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기르기, 가르마, 시선 Music_Story

이발한지 대략 2달 3주째.
대체로 1달 반이나 길어야 두 달이면 이발을 하는데, 이번에는 굳이 머리카락을 잘라야 할 필요를 느끼지 못해 기르고 있다.
내 생애 머리카락 길이가 가장 길었던 때는 군 제대한 이후 몇 년 후부터 3~4년 정도 지속적으로 머리카락을 길렀을 때다.
머리카락을 기른 이유는 그때 아니면 절대 머리카락을 길게 길러보지 못할 것 같아서였다.
음악을 하고 있기도 했고, 남자로 태어나서 머리카락을 길게 기를 이유나 기회가 없기 때문에 처음이자 마지막이라 생각해서 작심하고 기른 것이다.
군대 있을 때 ‘제대하면 머리카락 한번 길러보자’ 라고 결심을 했었다.
일종의 버킷리스트였던 셈이다.
긴 머리카락을 멋지게 기르려면 ‘스트레이트파마’도 하고 다듬어 주기도 하고, 코팅도 해서 좋은 머릿결을 유지해야 하지만, 차마 여자들처럼 그렇게 까지는 할 용기는 없어서 그냥 무작정 길렀다.
어깨 밑에까지 살짝 내려올 정도로 길렀는데, 머리숱이 많고 머리카락이 굵은 편이라 멋지기 보다는 올드 해 보이는 편이었다.
물론, 머리를 풀어 헤치고 다닌 적은 단 한 번도 없었고, 대부분 머리끈으로 질끈 동여 메고 모자를 쓰고 다녀야 했다.
길 가던 흑인이 나보고 ‘Are you Japanese?’ 라고 물을 지경이니, 그렇게 머리카락 기르고 다니는 사람이 흔하지도 않은 셈이다.
동원 훈련을 가면 ‘음악하세요?’라고 묻는 사람들이 꼭 있었다.
그 외에도 긴 머리 때문에 생긴 많은 일화들이 있다.

사회생활을 하면 남들의 시선 때문에 머리카락을 기르기 힘들다.
일단, 첫인상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이후 그 사람에 대한 평가(평판)에 있어서도 좋은 점수를 받기 힘들기 때문이다.
대체로 두어 달 정도 길러서 약간 덥수룩한 장발 정도로 기른 적은 많지만, 작정하게 길게 기른 것은 그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안타깝게도 머리를 길렀을 때 찍은 사진이 거의 없다.
머리 묶어서 찍은 한 장의 사진은 그나마도 나를 위해 찍은 사진이 아니었는데, 내게 주지도 않은 그 사진을 사진첩에서 몰래 빼와 한 장 가지고 있고, 머리 풀고 찍은 사진은 미용실에서 긴 머리카락을 싹둑 잘라내기 전에 ‘5분 증명사진’으로 찍어둔 사진만이 한 장 남았을 뿐이다.

최근 들어서도 머리카락을 다시 길러볼까 말까 고민을 할 때가 많다.
남들의 시선이 부담스럽지 않은 사회분위기라면 마음 편하게 기르겠지만, 역시 남들의 시선 때문에 기르기가 망설여진다.

근래의 내 머리 스타일이 결정된 것은 대략 5~6년 전이다.
우연히 들른 미용실에서 그때까지 내가 유지해오던 스타일과는 다른 머리 스타일로 이발을 했는데, 고등학생처럼 옆과 뒷머리 올려치던 머리에서 약간 길게 치는 머리 스타일로 바뀌었다.
사실, 그게 바로 아저씨 머리 스타일이다.
이상하게도, 미용실에 가서 별말 안하고 커트를 맡기면 그 본래 스타일대로 이발을 해준다.
(나중에 알게 되었는데, 미용사들은 손님의 머리 스타일을 보고 그 전에 어떤 스타일로 이발을 했었는지 감을 잡기 때문에, 아무소리 안 하면 그냥 그 스타일 그대로 커트를 해주는 미용사들이 종종 있다.
물론, 일반적으로는 그냥 원래 스타일 무시하고 그냥 학생머리 또는 아저씨 머리로 통일해서 커트를 하는 미용사들이 더 많겠다.)
차마 고등학생 머리처럼 옆과 뒷머리 올려치는 스타일로 다시 돌아가지는 못하고, 특별히 원하는 헤어스타일도 없어서 그냥 계속 그 스타일을 유지하고 있었는데, 최근 몇 년 전부터는 앞머리와 윗머리도 좀 더 짧게 친다.

