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뿌리깊은 나무 (2011.10.05~2011.12.22) - 한석규, 장혁, 신세경 Drama_Series

한때 ‘뿌요일’ 이라며 드라마가 방영되는 수목 요일을 이렇게 부르는 붐이 일 정도로 히트한 명작.
한창 붐일 때는 보지 않았지만, 때 지나서 전편을 감상했다.
이 드라마는 총 24부작으로, 그 외에 별도로 제작과정(스토리 요약, 배우 인터뷰 등)을 담은 ‘스페셜 - 제자해’ 1편(11월28일)과 24부작을 간략하게 요약한 ‘스페셜 - 해례본(2부작, 26일과 27일에 방영)’ 이 있다.
간략하게 스토리만 보려 한다면 ‘해례본’ 2부작만 봐도 되겠지만, 각각의 스토리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24편 전편을 감상하는 게 좋다.
제작과정을 담고 있는 ‘제자해’ 편에서는 특별히 볼만한 내용은 없지만, 극중 ‘조말생’을 연기한 ‘이재용’의 귀여운(?)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참으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드라마다.
이정도면 지금까지 만들어진 사극 중에서도 손에 꼽을만한 명작, 웰메이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이 드라마를 ‘명작’ 이라 말하는 이유는, 드라마를 구성하는 여러 가지 요소들이 제대로 착착 잘 들어맞았기 때문이다.
시나리오의 짜임새, 긴장감을 주고 집중하게 하는 연출, 배우들의 열연, 살아있는 각각의 캐릭터들, 역사적 인물에 대한 자부심, 반전, 로맨스, 추리물, 코믹요소, 사실감, 교육적 효과, 신진 배우를 기용한 신선함 등등.
이 드라마에서 시도된 수많은 것들이 신선하고 흥미로웠고 제법 괜찮았다.

2006년 발간된 이정명의 소설 ‘뿌리깊은 나무’ 를 원작으로 하고 있기에, 기존의 ‘아줌마 드라마’ 처럼 막장스러운 전개가 없다.
이미 어느 정도 검증받은 소설을 기반으로 드라마적 재미를 위한 변형이 이루어진 것이기 때문에 이야기의 흐름이 탄탄하다고 볼 수 있다.
이 드라마가 정도전을 역적으로 오인하게끔 왜곡하는 경향이 있다고도 하는데, 정도전의 아들이라 하는 ‘정기준’(가상의 인물)과 ‘밀본’(역시 가상의 집단)이 왕을 몰아내려고 하기 때문에 정도전 이라는 인물 자체가 역적으로 인식되고 부정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없지 않아 있지만, 그것 역시 조금만 잘 생각해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다.

이정명의 2007년 소설 ‘바람의 화원’이 이미 드라마로 만들어진 것에서 그 성향을 알 수 있다.
이른바 ‘팩션(픽션과 팩트를 조합한 신조어)’ 으로써, 역사적인 사실에 기반 하여 재미를 위한 가상의 이야기를 조합한 것이다.
즉, 이정명은 ‘세종대왕의 한글창제’ 라는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당시 사대부들이 ‘한글’ 을 반대했을 것이라는 상상력을 이용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낸 것이다.
(이정명의 소설을 직접 읽어본 적은 없어서 자세한 분석은 힘들다.)
정기준도 가상의 인물이요, 밀본도 가상의 집단이고, 강채윤(똘복)이나 소이(담) 등등 대다수의 인물은 가상의 인물이다.
일부 사대부들이 응집한 집단인 밀본이 집현전 학자를 살해하고, 어릴 적에 왕 때문에 자기 아버지가 죽었다고 오해한 ‘똘복’은 왕에 대한 복수심을 불태우며 변방에서 무술 고수가 되어 궁으로 들어와 겸사복(궁궐 수비군)이 된다.
왕을 암살하려는 계획을 세우지만, 왕의 명령을 받고 집현전 학자들의 암살 사건을 조사하게 된다.
이것이 이 드라마의 전반부 이야기다.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원작 소설의 줄거리를 찾아보니 드라마와 상이한 부분이 제법 있다.
일단, 소이와 강채윤의 로맨스는 원작 소설에 없다.
원작에서는 무휼이 사건 용의선상에 오르지만, 드라마에서는 충직한 장수로만 나온다.
그 외에도, 원작 소설은 역사추리소설로써 살인사건을 조사하며 사건을 추리하는 형식에서 세종대왕의 한글반포에 대해 알게 된다는 스토리 진행이라면, 드라마는 중반부 쯤 까지는 원작 소설처럼 추리물의 성격이 강하다가, 중반 이후 가리온의 정체도 밝혀지고 소이와 강채윤의 관계도 밝혀지고 한글을 반포하려는 계획도 이미 알려지면서 추리물로써의 진행은 없어지고 로맨스와 정치물로써의 성향이 강해진다.

