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여자는 두 번 플레이 한다 (Women Play Twice, 2010) Movie_Review

다섯 편의 이야기를 옴니버스 형식으로 묶은 비디오 영화.
전형적인 일본식 연애 영화이긴 한데, 이 영화는 지금까지 본 다른 로맨스 영화 보다는 훨씬 담백하고 잔잔했던 것 같다.
일본 영화들은 대체로 썰렁한 유머코드를 구겨 넣거나, 괴기스럽거나, 황당한 스토리를 많이 추구해서 약간의 거부감이 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우리네 주변에서도 봄직한 친숙한 형식을 가지고 있고, 억지스러운 유머코드도 없다.
각 편당 27분씩 옴니버스로 묶었다고 하는데, 이 영화에는 관찰자가 따로 있다.
한 소설가가 카페에서 머리를 쥐어뜯으며, 그럴듯한 소설을 쓰지 못해 괴로워하고 있는데, 카페에 온 손님들이 나누는 대화를 엿들으며 그들의 이야기를 소재로 단편소설을 쓰게 된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자신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1. 장대비의 여인.----------------------
두 남자가 카페에 들어와 앉고, 그 중 한 남자가 자신의 연애담을 이야기 한다.
어느 날 술집에서 만난 여자.
남자는 하룻밤 엔조이로 여자를 만나곤 했는데, 그날 밤 여자를 만나 집에서 하루를 보내게 된다.
다음날, 비가 쏟아지자 여자를 쫓아낼 구실로 ‘비가 그칠 때까지 있는 거 어때?’ 라고 말한다.
여자는 ‘우산도 없으니 그럴까?’ 라고 대답한다.
술집에서 일하는 남자는, 저녁 늦게 귀가한다.
여자가 이불 속에서 부스스 일어난다.
‘아무것도 안 먹었어.’
‘왜?’
‘돌아오는 거 기다렸는걸.’
순간, 남자는 알 수 없는 묘한 감정에 휩싸이며 가슴이 먹먹해진다.
남자는 여자에게 밥을 먹이고, 또 밤이 지난다.
다음날, 혹시 또 여자가 밥도 먹지 않고 기다릴까봐, 자신은 가게에서 밥을 먹고 오니 배고프면 편의점에서 뭐라도 사 먹으라고 한다.
여자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녀와’ 라고 상냥하게 얘기하며 다시 이불속으로 들어가 버린다.
일을 마치고 돌아온 남자.
여자의 배에서 ‘꼬르륵’ 하는 소리가 들린다.
남자는 여자에게 먹일 도시락을 사와 여자에게 건네고, 여자에게 일 같은 것은 안 하는지 묻는다.
여자가 하루 종일 남자의 집에서 잠만 자고 밥도 직접 사먹지 않기 때문에 한 말이다.
여자는 자신이 유흥업소 같은데서 일하는 여자는 아니라며, 쉽게 알 수 있는 여자는 아니라고 말한다.
남자는 말한다, ‘너 같은 여자는 3초면 알 수 있는 쉬운 여자다.’ 라고.
다음날, 남자는 평소 하던 것처럼 엔조이 상대를 만나 모텔을 잡고 여자의 샤워가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집에서 밥도 먹지 않고 기다릴지 모를 여자가 생각나 견딜 수가 없다.
집에 전화를 하니 전화를 받은 여자는 여전히 밥도 사먹지 않고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눈치다.
