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크로니클 (Chronicle, 2012) Movie_Review

간만에 독특한 SF 영화가 나와서 관심있게 보게 되었다.


이하 스포일러 포함------------
대략의 스토리는 이렇다.
어느 날, 세 명의 고등학생은 파티가 벌어지는 곳에서 떨어진 숲속의 이상한 구멍 속에서 외계 물질로 보이는 이상한 물체를 접촉한 이후 초능력이 생기게 된다.
TV나 영화에서나 보던 초능력이 생긴 이들은 자신들의 능력에 놀라워하며 사람들을 골탕 먹이는 등 장난을 하지만, ‘맷’은 자신들의 능력이 위험할 수도 있음을 직감한다.
세 명의 특징은 이렇다.
‘맷(알렉스 러셀)’은 ‘앤드류’의 사촌형이며, 평소 철학적인 말을 하는 생각이 깊은 고등학생이다.
맷의 동생인 ‘앤드류(데인 드한)’는 아픈 엄마와 실직한 아버지 사이에서 불행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아이.
‘스티브(마이클 B. 조던)’는 학생회장에 출마하는 등 겉으로는 사교적이고 활달하지만, 스티브 역시 부모가 이혼하고 별로 사랑을 받지는 못하는 아이.
갑작스럽게 초능력이 생기게 된 세 명은 그들의 염력을 시험해 보는데, 처음에는 조금만 힘을 써도 코피가 나지만, 그 능력이 점차 강해져 하늘을 날게 되거나 자동차 정도는 쉽게 찌그러뜨릴 수 있게 된다.
특히, 앤드류의 능력이 탁월해서, 맷이나 스티브와 달리 섬세한 그의 성격 때문인지 그들 중 가장 강한 힘을 빠른 속도로 체득해 나간다.
그러던 어느 날, 그들의 차를 뒤쫓으며 빵빵거리는 차를 강으로 처박아 버리는 앤드류.
그 사건을 계기로, 맷은 자신들의 힘을 절대로 생명체에는 쓰지 말아야 한다고 못 박는다.
앤드류의 엄마는 죽어가는 환자다.
그나마 고통을 줄일 수 있게 진통제를 사다 주려면 약값이 700달러(한화로 거의 80만원)나 필요하지만, 전직 소방관이던 아버지가 은퇴한 이후 연금으로 근근이 생활하는 그들의 형편에는 엄마의 약값을 충당하기 힘들다.
엄마는 고통에 신음하고, 아빠는 자격지심에 빠져 아들인 앤드류를 폭행한다.
그런 집안 환경 속에서 앤드류는 점차 비뚤어지기 시작한다.
불안정한 심리상태인 앤드류에게 가공할만한 초능력이 생기게 된다면, 어떤 위험한 일이 벌어질 것인지를 영화 초반에 어느 정도 예상은 가능했다.
그 예측은 크게 빗나가지 않았는데, 앤드류는 점차 강해지는 자신의 초능력에 대해 고민한다.
자신을 윽박지르는 아버지를 때려눕히고, 폭풍우 몰아치는 하늘에서 슬퍼하는 앤드류에게 찾아온 스티브.
위험하다며 내려가자고 달래보지만, 스티브의 그런 조언마저도 싫은 앤드류는 얼떨결에 스티브를 죽이고 만다.
스티브의 장례식에서 맷은 앤드류의 불안한 마음을 잡아보려 노력하지만, 앤드류는 외면한다.
그날 이후, 앤드류는 자신에게 생긴 능력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되고, 결국 자신이 ‘포식자’ 여서 마음대로 능력을 휘둘러도 된다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
자신의 능력을 마음대로 써버리기로 결심한 앤드류.
자신을 괴롭히던 학교의 불량배들의 이빨을 뽑아버리고, 엄마의 약값을 구하기 위해 동네 불량배들에게서 돈을 빼앗지만, 그 돈으로는 부족해서 편의점을 털다가 편의점 직원이 쏜 총 때문에 큰 폭발이 일어나고 만다.
폭발로 인해 중상을 입고 병원에 입원하게 된 앤드류.
누워있는 자신을 찾아온 아버지는, 처음에는 그 모든 일이 자신의 잘못이라며 회개하는 것처럼 울다가, 나중에는 모든 것이 앤드류 때문이라며 윽박지르고, 그런 아버지의 모습에 분노한 앤드류는 폭주를 하고 만다.
병원을 폭파시키고 아버지를 떨어뜨려 버리지만, 앤드류를 찾아온(함께 외계 물질에 노출된 3명은 3명 중 누군가에게 문제가 생기면 코피가 난다) 맷은 앤드류의 아버지를 구한다.
이후, 맷과 앤드류의 본격적인 싸움이 시작 되는데, 점점 자신을 통제하지 못하고 폭주하는 앤드류를 막기 위해 맷은 앤드류를 죽인다.
그리고 앤드류가 가보고 싶다고 했던 ‘티벳’으로 여행을 떠나게 된다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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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히 신선한 소재와 독특한 영상미가 흥미롭다.
기존에도 슈퍼 히어로 영화들은 있었지만, 이 영화는 그와는 다른 독특한 스토리 전개와 영상미를 보여준다.
평범한 고등학생에게 초능력이 생기고, 그 힘을 어떻게 써야할지 모르는 아이들은 자신을 통제하지 못하고 폭주한다.
기존의 히어로 영화와는 다른 점이다.
정신적으로 성숙하지 못하고 통제 불가능한 사람에게 강력한 힘이 생겼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위험.