드라마의 큰 흐름은 대략 아래와 같다.

10회에 가리온의 정체 밝혀짐
11회에 한글 창제원리 설명, 밀본 규합
12회에 강채윤(똘복)과 소이(담)이 만나기 직전스토리
13회에 똘복과 담이의 재회
14회에 똘복과 이도의 담판, 한글 반포전 소란
18회 말미에 이도(세종)와 정기준(가리온) 만남
19회에 이도와 정기준의 설전, 광평대군 죽음
20회에 똘복(강채윤)과 이도의 담판(설득), '훈민정음' 작명
21회에 훈민정음 유포 진행(소이가 해례)
22회에 담이 일행(나인) 잡힘, 밀본 내부분열(이신적, 심종수 정체발각)
23회에 이도의 밀본 회유 및 분열, 밀본 본거지 습격, 말미에 해례의 정체가 소이 라는 것이 들통 남)
24회에 담이(소이), 강채윤(똘복이), 반촌행수 도담댁, 정기준(가리온), 윤평, 개파이 모두 사망, 정기준의 최측근 한가놈이 한명회

드라마 전반부에서는 소설 원작과 다른 로맨스 부분을 집어넣기 위해 젊은 ‘이도’(세종대왕)와 똘복(강채윤), 담(소이)의 관계를 설명하는 이야기들이 전개된다.
소설과 달리, 드라마에서는 강채윤에 ‘장혁’, 소이에 ‘신세경’이라는 근래 들어 가장 촉망받는 배우들이 배역을 맡았기 때문에, 아무래도 그들의 비중이 좀 더 늘어난 게 아니겠는가.
좀 더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하는데, 드라마 전반부에서는 ‘송중기’가 젊은 이도를 연기하고 이후 ‘한석규’가 욕 잘하는 친근한 성군의 이미지를 만들어 내며 크게 주목을 받기도 했지만, 중반 이후의 스토리에서는 오히려 소이와 강채윤이 이도(세종대왕)에게 한글반포의 의지를 북돋아 주는 역할을 맡는다.

