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장악한 '네오 신파' TV_etc

용PD 님 글을 읽다가 연결해서 진중권씨의 글을 읽게 되었다.

[진중권의 아이콘] 감정과잉의 오류
http://www.cine21.com/do/article/article/typeDispatcher?mag_id=66720

그렇다.
뭐, 이렇게 딱 정리를 하니 더 그렇게 보이는건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한국만의 독특한 정서가 있고, 그것이 TV에서 보여지고 있다.
'미녀들의 수다' 에 출연한 '에바 포피엘' 이 한 얘기가 떠올랐다.
자신이 영국에서 살때는 그렇지 않았는데, 한국에 와서 살면서 눈물이 많아졌다고.
얘기인즉슨, 한국의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울게 된다는 것이다.
그것은, 다른 나라의 정서와 다른 어떤 무엇이 있고, 그것을 기술적으로 활용한다는 얘기다.
(또한, 암묵적으로 '눈물' 을 강요한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그런데, 요즘 TV를 보다보면 뭔가 좀 불편하다.
요즘 추세는 '일반인','감동','리얼리티' 같은게 골자다.
즉, TV에 나오고 싶어하는 일반인들을 적극적으로 수용해서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다.
일반인들을 출연시킬때에는 그들에게 '연예인처럼' 하라고 하려는 것이 아니다.
소위 '프로' 인 연예인들과 달리, 뭔가 좀 서투르고 어설픈 그 모습을 담아내고, 그것에서 평범한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은 그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리얼리티' 와 '동질감' 을 강조해서 시청자의 몰입도와 호응을 끌어내려는 것이다.

그런 이유에서 일반인이 많이 나오고, 오디션 프로그램과 장기자랑 같은 것을 소재로 쓰는건 좋다고 하자.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되었다.

일반인들은 그럴싸하게 방송하는 기술이 부족하다.
그래서, 방송국에서는 거기에 칼을 대기 시작한다.
그들의 삶에 '감동적인 스토리' 를 만들어 내려고 하는 것이다.
아무 특징없고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을 TV에 내보내서 얻을 수 있는건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공감할만한 가슴아픈 사연이 있고, 또 그런 고난과 역경을 멋지게 이겨냈다는 감동스토리를 보여줘야 시청자들이 눈물을 찔끔거리며 동감하고 반응또한 뜨겁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러한 '감동' 을 연출하기 위해 실제 그들의 이야기에 살 붙히기를 하고 연출을 한다는 것이다.
말그대로 '조작' 되기 시작하는 것이다.

TV연출의 '조작' 이야 하루이틀의 이야기도 아니니 내버려두자.
여기서 언급하고 싶은 것은, 위에서 말했던 '눈물' 의 연출이다.

사실, 평범한 사람들은 왠만하면 눈물을 잘 흘리지 않는다.
'눈물' 은 정말 감동이 북받쳐 오르거나 절망이 빠지는 등 감정이 극단으로 내몰릴때 생기는 결과물이다.
평범한 사람들은 이런 '극단적' 감정으로 내몰리는걸 그리 좋아하지 않고 익숙하지도 않다.
그런데, TV에 나오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눈물을 흘리고 환희를 내뿜는다.
더군다나 옆에서 카메라를 들고 찍는 어색한 상황에 그런 감정의 표출이 쉽지 않을텐데도, 마치 영화나 드라마의 주인공이라도 된 마냥 그들은 멋지게 감동의 장면을 보여주지 않는가.
마치 배우들이 연기를 하듯 보여지는 그 모습에, 사람들은 '일반인' 인 그들의 '리얼함'에 동감하며 눈물짓곤 한다.
이런것을 일부 예능 프로에서는 '리액션' 이라며 특별 교육이랍시고 가르치기도 한다.

문제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그런 '감동의 연출' 이 연예인들에게서도 보여진다.
너도나도 '리얼리티' 를 강조하다 보니, 이제는 토크쇼에 나와서 힘들었던 과거 이야기를 들먹거리며 눈물 짓거나 자신이 얼마나 힘들게 살아왔는지 구구절절히 얘기하곤 한다.
그리고, 일명 '신인' 들은 그러한 스토리를 꺼내들어 동정심과 함께 '인기' 를 노리기도 한다.
즉, 일종의 마케팅 수단으로 변질되어 가고 있다는 것이 '네오 신파'  의 핵심이다.

