ 등등.
개인적으로 ‘홍상수’ 감독의 영화 스타일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홍상수’ 감독의 영화는 관객들의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작품일 것 같은데,
영화의 독특함은 인정하지만, 성에 집착하는 남자들이 항상 등장하는 점과 영화가 말하려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모모한 점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

홍상수의 ○○력이 프랑스에 까지?
홍상수 영화 특유의 독특함은 프랑스 사람들에게 제법 어필이 되는 것 같다.
우리나라에는 알려지지 않은 배우 ‘이자벨 위뻬르’는 자기의 관심을 자극하는 영화에만 출연한다고 하는데, ‘홍상수 영화’의 독특한 그 무엇이 프랑스 여배우를 한국 영화에 전격 출연하게 했는가 보다.
2011년 홍상수 회고전에서 만났다고.

아직 ‘홍상수’ 감독의 영화를 몇 편 못 봤기 때문에 나의 평가는 상당히 주관적이고 제한적일 것 같다.
아무튼, 이번 영화에도 여전히 섹스에 집착하는 남자들이 등장하는데, 스토리 전개에 있어서는 지금까지 봐온 ‘홍상수표 영화’와는 약간 다른 구석이 있다.

이하 스포일러 포함------------
어머니가 이모부의 보증을 섰다가 파산하는 바람에 어머니(윤여정)와 함께 ‘모항’이라는 시골로 피신 오게 된 ‘원주(정유미)’.
(‘원주’의 이모부, 즉 어머니 여동생의 남편)
아무튼 졸지에 쫄딱 망하게 된 ‘원주’는 무료함과 불안함을 달래기 위해 단편 시나리오를 써내려 간다.
자신의 처지에 관한 자서전적인 스토리를 쓸까 하다가, 프랑스에서 놀러온 진짜 멋진 여자에 대한 이야기를 쓴다.

중간 중간 넘겨서 보면 이해가 안 될 수 있는데, 이 이야기는 크게 4가지로 구성되어 있다.
위에서 언급한대로 친척 빚보증을 섰다가 망한 여자가 시나리오를 쓴다는 내용.
그리고 그녀가 쓰는 3가지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다.
즉, 원주가 쓴 시나리오의 이야기다.
처음 등장한 빚보증으로 쫓겨 온 모녀의 이야기는 이 영화의 도입부일 뿐 이후 아무런 역할이 없다.

