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운 글, 쉬운 말 Essay

쉬운 글, 쉬운 말.
예전부터 생각해오던 주제인데, 딱히 정리를 하지는 않았었다.
어떤 블로거가 이와 관련한 글을 썻기에, 이참에 정리를 해본다.

어머니는 옛날 분이시고, 정신 세계를 논하거나 새로운 용어가 나오면 이해를 잘 못하신다.
그 나이때의 분들이 대체로 그렇듯이, 일부 교육을 많이 받은 사람들을 제외하면 대부분은 국민학교나 중학교를 겨우 나온 분들이 많다.
주로 삶에 찌들어 그날그날 힘겹게 살아오신 분들은 그렇게 현대 문명의 복잡한 용어들과 사고방식을 쉽게 이해하지 못하신다.

아무튼, 초등학교 때였던가.
나의 정신적 고민에 대해 불꺼진 방에서 어머니에게 얘기했던 적이 있다.
그런데, 어머니의 대답이 나를 놀라게 했다.
'오~... 그런건 어디서 배웠어?' 라고 하는 것이었다.
그 대답이 내게는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 질문이 뭐였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정말 별것 아닌 것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단지 현실에서 일하고 먹고 자고 살아가는 것에만 길들여저니 어머니는 그런 정신적 고민에 대한 언어들이 들어 있는 대화를 나눠보신 적이 없었기 때문에, 내가 그런 이야기를 꺼냈을때 신기했던 모양이다.
그러한 상황은 일종의 비극(?)으로 치닫기도 한다.
이후, 나는 어머니와 그런 대화를 할 수 없음을 알게 되었고, 어머니를 무시하게 되는 결과를 낳았다.
어머니가 창피하기도 했고, 그 나이 또래의 아이들중 상당수가 그랬을것처럼 친구들과 함께 길을 가다가 어머니를 마주치면 피하기도 했다.
다행히도, 나의 그런 생각은 고등학교 무렵에는 바뀌었다.
어머니를 있는 그대로 받아 들이고, 오히려 어머니가 이해하기 쉽도록 쉽게 말하고 쉽게 쓰는 노력을 해야 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런 때문인지, 대학교를 넘어 사회생활에 이르러서도 '이해하기 쉽도록 쓰는 글' 과 '이해하기 쉽도록 말하기' 에 관심이 많았다.

세상은 내 생각과는 달랐다.
자신이 읽은 책 이곳 저곳을 인용 하거나, 혹은 남들은 잘 들어보지 못한 전문 용어를 섞어서 멋드러지게 구사하는 사람들이 '지식인' 이요 '전문가' 처럼 비춰지는게 현실이다.
그러다보니, 나처럼 쉬운 말로 이해하기 쉽게 글을 쓰려는 사람은 그저 평범하거나 혹은 평균 이하로 보여지곤 한다.

자기 PR의 시대.
어떻게든 남보다 우월해 보이고, 능력이 있는것처럼 보이기 위해서는 자신을 잘 포장하는게 중요한 시대.
말잘하는 사람이 똑똑해 보이고, 말수가 적거나 쉬운 말만 구사하는 사람은 '순진' 하거나 모자라게 보이는 시대.
그런 흐름속에서, 겉으로 보이는 화려한 말솜씨와 짜임새 있는 글솜씨는 짧은 시간에 그 사람을 멋진 사람처럼 보이게 하지만, 쉬운 말로 쉬운 글을 써서 인정 받으려면 아주 긴 시간이 필요하다.
오랫동안 알고 지낼 사이라면, 겉으로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할 기회가 있겠지만, 빠르게 돌아가는 세상에서는 그것이 쉽지 않다.

IT 업종에서 일을 하게 되었다.
그 외에도 잡다한 지식들을 많이 쌓은 나이가 되었고, 사람들과 대화 하다보면 계속 그러한 고민을 하게 된다.
어렵게 이야기할 것인가, 아니면 이해하기 쉽게 이야기할 것인가.
마음 한켠에서는,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쉬운 말과 쉬운 글을 쓰겠노라고 다짐하지만, 세상살이를 하다보면 계속 그러한 고민에 부딪히게 된다.
전문 업종에서 전문용어를 많이 사용하다보니, 어떤 여직원은 나더러 자기는 나처럼 똑똑한 사람이 좋더라고 말하기도 했는데, 그것은 그 사람의 기준에서 하는 말일 뿐이다.
자신과 비교해서 상대적으로 똑똑해 보였다는 말일 뿐이다.
물론, 의도적으로 어렵게 말하고 어렵게 쓰는 경우도 있었다.

여전히 고민하는 문제다.
대학 교수와 이야기 할때면, 서로 이야기 하는 것이 소통이 되지 않아서 감정이 상하기도 한다.
즉, 서로 자신의 이야기만 하고, 말 또한 어렵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삼촌에게 컴퓨터를 가르킬때는 아주 쉽게 설명하려고 이해하기 쉬운 비유를 섞어 설명해주면 아주 좋아한다.
내 스스로도 여전히 '쉽게 말하기' 와 '어렵게 말하기' 가 뒤섞여 쓰이고 있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회사에서 프리젠테이션을 하거나 브리핑을 할때면, 보다 그럴싸한 전문 용어를 집어 넣고 그럴싸하게 포장해서 말을 만들어 설명하면, 능력있는 사원이나 사업가로 비춰질 것이다.
하지만, 되도록 쉬운 용어와 쉬운 표현으로 설명하려고 해보았다.
물론, 그마저도 사람들은 잘 이해를 못하기도 했지만, 반응은 좀 달랐다.
사람들은 직감적으로 이 사람이 쉽게 말하려고 하는지 어렵게 말하려고 하는지 정도는 안다.

쉬운 말로 이야기 하기, 쉬운 글로 글쓰기.
이것은 멋지고 화려한 말과 글로 남들에게 똑똑하다고 광고하는 것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다.
내가 가진 지식을 남들에게 베푸는 것이다.
남들에게 인정 받으려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가진 것을 남들에게 댓가 없이 주려는 마음가짐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혹시, 나보다 뛰어난 사람이 있으면, 그것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배우려고 노력하고, 나보다 덜 뛰어난 사람을 무시하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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