남자는 함께 모텔에 온 여자를 버려두고 편의점에서 도시락을 산다.
비가 그쳤다.
왠지 그녀가 떠나버렸을 것 같은 불안감(처음에 ‘비가 그칠 때 까지만…’ 이라고 했기 때문에)에 허겁지겁 집에 도착한다.
여자가 없다.
하지만, 화장실에서 변기 물 내리는 소리와 함께 여자가 아직 떠나지 않았음을 알게 된다.
마치 애처럼 자신이 해주지 않으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 여자.
(남자는 원래 바람둥이 인데, 이 여자 때문에 ‘사랑’에 대한 묘한 감정을 깨닫게 된 것 같다. 마치 온종일 돌봐줘야 하는 ‘아기’ 나 ‘애완동물’ 처럼, 여자는 남자의 보살핌이 없으면 안 되는 사람이기 때문에, 일종의 보호본능 혹은 부성애 같은 것을 자극한다고나 할까.)
그리고 여자가 집에 있을 때, 남자의 어머니로 부터 전화가 와서는, 여자가 자신에 대해 남자의 어머니와 30분 가까이 시시콜콜한 얘기를 나눴다고 한다.
그날 이후, 평소처럼 퇴근 후 도시락을 사들고 집에 돌아가던 남자는 이상한 생각이 든다.
과연, 정말 여자는 남자가 음식을 사오기 전까지 하루 종일 아무것도 먹지 않고 기다릴까?
묘한 자신감(여자가 자신에게 그만큼 매달린다는)에 남자는 테스트를 해보기로 한다.
집에 돌아가지 않고 다시 가게로 돌아가 혼자 도시락을 까먹고는, 밤새 집에 가지 않았다.
다음날, 여자는 이불속의 그녀는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며 미소를 띤다.
그리고 며칠 후에는 이틀간 집에 돌아가지 않았다.
집에 돌아가 자신을 바라보는 여자에게 빵을 던져준다.
여자는 허겁지겁 빵을 맛있게 먹는다. 그리고 남자가 따라준 우유도 맛있게 먹는다.
(아… 이거 영화 ‘완전한 사육’ 인가… 아무튼, 남자가 여자에게 빵을 던져주는 모습은 마치 애완동물에게 먹을 것을 던져주는 것 같았다. 남자는 마치 그녀의 주인이라도 된 듯 묘한 희열을 느낀 것 같다.)
그리고 다시 며칠 후, 남자는 3일간 집에 돌아가지 않았다.
그리고 가게에서 여자에게 줄 볶음밥을 맛있게 요리해서 집으로 가져와 뿌듯해 하며 문을 연다.
깨끗하게 정리된 집, 여자는 떠나 버렸다.
남자는 ‘내가 너무 기대했지’ 라며 씁쓸한 기분을 느낀다.
(참 바보 같은 남자랄까. 평소 여자를 엔조이 상대로만 가볍게 여기던 남자는, 묘하게 보호본능을 자극한 그 여자에게서 이상한 감정을 느꼈고, 자신의 믿음에 확신을 가지기 위해 계속 여자를 시험해 본 것 같다.)
한참이 지난 후 걸려온 어머니의 전화.
어머니는 지난날 전화를 받았던 ‘유카’ 라는 여자는 잘 지내냐고 묻는다.
어머니에게서 들은 그녀에 대한 뒤늦은 이야기.
유카는 자신의 엄마가 돌아가신 직후, 보모 일을 잠깐 쉬고 남자의 집에서 신세를 지고 있노라고 얘기 했다고 한다.
남자는 어머니의 말에 여자의 모습이 떠오른다.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면 이불을 뒤집어쓰고 상냥하게 남자를 맞아주던 그녀.
(아, 그녀는 엄마를 잃은 슬픔에 그렇게 잠만 자고 밥도 잘 안 먹고 슬픔을 삭이고 있었구나…)
남자는 순간 가슴이 먹먹해 온다.