이 영화를 본 몇몇의 사람들은 영화가 전체적으로 음울하고, 주인공인 ‘맷’이 찌질하다며 영화를 안 좋게 평가하기도 하는데, 이 영화는 기존의 슈퍼 히어로 물과는 다른 관점에서 봐야 한다.
미국 코믹스(만화)에 등장하는 영웅 캐릭터들은 정서적으로 거의 결점이 없는 그야말로 완벽한 영웅이다.
물론, 그 스토리가 점차 진화하고 분화되면서, 영웅이 정신적으로 겪게 되는 인간적 갈등과 고뇌를 담아내기도 하지만, 미국의 만화에 등장하는 영웅 캐릭터들은 도덕적으로 결함이 없고, 완벽히 선(善)의 집행자일 뿐이다.
그러나 이 영화에 등장하는 세 명의 고등학생은, 일단 그들이 정서적으로 아직 완벽하지 않은 고등학생이라는 설정에서 부터 알 수 있듯이, 아직 도덕적인 기준이 불명확 하고, 정서적으로 불안정해서 자칫 그들의 능력이 잘못 쓰일 경우 엄청난 재앙을 초래할 수 있다는 위험성을 가지고 있다.
얼떨결에 죽게 된 ‘스티브’는 제외하고, 불행한 가정환경 속에서 자라 정서적으로 불안한 상태인 ‘앤드류’가 결국 폭주하게 되는 것이 그런 위험성을 극단적으로 보여주고 있고, 반면 차분하고 자기 성찰이 깊은 ‘맷’은 우리가 알고 있던 기존의 영웅 캐릭터에 근접해서, 정상적인(?) 슈퍼 히어로로 성장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러한 것들이 이 영화의 감상 포인트라 하겠다.

기존의 슈퍼 히어로 물들은 흑백논리로 이분된 슈퍼 히어로와 악당의 싸움을 통해, 권선징악 형 메시지를 전해주고, 선한 사람이 결국 악을 무찌르고 해피엔딩이 되는 스토리는 관객의 심리적 만족감과 희열을 준다.
특히, 슈퍼 히어로들은 자신감 넘치고 유머러스해서 보는 이로 하여금 선망의 대상이 된다.
하지만, 이 영화에 등장한 앤드류는 기존의 슈퍼영웅들과는 다르다.
자신감 넘치거나 유머러스하지도 않은, 학교에서는 왕따를 당하고, 아들에게 사랑을 줘야할 엄마는 아프고, 아빠는 폭력적이다.
항상 침울하고 의기소침하며 자신감 없는 앤드류는, 어느 순간 남들을 좌지우지할 강력한 힘이 생겨버리자, 그 힘을 어떻게 써야할지 혼란에 빠진다.
결국, 불행한 자신의 삶을 비관하며 자기합리화와 궤변에 빠져서, 자신의 힘을 남들에게 마구 휘둘러 버리게 되는 것이다.
반면, 정서적으로 좀 더 안정적인 상태의 ‘맷’은 자신에게 생긴 힘을 과용하지 않고, 앤드류를 설득하려 노력하기도 하고, 앤드류가 던져버린 앤드류의 아빠를 구하기도 한다.