개인적으로는 배우들의 대사가 참 인상적이었다.
독백이 제법 많고, 괜히 너무 장황하게 중얼거리는 장면들이 많은데, ‘한글’ 의 우수함에 대해 역설하는 이도(세종대왕)의 모습이라던가, 정기준과 이도의 설전, 이도와 강채윤의 설전 등이 너무 구태의연하게 장황해서 이상하긴 했다.
시청자들의 이해를 돕고, ‘한글’의 위대함에 대해 역설하기 위한 대사로 느껴졌는데, 한글에 대한 자부심도 생기고 각 상황들이 이해가 되서 좋긴 하지만, 사실감은 좀 떨어졌다.
너무 쉽게 떠먹여 주려고 하지 않고 은유적으로 연출했다면 좀 더 강한 인상으로 남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이 드라마가 마음에 들었던 것은, 배우들의 열연과 짜임새 있는 스토리도 좋았지만 그보다도 주요 인물들의 대사가 마음에 들었다.
드라마라기보다는 소설에 가까운 장황한 일장 연설이 제법 많은데, 한글 창제의 의미라던가 현대적 감성과 소통되는 부분들이 있어서 좋다.
일단, 막연하게 ‘한글이 좋다’ 라고만 느끼고 있지만, 드라마에서는 당시 조선시대에 ‘한글’ 이 어떠한 의미를 가지는 지를 배우들의 대사를 통해 전달하고 있다.
비록, ‘한글의 위대함’을 역설하는 부분에서는 다소 작위적이어서 살짝 민망하기도 하지만, 실제로 현대의 한국에서 ‘한글(훈민정음)’이 가지는 지대한 의미는 굳이 설명할 필요는 없다.
물론, ‘한글’을 사용함으로 인해서 생기는 새로운 문제들도 있다.
드라마 속의 대사에서처럼, 어렵게 한자 공부를 해서 지식인이 되고, 한자 공부를 체계적으로 하는 과정에서 성리학적 가치관에 입각하여 올바른 사람이 되는 것이 맞을 수도 있겠고, 일단 쉽게 배울 수 있는 표음문자인 한글을 널리 보급해서, 사회 보편적인 지식에 접근하기 쉽도록 유도하는 것도 맞을 수 있다.
어느 것이 딱 정답이라고 하기는 힘들지만(그래서 이도와 정기준이 격렬한 논쟁을 벌이지 않는가), 분명 일부 사대부들의 권력 독식을 막고, 국민 대다수를 문맹으로 부터 탈출시켜 사회 근본적인 문제들을 해결하려고 했던 이도의 정치사상은 크게 인정할만한 부분이기도 하다.
2007년 조사에서도 한국은 문맹률이 0.8% 정도로 세계 상위권(절대 1위가 아님)에 랭크되어 있지만, 실질 문맹률(읽을 수는 있지만, 그 의미를 이해하지는 못하는)은 97.6% 라고 하는 조사도 있기에, 단순히 한글 창제로 인해 모든 문제가 해결 되었다고 할 수 만은 없는 문제다.
실질문맹률이 그렇게 높은 이유는, 3천5백 년 전에 받아들였다는 한자 문화로 인해, 생활 전반에 걸쳐 한자어로 된 의미가 많기 때문이기도 하고, 한국 고유의 고유명사도 그리 많이 쓰이지 않는데다가 의미 자체를 모르는 경우도 많고, 외래어도 많이 있기 때문에, 단지 한글로 씌어져 입으로 읽을 수는 있으나, 각각의 단어들이 무얼 의미하는지는 모를 수도 있다.

관련글: 문맹률이 가장 높은 나라

물론, 관련 글(링크)에서의 주장은, 한자어를 교육해야 한다는 입장에서 말하는 주장이기 때문에 곧이곧대로 받아들여서는 안 되는 부분이기는 하다.
현실에서 ‘한글’이 어떠한 의미를 가지는지에 대해 이도와 정기준이 마치 미래학자라도 되는 듯 설전이 벌이는 부분은, 현재의 시나리오 작가가 작성하였기에 그런 대사들이 나온 것이겠지만, 분명 당시에도 그런 고민들이 있었을 것이고, 단지 글자를 만들어 배포하는 문제가 아니라, 여러 가지 정치·사회적 문제를 동반한다는 점을 상기시켜 주어 좋았다.

드라마 상에서는, 조선이 중국 문명의 지대한 영향을 받고 있음을 인정하고 있으며, 성리학을 근간으로 정치 및 사회 질서를 이끌어 가기 때문에 오랑캐들이나 쓰던 독자적인 문자를 만드는 것이 그 근간을 흔들 수 있다고 한다.
단순히, 정기준이 나쁜 놈이고 이도의 행동이 모두 옳다고 선을 긋는 것이 아니라, 정기준의 가치관과 이도의 가치관이 충돌하며 서로의 장단점을 극렬히 논쟁한다.
이도는 독재를 휘두르며 자신의 생각만이 옳으니 받아들이라고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집현전 학사들을 비롯해 밀본의 수장인 정기준 과도 끊임없이 논쟁한다.
물론, 그러한 논쟁 결과 정기준 과는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무력 대결을 펼치게 되지만, 세상 모든 일이 흑백논리처럼 옳고 그름으로 분명히 나뉘는 것이 아니라 장단점이 있으며 서로 포용하려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이도는 행동으로 보여주었다.
마음을 닫았던 소이의 마음을 열었고, 자신을 암살하기 위해 이를 갈며 살아온 강채윤을 설득해서 자신의 사람으로 만들었다.
그것은 이도의 간계(간사한 꾀)가 뛰어난 것이 아니라, 자신이 옳다고 믿는 것을 진심으로 상대에게 호소하여 설득하는 진정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한 모습들이 드라마 전체에 걸쳐 보여 진 것이 참 마음에 들었다.
이런 모습들은 현대에도 필요한 것이다.
오로지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남을 이용하고 사악한 짓을 벌이는 세상에서, 남과 더불어 살고 진심을 다해 서로 융합하기 위한 노력이 얼마나 소중한가.
특히, 근래의 한국 정치계에서는 이러한 모습이 전혀 보이고 있지 않아, 마치 현대의 정치계를 비꼬며 옳은 길을 제시해 주는 것 같아 감동을 준다.