첫 번째 시나리오.
어느 날 펜션에 남자 하나와 여자 둘이 입실한다.
‘원주’는 그 펜션에서 일하는 여자.
(아마, ‘원주’는 현실에서는 펜션에 입실한 여자이지만, ‘원주’가 쓰는 시나리오 상에서는 펜션에서 일하는 여자)
불란서(프랑스) 감독인 여자 ‘안느(이자벨 위뻬르)’와 한국의 감독 ‘종수(권해효)’, 그리고 그의 아내 ‘금희(문소리)’.
아마도 ‘종수’가 프랑스에 있던 시절 ‘안느’와 약간의 썸씽(?)이 있었던 듯한데, 그런 낌새를 눈치 챈(또는 평소 종수의 행실이 그랬다든지) 만삭의 아내 ‘금희’는 바득바득 우겨서 여행에 따라 온 것이다.
‘종수’는 프랑스의 어느 놀이터에서 했던 키스가 아무 의미가 없었다며 단지 친구일 뿐이라고 ‘안느’에게 말하고, ‘안느’는 별로 개의치 않는 듯하다.
‘안느’는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원주에게 어디 갈만한 데가 없냐고 묻고, ‘원주’는 친절하게 가까운 등대가 있다고 알려준 듯하다.
혼자 등대를 찾아가는 ‘안느’.
동네 사람에게 물어보지만 말이 통하지 않고, 갈림길에서 좌측으로 간다.(도로의 화살표는 우측으로 표시되어 있다.)
해안에서 멋진 몸매의 안전요원(유준상)을 만나게 된 ‘안느’.
등대가 어디 있는지 물어보지만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다.
손짓발짓 끝에 등대(Light House)의 뜻을 알아채지만, 둘은 안전요원의 텐트로 가고, 외국여자에 대한 환상(?)을 가진 평범한(?) 한국남자 안전요원(이름이 없음)은 그녀를 위해 노래까지 불러주며 호감을 표시한다.
안전요원은 ‘안느’를 펜션으로 데려다 주고, 펜션에서 숯불도 갈아주는 아르바이트를 하는 안전요원은 ‘종수’ 일행과 함께 고기를 먹는 ‘안느’를 다시 만나게 된다.
‘안느’와 담소를 나누는 ‘종수’.
‘종수’는 이곳 모항 사람들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고 싶다고 한다.
이곳 사람들이 상처를 많이 받았다고.
무슨 상처를 입었냐고 묻는 ‘안느’의 질문에 이유를 잘 모른다고 한다.
왜 이렇게 얘기를 했을까. ‘모항’은 충남 태안반도에 있는 곳으로 ‘2007년 태안 기름유출 사건’으로 고통을 받은 곳이다.
‘종수’가 왜 ‘모항’ 사람들이 고통을 받았는지 이유를 모른다고 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이 이야기도 별 의미가 없다.
하여간 술과 고기 파티가 벌어져 식사를 하는 이들.
‘종수’의 아내 ‘금희’는 ‘종수’에게 술을 작작 마시라고 나무란다.
‘종수’는 과음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아무튼, 술이 제법 들어갔을 무렵 안전요원 등장.
‘안느’에게 자꾸 따로 만나자고 추파를 던지는 모습에 화가 난 ‘종수’가 안전요원을 나무란다.
‘안느’는 낮에 잠깐 본 사람일 뿐이라며 안전요원을 부탁을 거절한다.
다음날 새벽.
날이 밝았지만 아직 잠들지 못한 ‘안느’와 ‘종수’는 베란다에서 만나게 되고, 키스를 해도 되냐며 묻는 ‘종수’의 행동에 ‘안느’는 당황한다.
그저 친구일 뿐이라고 무마하는 ‘안느’.
펜션을 나서는 ‘안느’. ‘안느’에게 남편이 어디 있냐고 묻는 ‘금희’.
펜션을 나선 ‘안느’는 안전요원의 텐트에 찾아가 지난밤에 무례해서 미안했다며 편지를 남기고 오늘 떠난다고 한다.
많이 서운해 하는 안전요원은 ‘안느’의 편지를 읽지만.
필기체로 휘갈겨 쓴 ‘안느’의 편지를 제대로 읽을 수 없는 안전요원.
그녀가 대체 무슨 글을 남긴 걸까.

