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인류멸망보고서 (2011) Movie_Review

로봇이 나오는 영화, 그래서 한껏 기대했던 영화.
이 영화를 보면서 느낀 점은 한마디로 ‘투박하다’ 였다.
편당 40분 정도씩으로 3편을 합해 2시간 분량의 옴니버스 영화.
편당 플레이 타임이 길지 않기 때문에 지루하지는 않았지만, 상당히 돈과 노력을 들였을 것 같은 소품들에 비해 다소 작위적인 연출과 약간은 어색함이 느껴지는 배우들의 연기가 아쉽게 느껴졌다.

1편 : 멋진 신세계.
2편 : 천상의 피조물.
3편 : 해피 버스데이.

이하 스포일러 포함--------------------------
1편 ‘멋진 신세계’.
썩은 사과 한 개가 쓰레기들과 뒤섞여 음식물 쓰레기 수거함에 들어가고, 수거함 안에서 유전자 변이(?)를 일으킨다.
수거된 쓰레기는 재생 과정을 거쳐 사료로 바뀐 다음에 축사의 소에게 사료로 공급된다.
소는 도축되고, 도축된 소의 고기를 음식점에서 먹는 주인공.
주인공은 몸에 이상한 변화가 생기기 시작하는데, 공원에서 데이트 중이던 그들에게 시비를 건 고등학생들에게 괴력을 발휘하는 남자.
주인공과 키스를 했던 여자도 몸에 이상 증세가 생기기 시작한다.
같은 식당에서 고기를 먹었던 다른 사람들도 하나 둘 좀비로 변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괴 바이러스’가 걷잡을 수 없이 퍼져 나가 도시가 아수라장이 된다는 이야기.

제법 독특한 소재이기는 했지만, 아쉬운 점은 사람들이 ‘좀비’로 변한다는 설정이다.
‘좀비’는 서양 문화권의 공포 영화에 단골로 등장하는 소재이고, 동양 문화권 국가에서 많이 사용하는 ‘귀신’ 이라는 소재와는 달라서 상당히 이질적인데, 몇몇 감독들은 ‘좀비’ 라는 서양식 귀신을 소재로 영화를 만들어 보고 싶은가 보다.
괴 바이러스로 인해 이성이 마비된 인간.
이 영화에서 마치 ‘좀비’ 처럼 표현된 증상을 보이는 전염병이 실제로 있을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하지만, ‘좀비’ 라는 소재가 여전히 한국 문화에는 이질적인 것 같다.
특히, 한국적인 해석으로 새롭게 창조된 좀비가 아니라, 서양 영화에서 흔히 사용하는 특성의 좀비를 그대로 차용했기 때문에, 식상함을 넘어서 마이너스 요인이 되지 않았을까.

2편 ‘천상의 피조물’은 포스터에도 등장하고 홍보 영상에서도 모습을 보였던 바로 그 로봇이 등장한다.
사실, 이 로봇 캐릭터 때문에 이 영화를 보고 싶은 충동이 일어났다.
하지만, 기대에 못 미치게 ‘투박하다’.
일단, 로봇 디자인이 미국 영화 ‘아이, 로봇 (I, Robot, 2004)’에 나온 로봇을 연상시킬 만큼 닮아 있다.
게다가, 이 영화에 등장하는 로봇은 미국 영화에서처럼 CG로 재현된 로봇이 아니라 실물이다.
아마도 원격 조종기로 관절을 움직이기 하는 특수 장치를 사용한 것 같은데, 그래서 요즘 많이 사용하는 CG 가 아니라 예전에 ‘스타워즈’ 나 ‘그렘린’ 같은 영화를 만들던 시절에 많이 사용했던 특촬물 영화에 더 가깝다.
개인적으로는 과거 특촬(특수촬영)물이 왕성하게 만들어 지던 때(‘스타워즈’ 시리즈 포함)를 그리워하기 때문에 CG 가 아닌 실물 로봇이 등장한 것이 반갑기는 했지만, 그 움직임이 너무 둔탁해서 상당히 실망스러웠다.
(아마도, 카이스트나 포항공대 같은데서 도움이라도 받아 제작했을까)
로봇의 움직임이나 비주얼이 좀 더 자연스러웠다면, 꽤나 기억에 남을 만한 작품이 되지 않았을까 싶지만, 역시 현실의 벽은 높았다.
특촬물은 보는 시각에 따라 장단점이 있는데, 자연스럽고 완벽한 느낌을 원한다면 CG 로 구현된 영상이 좋겠지만, 정말 실제 현실 같은 느낌은 특촬물 쪽이 더 현실감이 있다.