마지막으로, 배우들에 대해 몇 가지 이야기 해보겠다.
배우들의 연기가 정말 훌륭했다.
각각의 캐릭터를 잘 살려서 좋았고, 배우들의 합이 잘 맞았다.
조말생을 연기한 이재용의 말처럼, 좋은 드라마에 출연했다는 자부심 때문인지 그들의 연기는 더욱 힘 있고 진정성 있게 느껴졌다.
일단, 뭐니 뭐니 해도 이도(세종대왕)를 연기한 한석규의 열연이 빛났다.
영화 중반부 까지 대체로 한석규의 카리스마가 빛을 발하며 스토리를 이끌고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1994년에 출연했던 드라마 ‘서울의 달’에서 한량으로 연기했던 그의 모습이 강하게 남아있다.
이후, 영화 ‘초록 물고기(1997)’ 라던가 ‘8월의 크리스마스(1998)’가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기고 있다.
제법 여러 성향의 캐릭터를 연기했지만, 2000년대 중반이후 잠깐 코믹 캐릭터를 연기하기도 했지만, 대체로는 ‘부드러우면서도 악랄한, 하지만 나약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고, 그 정점에 위에서 언급한 두 영화가 있다.
‘초록 물고기’ 에서는 악랄하지만 나약하고 순정적인 캐릭터를 표현했고, ‘8월의 크리스마스’ 에서는 한없이 나긋한 따뜻한 캐릭터였다고 볼 수 있다.
이번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 에서 역시 그러한 면모가 크게 바뀌지 않고 보여 지고 있는데, 평민들이나 하는 욕을 스스럼없이 하고 화가 날 때는 이빨을 보이며 화를 내는 그 모습은 왠지 낯이 익다.
기존의 사극에서 고정관념처럼 자리 잡은 ‘왕’의 이미지와는 사뭇 달라서 세간의 호평을 받긴 했지만, 한석규 스타일에서는 크게 벗어나지 않은 모습이어서, 한석규식 재해석일 뿐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의 모습은 실제 세종대왕과는 다르겠지만, 의외로 곤룡포를 입은 한석규의 모습이 상당히 잘 어울려서 실제 세종대왕과 가장 비슷하지 않나 하는 착각에 빠지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만 원 권 지폐에 송중기나 한석규의 사진을 합성하기도 했다.
아무튼, 이번 드라마에서의 한석규는 드라마 중반까지 압도적 카리스마를 보이며 극을 이끌었고, 후반까지도 드라마의 중심을 곤고히 잡아주는 역할을 훌륭하게 소화해냈다.
앞으로도 새로운 사극에서의 멋진 역할을 기대할만 하다.

어린 ‘이도’를 연기한 송중기 역시 칭찬할 만 했다.
송중기를 스타덤에 올려놓은 작품은 2010년 방영된 ‘성균관 스캔들’ 이라지만, 딱히 꽃미남 드라마를 볼 세대는 아니기에 어떤 작품에서 어떤 모습으로 연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저 오락프로 ‘런닝맨’에 나온 모습 정도를 기억하는데, 최근에 본 ‘티끌모아 로맨스(2011)’ 는 다분히 한예슬 때문에 본 영화였지만, 송중기를 새로 보게 한 영화였다.
원래 제법 넉살이 좋다는 인상은 받았지만, 전혀 주눅 들지 않고 자신만의 연기스타일을 잘 보여주는 송중기의 넉살좋고 자신감 넘치는 연기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그런 당당함이 이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 에서도 제대로 보여 지고 있는데, 어린나이 답지 않게 진중한 연기가 가능한 몇 안 되는 꽃미남 배우중 하나로, 앞으로도 훌륭한 연기를 보여줄 기대주로써 꼽을 만하다.