2. 무일푼의 여인.----------------------
아무런 직업이 없는 한 남자가 어느날 친구와 술집에서 술을 마시고 있다.
그 가게에서 일하는 여종업원의 친구로 보이는 한 여자가 혼자 술에 만취해 있는데, 남자에게 ‘복이리 튀김(시라코노 덴뿌라)’ 라고 속삭인다.
남자의 친구는 술취 한 여자니 상대하지 말라는 식으로 말리지만, 남자는 밝고 명랑한 그녀가 좋았는지 ‘복이리 튀김’ 을 주문한다.
그리고 합석한 여자는 안주를 먹여 달라고도 하고 키스를 하자고도 하는 등 적극적이다.
남자는 선뜻 그녀의 제안에 응한다.
술집에서 만취한 여자를 부축해 나온 남자.
집이 어디냐고 묻자 모텔을 가리킨다.
하지만 남자는 돈이 없다.
지갑에는 옛날에 신세진 선배가 할당량 채워달라며 만들라고 해서 가지게 된 대출카드가 있다.
하는 수 없이 대출카드로 현금서비스를 받아 여자에게 집에 갈 택시를 잡겠냐고 물으니 싫다고 한다.
이후 시작된 그녀와의 동거.
여자는 벽에 남자의 얼굴을 그린다.
그리고 여자가 1달간 같이 살았다던 그녀의 동거남 집에 그녀의 짐을 가지러 간다.
남자는 여자와 동거했다는 남자에 대해 묻는다.
안 팔리는 밴드의 기타리스트인 남자는 한가해서 그녀와 계속 붙어 지냈고, 최근에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면서 바빠졌다고 한다.
즉, 그녀의 친구인 술집 여종업원의 말처럼, 바빠서 그녀와 잘 안 놀아주니 그 남자와 헤어지고 이제 이 남자와 동거 한다는 얘기다.
그리고 남자는 그 남자의 집 벽에 그려져 있는 전 동거남의 초상화를 발견한다.
그 그림을 손으로 쓱쓱 문대 지워버리는 여자.
그리고 그녀와 남자의 동거는 시작된다.
마트에서 음식을 사고 비싼 도시락을 사먹고.
처음엔 마냥 좋았다.
마치 아내라도 된 것처럼 만두를 빚고 있는 그녀의 모습이 사랑스럽다.
매일 손을 잡고 거리를 거니는 것도 좋다.
그녀에게 뭐든지 해주고 싶어 목걸이도 선물한다.
물론, 그 모든 돈은 현금인출기에서 빌린 돈이다.
남자는 몇 번이고 ‘아르바이트를 해서 꼭 갚겠습니다.’ 라고 주문처럼 말하지만, 채권 추심하는 무서운 아저씨들이 자신을 찾아와 돈을 내놓으라고 닦달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같은 것은 없다.
편지함에 들어있는 영수증에는 ‘카드 론 대출 50만 엔(원엔 환율 1,300원 기준 약 650만원)’.
특별히 사치스럽게 산 것도 아니지만, 여자와 남자가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쓴 돈이 엄청난 빚이 되어 있었다.
아무 생각없이 비싼 도시락을 사오는 여자에게 화를 내는 남자.
아르바이트라도 해서 돈을 갚아야 한다.
그리고 얼마 후 남자는 취업에 성공하고, 여자도 자기 일처럼 기뻐해준다.
일주일간 연수를 떠나는데, 그녀가 보고 싶어 집에 전화를 하지만 전화를 받지 않는다.
그녀와 사흘도 떨어져 있지 못해 그녀가 그리운 자신이 못나 보이지만, 남자는 그녀를 만나야겠다는 일념으로 정신없이 집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그녀는 없다.
혹시나 싶어 자기 얼굴이 그려진 벽을 확인해보지만 아직 지워지지 않았다.
순간, 남자에게 떠오른 생각은, 그녀가 남자를 처음 만났던 그 술집에서 다른 남자를 찾기 위해 술을 마시고 있을 것 같은 예감.
하지만, 남자는 술집 앞에서 들어가지 못하고 멈춘다.
주점에 들어가 여자를 데리고 나온 뒤, 연수도 포기하고 그냥 그 여자와 함께 하루 종일 빈둥거리며 지내는 생활을 다시 하게 된다면, 남자에게는 아무런 미래가 없을 것이라는 것을 직감했기 때문이다.
연수를 다녀오니 남자의 초상화는 그전의 동거남 초상화처럼 지워져 있다.