두 번째 시나리오.
서울 서래 마을에 사는 부잣집 와이프.(역시 ‘안느’)
자동차 회사의 사장인 불란서 남편이 있지만, 한국 남자와 불륜에 빠져 밀월 장소인 모항에 내려오게 된 여자다.
원주의 안내로 펜션에 입실한 ‘안느’는 펜션 밖으로 누군가를 찾아 나서는 ‘금희’를 보게 된다.
(이 시나리오에서 직접적인 의미는 없지만, 원주가 쓰는 3가지 시나리오와 연장선상에 있다.)
그때 걸려오는 전화.
영화감독인 ‘문수(문성근)’는 급한 미팅이 생겨서 오후에나 내려온다고 알려온다.
남편이 출장 간 틈을 타 몰래 내려온 ‘안느’는 자신을 기다리게 만드는 ‘문수’가 밉다.
아무튼 할일이 없이 무료한 ‘안느’는 원주에게 가볼만한 곳이 있느냐고 묻고(첫 번째 시나리오와 동일), ‘원주’의 안내로 길을 나선다.
흑염소가 보이는 길가에서 염소 소리를 흉내 내고, 첫 번째 시나리오에서처럼 갈림길을 만난 ‘안느’.
어느 곳으로 갈까 망설이다가 좌측 길로 들어선다.
(첫 번째 시나리오와 동일하게, 우측화살표가 있는 도로에서 좌측으로 향한다.)
하얀 등대가 보이는 바닷가에서 우두커니 앉아 있는 ‘안느’.
‘아름답다’를 주문처럼 외우는 그녀에게 갑자기 나타난 ‘문수’.
‘안느’를 놀래 주고 싶다며 거짓말을 했다는 ‘문수’가 마냥 사랑스러운 ‘안느’는 남자와 진한 키스를 나눈다.
하지만 상상이다.
낯선 아저씨의 등장에 놀란 ‘안느’는 펜션으로 돌아오는 길에 빨간 옷의 안전요원(Life Guard)을 만나 그를 졸졸 따라간다.
그 시각, 펜션에 도착한 문수는 ‘안느’가 묵는 방의 문을 두드려 보지만 대답이 없다.
‘안느’에게 전화를 거니 웬 낯선 남자가 전화를 받는다.
안전요원이다.
‘안느’가 떨어뜨린 전화기를 주운 안전요원.
전화기가 안전요원의 텐트에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문수는 계속 문을 두드리고, 무료함에 낮잠이 든 ‘안느’가 깨어나 문을 열어준다.
문수를 만나 너무 행복하지만, 인터넷 발달로 자신을 알아보는 사람이 많아졌다며 항상 주변의 시선을 경계하는 ‘문수’의 행동이 답답하다.
안전요원의 텐트에서 ‘안느’의 전화기를 찾고 나선 해변에서 안전요원을 만나게 되고, 멀찌감치 떨어져 보고 있는 ‘문수’의 눈에는 안전요원과 긴 잡담을 나누는 ‘안느’의 모습이 못내 못마땅하다.
식당에 들어선 두 사람.
항상 주변 시선을 의식하는 문수의 모습이 답답한 ‘안느’, 그리고 ‘문수’는 안전요원과 길게 얘기한 게 못마땅하다.
질투심이 폭발한 ‘문수’는 안전요원과 섹스가 하고 싶었냐고 빈정대고, ‘안느’는 정말 그랬다며 반격한다.
둘의 사랑싸움은 화해로 끝나고 사랑을 확인하지만, 이 역시 낮잠을 자던 ‘안느’의 꿈이다.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깬 ‘안느’에게 샌드위치를 건네는 ‘원주’.
미팅이 늦어져 저녁 6시에나 도착한다는 문수의 문자메시지를 확인한 ‘안느’는 ‘원주’에게 우산을 빌려 길을 나선다.
길 한구석에 우산을 숨겨두고 안전요원의 뒤를 쫒아가는 ‘안느’.
안전요원의 텐트까지 뒤쫓아 가 등대가 어디 있느냐고 묻고, 해변에 멀뚱히 서있던 ‘안느’에게 문수가 나타난다.
진한 키스를 나누며 ‘문수’의 뺨을 계속 때리는 ‘안느’.
사랑하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아마도, 낮잠을 자며 꾸는 꿈인지 확인하기 위해서?)
그 모습을 멀리서 망원경으로 지켜보던 안전요원은 망연자실해 하며 훔쳐본 것을 후회한다.