과연 ‘슈퍼 히어로’ 는 무엇인가?
어떤 면에서는, ‘맷’ 이라는 슈퍼 히어로가 탄생하게 되는 프리퀄적인 이야기로 볼 수도 있겠지만, 그에 앞서 이 영화는 과연 ‘슈퍼 히어로는 무엇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가지고 있다.

일단, 여기까지 이 영화에 대해 생각을 해봤는데, 이 영화를 가만히 보다보면 얼핏 떠오르는 다른 영화가 있다.
바로, 1988년에 개봉된 일본의 대작 애니메이션 ‘아키라(Akira)’다.
영화적 배경이나 상세한 스토리에서는 상당히 다르지만, 평범한 아이에게 가공할만한 초능력이 생기고, 그 능력을 주체하지 못한 주인공이 폭주하게 된 이후, 결국 비극적 결말을 맞게 되는 전체적인 이야기 전개는 마치 ‘오마주’라도 한 듯 동일하다.

(리뷰) 아키라 (Akira, 1988)

쇼타로와 테츠오의 관계가 맷과 앤드류의 관계와 거의 일치한다.
정서적으로 미성숙한 앤드류는 열등감으로 괴로워하며 변해가는 테츠오의 모습을 닮아 있다.

관객들에게는 불쌍하고 찌질해 보였다는 앤드류 역할의 ‘데인 드한’의 연기가 제법 인상적이었다.
평소 카메라로 모든 것을 찍는 앤드류의 모습을 설정해서, 그들이 화면에 보이는 장면들이 실제로 일어났던 사건을 홈비디오로 촬영한 것처럼 구성한 페이크다큐의 모습을 가지고 있는데, 기존의 페이크다큐에 비해 화면 흔들림도 적고 그럭저럭 그럴싸하게 포장이 되긴 했지만, 굳이 이걸 이렇게 페이크 다큐 식으로 설정해야 했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그렇다고, 실제로 찍었다는 듯 한 리얼리티가 살아난 것도 아니다.
페이크 다큐 형식으로 진행한 것이 다소 아쉽고, 주인공이 너무 찌질(?) 하고 불쌍해서 보는 사람들에게 안타까움을 주기는 하지만, 이 영화의 ‘앤드류’ 라는 캐릭터를 관심 있게 본다면, 나름대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영화.
물론, 이런 음울함 때문에 밝고 유쾌한 요즘 영화들의 흐름에 익숙한 보통의 관객들은 이 영화를 상당히 불편해 할 수 있지만, 나름대로 독특한 의미를 갖는 영화라고 볼 수 있다.
초능력을 구사하는 장면들이 상당히 리얼하고 볼만한데, 제작자나 감독 또는 시나리오 작가 등이 일본 애니메이션 ‘아키라’ 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았을까 하는 의심이 들기는 하지만, ‘아키라’ 에 대한 별도의 언급이 없어 심증만이 있을 뿐이다.
물론, 애니메이션 ‘아키라’ 가 가진 독특한 세계관과 묵시록적, 철학적 메시지들과 비교하면, 이 영화는 상당히 단편적이고 단순한 편이어서 비교 자체가 힘들지만, 영화적 분위기는 상당히 닮은 것 같다.

영화의 마지막 즈음, 맷이 앤드류를 저지하기 위해 결국 동상의 손에 쥐어져 있던 창을 앤드류에게 꽂는데, 그 장면은 에반게리온의 장면 중 레이가 롱기누스의 창에 꽂히는 장면을 연상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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