로봇 ‘RU-4’는 스스로 생각하는 수준을 넘어서 깨달음의 경지에 도달한다.
승려들은 물론 로봇 제조사의 엔지니어들과 수준 높은 대화를 하다가, 결국 스스로를 파괴 하여 열반에 이른다.
이 부분에서 살짝 뭉클한 감정이 생기기는 했다.
설정은 이런데, 상황을 뜯어보면 뭔가 좀 애매하다.
결국, 스스로 파괴를 했으니 ‘자살’로 보아야 하는 것일까.
게다가, 열반에 이른다며 굳이 진짜 스님들처럼 불교식으로 가부좌를 틀고 죽는 장면을 연출한 것은 상당히 어색했다.
인간 보다 더 인간 같은, 인간 세상을 꿰뚫어 보는 혜안을 가지게 된 ‘휴머노이드(humanoid)’의 죽음을 너무 스님이 열반에 이르는 모습처럼 흉내 낸 것은 독특하기는 했지만 어색하고 너무 작위적으로 보였다.
제목 ‘천상의 피조물’은 절의 이름이 ‘천상사’ 이고 로봇 제작사인 ‘천상사’에서 구매한 로봇이기 때문에 ‘RU-4’ 를 직설적으로 상징하는 것이기도 하고, 신의 피조물인 인간을 빗대어 상징하기도 한다.
제법 작품성이 괜찮았을 법한 단편이었지만, 로봇의 실물이 너무 투박했고 설정이 작위적이어서 감점.

3편 ‘해피 버스데이’는 다소 장난스러운 단편이다.
당구를 좋아하는 아빠의 8번 당구공을 깨먹은 소녀는 인터넷에서 8번 당구공을 구입하기 위해 혈안이 된다.
낯선 웹사이트에서 당구공을 주문한 소녀.
그로부터 2년 후, 인류는 혜성 충돌로 인해 멸망을 앞두고 있다.
정체불명의 물체가 지구 가까이 다가 왔을 때, 그 물체가 커다란 8번 당구공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소녀는 자신이 낯선 웹사이트에서 당구공을 주문하는 바람에 지구가 멸망(?)하게 된 것에 안타까워하며, 주문을 취소하면 멸망을 피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며 취소를 하려 했지만, 결국 당구공은 지구에 떨어져 지상위의 건물들은 부서지고 폐허가 된다.
10년 후, 소녀의 가족이 사는 지하실이 무너져 내려 가족들은 지상으로 올라온다.
은하철도 999의 차장처럼 생긴 외계인이 소녀와 접선하고, 그녀 앞에 보이는 건 커다란 8번 당구공.
그녀에게 정확히 배달이 된 것이다.
소녀는 자신의 실수로 세상이 폐허가 되었다고 자책하지만, 삼촌은 세상이 그럴 때가 되어서 그런 건 아닐까 하며 위로한다.
3편은 상당히 유머러스하고 황당하다.
코믹적인 부분에서는 가장 유쾌했고 엉뚱 발랄 했는데, 과연 무엇을 얘기하려는 것인지는 다소 의문이다.

바이러스로 세상 사람들이 좀비가 되거나, 로봇이 해탈하여 인간과 말을 섞거나, 소녀의 실수로 갑작스런 재앙이 닥치는 일.
인류가 멸망할지도 모를 상황들을 다소 엉뚱하고 발랄하게 그려낸 단편들.
좀비들이 나온 이야기는 다소 이질적이었고, 로봇이 나온 이야기는 투박했으며, 거대한 당구공이 등장하는 이야기는 CG가 훌륭하기는 했지만, 너무 가벼웠다.

‘인류멸망보고서’라는 제목처럼 인류가 멸망하게 되는 원인이 될지도 모를 몇 가지 사건들에 대해 때론 엉뚱하게 때론 유쾌하고 가볍게 그려냈다.
연출상의 문제인지 모르겠지만 전체적으로 진지하기 보다는 가볍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는데, 이러한 화두에 대해 한번쯤 가볍게 생각해보는 기회를 주는 부담스럽지 않은 유쾌한 영화다.
진지하고 무게감 있는 영화를 기대한다면 실망할 수 있는 영화.
제법 유명한 배우들이 많이 등장하고, 현실감이 느껴지는 실사 로봇과 잘 만들어진 CG, 각종 소품들과 촬영세트들을 보면 꽤 돈이 들었을 것 같은데, 비용대비 완성도는 다소 떨어지게 느껴진다.
일본의 유명한 시리즈물인 ‘기묘한 이야기’ 중에도 로봇이 등장하거나 엉뚱하고 황당한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짧은 에피소드(인류 멸망이나 귀신 이야기 등등)가 있는데, 그런 이야기들과 상당히 비슷하게 느껴졌다.
미국의 ‘환상특급’ 시리즈와도 비교할 수 있다.
딱 들어맞는 표현은 아니지만, ‘한국판 기묘한 이야기’ 또는 ‘한국판 환상특급’ 이랄까.

참고링크:
해외영화 드라마 통신
2012 미국드라마 통신 제13호 미드 썸머 스페셜, 소름 돋는 공포 드라마들
기묘한 이야기 - 위키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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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G. : (리뷰) 시네마틱드라마 SF8 - 간호중 2020-08-15 02:02:31 #

    ... 가장 강한 ‘천상의 피조물’은 김지운 감독의 작품이다. 관련하여 작성한 리뷰는 아래의 링크 참조.(리뷰) 인류멸망보고서 (2011) http://fendee.egloos.com/10893788 ‘간호중 / The Prayer’는 국산 SF장르가 그래왔듯이 CG 장면은 적고, SF 적인 장면 보다는 철학적이고 드라마적인 요소에 ...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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