그 여자 ‘마리’는 그런 여자다.
나쁘다고 할 수도 없다.
100만 엔이 있으면 100만 엔으로 생활하고, 10만 엔이 있으면 10만 엔으로 생활하고.
남자가 하자는 대로 고분고분 따라와 주는 여자.
남자에게 큰 것을 바라지는 않지만, 남자가 항상 곁에 있어야 하는 여자.
남자는 혼자서만 마리를 좋아한 것이라고 말한다.(여자에게는 그것이 ‘사랑’의 감정이 아니라는 의미)

(음. 나쁜 짓을 한건 아니지만, 이런 식의 삶을 살며 주변의 사람을 힘들게 하는 것 역시 나쁜 여자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먹을 것이 다 떨어지면 다른 풀밭으로 이동해서 또 풀을 모두 갉아 먹어치워 황폐화 시키는 아프리카의 메뚜기 같은 여자. 정말 심각하게 안 좋은 여자다. 사실 여자만 그런 것이 아니라 남자들 중에도 이렇게 의존적인 사람의 경우 굉장히 골칫거리가 될 수 있다. ‘사랑’ 이라는 감정과는 별개로, 사람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경제적인 문제를 무시할 수 없다.)


3. 꿈의 여인.----------------------
두 남자가 카페에서 다른 친구를 기다리며, 친구의 지각하는 버릇을 이야기 하다가 옛날이야기를 떠올린다.
그들이 대학생이던 과거의 어느 날.
역시 늦고 있는 친구를 기다리던 두 남자는 지하철의 에스컬레이터 앞에서 지나가는 여자들의 점수를 평가하고 있다.
(이런 건 한국이나 일본이나 어느 나라나 똑같은가 보다.)
‘물이 안 좋은것 같다.’ 라고 단정 지을 무렵, 신비한 매력을 풍기는 여자가 앞을 지나간다.
여자에게 반한 두 남자는 그녀가 ‘매우 좋은 아파트에 살 것 같다.’ 라며 뒤를 미행한다.
하지만, 그녀가 살고 있는 집은 그녀의 멋진 외모와 달리 아주 허름한 주택.
왠지 보면 안 될 것을 본 것 같은 찜찜한 기분으로 돌아선다.
그리고 며칠 후, 남자는 지하철에서 그 여자를 우연히 다시 만나고 눈이 마주치게 된다.
차갑고 신비함이 있는 그녀의 눈.
남자는 마치 몸이 얼어버린 듯 그녀에게 빠져들고, 그녀에게 말을 걸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마음에 횡설수설 말을 건넨다.
헌팅을 당해본 게 처음이라는 여자에게, 남자는 자신의 꿈에 나오곤 하는 여자와 닮았다고 둘러댄다.
그리고 자기가 일하는 주점에 한번 놀러오라고 쿠폰을 건넨다.
그날 이후, 남자는 그녀의 자리를 ‘예약석’으로 비워두고 그녀를 기다린다.
그리고 혹시나 그녀를 만나게 될까, 목욕세트바구니를 들고는 그녀의 집 앞을 서성거린다.
역시나 그녀는 자신이 일하는 가게에는 오지 않고, 남자가 그녀의 집 앞에 갔던 어느 날 우연히 그녀와 마주친다.
(여기서부터는 약간의 판타지)
그녀의 집으로 들어가는 문이 없어졌다. 그리고 그녀에게 내리는 장대비.
다음 장면에서는 그녀와 함께 목욕탕에 들어가 있고, 웬 가수가 몽환적인 노래를 부르고, 뒤 배경이었던 ‘후지산’이 보이는 자연 속으로 들어가고, 그녀가 ‘오늘밤 일은 둘만의 비밀이야’ 라며 속삭인다.
남자는 꿈인지 현실인지 헷갈리긴 하지만, 분명 그날 여자와 같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다음날 확인하기 위해 그녀의 집을 찾아갔는데, 그녀의 집에서는 다른 남자의 목소리가 들린다.
그래서 남자는 터덜터덜 되돌아오고 말았다는 이야기.
(정황상, 그 여자는 남자 친구가 있는 여자였는데, 그 젊은 대학생과 하룻밤 풋사랑을 했다는 얘기다.
다른 해석을 해보자면, 남자가 낯선 여자에게 첫눈에 반해 사랑하는 감정이 생기면 이런 저런 상상을 하게 되는데, 길에서 우연히 만나 첫눈에 반한 여자에게 데이트 신청을 했으나 여자에게 이미 남자친구가 있어서 연애에 성공하지 못하고 혼자 설레기만 하다가 끝난 이야기로 볼 수도 있겠다.
또 다른 해석, 그 여자와 대학생 남자가 하룻밤 풋사랑을 한 것은 맞는데, 그 여자에게 남자 친구가 있었거나 혹은 원래 남성 편력이 있는 스타일의 여자였던 것이다. 그래서 남자는 자기와 하룻밤 지냈기 때문에 연인으로 발전할 것을 기대하며 설레었지만, 여자는 원래 남자 친구와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지내는 것이거나 혹은 새로운 남자를 집으로 끌어들여 시시덕거리는 모습을 보게 되어 쓸쓸하게 되돌아 온 것일까.)


