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진화했고, 지금도 진화하고 있다는 증거는 역사 속에서 그리고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진화’란, 환경에 보다 잘 적응하기 위해 몸이 변하는 것이다.
인류가 진화했다는 증거를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바로, 현재 동시대를 살고 있는 세계 각지의 다양한 인종에서 찾을 수 있다.
아프리카와 같이 더운 나라에서는 피부색이 어두운 흑인종, 유럽처럼 햇빛이 많이 들지 않고 서늘한 곳에는 백인종, 그 사이에 황인종이 있다.
지역마다 피부색이 다르고, 모양새와 특징이 다른 인간이 존재 한다는 것은, 인간이 각자 사는 지역에 따라 다르게 적응해 왔고, 오랜 세월 진화해 왔다는 증거가 될 수 있다.
인류 진화의 메커니즘은 유전자 교배에 의한 것이다.
한 개체가 일생을 살아가면서 변이된 유전자를 생성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하지만, 한두 개의 변이된 유전자가 발생하고, 그 유전자를 물려받은 다음세대는 그 변이 유전자가 우성으로 발현하거나 혹은 열성이 되어 잠재된다.
변이된 유전자를 물려받아 계속 가지고 있다면, 또 그 다음 세대에 변이된 유전자에 덧붙여 새로운 변이 유전자를 가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암수 독립 개체인 인간은 자신과는 다른 유전자를 가진 다른 개체와 교배를 해서 새로운 유전 형질을 가진 2세를 만든다.
백인이 아프리카에서 산다고 해서 흑인처럼 변하지 않고, 흑인이 유럽에 산다고 해서 갑자기 백인처럼 모양새가 변하지는 않는다.
그것은, 환경적 요인에 의한 직접적인 변화 보다는 교배에 의한 변화가 더 빠른 시일 안에 나타나기 때문이다.
나라마다 독특한 모양새의 얼굴을 유지하는 것은, 나라의 경계인 국경을 넘어서 교배하는 경우가 흔하지 않기 때문이다.
국경이라는 울타리를 기준으로 제한된 지역에서만 교배가 이뤄지면, 그 인근 지역에서는 서로 차이가 크지 않는 비슷한 유전형질이 계속 대물림되고, 그렇게 오랜 세월이 흐르면 그 지역에서만 나타나는 특유한 형질로 굳어진다.
나라마다 코의 크기, 피부색, 광대뼈의 모양, 머리색, 동공의 색이 비슷한 것은, 같은 울타리에서만 지속적으로 교배가 이뤄지면서 비슷한 형질이 계속 대물림되어 퍼져 평준화되었기 때문이다.
그런 시기가 지나서 교통수단이 발달하여 국경 너머의 다른 문화와 인종에 대한 접촉이 잦아지면서, 다양한 문화와 인종이 결합하는 시대를 맞게 되었다.
외모가 비슷한 황인종들끼리는 경제·문화적인 공통점을 이유로 많이 결혼을 하지만, 백인과 흑인이 결혼하기도 한다.
점점 다른 인종간의 교배가 활발해지면, 이전에 국경선을 기준으로 교배가 이루어지던 때와 달리 좀 더 형질의 차이가 큰 인종들의 유전자가 결합되어 새로운 형질을 가진 인간들이 생겨난다.
백인과 흑인의 유전형질이 결합되고, 황인과 백인, 황인과 흑인이 결합되면서 각각의 유전형질이 섞이면서 또한 각자가 가진 개성이 뚜렷한 새로운 2세가 태어난다.
만약, 어떤 과학자가 새로운 유전형질을 가진 부류의 사람들을 만들려고 계획한다면, 이런 식으로 의도를 가지고 교배를 해서 어떤 특정한 형질이 발견되면 그 형질을 우성으로 계속 발전시키도록 교배를 지속적으로 하여 완전히 새로운 형질로 굳어진 사람들을 만들어 낼 수도 있다.
특정 형질을 가진 사람들을 하나의 마을에 모아놓고 계속 서로 결혼하게 하거나, 혹은 특정 실험실에 모아놓고 살게 하는 식으로 가능할 수도 있는 일이다.
‘멘델의 유전법칙’처럼 말이다.
물론, 인간은 ‘윤리의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지지는 않겠지만, SF 영화에서는 이런 비슷한 실험을 소재로 이야기를 만들기도 한다.
혼혈인들만 수만에서 수십만이 모여 사는 마을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그 마을에서는 마을 사람들끼리만 서로 결혼을 한다고 가정할 경우, 서양인의 얼굴에 머리카락 색깔은 검은색이고, 눈동자 색깔은 갈색이거나 녹색을 가진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면서 그 마을에서 태어난 사람들의 고유한 형질로 고착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실험이 이루어질 리는 없기에, 각국에 살고 있는 혼혈2세들은 원래 그 국가에서 이미 고착화 된 형질의 일반인들과 다시 결혼을 하여, 새로 만들어졌던 형질이 다시 희석되어 희미해지게 된다.
옛날 사람들의 평균키는 채 160cm 가 되지 않았다.
근현대에 와서, 1차적으로는 영양상태가 좋아졌기 때문에 평균키가 10~20cm 가량 커졌다고 볼 수 있다.