세 번째 시나리오.
이번 이야기는 한국여자 때문에 남편에게 이혼당한 아름다운 프랑스 여자다.
전주의 민속학 교수가 그녀와 함께 모항의 펜션에 입실한다.
(여기서, 민속학 교수는 영화 도입부에 등장했던 ‘원주’의 어머니)
이혼 당한 ‘안느’의 마음을 달래주기 위한 여행인 셈이다.
둘은 옆방에 입실한 영화감독 ‘종수’와 마주친다.
민속학 교수 ‘박숙’은 감독 ‘종수’를 알아보고, ‘종수’는 이곳 사람들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기 위해 인터뷰를 하러 왔다고 한다.
저녁에 바비큐(바베큐) 파티를 한다고 초대하는 ‘종수’.
절에 간 ‘박숙’과 ‘안느’.
‘박숙’은 ‘안느’가 불교도가 아니지만, 절을 하는 것이 마음을 다스리는데 도움이 될 거라며 권한다.
박숙을 따라 절을 해보는 안느.
기와불사(기와에 소원을 적는)를 한 ‘안느’는 ‘박숙’에게 스님을 만나보고 싶다고 한다.
마침 절의 스님들이 자리를 비워 ‘박숙’은 자신이 잘 아는 스님(김용옥)을 부르겠다고 한다.
저녁 바비큐(바베큐) 파티 자리에서 사람들의 관심은 미모(?)의 불란서 여자 ‘안느’이다.
‘안느’가 아들에게 전화를 하기 위해 자리를 비운 사이 ‘안느’의 험담을 나누는 ‘금희’(종수의 아내)와 ‘박숙’.
숯불을 가져온 안전요원은 ‘안느’에게 관심을 가지며 이것저것 묻는다.
아무튼, 술자리가 끝나고 새벽.
베란다에서 만난 ‘안느’와 ‘종수’.
‘안느’에게 뭔가 특별한 걸 보여주겠다며 데리고 나가는 ‘종수’.
갯벌에서 ‘뭔가 특별한 것’이 자신이라는 ‘종수’.
그 무렵 둘을 찾아 나선 ‘박숙’과 ‘금희’는 막 키스를 하려던 둘을 발견한다.
‘종수’는 ‘안느’가 갯벌의 생물을 보고 싶다고 했다고 둘러대고, ‘안느’는 ‘종수’가 뭔가 보여주겠다고 해서 따라왔을 뿐이라고 둘러댄다.
술만 처먹으면 개가 된다고(술 먹고 여자 밝힌다고) 나무라는 ‘금희’와, 한국 남자들이 섹스에 미쳤다고 한탄하는 ‘박숙’.
(결국, ‘안느’는 아무런 죄가 없는 것처럼 상황이 전개된다. 외국 여자라면 신기해하며 섹스를 하고 싶어 하는 섹스에 미친 한국 남자가 순진한 불란서 여자를 꼬드긴 상황처럼 묘사)
무료해 하는 ‘안느’에게 걸레질을 시키는 박숙.
깨끗한데 왜 닦느냐고 묻는 ‘안느’에게, 청소를 하면서 마음을 다스릴 수 있다고 한다.
‘박숙’이 초대한 스님(김용옥)이 도착하고, ‘안느’는 스님에게 이상한 질문을 해댄다.
(약간 선문답 같을 뻔 했는데, 어떤 의미를 담고 있다기보다는 그저 헛소리들이다. 헛소리 같은 질문을 하는 ‘안느’에게 선문답에서 기기묘묘한 해답을 주는 멋진 스님을 기대했지만, 스님은 그저 당황하다가 끝이 난다.)
아무튼, ‘안느’의 모습을 그려주겠다며 만년필을 꺼낸 스님.
만년필을 달라고 떼쓰는 ‘안느’.
스님과의 만남이 끝나고, 다시 길을 나선 ‘안느’는 위 두 편의 시나리오에서처럼 갈림길에 다다른다.
하지만, 이번에는 화살표 방향인 우측으로 향한다.
그 시각, ‘박숙’은 자신이 선물로 준 만년필을 왜 ‘안느’에게 줬냐며 나무라고, 그때 도착한 문자 메시지에 ‘나는 안 가본 길을 향해 떠나려 합니다. 그동안 도움에 감사드려요’ 라는 내용이 적혀 있다.
큰일이 난 것 같다며 ‘안느’를 걱정하는 두 사람.
해변에 도착한 ‘안느’는 가방에 가져온 소주를 들이킨다.
첫 번째 병을 다 마신 후 해변에 던져 버리고(첫 번째 시나리오에서 해변에 도착한 ‘안느’와 감독 ‘종수’와 ‘금희’가 해변에 깨져 있는 소주병을 보며 ‘한국 사람들에 술이 미쳤다’, ‘남에 대한 배려가 없다’고 했던 부분과 교차한다), 두 번째 소주병을 들이키는 ‘안느’ 앞에 멋지게 수영을 하며 지나가는 안전요원.
둘은 소주를 나눠 마시고, 춥다며 안전요원의 텐트에 가고.(아마도 섹스, 외국여자라면 사족을 못 쓰던 안전요원은 결국 ‘안느’와 섹스를 한 것이란 말인가)
안전요원의 코고는 소리에 깬 ‘안느’는 텐트를 떠난다.
‘안느’를 찾아 나선 ‘박숙’과 스님은 안전요원의 텐트에 도착해 외국여자를 못 봤느냐며 묻지만, 막 깨어나 ‘안느’가 곁에 없어 놀랐던 안전요원은 ‘외국 여자를 본 적이 없다’며 거짓말을 한다.
자신이 꿈을 꾼 것인지, 아니면 ‘안느’가 사라진 것이 믿기지 않는지 놀라움과 허탈함에 하늘을 쳐다보는 안전요원.
‘안느’는 마을의 길에서 구석에 숨겨져 있던 우산(두 번째 시나리오에서 ‘안느’가 숨겨 놓았던 우산)을 꺼내들고, 길을 걸어간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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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빚보증에 도망 온 ‘원주’가 쓴 시나리오 속의 이야기.
출연 배우들이 각각의 이야기에 계속 등장하기 때문에 헷갈리기도 하고, 또 각각의 이야기가 조금씩 연관이 있기 때문에 전체적인 이야기가 좀 모호하다.
특히 재미있는 점은, ‘안느(이자벨 위뻬르)’가 항상 갈림길에 놓인다는 점이다.
첫 번째와 두 번째 이야기에서는 도로의 화살표와 반대 방향인 좌측으로 향했고, 세 번째 이야기에서는 화살표 방향인 우측을 향했다.
세 이야기에 안전요원(배우 유준상, 극중 이름 없음)은 항상 등장하며 어떤 매개체 역할을 한다.