4. 목요일의 여인.----------------------
(서두: 여자는 분명 수요일에 쉰다고 했는데, 왜 제목이 목요일의 여인인지 모르겠다. 번역이 잘못된 것 같기도 하다.)
오늘도 글이 써지지 않아 괴로운 소설가의 옆자리에 앉은 한 젊은 커플이 대화를 나눈다.
화장품 가게에서 일하는 여자는 남들과 달리 수요일에 근무가 끝나서 목요일을 쉬는 여자다.
소설가는 오랜만에 재회한 옛 연인인 것 같아 보이는 두 사람의 대화를 엿듣게 된다.
두 사람의 이야기는 이렇다.
남자(테츠야)는 어느 날 헤어진 여자 친구가 전화를 받지 않아 괴롭다.
친구(또는 선배)가 여자 친구 집에서 술을 먹는데, 여자 친구가 그녀의 친구를 불렀으니 같이 술을 먹자고 한다.
얼떨결에 같이 술을 먹게 되었지만, 그런 자리가 의례 그렇듯이 두 사람의 닭살 행각에 여자의 친구와 테츠야는 꿔다놓은 보릿자루처럼 어색하게 되어버렸다.
밤이 늦어 커플은 방에서 자고, 여자와 테츠야는 거실에서 잠을 청하는데, 방에서 속삭이는 커플의 소리가 들린다.
밖에서 들을까봐 걱정하는 여자와, 안 들릴 거라며 섹스하자고 조르는 남자.
그런 재미있는 상황을 겪어서인지, 아니면 둘이 성격이 잘 맞아서 인지.
이후 남녀는 금방 친해진다.
여자는 남들과 달리 수요일에 쉬기 때문에 남자친구를 사귀게 되어도 남자친구가 주말에 혼자가 되고, 그래서 남자들이 바람이 나버리곤 했다고 한다.
남자는 아직 전 여자 친구를 잊지 못하긴 했지만, 어차피 지금은 혼자다.
대학생인 남자친구 대신에 자기가 돈을 지불하고 프랑스 요리 식당에 간 어느 날, 여자는 화장품을 고르는 모습을 보면 그 사람을 금방 판단할 수 있다는 얘기를 한다.
테츠야가 자신은 어떠냐고 묻자, 여자는 화장품을 살 때만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한다.
그리고 둘은 동거를 시작한다.
이른 아침, 여자 몰래 화장실에서 전화를 확인하는 남자의 인기척을 느낀 여자는, 남자가 아직 전 여자 친구를 잊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 챈다.
남자의 꿈은 좀 더 넓은 방으로 이사 가는 것.
방을 보러 복덕방에 들르는데, 둘이 동거 하냐고 묻는 복덕방 아저씨의 말에 아니라고 손사래를 친다.
그들이 보러간 집은 깨끗하고 제법 넓은 마당에 사쿠라(벚꽃)가 있다.
창문을 열고 사쿠라를 감상하다가 여자가 말을 꺼낸다.
예전 여자 친구를 아직 잊지 못했느냐고.
자꾸 채근하는 여자에게 남자는 ‘나를 믿지 못 하겠냐’ 고 대답하고는 한참의 정적.
그리고 여자에게 키스를 하는데, 사쿠라 꽃잎이 방으로 날아 들어온다.
무슨 의미일까?
그리고 며칠 후, 남자는 전 여자 친구에게서 다시 사귀자는 연락을 받고, 여자에게 이 사실을 통보하며 헤어지자고 한다.
여자는, 자신에게 나쁜 짓을 해달라고 부탁한다. 그래야 남자를 잊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며칠 후, 남자는 다시 사귀게 된 옛 여자 친구와 여자가 일하는 화장품 가게에 들어간다.
(그 여자가 일하는 화장품가게라는 것을 알고 들어간 것인지 모르고 우연히 들어간 것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여자는 잠깐 놀란 듯하지만, 이내 상냥하게 남자의 여자 친구를 대하고, 아무사이도 아닌 듯 남자에게 말을 건넨다.
둘의 회상은 거기까지.
다시 현재로 돌아온 카페.
여자는 결혼했다고 한다. 벌써 1년.
남자는 상당히 실망한 듯한 표정으로 ‘행복해 보여서 다행이다.’ 라고 말하고, 여자는 남자가 그때 나쁜 짓을 해줘서 고맙다고 한다.
(정황상, 남자가 다시 사귀게 된 여자 친구와 함께 그녀가 일하는 화장품 가게에 찾아간 것이 ‘나쁜 짓’이었던 모양이다.)
(이 장면부터가 상당히 미묘하고 재미있다. 아마도 남자가 여자에게 전화를 해서 만나자고 한 상황인 것 같고, 남자는 그녀와 다시 잘해보고 싶은 마음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여자는 남자가 그 여자 친구와 잘 지내고 있는지 묻자, 이미 오래전에 헤어졌다고 한다.
그리고 그 이후 여자에게 몇 번이고 전화를 했었다고.
잠깐의 적막이 흐른 후, 여자는 가겠다며 일어서고, 남자는 여자의 손을 붙잡지만, 여자는 ‘고마워’ 라며 그 자리를 떠나 버린다.
(이후 남자가 하는 몇 마디는 사실 소설가가 지어서 덧붙이는 이야기.)
둘이 함께 집을 보러 갔던 그날, 사쿠라 꽃잎이 그들에게 날아 들어온 것은 남자(테츠야)와 여자(치사토)를 축복해준 것은 아니었을까?
‘나는 왜 그걸 눈치 채지 못했을까?’