남자들은 머리카락에 별로 신경을 안 쓴다.
짧은 머리카락을 유지하면, 간혹 머리를 감지 않아도 크게 티가 안 나고, 머리를 감을 때도 금방 머리카락이 말라서 편하다.
치명적인 단점이라면, 자고 일어났을 때 머리 일부분이 쥐 파먹은 것처럼 뻗친다는 점이다.

머리카락을 두 달 정도 기르면 제법 길어지는데, 이때부터는 자고 일어나도 뻗치지는 않는다.
다만, 머리 기름이 묻어 나와서 머리를 감지 않은 티가 잘 난다는 단점이 있다.

내가 왼쪽으로 가르마를 탄 것은 아마 중학교 때부터다.
(머리 뒤쪽에 있는 ‘가마’는 마치 회오리처럼 일정한 방향을 가지고 있다. 그에 따라 머리카락이 어느 쪽으로 눕는지 결정이 되고, 앞머리의 가르마 방향에도 영향을 끼친다.)
원래의 머릿결은 오른쪽 방향인 것 같은데(일반적인), 어떤 이유에서였는지 나는 머릿결과 반대되는 방향으로 가르마를 잡았다.
그것을 평생 지켜왔는데, 요즘 두 달 정도 머리를 기르고 드라이를 하지 않은 상태로 머리를 말리면, 자동적으로 왼쪽 머리에서 가르마가 생기며 오른쪽으로 가르마가 넘어간다.
지금까지 고수해온 인위적인 머릿결 방향을 무시하고 타고난 머릿결 방향으로 넘어가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간혹 가운데 가르마처럼 되고는 하는데, 홍콩스타 장국영이 인기 있던 시절에야 가운데 가르마가 유행하기도 했지만, 요즘 누가 가운데 가르마를 타나.
선천적인 것과 후천적인 것은 이런 사소한 것에서도 충돌한다.

남들의 시선.
머리카락을 두 달 반 정도 기르다 보니 또 고민이 시작된다.
이제부터는 이발을 안 하고 놔두면 누가 보더라도 ‘머리카락이 길다’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시점이다.
머리를 장발 이상으로 기르기 시작하면, 항상 ‘머리카락이 길다’ 라는 수식어가 대화에 따라 붙는다.
군 제대 후 머리를 한창 기르고 있을 때, 긴 머리를 묶어서 예비군 훈련에 갔더니 ‘음악 하세요?’ 하더라.
그건 젊었을 때 얘기고, 이제 머리를 기르면 ‘예술가’ 아니면 ‘도인’ 취급을 받을지도 모른다.
편하기는 짧은 머리가 훨씬 편하다.
하지만, 사람들에게는 ‘긴머리’에 대한 묘한 동경심과 편견이 있다.

결과적으로는 이발을 하게 될 가능성이 크지만, 남들의 시선을 부담스러워 하면서도 머리를 기를까 말까 하는 고민을 또 하고 있다.
고민을 한다는 것은, 기르고 싶은데 남들 시선과 사회적 편견 때문에 기르지 못한다는 것이겠다.

덧글

  • hjfiejds 2013/06/20 22:09 # 삭제 답글

    머리 기를 수 있는 여건이 충분하다면 기르셔도 될 것 같아요.

    솔직히 남들 시선이야 무시하고 신경쓰지 않으시면 그만이예요.

    남들이 뭐라 하든 그게 무슨 상관이겠어요?

    장발이라도 얼굴에 맞게 기르신다면 오히려 멋있어보일 수도 아름다워 보일 수도 있는거잖아요.

    남들 시선이 그렇게 신경쓰이신다면 머리 관리와 함께 외모 관리도 병행하시다 보면

    오히려 좋게 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저도 장발이라서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어차피 선택의 문제라서 일단은 선택에 맡길게요. 화이팅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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