첫 번째 이야기를 요약하자면, 미모의 불란서 여감독이 한국 감독인 ‘종수(권해효)’와 그의 아내 ‘금희(문소리)’와 함께 모항에 내려왔다가 안전요원과 만나게 된다.
종수는 ‘안느’를 사랑(?)하지만, 아내가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안전요원과 ‘안느’의 썸씽은 읽을 수 없는 필기체 편지로 마무리 된다.
결국, 편지의 내용은 영화상에서 알려주지 않기 때문에 알 수 없다.
두 번째 이야기를 요약하자면, 불륜에 빠진 불란서 여자와 한국 감독의 이야기다.
미팅 때문에 늦는 ‘문수(문성근)’를 기다리는 ‘안느’가 문수가 자신을 놀래주려고 일부러 장난친다는 다소 로맨틱한 상상을 하는데, ‘문수’가 해변에 앉은 ‘안느’에게 나타나는 장면이 로맨틱한 상상이고, 횟집에서 안전요원 때문에 질투하는 ‘문수’의 모습도 여자들의 로맨틱한 상상이라고 볼 수 있다.
결국은, 생각보다 일찍 찾아온 ‘문수’와 진한 키스를 나누는 모습을 안전요원이 몰래 훔쳐보고 실망한다는 얘기.
세 번째 이야기를 요약하자면, 한국여자와 바람이 나서 자신을 버린 남편 때문에 마음에 상처를 입은 불란서 여자가 ‘모항’에 내려왔다가 옆방에 입실한 한국 감독과 썸씽이 생길 뻔 하기도 하고, 안전요원과 인스턴트 섹스를 나눴다는 이야기.

세 이야기 속에서 ‘안느’는 항상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나선 길에 갈림길을 만나는데, 첫 번째와 두 번째에서 화살표 반대 방향의 길을 선택한 것은 표면적으로 봤을 때 ‘일탈’을 의미한다.
하지만, 실제로 1, 2번째 시나리오에서는 섹스를 하지 않기 때문에 일탈이 없었다.
그리고 세 번째 시나리오에서는 도로의 화살표대로 길을 나서게 되어 안전요원과 섹스를 하는 일탈을 한다.
가보지 않은 길을 가려 한다는 메시지를 남긴 ‘안느’.
화살표대로 간 길이 오히려 일탈이었던 셈이다.

