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핏 본 몇 장면은 정말 아름다웠다.
지구에서 보는 커다란 지구의 모습. 그것을 지켜보는 금발 여자의 모습.
본적은 없지만 왠지 굉장히 낯익은 이 풍경.
약간은 초현실적인 것 같은 이런 풍경은 프로그레시브 록그룹 ‘드림씨어터’ 의 앨범표지 같은 느낌이었다.
일단, 느낌부터가 좋았다.
오랜만에 진지한 SF 영화다.
그런데, 막상 보면 상당히 심심한 영화다.
블록버스터 SF 영화에 익숙해져서 화려한 볼거리와 막대한 돈을 들인 CG 를 먼저 기대하지만, 이 영화는 화려한 볼거리가 없다.
소재가 SF 이기는 하지만, 드라마에 초점이 맞춰진 영화다.
비주얼에 신경을 많이 쓴 화려한 SF 영화를 기대한다면 아쉬울 수 있는 영화지만, 그래도 개인적으로는 이 영화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SF 적 감수성. SF 적인 소재를 도입했지만, 실은 ‘인간’ 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동안 만들어진 수많은 SF 영화들이 겉보기에는 화려한 그래픽을 선보이고는 있지만, 실제로 그 내면의 이야기를 들여다보면 ‘인간’ 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는 핵심을 잘 파고들었다고 볼 수 있다.
우리가 ‘우주’ 와 ‘판타지’에 대해 갖고 있는 호기심도 어느 정도 충족하면서, 감성적인 이야기를 짜임새 있게 잘 이끌어 내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제법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왠지 서투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랬다. 이 영화는 독립영화라고 한다.
저예산으로 만들어진 실험성이 강한 영화.
하지만, 카메라 각도나 화면배치, 색감의 연출이 뛰어났다.
요즘 영화들은 마치 게임을 하듯이 3인칭 시점에서 멀리 떨어져 높은 곳에서 전체 배경을 보는 식으로 그리는 경향이 있는데, 이 영화는 옛날 영화처럼 인물에 포커스를 많이 맞추고 있다.
그리고 중요한 사건과 상황들에서는 과감히 포커스를 당기는 고전적인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마치 홈비디오를 찍듯이 빠르게 줌인 하는 연출이 상당히 많이 나오는데, 그 부분이 약간 ‘아마추어’ 같다는 느낌이 들게 했다.
일반적으로 기존 영화에서는 그런 장면을 연출할 때, 줌을 당기지 않고 그냥 컷을 한 뒤 가까이에서 찍은 장면을 붙이든지 아니면 줌을 아주 천천히 당겨서 다가가는데, 이 영화는 홈비디오로 찍듯이 그냥 줌인을 ‘슉’ 하고 빠르게 당긴다.
가정용 홈비디오 카메라는 줌인 속도가 원래 그렇게 빠르기 때문에 그렇게 밖에는 찍지 못한다고 볼 수 있으나, 영화를 찍는데 굳이 이렇게 홈비디오 카메라처럼 빠른 줌인을 할 필요는 없을 텐데, 어쩌면 저가형 카메라를 이용해서 찍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일부러 홈비디오 느낌이 나게 하려고 그랬을 수도.
아무튼 그런 연출법만 좀 신경에 거슬렸을 뿐 그 외의 것들은 대체로 만족스러웠다.
그런 연출법을 일부러 쓴 것일 가능성이 꽤 높지만, 개인적으로는 별로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사실, 스토리도 분석을 해보면 왠지 낯이 익다.
미사여구를 벗겨내고 단순히 스토리만 보면, 왠지 어디선가 본 듯한 스토리 진행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하나의 지구가 나타난다는 설정 자체가 매우 독특하기 때문에 그런 낯익음은 많이 상쇄 되는 것 같다.
종합적인 측면에서는 잘 만든 영화로 꼽아줄만한 작품.
단, 화려한 볼거리를 기대하지는 말아야 하고, 저예산 독립영화의 느낌에 거부감이 없다면, 영화 자체로써는 상당히 괜찮게 감상할 수 있는 작품이다.
등장인물도 그리 많은 편이 아니고, 배경이 되는 장소도 네다섯 곳 정도, 하늘에 떠 있는 지구의 그림은 돈 많이 들이지 않고 후반 CG 작업으로 쉽게 연출 했을 것 같고, 차량 충돌 신과 약간의 배경 세트 제작비 정도에 돈이 투자 되었을 것 같다.