어린 ‘똘복이’도 상당히 인상적이었지만, 이젠 국민 배우로 자리 잡아 가고 있는 ‘장혁’의 성장을 확실히 실감할 수 있었다.
사실, 장혁은 개인적으로 상당히 좋아하는 배우였다.
그가 주목받은 것은 아마도 2001년 영화 ‘화산고’ 와 2002년 드라마 ‘명랑소녀 성공기’ 일 것이다.
약간 거들먹거리는 듯한 말투와 눈매.
연기력에 있어서는 후한 점수를 주기 힘들었지만, 마치 미국의 ‘제임스 딘’ 처럼, 반항아 적이면서도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캐릭터로 주목을 받았고 상당히 인상적인 배우였다.
주연 감으로 생각하기에는 뭔가 살짝 부족한 듯하지만, 그렇다고 조연을 하기에는 너무 강렬한.
그렇게 주목을 받을 즈음 2004년에 병역비리 혐의를 받으면서 군대에 가게 되었고, 이후 재기가 상당히 불투명해 보였지만, 더욱 강렬한 연기를 보여주며 화려하게 부활했다.
그 중심에 있는 작품이 바로 2010년 방영된 드라마 ‘추노’ 로, 시청률이 무려 35.6% 에 달한다.
드라마 ‘추노’ 에서 장혁 만의 독특한 ‘제임스 딘’ 식의 캐릭터가 극에 달했고, 그의 그러한 모습이 대중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이번 드라마에서의 ‘똘복이’나 ‘강채윤’ 역시 그러한 비슷한 캐릭터의 연장선상에 놓여있다.
이른바 ‘순정마초’.
‘마초’스러움이 가득하지만, 가슴 깊은 곳에서 쏟아져 나오는 깊은 슬픔이 있는 순수하고 착한 남자.
소이(신세경)와 재회하는 장면과 이도(한석규)와 설전을 벌이는 장면에서 장혁이 지금까지 만들어온 캐릭터의 진면모를 잘 보여준다.
너무 진지하고 무거운 게 흠이라면 흠일까.
그런 점 때문에 가벼운 코믹연기라던가, 말쑥한 회사원의 모습이 쉽게 상상이 가지는 않지만, 앞으로도 새로운 연기변신을 시도해서 다른 캐릭터들을 잘 소화해 낸다면, 국민배우로 성장할 가능성이 충분한 배우다.

소이를 연기한 신세경에 대해 몇 마디 해보자.
아… 대한민국 남아 누구나처럼 신세경에 관심 많은 1인이다.
최근에 TV에서 옛날 영화 보여주는데, ‘어린신부(2004)’ 에서 문근영의 친구로 나왔다는걸 새삼 알았다.
지금과 크게 다를 것 없는 모습이지만, 그 모습에서는 그다지 ‘스타성’을 발견하기 힘든데, 신세경이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2009년 드라마 ‘선덕여왕(2009)’에서 천명공주의 어린 시절 연기에서 잠깐 주목을 받았는데, 그냥 수많은 신인배우 중 한명이라고 생각했다.
당시에 신세경은 인지도가 거의 없다시피 했다.
천명공주 역할을 하며 세간의 주목을 받은 이후, 시트콤 ‘지붕뚫고 하이킥(2009~2010)’ 에서 본인이름 그대로 ‘신세경’ 역을 맡으면서 대한민국 남심을 뒤흔들며 폭발적 인기를 얻게 된다.
살짝 통통한 얼굴과는 달리 몸매는 슬림한데, 글래머라고 오인되는 부분은 약간의 착각인 듯.
아무튼, 글래머에 청순한 이미지의 대명사로 각인되면서 가장 주목받는 신인 여배우가 되었다.
하지만, 역할이 역할인지라, 시트콤에서의 역할은 그저 조용조용 말하다가 가끔 엉뚱한 행동을 보여주는 정도인데, 쇼프로 ‘무한도전’에 등장한 신세경을 보니, 그게 캐릭터가 아니라 실제로 신세경 본래의 모습인 것 같다.
뭔가 끼가 많고, 주목받고 싶어 하고, 성공하고 싶어 하는 열망이 강하게 느껴졌다.
전폭적인 지지 때문일까, 이번 드라마의 출연은 상당히 신선했다.
신세대 스타이고 사극과는 잘 어울릴 것 같지 않았지만, 의외로 제법 잘 어울렸고, 연기도 제법 훌륭했다.
개인적으로는 신세경의 연기가 상당히 불만스럽긴 하지만, 그녀의 스타성 때문에 앞으로도 좋은 배역을 따낼 가능성이 높고 연기자로 성장할 토양은 충분할 것 같다.
연기가 상당히 불안했는데, 시선처리가 상당히 불안했고, 발성이 제대로 되지 않은 대사처리도 상당히 아쉬운 편이다.
하지만, 이제 겨우 스물한 살. 앞으로 성장할 시간은 충분하다.
그보다는 3인의 궁녀들이 일명 ‘뿌나 G3’ 로 불리며 미모를 과시했는데, 연기력에 있어서는 좀 아쉽긴 해도 예쁜 여배우들을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신세경과 궁녀 3인방이 한 컷에 잡히면, 오히려 근지 역의 이세나 혹은 덕금 역의 심소헌이 더 돋보이기도 해서, 신세경의 아성을 무너뜨리는 듯 했다.
최근에 쇼프로 ‘우리 결혼했어요’ 에서는 슈퍼주니어 멤버들과 공개미팅을 하는 내용으로 이세나와 신소율(목야 역)이 같이 출연했는데, ‘뿌리깊은 나무’ 에서 궁녀였다는 설명은 나오지 않았다.
놀라운 것은 이세나가 무려 서른 살이라는 것.
(이세나 30, 신소율 27, 심소헌 22)

