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퍼펙트 게임 (Perfect Game, 2011) Movie_Review

감동적으로 잘 만들었다.
1970~80년대의 가장 돋보이는 투수였던 최동원과 선동렬의 라이벌 구도를 극으로 치닫게 했던 시합을 메인스토리로 하여 만들어진 영화다.
전체 2시간7분의 러닝타임중 중반부 이후는 거의 이 경기에서 스토리가 진행되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해도 감동과 재미를 위해 극적인 전개를 추가하게 되는데, 워낙 옛날의 이야기라서 무엇이 실제고 무엇이 가미된 이야기인지 잘은 모르겠지만, 검색을 해보면 몇가지는 대략 알 수 있다.
어차피 헐리웃에서 만들어진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웅스토리들도 상당부분 극적인 전개를 추가하기 때문에, 너무 인위적으로 바꾼게 아니냐 하는 비난 보다는 영화적 완성도 쪽에 관심을 가져보자.
얼핏, 당대 가장 유명했던 두 명의 투수인 최동원과 선동렬의 영웅담일것 같지만, 헐리웃 영화들과 달리 이 영화는 두 인물을 영웅스럽게 그려내기 보다는 주변인물들의 절절한 스토리까지 곁들여서 휴먼드라마로 꾸미고 있다.
그렇다. 재미있게도 최동원과 선동렬 선수의 스토리에서 보다 주변인물인 박만수와 두 선수의 고교 은사로 나오는 분의 이야기가 감동을 주고 있다.
특히, 프로선수이긴 하지만 주전선수로 뛰어보지 못하고 집에서는 구박만 받는 만년 후보선수 박만수가 우연히 등판해서 동점 홈런을 때리는 장면은 정말 감동적이다.
안타깝지만, 박만수라는 인물은 가공의 인물이고, 동점 홈런 역시 없었다.
실제로는 해태에서 대타로 나온 김일환 선수가 2루타를 때려 동점이 되었다고 한다.
선수들간의 집단 싸움도 없었고, TV중계도 하지 않았었다고 한다.
마지막 멋진 장면으로 꼽힐만한, 두 선수가 운동장에서 만나서 화해(?) 하는 장면도 없었을 것이다.

옛날 헐리웃에서 만들어졌던 메이저리거 들의 야구 영화를 연상시킬 만큼 제법 극적이고 감동적으로 잘 만들어졌지만, 다소 인위적으로 감동을 주려는 듯한 부분들이 거슬리고, 두 선수의 스토리에 개입해서 관찰자 역할을 하면서 두 선수가 맞붙게 하는 단서를 제공하는 기자 역의 김서형(최정원) 역시 상당히 쌩뚱맞고 이질감이 큰 인물이다.

살짝 무언가 2% 부족한듯 하긴 하지만, 이 정도면 정말 잘 만들어진 야구 영화가 아닐까 싶다.
좀 인위적이긴 해도 감동을 주기 위해 허구로 만들어진 스토리들 역시 큰 무리없이 잘 버무려 졌다.
가장 돋보인 스토리는 역시 박만수 였다.
박만수 역의 마동석은 오랜 조연생활을 하며 연기파 조연배우로 자리매김 하고 있는데, 이번 영화에서 상당히 인상 깊었고, 김윤석 처럼 연기파 배우로 멋지게 성공했으면 하는 생각이 들게 했다.

나는 솔직히 최동원 선수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일전에도 한번 언급한 적이 있는데, 최동원 감독이 선수생활을 하던 시절은 거의 모르고, 그가 TV 쇼프로에 나오던 시절이 떠오를 뿐이다.
원래 야구에 그다지 관심이 없었던 데다가, 어릴때 봤던 최고의 투수는 선동렬이었다.

나는 원래 OB베어스의 팬(?)이었다.
왜, 당시에도 그다지 성적이 좋지 않던 OB베어스의 팬이 되었을까?
그렇게 된 데에는 황당한 이유가 있다.
어느날 주말 오후였던것 같은데, 그때 마침 TV에서 나오던 야구 중계가 해태와 OB베어스의 경기였다.
빨간색과 검은색이 조화를 이루어 그다지 촌스럽지 않으면서도 강렬한 느낌을 주는 데다가 막강 선동렬 투수가 있었던 해태를 좋아했지만, 형이 먼저 해태를 응원하겠다고 하는 바람에 떠밀려서 상대팀인 OB베어스를 응원하게 되었다.
얼핏 기억하기에도, 선동렬 투수의 공을 타자들이 거의 치지 못했다.
중계방송을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좀 치고 달리고 해야 재미가 나는데, 선동렬 투수가 나오면 타자들이 거의 안타를 못 치기 때문에 상당히 심심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하지만, 한번 응원했던 팀이 OB 이다보니, 이후 OB가 나오면 관심을 가지고 보게 되었는데, 매번 경기에서 지곤해 실망하면서도 쉽사리 해태 팬으로 넘어가지는 못했던 아쉬운 기억이 있다.
그만큼 어린 눈에도 선동렬은 강한 투수로 뇌리에 남아 있다.