제작비가 그리 많이 들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 배우들의 연기도 좋고 화면 연출도 좋았다.
비용대비 최대 효과랄까, 잘 만든 영화는 바로 이런 영화를 두고 하는 말이다.
요즘 한국영화가 예전에 비해 막대한 돈을 들여 제작을 하고 있지만, 영화의 핵심을 놓치면서 죽 쑤는 경우가 많다.
돈을 많이 들인다고 좋은 영화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스토리를 설득력 있고 재미있게 연출해내기 위해 필요한 만큼의 적절한 돈을 들이면 되는 것이다.
이런 영화를 보고 좀 배웠으면 좋겠다.
이 영화는 ‘또 하나의 지구’ 라는 설정과 함께 ‘평행이론’에 대해 다루고 있다.
‘평행이론’은 요즘 모 케이블 채널에서 하나의 프로그램 타이틀로 만들 정도로 관심이 늘어난 분야인데, 기존에도 이런 ‘평행이론’을 다룬 SF 영화들이 있었다.
주로 타임머신으로 과거나 미래를 여행할 때, 그 시간대에서 살고 있는 자기 자신과 맞닥뜨리게 되는 상황을 다루는 것이 주요 이야기였다.
이 영화에서는 같은 시간대에 동시에 똑같은 일이 발생하는 평행이론을 좀 더 재미있게 풀어나간다.
어느 날, ‘지구’와 똑같은 ‘지구’가 갑자기 다가오고, 사람들은 그곳에 누가 살고 있는지 궁금해 한다.
결론적으로는 그곳에 자신과 똑같은 사람이 살고 있다는 것인데, 현재의 삶이 증오스러운 누군가는 또 다른 지구에 가면 현재의 자신과는 다른 삶을 살고 있을 자신을 발견할 거라고 생각한다.
‘평행이론’이나 같은 시간대를 똑같은 방법으로 살아가는 ‘또 다른 자아’를 다룬 영화중에서는 그 상황을 가장 구체적으로 묘사한 영화가 아닐까 싶다.
‘거울이론’.
이 영화에서는 ‘평행이론’ 외에 ‘거울 이론’ 이라는 것이 등장한다.
이 영화에서 언급하는 거울 이론에 대한 설명은 아래의 링크 참조:
'라캉' 의 거울 이론
‘거울 이론’은 정신분석학 외에도 여러 분야에서 차용하여 사용하고 있는데, 이 영화에서 언급하는 이론은 ‘라캉’의 정신 분석학적 이론이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설명을 더 덧붙이면, 영화의 후반부에 재미있는 설정이 등장하는데, 바로 ‘평행 이론’의 ‘뒤틀림’ 혹은 ‘거울 이론’ 에서 ‘거울이 깨지는 단계’이다.
즉, 자각하는 순간 그 평행성이 깨지는 상황이 온다는 것이다.
이러한 설정은 영화의 후반부를 이끌어 가는 상당히 중요한 요소이고, 영화의 마지막 반전에서 좀 더 복잡한 질문을 던진다.
영화의 마지막에는 새로운 화두를 던지는 충격적인 결말이 있다.
이하 스토리를 적어본다. 이하 스포일러에서는 그 반전에 대한 내용까지 포함되어 있으므로, 영화를 재미있게 감상하시려면 반드시 먼저 영화를 감상한 후 읽도록 한다.
스토리(스포일러 포함)----------------
목성을 좋아하고 우주를 좋아하는 여고생 ‘로다’.
‘로다’는 MIT 공대에 합격하고 친구들과 파티를 즐긴다.
술이 취해 라디오를 틀어놓고 드라이브를 즐기는데, 라디오에서 이상한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과학자들이 지구와 비슷한 행성을 발견했다며, 하늘을 보면 파란별이 보일것이라고 한다.
차창 밖으로 머리를 빼들고 하늘을 보던 ‘로다’.
그 시각, 작곡가이자 대학교수인 ‘로저’는 임신한 아내와 아들을 태운 차를 세우고 신호를 기다리고 있다.
충돌하는 두 차.
정신을 차린 ‘로다’는 상대방의 차를 살펴보는데, 차 안에는 정신을 잃고 있는 사람들이 보이고, 유리창을 깨고 튀어나간 어린 아이의 시체를 보고 놀라는 ‘로다’.
4년 후. 감옥에서 나오는 ‘로다’.