무휼 역의 조진웅도 꽤 인상적이었다.
약간은 어색한 대사처리와 말할 때 얼굴을 움직이는 게 좀 이상하긴 했지만, 풍채가 좋아서 후덕한 이미지를 가장 잘 부각시킨 배역이 아니었나 싶다.
장혁과 함께 2010년에 ‘추노’ 에서 장렬하게 전사하는 장수 역할을 하기도 했는데, 크게 주목받지는 못했어도 조연이나 단역으로 굉장히 많은 작품에서 꾸준히 배역을 맡아오고 있다.
내 기억이 잘못된 것인지, 2010년 영화 ‘불량남녀(임창정, 엄지원 주연)’ 에서 경찰 역으로 나온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라 2008년 영화 ‘달콤한 거짓말(박진희, 조한선, 이기우)’ 였나 보다.
아무튼, 경찰 역으로 단역을 한 적이 있는데, 그때 살을 쫙 빼서 정말 호리호리하게 나온 적이 있다.
그 모습을 보며, 아…제대로 연기해보려고 다이어트를 했는가보다 했는데, 이후의 작품에서는 또 후덕한 모습으로 나오고 있다.
아무튼, 덩치 크고 듬직해 보여서 그런 역할을 맡기에 제격인데, 지금까지 주로 주목받지 못하는 단역 캐릭터였다면, 이번 드라마에서는 확실하게 인상을 남긴 작품이고 앞으로 좀 더 비중 있는 역할을 맡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같다.
그런데, 전반적으로 연기가 무난했지만 너무 무게 잡는 말투와 약간 불안해 보이는 시선처리 및 얼굴 움직임이 조금은 아쉬웠다.
평소 장난 끼가 많아서 너무 진지한 역할이 불편했던 걸까.

가리온이자 정기준 역을 연기한 ‘윤제문’이야 뭐 이미 사람들이 ‘반전 카리스마’를 언급할 정도이니, 굳이 입 아프게 구구절절이 언급할 것은 별로 없지만, 드라마에서도 먹히는 배우라는 걸 잘 보여주었고, 그의 동료들이 말하듯이 그렇게 표정이 많지 않고 무섭게 생긴 얼굴로 이상하게도 매력을 발산하는 그의 매력을 잘 느낄 수 있는 캐릭터였다.
개인적으로는 대사처리에서 억양이 약간 거슬리긴 했지만, 단지 개인적인 생각일 뿐.