세 이야기는 별개의 이야기이면서도 서로 교차하는 부분이 있다.
이런 독특한 복선구조와 교차점을 가진 이야기 구조는 지금까지의 ‘홍상수표 영화’와는 다른 스타일인 것 같다.
뭔가 그럴싸해 보이는데!?
뭔가 그럴듯한 심오한 이야기를 다루려는 프랑스 영화 스타일과 상당히 흡사하다.
하지만, 도대체 ‘뭘’.
매번 프랑스 영화에 실망하듯, 작가와 감독이 도대체 무엇을 이야기하려는 것인지 직접적으로 나타나지 않고 모호하다.
이런 모호함은, 실제로는 단지 의미 있어 보이는 사건들을 단순 나열해 버린 아마추어 같은 연출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게 한다.
관객이 그 의미를 생각하게끔 하는 열린 구조도 좋겠지만, 대다수의 관객은 보다 명확한 방식으로 연출된 스토리를 좋아한다.

이 영화에서 언급하는 몇 가지 사안들.
1. 한국 사람들은 술에 미쳤다.
2. 아무데나 병(bottle)을 버려 배려심이 없다.
3. 한국 남자는 외국 여자에게 관심이 많다.
4. 한국 나자는 섹스에 미쳐있다.
5. 유명한 영화감독도, 멍청해 보이는 안전요원도 모두 섹스를 하고 싶어 한다.
6. 한국 아줌마들은 당사자가 없을 때 뒷담화를 즐긴다.
7. 한국 스님은 뭔가 그럴싸해(?) 보이지만, 별로 신통한 구석은 없다.
8. 외국여자에게 한국은 무료한 곳이지만 섹스하려고 달려드는 남자가 많아서 언제든 마음만 열면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다.
9. 한국 사람들은 친척 빚보증에 쉽게 파산한다.
10. 한국 남자는 결혼을 해도 끊임없이 외간 여자와 섹스를 하고 싶어 한다.

뭐 이런 정도로 간추려 질까.
시나리오를 쓰는 화자 ‘원주(정유미)’는 사실 큰 역할이 없다.
이야기에 끊임없이 등장하지만, ‘안느’가 펜션을 나설 때 그녀를 펜션 밖까지 인도해주는 역할(그 장면도 세 번 연속 나온다) 밖에는 없다.
안전요원(이름조차 없는)은 외국 여자인 ‘안느(이자벨 위뻬르)’의 일탈의 대상이다.
안전요원과의 섹스에 성공할 것인가!!
몸매 멋지고 수영도 잘하고 자신에게 완전 호감을 가지는 멍청한 안전요원의 꿈은 오로지 외국 여자인 ‘안느’ 자신과 섹스를 하는 것!
이게 대체 무슨 이야기인가.

영화상에 등장하는 다수의 한국인들이 영어를 제법 잘한다.
영화감독들이고 펜션에서 일하는 사람이니 그럴 수도 있겠거니 싶지만, 영어로 의사소통이 그리 잘 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 다소 놀라웠다.
제목인 ‘다른나라에서’.
다른 나라에서의 색다른 일탈, 섹스?
인신공격은 아니고 ‘이자벨 위뻬르’는 1953년생으로 한국 나이로 올해 61세다.
영화상에서도 다소 늙어 보이는데(나이에 비해서는 젊어 보이지만), 한국남자들이 외국여자라면 관심을 많이 가진다고는 해도, 다소 나이가 있는 외국 여자와 섹스를 못해 안달이 난 모습으로 그려진 것은 설정 상 오류가 아닐까.
아무튼, 기존의 ‘홍상수표 영화’와는 색다른 ‘가능성(?)’ 같은 것이 보이기는 했지만, 여전히 ‘홍상수맛’이다.

계속해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단어는 ‘우산’, ‘등대’, ‘안전요원’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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