뉴스에 따르면 동양인의 키는 이미 한계점에 달했기 때문에 더 이상 커지지 않을 것이라고 하는데, 키도 유전형질의 하나라면 얼마든지 변할 수 있다.
가령, 키가 큰 사람들끼리만 계속 결혼을 하면, 키가 큰 유전형질이 고정되어서 최소한 몇 세대 동안은 계속 키가 큰 사람이 태어날 가능성이 있다.
키가 작은 사람들이 도태되고 키가 큰 사람들이 주류를 이루는 세상이 된다면, 인간의 평균키는 지금보다 훨씬 커질지도 모를 일이다.
남자 키 180cm 이하는 ‘루저’라며 조롱을 해서, 결국 키가 작은 남자들이 결혼을 하지 못하고 키가 큰 남자들만 유전 형질을 후세대에 전하게 된다면, 결과적으로 그 후세대들은 점점 키가 더 커질 수도 있는 일이다.
그런 식으로, 100년 후에는 190cm 이하의 남자들이 ‘루저’로 불리며 도태되고, 다시 100년 후에는 2m 이하의 남자들이 ‘루저’로 불리며 도태가 된다면, 후세대들의 평균 키가 2m 가 넘는 시대가 올지 누가 알겠는가.
2m 가 넘는 사람들만 모여 살면서 교배를 하면 2m 가 넘는 신인류가 나올 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여전히 진화의 과정 속에 있고, 지금도 진화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비록 천 년 전의 역사조차 제대로 규명하지 못해서, 과거에 저질렀던 잘못을 되풀이하며 암흑의 역사를 반복하는 잘못을 저지르고 있지만, 과학문명이 더욱 발전하면 그러한 과오의 반복이 점점 줄어들 것이다.
저장매체가 획기적으로 발전해서 천년이 지나도 정보가 변질되지 않고 그대로 전해진다면, 우리의 후세대들은 과거의 잘못을 거울삼아 똑같은 잘못을 되풀이 하지 않으려고 노력할 것이다.
변해가는 세상 속에 적응하여 살기 위해 사람들은 계속 변하고 있다.
하루 12시간씩 정신노동만 하는 사람, 하루 12시간씩 똑같은 육체노동만을 반복하는 노동자.
인간의 진화는 그 옛날 거친 자연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강인한 체력과 지식을 가져야 했던 것을 넘어서서, 인간들이 만들어 놓은 새로운 형태의 삶의 방식 속에서 그에 맞게 진화해간다.
현대의 인간은 나약하기 그지없다.
당장이라도 ‘도시’라는 온실을 벗어나면 살수 없는 나약한 인간들.
인간이 만들어온 다양한 문화 속에서 단지 자기가 원하는 ‘소비’ 만을 하며 철없이 살아가는 나약한 종류의 인간들을 많이 보게 된다.
당장 ‘도시’라는 생활공간을 벗어나면 아무 의미도 아닌 것들에 집착한다.
아무 의미도 없고 아무런 값어치도 없는 것들에 집착하며, 마치 그것이 자신만의 ‘개성’이라고 자랑하거나 자신의 존재이유라고 착각을 한다.
남들과 달라서 관심을 끌어야 자신의 값어치가 높아진다고 생각하는 세상이다.
그런 것을 모두 비난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것도 일종의 진화라면 진화로 볼 수 있다.
과거 SF 영화에 자주 희화화 되어 등장하는 신인류는, 머리만 커다랗고 몸뚱이는 작거나 또는 살만 뒤룩뒤룩 쪄서 먹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 모든 생활을 로봇에게 의지하는 미래의 인간의 모습을 그리기도 했다.
아주 느리지만, 분명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대에도 변화는 찾아온다.
일이십년이 지나서 문득 살펴보면 변화된 것이 많다.
그렇게, 수백·수천 년이 쌓여가면서 인류는 변화하는데, 큰 흐름에서 보면 그것을 ‘진화’라고 볼 수 있다.
인간의 탐욕스러움과 무지함으로 인해, ‘인간’이라는 종의 멸종시기가 얼마나 남았을지 걱정스럽기는 하지만, 어찌되었건 변화는 계속 일어나고 우리는 그 변화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만약, 과거 공룡의 시대가 막을 내릴 때 인위적으로 공룡의 멸종을 막았다면?
지금 현재에도, 수없이 사라져 가는 멸종 동식물을 보존하기 위해 애를 쓰고 있는데, 그렇게 인위적으로 막는 것이 의미가 있을까?
(물론, 수많은 동식물들이 멸종하는 이유가 ‘인간’ 때문이라는 지적에 주목할 필요는 있다.)
지구라는 생태계에서는 여전히 가장 잘 적응한 종이 살아남아 한 시대를 풍미하고, 그 시대가 다하면 그 종이 멸종한 후 또 다른 종이 널리 퍼져 살아가게 된다.
인간은 멸종을 피하기 위해 지구를 계속 좀먹고 있고, 급기야 지구의 모든 자원이 고갈되고 쓰레기만 남은 행성이 되었을 때 지구를 떠나 새로운 지구로 찾아 떠나는 꿈을 꾼다.
관련 링크:
멘델의 유전법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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