그 외, 새롭게 조명 받을 만한 배우에 ‘조말생’을 연기한 ‘이재용’이 있다.
이재용 하면 그의 날카로운 눈매와 쉽게 매칭이 되지 않는데다가, 고속승진으로 삼성전자 사장이 된 이건희 회장의 아들 이재용이 먼저 떠오르는데…
악당 전문 조연배우로 잔뼈가 굵었지만, 악당을 많이 해 와서 그다지 대중의 사랑을 받지 못한 때문인지 그의 이름이 상당히 생소했다.
날카로운 눈매, 사극에 어울릴법한 큰 성량에 강한 목소리.
목소리만으로도 카리스마가 작렬하는데, ‘스페셜-제자해’ 에서 당구 치는 흉내라던가 신세대 춤을 추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그 외에도 중견배우인 ‘안석환’의 연기도 드라마의 중심을 튼튼하게 잘 받쳐주고 있다.
근래 들어, 악당 연기를 하던 중견배우들이 코믹 캐릭터로써 성공한 사례가 종종 있는데, 이재용과 안석환 역시 그런 가능성을 아주 잘 보여주고 있어, 제2의 전성기를 맞기를 바래본다.

그 외에, ‘윤평’을 연기한 ‘이수혁’은 곱상한 외모와 달리 정말 굵디굵은 목소리를 가지고 있어서, 정말 안어울리면서도 독특한 인상을 남기기도 했고, 주로 지질한(?) 연기를 많이 맡았던 배우 ‘우현’이 ‘이방지’라는 절대고수 역을 연기해서 의외로 잘 어울렸다.
성삼문 역의 ‘현우’, 박팽년 역의 ‘김기범’(슈퍼주니어), 옥떨이 역의 ‘정종철’, 정인지 역의 ‘혁권’ 등등 각각의 캐릭터들을 아주 잘 연기해 내어서 좋았다.

이도(세종대왕)의 최측근인 무휼(조진웅), 정인지(혁권), 지밀상궁(김태영) 등은 이도가 농을  칠 때면 그것을 받아줘야 하는 신들이 있는데, 한석규가 그려낸 이도는 약간 현대적인 어법을 많이 구사하기도 하고, 사극에서 볼 수 없었던 가벼운 농이 많아서 이 측근들이 그것을 받아칠 때 난감해 하는 표정이라던가 하는 것들이 살짝 어색하면서 의외로 재밌기도 했다.
아… 그 외에도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거의 대부분의 배우들의 연기가 좋았다.
한가놈(조희봉), 혜강선생(최만리), 최만리(권태원), 황희(전성환), 도담댁(송옥숙) 같은 중견배우들은 이재용, 안석환과 함께 극의 진지함과 무게감을 잡아주는 역할을 아주 훌륭하게 해내고 있고, 만년 조연 혹은 불륜녀 전담배우 민지영이 연두의 엄마로 얼굴을 자주 내비치고 있어서 좋았다.
다들 수고하셨습니다.


원작 소설의 줄거리 관련 링크:

눈에 띈 옥의 티:
6회에 나온 자막 오타. ‘암어’ 를 ‘암얼’ 이라고 잘못 표기.


15회에 나온 자막 중 ‘아지트’ 라는 표현.
이건 오타는 아니지만, ‘한글’에 대해 자랑스럽게 이야기 하는 드라마에서 ‘본거지’ 또는 ‘은신처’ 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고 영어인 ‘아지트’ 를 사용한 점이 눈에 띄는데, 이것은 제법 많은 사람들이 꼽는 옥에 티 중 하나다.


최종회인 24회에 등장한 동굴.
화살을 맞고 굴러 떨어진 소이를 찾아 밤새도록 헤매던 강채윤이 소이를 발견하는데…
그게 밤새도록 찾아다녀야 할 만큼 멀리 떨어진 곳이 아니었을 것 같은데 그리 오래 찾아다닌 것도 좀 이상했다.
문제는 이 동굴이 굉장히 낯익다는 점인데, 계절이 달라서 좀 다르게 보이긴 하지만, 드라마 ‘선덕여왕’ 과 ‘추노’ 에 등장했던 그 동굴이 아닐까 의심이 된다.
만약 맞는다면 같은 장소를 너무 자주 써먹는 게 아닌가. 장소 헌팅에 좀 더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그 외에도 강채윤이 반촌을 수색하는 과정에서 약상자중 하나에 14 라는 숫자가 적힌 장면이 옥에 티로 꼽히기도 한다.
추운 날씨에 정말 고생들 많이 한 것은 알지만, 이런 소소한 부분에 있어서 옥에 티를 남긴 것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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