5. 시시한(단조로운) 여인.----------------------
오늘도 소설가는 이야기가 떠오르지 않아 머리를 쥐어뜯고 있다.
매번 소설가를 구박하던 카페 종업원은 소설가의 글을 재미나게 읽었다며 좋아한다.
(소설가와 카페 여종업원과의 코미디 코드가 있는데, 이 부분이 상당히 웃기긴 했다. 처음에는 그 종업원이 남자인줄 착각했음.)
핸드폰을 꺼둔 소설가를 직접 찾아온 편집장.
소설가는 지금까지의 이야기가 카페에서 엿들은 남의 이야기라고 고백 하고, 편집장은 소설가 자신의 이야기를 써보라고 권유한다.
소설가.
그에게도 동거녀가 있다.(동거녀인지 결혼을 한 것인지는 명확하지 않음.)
6년째 함께 살고 있는 ‘시호’.
둘은 서로 지킬 것은 지키며 살기로 한다.
(방귀도 트지 않고, 지저분한 모습도 보이지 않는 등의 예의를 지킨다.)
‘시호’는 남자와 연인처럼 지내고 싶기 때문이다.
하지만, 남자는 둘의 관계가 그냥 평범한 부부로만 보인다.
(이 문장을 보면 둘이 결혼한 사이로 추정된다.)
남자가 집에 돌아오면, 여자는 하루 종일 있었던 일을 얘기한다.
(대부분의 전업주부들은 하루 종일 혼자 집에 있어 외로웠기 때문에 남자에게 수다를 떨고 싶어 한다.)
하지만, 그녀의 이야기는 별로 재미가 없다.
(일반적으로, 남자들은 ‘유용한 정보’가 없는 가십성 수다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녀에게 자신이 쓴 단편소설을 읽어보라고 한다.
하지만, 꾸벅꾸벅 졸기만 하는 여자.
둘의 만남도 여느 연인들처럼 그저 평범했다.
같이 일했던 인쇄소에서 동료로 지냈던 ‘시호’.
혹시나 ‘시호’가 바람이라도 피려나 걱정이 되어 그녀의 휴대폰을 훔쳐본다.
(일본에서는 이런 행동이 상당한 실례라고 함.)
하지만, 그녀의 휴대폰에는 오로지 남자 자신의 전화번호 밖에 없다.
지금도 앞으로도, 둘에게는 특별한 일이라고는 일어나지 않을 것 같다.
다음날 아침, 남자는 여자에게 심각하게 얘기를 꺼낸다.
헤어져 있어 보자고, 외롭고 쓸쓸해야 글이 써질 것 같다고.
여자는 잠시 당황한 듯하더니, 남자가 원하는 대로 헤어져 지내겠다며 짐을 싸들고 부모님 집으로 떠난다.
그녀가 집을 떠나고 집안 꼬라지는 말이 아니다.
하지만, 여전히 글은 써지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걸려온 엄마의 전화.
‘시호’에게 사고가 났다는 것이다.
남자는 정신없이 병원으로 달려가고, 의사의 말인즉 ‘시호’가 기억상실증에 걸렸다는 것이다.
남자는 어떻게 자신과 둘의 추억을 모두 잊어버릴 수 있냐고 흥분하는데, 여자는 키득거린다.
사실, 의사는 ‘시호’의 오래된 친구로, 남자를 놀려주려고 장난을 친 것이다.
남자는 깨닫는다.
자기가 얼마나 배부른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자신의 곁에 있어주고, 자기를 필요로 해주는 여자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것인지를 깨닫는다.
소설가의 이야기를 눈물을 흘리며 감동해서 읽는 편집장.
영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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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히 잔잔하고 귀여운(?) 영화다.
일본영화 특유의 썰렁한 개그 코드도 없고 과장스러움도 없는 자연스러운 전개가 좋았다.
우리네 주변에도 흔히 있을 법한 평범한 젊은 남녀들의 연애담으로 엮어진 이 영화는, 기차게 잘 만들어졌다는 느낌은 안 들지만, 현실감이 있고 편안하고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게 해준다.