가족들은 ‘로다’를 반갑게 맞아 주지만, ‘로다’의 죄책감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그녀가 떠나있던 4년 사이, 4년 전 라디오에서 들었던 뉴스 속의 거대한 행성이 점점 더 지구를 향해 다가왔다.
그것은 다름 아니라 지구의 모습. 파란 바탕에 하얀 구름이 있는, 그리고 그 옆에 달까지 딸린 지구의 모습이다.
뉴스에서는 연신 그것에 대한 소식들로 흥분해 있고, 그 두 번째 ‘지구’로의 우주여행을 모집하는 사이트가 생겨난다.
원래 우주를 좋아했던 ‘로다’는 우주여행 모집에 지원을 해볼까 고민한다.
어린 나이에 교통사고로 사람을 죽이게 된 ‘로다’는 여전히 죄책감에 빠져있다.
무엇보다도 차창 밖으로 튀어나가 버린 아이의 모습을 지울 수 없다.
무언가라도 해야겠기에 구직신청을 하고, 고등학교의 청소부 일을 하게 된다.
점점 더 가까이 다가오는 ‘제2의 지구’를 항상 보게 되는 삶.
이 지구를 ‘제2의 지구’ 라고 칭하는 것은 현재의 지구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관점에서 순번을 매긴 것일 뿐이다.
그곳에는 누가 살고 있을까?
교통사고가 났던 현장에 찾아간 ‘로다’는, 죽은 아들을 생각하며 사고현장에 로봇 장난감을 놓고 가는 남자를 발견한다.
그 장난감을 본 ‘로다’는 당시 사건에 관한 뉴스를 찾아 사건을 당한 남자의 신상 정보를 확인한다.
그리고 기차를 타고 남자의 집에 찾아간다.
그는 잘 살고 있을까? 고통에서 벗어났을까?
하지만, 남자는 독한 술을 마시고 있다.
갑자기 밀려든 죄책감에 ‘로다’는 눈 덮인 들판에 벌거벗고 눕는다.
이제는 더욱 선명해진 밤하늘의 지구를 쳐다보며, ‘로다’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다음날, ‘로다’는 병원에서 깨어나 살아난다.
그리고 ‘로다’는 ‘제2의 지구’로의 우주여행 지원서에 글을 남긴다.
‘당신이 가야만 하는 이유는’ 에 대한 짤막한 대답이다.
과거,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던 시절의 탐험대의 구성원들은 범죄자 이거나 정신이상자, 부랑자, 고아들이었다.
그래서 범죄자인 자신이 가야 한다는 글을 쓴다.
가게에 들렀다가 우연히 4년 전 남자 친구를 만난다.
그 남자에게는 같이 온 애인이 있고, 둘 다 잘나가는 엘리트 코스를 밟고 있다.
‘로다’에게 무엇을 하느냐는 질문에 고등학교에서 청소를 한다고 대답하자 분위기가 서먹해진다.
‘로다’는 초라한 자신이 부끄러워 서둘러 가게를 벗어나고, 전 남자 친구는 그녀가 그냥 동창생일 뿐이라고 둘러댄다.
지워도 계속 생겨나는 지저분한 낙서처럼, ‘로다’는 죄책감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용기를 낸 ‘로다’는 죽은 아이의 아버지를 찾아가 용서를 빌려 한다.
그러나 숙취에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으로 ‘무슨 일로 왔냐’고 묻는 남자의 질문에 또 용기를 잃고, 그냥 ‘무료 청소 서비스’ 라고 둘러대고 돌아서는데, 남자가 집으로 들어오라고 한다.
남자의 삶은 엉망이다.
그 날의 사고로 임신한 아내와 뒷자리의 아들까지 모두 잃어버린 남자는 상실감에 빠져 피폐한 삶을 살고 있다.
술에 절어 사는 남자의 집은 쓰레기로 뒤덮여 있다.
얼떨결에 한 거짓말로 인해 남자의 집을 청소하게 된 ‘로다’는, 다음에 또 와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집으로 돌아온 ‘로다’. ‘로다’의 가족은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평화롭고 화목하다.
그러나 ‘로다’는 죄책감으로 인해 항상 침울하고, 남자에게 용서를 비는 말들을 연습한다.
다시 찾아간 ‘버로’의 집.
하지만, 용기가 나지 않아 연습했던 말을 꺼내지 못하고 그저 다시 청소를 한다.
그의 서재에서 아내와 아들의 사진을 발견하고는 침통한 ‘로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남자가 건넨 수표를 차마 받을 수 없어 찢어버리고, ‘로다’는 결심을 한다.