거짓없는 진실한 이야기를 하는 것은 좋다.
하지만, 그것을 가장해서 이슈를 만들고 인기를 얻으려 한다거나 다른 노림수가 있다면 과연 그것이 곱게 보일까.
그러다보니, '논란' 이 생기고, '배신감' 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요즘 TV에서는 너도나도 이런 '네오 신파' 류의 프로그램들을 양산하고 있다.
최근에 가장 극단적인 예는 tvN 에서 연예인들 관련 가십을 다룰때 보여지고 있는데, 자살한 연예인들에 대한 방송을 하면서 그러한 포맷으로 방송을 연출했다.
시청자 입장에서는 '죽은 사람까지 팔아서 장사한다' 라는 생각이 들정도로 보기 좋지 않았고, 그런 표현기술 조차도 상당히 촌스럽게 느껴질 정도였다.
요즘에는 지상파 방송사의 뉴스에서도 그런 행태를 보이고 있다.
커다란 황금색 자막과 함께 재난 현장이나 사건 현장을 보여주면서 애잔한 음악을 깔거나 쿵쾅쿵쾅 하는 긴장감 넘치는 음향효과를 이용하고 있다.
마치 '대단한 일이 일어났어요. 주목하세요' 하는것 같다.
이런 기법은 이미 홈쇼핑 채널에서 지겹도록 봐온 아주 원초적이고 질낮은 연출 방식이다.
이런 방송기법이 지상파 3사 뉴스보도에서조차 보이고 있다는데에 혀를 내두를 뿐이다.

'우리 결혼했어요' 에서 닉쿤의 말처럼, 이렇게 저렇게 감동적으로 연출했으니 '이젠 울어도 되요' 라고 자꾸 멍석을 깔아주려고 한다.
이러한 연출 행태가 이제는 TV프로그램 전반에 나타나고 있고, 심지어 뉴스에서도 보여진다는 데에 보이지 않는 심각성이 있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진중권 이라는 사람을 잘 모르고 그의 정치적 발언에 대해서도 뭐 그다지 관심은 없지만,
요즘 은근히 TV에서도 모습을 비치다 보니 아무래도 조금씩 알아가게 된다.

얼마전에는 EBS 특강(?) 에서 컴퓨터 그래픽과 예술에 관한 이야기 비슷한 주제로 강연을 했다.
느낌을 요약해보자면, '아.. 이사람 참 여러분야에 박학다식 하군! 그런데 말은 좀 버벅거리네' 하는 느낌이었다.

사람은 가끔 자기보다 똑똑하거나(혹은 그렇게 믿거나) 달변인 사람을 만나면 존경심이 생긴다.
겉으로는 그 사람이 나보다 뛰어나다고 인정하고 싶지 않아 거부하는듯 해도, 마음 한켠에서는 '대단한데!' 라는 생각이 든다.
진중권의 경우에 그런 생각이 들게 하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진중권' 같은 부류의 사람을 썩 좋아하지는 않는다.
모든 '박학다식한' 사람이 존경받을만 하고, 모든 '똑똑한'  사람이 존경받을만 한것은 아니다.
대단하다고 인정하는 것과 존경스럽다고 생각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해결책이 없는 비판.
그것은 소모성 논쟁이며 아무에게도 도움이 안되는 시간낭비일 뿐이다.
논쟁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루어져야 하며, 문제의 해결은 단지 '똑똑함' 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진중권씨는 참 여러가지 분야에 관심이 많은것 같고, 한결같이 문제점을 꼬집어(그 나름대로) 비판한다.
문제점을 꼬집는 눈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좋은 점이다.
누군가는 문제점을 지적해서 올바르게 시정되도록 하는 단초를 제공해야 한다.
하지만, 문제점을 잘 짚어내고 똑똑하며 특별하다고 인정받으려 하는 것이 그러한 행동의 발단이라면, 그것은 일종의 '애정결핍' 일 뿐이다.
세상은 문제를 짚어내는 능력보다는 문제를 해결해내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 필요하다.

진중권씨에 대한 비판적 견해를 담은 칼럼도 있으니 한번 읽어보자.
그런데, 정말 길게도 썻다. 천천히 읽어봐야 겠다.

진중권의 지식과 지능 그리고 양심에 묻는다!
http://www.bignews.co.kr/news/article.html?no=231481


우리가 할일은 그저 좋은점은 배우고, 나쁜점은 버리면 되는 것이다.


덧글

  • 머플리 2011/08/01 21:22 # 삭제 답글

    진중권 비판한 "빅뉴스" 이 언론 알고보니 우익신문 이더라는..

    비판 글이 건전한 비판이 아닌..

    비아냥하는 글로만 느껴졌다능..
  • fendee 2011/08/01 21:53 #

    링크에 달아놓은 진중권 비판글도 객관성이 상당히 결여된 감정적인 글이지.
    단지, 그런 의견도 있다는 것을 알아 두라는 의미에서 링크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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