개인적으로는 첫 번째 ‘장대비의 여인’이 가장 인상적이었는데, 여자 주인공이 정말 깜찍하게 느껴진데다가 감독이 의도한 대로 보호본능도 느껴졌다.
남자도 훈남이다.
일본에서는 ‘노다메 칸타빌레’의 ‘타마키 히로시’처럼 살짝 수염 기른 남자를 멋지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전체적으로 남녀 주인공들이 예쁘고 잘생겼다.

‘장대비의 여인’ 과 ‘무일푼의 여인’은 생각할 꺼리 들을 많이 주는 괜찮은 스토리였는데, ‘꿈의 여인’은 좀 허무한 감이 있는데다가 연출이 너무 판타지 쪽으로 치우쳐서 이야기의 흐름이 매끄럽지는 않다.
‘목요일의 여인’은 상당히 정극 스타일인데, 좀 익숙한 것 같은 스토리라서 약간 식상한 맛이 난다.
‘시시한 여인’이 의외로 반전이 있었지만 강렬함은 약하다.

전반적으로 신선하고 재미있었다.

프리섹스?
이 영화에는 혼전섹스와 동거에 대한 일본 젊은이들의 가치관이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
그것에 대한 직접적인 묘사가 극히 제한적이어서 크게 거부감은 없었지만, 혼전섹스와 동거에 대한 생각이 우리와는 많이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다, 우리나라도 근래 들어 급속히 혼전섹스가 만연하고 있다.
TV드라마 같은 경우에는 혼전섹스를 거의 다루지 않고 의도적으로 차단하고 있는 듯하지만, 영화만 해도 심심찮게 혼전섹스를 자연스럽게 다루고 있는데다가, 젊은 층에서는 혼전섹스나 혼전동거가 별 흠이 되지 않는 세상이 도래했다.
점점 일본을 닮아가고 있는 것도 같다.
잘 모르고 결혼해서 평생 후회하거나 혹은 이혼으로 자녀들을 힘들게 하는 것 보다야, 동거도 해보고 혼전섹스도 해보는 게 좋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영화에 은근히 녹아 들어있는 이러한 사고방식이 우리나라에도 자연스럽게 전파되고 있는 것 같다.
딱히 반대하거나 찬성하는 입장에 서기는 애매한 부분이지만, 혼전섹스를 너무 가볍게 다루는 것 같은 느낌은 들었다.