‘버로’에게 진실을 밝히기에는 용기가 나지 않으니, 일단은 그의 삶이 좀 더 행복해지도록 청소를 해주겠노라고.
또 다시 찾아간 ‘버로’의 집에서 망원경을 발견하고 조립해보는데, 그 모습을 지켜보는 ‘버로’.
집으로 돌아오니, 가족들이 TV 앞에 앉아 있다.
지구로 보이는 행성에 교신을 시도하는 중.
‘세티(전파국)’의 ‘조안 탈리스’ 박사가 대표로 교신을 시도하는데, 놀랍게도 제2의 지구에서 교신을 받은 사람은 다름 아니라 ‘조안 탈리스’ 박사 자기 자신이다.
처음에는 모두들 사기극이라고 비아냥거리지만, 대화를 나눌수록 드러나는 제2의 지구의 정체.
그것은 다름 아니라 현재의 지구와 똑같이 생긴 사람들이 똑같은 곳에서 똑같은 일을 하며 살아가는 똑같은 지구였던 것이다.
‘로다’는 고민에 빠진다. 그리고 수많은 질문을 던진다.
제2의 지구에 사는 자기 자신의 삶은 어떨까. 자신과 다를까?
MIT 공대를 졸업한 뒤 우주를 탐험하고 싶어 했던 자신의 꿈을 이뤘을까?
자동차 사고를 내지 않고, 죄책감 없이 행복하게 살고 있을까?
또다시 찾은 ‘버로’의 집, ‘버로’는 그녀를 위해 망원경을 조립해 창가에 내 놓는다.
망원경으로 본 제2 지구의 대륙이 너무나도 선명하다.
분명 그곳에는 자신들과 똑같은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버로’와 오락게임을 즐기며 좀 더 가까워진 ‘로다’.
‘로다’를 집에 바래다 주는 ‘버로’.
학교에서 같이 청소 일을 하는 ‘푸르딥’이라는 할아버지는 ‘로다’에게 알 수 없는 말들을 한다.
‘로다’는 ‘버로’의 집을 깨끗이 청소하고, ‘버로’도 점점 변하기 시작한다.
집을 고치는 등 간만의 바깥 활동으로 두통을 호소하는 ‘버로’.
‘로다’는 우주인이 우주선에서 들리는 신경 거슬리는 소리를 사랑하게 되면서 소리의 고통으로 부터 벗어나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리고 ‘버로’에게 자신이 우주여행에 지원을 했다고 얘기한다.
그러다, ‘로다’가 무심코 빨아버린 죽은 아들 옷을 보자 화를 내고, ‘로다’는 놀라 쫓겨 나온다.
학교에서 같이 청소일을 하던 ‘푸르딥’ 할아버지는, 청소용액을 귀에 넣어 이제는 장님에 귀머거리 까지 되었다고 한다.
자신의 집에 찾아온 ‘버로’.
‘버로’는 사과를 하며, ‘로다’에게 활톱 연주를 들려준다.
그의 애처로운 활톱 연주를 들으며 우주를 유영하는 듯 한 묘한 기분을 느끼는 ‘로다’.
그리고 둘은 격정적인 사랑을 나눈다.
‘버로’는 자신의 속내를 이야기 한다.
교통사고가 나던 날, 너무 분노하여 교통사고를 낸 사람을 죽이고 싶었는데, 당시에 미성년자여서 아무런 정보도 얻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집으로 돌아오는 기차에서 구토를 하는 ‘로다’.
(사실, 그 의미를 이해하기는 힘들었다.)
이제는 듣지도 보지도 못하게 된 ‘푸르딥’ 할아버지를 병문안 간 ‘로다’는 그의 손바닥에 글자를 적는다.
(무슨 글자를 썼는지 모르겠음. 앞 글자는 Frog 라고 쓴 것 같다.)
집에 돌아온 ‘로다’는 자신이 ‘제2의 지구’로의 여행에 뽑혔다는 소식에 가슴이 벅차다.
이제는 더욱 가까이 다가온 지구를 보고, ‘로다’는 ‘버로’의 집에 찾아가 그 소식을 전한다.
‘버로’는 ‘로다’에게 사랑을 고백하며 떠나지 말라고 붙잡는데, ‘로다’는 자신이 그날 교통사고의 범인이라고 고백한다.
충격을 받은 ‘버로’는 그녀에게 꺼지라고 소리친다.
