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그리고 배려 Essay

나는 어려서부터 친구가 많은 편은 아니었다.
여러명과 골고루 친한것 보다는, 주로 두세명의 친구와 친하게 지내는 편이다.
그러다보니, 내가 속한 친구 그룹과 달리 다른 그룹의 친구들과는 형식적으로만 알고 지내는 경우가 많았다.

친구 관계는 나이가 들수록 더 좁아지는것 같다.
영업을 뛴다거나, 혹은 일 관계로 여러 사람과 알고 지내야 하는 직업이 아니라면,
직장생활을 하고, 사업을 하면서는 더욱 친구관계가 좁아지는것 같다.
매번 그렇게, 삶의 반경 또는 좋아하는 취미를 기준으로 형성된 새로운 그룹에서 두세명의 친구와 지내며 살아오고 있다.

우연한 계기로(생활반경이자 취미라는 공통점) 10여년전부터 알고 지내오는 두명의 친구가 있다.
한명은 동생이고, 한명은 동갑이다.
이젠 생활반경이 달라져서 직접 만날일이 거의 없지만, 가까운 곳에 사는 친구처럼 꽤 자주 전화 통화를 한다.
딱히 할말은 없으면서도, 마치 여자아이들이 시시껍죽한 이야기로 오랜시간 통화하는것처럼, 우리도 그렇게 사는 근황이나 털어놓으며 사오십분씩 전화기를 붙잡고 있곤 한다.

동갑인 녀석에게서 전화가 왔다.
누군가와 대화중이어서 내가 다시 걸겠다고 하고, 용무가 끝난후 전화를 걸었다.
약 10분정도 통화하던 중에 뭐라뭐라 하면서 자기가 다시 걸겠단다.
그렇다.
애석하게도 가는귀가 먹은건지, 발음이 안좋아서인지, 통화품질이 안좋은건지 간혹 이렇게 뭔소린지 잘 못알아듣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친구가 전화를 걸어온다.
말인즉슨, 내 형편이 좋지 않으니 자기가 전화를 건다는 뜻이다.
즉, 사오십분씩 통화를 하면 통화요금이 많이 나오니 자기가 내겠다는 의미였다.
하긴, 한달에 두어번 그렇게 길게 통화를 하면 전화요금이 1~2만원 정도는 더 나오더라.
통화요금 까지 걱정할 정도는 아니지만, 친구의 배려다.
서로 막말하는 사이도 아니고, 비아냥 거리는 스타일도 아니라서, 친구의 그런 행동이 배려라는 것을 안다.

솔직히, 새삼 놀랐다.
녀석도 나처럼 생각이 많은 편인건 알았지만, 전화통화비 까지 생각하고 배려할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고맙다.
고맙긴 한데, 살짝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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