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동적 독신주의 Essay

수동적 독신주의.
나는 원래 ‘독신주의자’가 아니었다.
물론, 지금도 ‘내가 독신주의자 일까?’ 라는 물음에 갸우뚱 거리곤 한다.

대학에 가면은 꼭 연애를 해봐야지 했던 평범한 청년이었고, 십대와 이십대 초반에 걸쳐 일찍 결혼을 하고 싶었었다.
삶에 대해, 관계에 대해 진지했기 때문에,
‘연애’는 ‘결혼’을 위한 사전계약과 같이 생각을 한 고지식함 때문에 실패를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독신주의자가 아니었던 것만은 사실이다.
그러다가, 그렇게 세월이 흘러가고.
세상의 잣대에서 점점 멀어져 가는 자신을 발견했을 때는, 이미 자신을 되돌려 놓기는 힘들었다.

‘눈이 높아서?’ 라는 격려 섞인 훈계를 들을 때면, ‘정말 내가 눈이 높은 걸까?’ 라는 되물음을 해보지만, 그건 아닌 것 같고 단지 ‘근거 없는 자신감’이 부족했고, 자격지심이 심했을 뿐이며, 상처받기를 두려워했을 뿐이다.

그리곤, 이상한 자기합리화에 빠져들기 시작한다.
결혼 자체가 목적이 되어 의무감에 하고 싶지도 않고, 결혼을 위해 수준을 맞춰서 결혼 대상을 찾는 것도 우스운 것 같고, 남들 이목이 두려워 성인식 치르듯 등 떠밀려 하는 결혼도 싫다.
도무지 정서적으로 마음에 드는 사람이 없다.
‘세상이 이러니 그냥 혼자 사는 게 맘 편하다.’라며 마치 영화나 드라마처럼 운명적인 만남이 발생하지 않는 이상 혼자 늙어 버릴 것이라는 두려움에 대해 반은 자포자기.
결국, 혼자 사는 게 편해서 즐기며 살겠다는 능동이 아니라, 이런저런 이유를 갖다 붙이며, 수동적으로 독신주의자가 되어 가는 것 같다.

‘나는 독신주의자 일까? 아니지, 세상이 나를 독신주의자로 만들었지.’ 라며, 나는 핑계인지 변명인지 모를 자기방어를 하고 있다.

하지만, 아련하고 희미한 영상처럼, 누군가가 내 마음속에 들어오면, 나도 모르게 사랑에 빠지고 행복한 결혼을 꿈꾸게 될 것이라는 동심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다.
세월은 흘러가고, 마음속의 동심은 여전히 아이로 남아있다.
그래서 더더욱 현실과 괴리감을 느끼게 되고, 소극적이 되어간다.
동심을 버리고 타협하지 않는 이상, 결국은 수동적 독신주의자가 될 것이다.


덧글

  • 공감 2012/06/13 18:41 # 삭제 답글

    공감하고 갑니다..

    글 하나 하나가 제 마음을

    그대로 옮겨 놓은거같아요..


    그래도 어딘가에 자신의 짝은 있을거예요?..

    제 짝도 어딘가엔 있을거하 믿어요.

    너무 멀리있어서 아직 만나지 못한거다 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이국에 땅에 제 짝이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파이팅입니다~!!
  • fendee 2012/06/13 21:39 #

    님도 파이팅!!
  • 공감2 2012/07/07 11:50 # 삭제 답글

    제맘이랑 똑같네요
    추가하자면
    결혼=자녀
    아이가 생겨봤자 우리나라는 교육부터 사회풍토까지
    아이가 살만한 나라라고 생각지 않습니다.
    세상살기 참 힘드네요
    먹고살기도 힘든데
    남에눈치보면서 결혼까지 가야하나싶기도 해요....;;
    저하나 욕먹는건 괸찮은데 괜히 부모님한테 미안하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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