이 영화의 제목 ‘두 번 플레이 한다’ 가 과연 무슨 뜻일까?
여기저기 뒤져봐도 그 뜻에 대한 풀이는 없었는데, 나름대로 추측을 해본다.
왜 여자는 두 번 플레이 한다고 표현했을까?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하겠지만, 두 가지 정도를 떠올렸다.
남자는 사랑했던 여자를 쉽게 잊지 못한다. 혹은 첫사랑을 가슴에 묻는다고도 한다.
그리고 자신과 연애했던 여자들을 계속 떠올린다.
하지만, 여자는 한번 마음을 정리하면 그 남자를 머릿속에서 지운다. 지우려고 노력하고, 새로운 남자를 만나 옛 남자에 대한 기억을 묻어 버린다.
즉, 새로운 플레이가 가능하다.
그런 의미에서, 남자와 달리 여자는 새로운 플레이가 가능하다는 의미로 해석해 본다.
또 다른 해석을 해보자면, 여자의 양면성에 관한 것이다.
이 영화에 등장한 여자들은 두 가지 모습을 가지고 있다.
첫 번째 이야기인 ‘장대비의 여인’에 등장한 여자는, ‘이름도 몰라요 성도 모르는’ 쉬운 엔조이 상대 같은 여자처럼 보였지만, 어머니를 통해 그녀의 뒷이야기를 들어보니 엄마를 잃고 슬퍼서 힘들어 했던 여자였다.
두 번째 이야기 ‘무일푼의 여인’에 등장한 여자는, 남자에게 기분을 맞춰주며 괜찮은 여자처럼 보이지만, 남자가 돈이 떨어지면 떠나버리는 여자였다.
세 번째 이야기 ‘꿈의 여인’에 등장한 여자는, 범접하기 힘든 신비롭고 고상한 여자처럼 보였지만, 그 남자와의 하룻밤 이후 그녀의 집에서 다른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네 번째 이야기 ‘목요일의 여인’은 좀 관점이 다르기는 한데, 남자가 여자를 버리고 전 애인에게 간 이후, 여자는 새로운 남자를 만나 결혼해 버렸다.
다섯 번째 이야기 ‘시시한 여인’에 등장한 소설가의 여자는, 정말 평범한 모습이지만, 남자는 그녀의 소중함을 새롭게 깨달으면서 그녀의 진면목을 보게 된다는 양면을 가지고 있다.

나름대로 정의를 내려 봤지만, 정확히 어떤 의미에서 ‘두 번 플레이 한다.’ 라고 표현했는지는 여전히 잘 모르겠다.

덧글

  • 레이 2011/12/12 23:16 # 삭제 답글

    리뷰를 상세하고 자세히 하셨네요.
    재미있게 읽었습니다.ㅎㅎ
  • fendee 2011/12/12 23:22 #

    네, 제 경우에는 나중에 그 영화 내용이 기억 안날때 다시 보려고 상세히 적습니다.
    재미있게 읽으셨다니 감사합니다.
  • 나나쭈 2011/12/27 16:48 # 삭제 답글

    전 개인적으로 장대비여인이 기억에남네요 ㅎ
    정말 제가 좋아하는 일본특유의 영화였던거같아요 이런분위기영화많이보고싶네요
  • fendee 2011/12/27 18:20 #

    네, 저도 장대비여인 이야기가 가장 마음에 들었습니다.
  • 그그그 2012/01/17 16:49 # 삭제 답글

    저도 리뷰 잘 봤습니다. 재미있었어요!
    ㅋㅋㅋㅋ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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