집으로 돌아온 ‘로다’는 기자들이 자신을 취재하기 위해 집까지 들이닥친 것을 보게 된다.
그리고 TV에 출연한 한 학자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평행이론’처럼 똑같은 삶을 살아가던 두개의 지구.
하지만, 서로 거울처럼 의심 없이 쳐다보다가 현실을 깨닫는 그 순간, 서로 다른 삶을 살아가게 되었을 거라는 얘기에 무언가를 깨달은 ‘로다’.
그 길로 정신없이 ‘버로’의 집으로 찾아간다.
문을 열어주지 않는 ‘버로’의 창문 너머로 한사코 들어간 ‘로다’는 ‘동시 발생’이 깨져버렸다고 말하고는, 그에게 우주여행 티켓을 남기고 돌아온다.
(말인즉슨, ‘로다’가 처음 ‘제2의 지구’를 봤던 시점이 교통사고 나기 직전이고, 아내와 아들을 그리워하는 ‘버로’가 ‘제2의 지구’에 가면 아마도 아내와 아들이 살아 있을 테니, 당신이 ‘제2의 지구’로 우주여행을 떠나라는 얘기다.)
그리고 ‘로다’는 어느 정도 마음의 평화를 얻은 듯, 자신의 방도 꽃으로 단장하고, ‘버로’가 우주복을 입고 인터뷰를 하는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본다.
4달 후.
제2의 지구로 떠나버린 ‘버로’의 집.
그리고 하늘에는 더 이상 지구가 없다.
(이 부분은 정확하지는 않은데, 이유 없이 갑자기 하늘을 한번 훑어주는 장면에서 보면 하늘에 있던 지구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그것은 ‘버로’가 지구를 떠난 이후, ‘제2의 지구’가 모습을 감췄다는 것을 말하는 게 아닐까 생각된다.
즉, ‘버로’가 행복을 찾아 ‘제2의 지구’로 떠났고, 그렇게 아름답게 마무리 되었다고 생각하도록 관객의 상상을 유도하는 것 같다.)
그의 행복을 상상하며 찾아간 ‘로다’는 의외의 놀라운 장면을 목격한다.
(반전)
그것은 다름 아니라 바로 ‘로다’ 자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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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반전이 상당히 충격적이다.
왜냐하면, 그냥 아름답게 스토리가 끝맺어진 게 아니라 새로운 문제를 제시했기 때문이다.
왜 ‘로다’ 자신이 자신 앞에 나타났을까.
그것을 유추해보자면,
‘제2의 지구’에서도 ‘로다’는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었고, 결국 로다 자신이 또 다른 지구를 향해 우주여행을 해서 건너 왔다는 얘기다.
결국, ‘로다’ 와 ‘버로’의 기대처럼 ‘버로’의 가족이 죽지 않은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즉, ‘로다’의 죄책감을 벗어난 해피엔딩은 아닌 셈이다.
‘거울 이론’에서 말하는 것처럼, 서로의 존재를 알게 되면서 다른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이쪽 지구에서는 ‘버로’가 넘어갔지만, 그 쪽 지구에서는 ‘로다’가 넘어온 것이다.
‘로다’가 넘어왔다는 것은 그 날의 사고가 똑같이 일어났고, 죄책감에 시달리던 ‘로다’가 애초의 계획대로 이쪽 지구로 넘어 온 것이다.
이 영화는 또 다른 지구와 또 다른 나를 거의 최초로 가장 구체적으로 묘사한 영화인데, 사실 이 영화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그런 SF 적인 사실묘사라기 보다는 자기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SF 적인 감성으로 풀어낸 은유적 영화가 아닐까 싶다.
좀 허무하기는 하지만, 뻔 한 해피엔딩이 아니라 열린 ‘새드 엔딩’으로 끝내는 것이 예상 밖이어서 놀랍기는 했다.
스토리와 개괄적 설명을 이해하기 좋은 리뷰를 링크한다.
또 하나의 지구.. 또 하나의 '나'
PS.
제보에 따르면, ‘로다’가 ‘푸르딥’ 할아버지의 손바닥에 쓴 글자는 ‘Forgive’ 라고 한다.
즉, ‘스스로를 용서 하라’는 뜻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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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그래서 그것을 알고 주인공이 손에 용서를 써준것이죠.
그리고 참고로 교통사고를 고백할때도 she does something that is.. unforgiveable 이라고 말하며 용서받을 수 없는 일을 했다고 말하는 것도 위와 연관되지 않았을까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