작년, 최동원 선수가 오랜만에 TV에 모습을 비췄는데, 어딘가 많이 아픈듯 헬쓱해진 얼굴로 등장했다.
약간은 무표정한듯 하면서도 당당했던 최동원의 모습을 기억하던 내게 정말 충격적이었다.
그 '혹시나' 가 역시나 였다.
2011년 9월 14일에 대장암으로 별세.
아마도, 생전에 이 영화가 만들어지고 있었고, 그 개봉을 채 보기도 전에 세상을 떠나신 것이다.
그제서야 TV에서는 최동원 선수에 대한 다큐멘터리가 쏟아져 나왔다.
무쇠팔 최동원.
상상도 못할 완투와 연이은 출장을 버텨낸 무쇠팔 투수.
외국 투수들은 선수생활을 오래하기 위해 컨디션 조절을 한다며 물러났겠지만, 최동원은 팀을 위해 던지고 또 던졌다.
아마 그때 최동원이 메이저리그에 갔더라면, 한국의 야구사는 완전히 달라졌을 것이다.
선동렬 역시 한국에서 자랑하는 가장 강한 투수였지만, 메이저리그에는 가지 못하고, 제법 늦은 나이에 일본 진출.
한국만의 독특한 여러가지 문제들 때문에, 그들의 꿈이 작아져야만 했던것이 못내 아쉽다.

최동원 감독님의 명복을 빕니다.

양동근과 조승우의 연기는 제법 좋았다.
그런데, 안경쓰고 야구하는 조승우의 모습은 까치가 등장하는 만화의 마동탁을 떠올리게 한다.
사실, 선동렬 선수나 최동원 선수는 상당히 키도 크고 덩치가 좋은 선수들이었는데, 양동근과 조승우는 그에 반해 상당히 왜소한 편이라, 내 기억속의 그들과 매칭이 좀 안되기는 했지만, 양동근의 뽀글 파마가 선동렬을 떠올리게 했고, 조승우의 잠자리 안경도 최동원 선수를 떠올리게 하기는 했다.
두 인물이 주요 스토리의 주인공이긴 했지만, 감동적인 스토리 전개를 위해 주변 인물들의 스토리가 살붙임이 된 때문인지, 두 인물이 주는 무게감은 좀 약했다.
동점 홈런을 때리는 롯데의 만년 후보선수 박만수(마동석)와 해태의 4번타자 김용철(조진웅)의 덩치가 정말 야구선수 처럼 좋아서 감정이입이 잘 되었는데, 그 둘에 비해서도 상대적으로 왜소한 양동근과 조승우의 모습이 좀 미스매칭.
조진웅은 또 얼굴살이 많이 빠진 모습으로 출연했다.
이 영화의 개봉이 2011년 12월 말이지만, 뿌리깊은 나무가 10월~12월에 방영되었으니, 조진웅은 이미 영화를 다 찍었거나 혹은 영화를 찍는 와중에 드라마에 출연했다는 얘기인데, 드라마에서는 또 얼굴살이 원래대로 돌아와서 다이어트를 순식간에 하는 것인지 의심이 들 정도다.
조진웅은 날렵한 모습도 잘생기긴 했지만, 좀 푸짐한 모습이 보기 좋은것 같다.
마동석과 함께 주연급 조연으로 좋은 연기를 보이는데, 앞으로 조진웅의 활약도 더욱 기대하게 된다.

두 주인공과 주연급 조연 두명 외에 몇몇의 인물들.
극중 박만수의 아내는 굉장히 낯이 익다 싶었는데, 이선진이라고 한다. 영화속에서 보니 잘 못알아볼뻔 했다.
홍일점인 김서형 기자 역에 최정원은 아름다운 미모가 눈에 확 띄어서 영화를 밝고 화사하게 해주는 좋은 효과가 있긴 했지만, 역할이 좀 애매모호하다.
물론, 두 선수가 정면대결 하게 불을 붙이기도 하고, 야구에 대해 잘 모르던 김서형이 둘의 싸움(?)을 보며 감탄하는 장면등은 일종의 관찰자로써 역할을 수행하지만, 조금은 억지로 갖다 붙인듯한 역할처럼 느껴졌다.
김서형의 동생이고 야구광인 민경 역에는 현쥬니가 출연을 해서 반갑기는 했지만, 민경의 역할도 상당히 애매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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