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2세와 드라마, 그 순기능과 역기능 Essay

제목을 너무 거창하게 지은것 같다.
그냥 소소한 몇가지 생각을 기록한다.

미국은 SF, 호러, 판타지 드라마가 우세.
일본은 소소한 일상, 아이돌.
중국은 무협.
한국은 재벌2세와 신데렐라 스토리, 불륜, 로맨스

특징적으로 보면, 이정도로 정리가 되겠다.
한국은 드라마가 강세이고, 사람간에 벌어지는 드라마틱한 이야기와 로맨스를 다룬 이야기가 히트하는 곳이다.
SF, 액션?
이런것 잘 안 먹힌다.

한국의 드라마에 끊임없이 반복되어지는 단골 메뉴는, 재벌2세와 신데렐라 스토리다.
막장 스토리도 제법 단골 메뉴고 히트 상품이지만, 정말 사람들에게 히트 치는 드라마는 딱 '신데렐라 스토리' 다.
신데렐라 스토리를 구성하기 위해서는 재벌2세 캐릭터와 가난한 여주인공 캐릭터가 필요하다.
모양이 어떻게 되었고, 전개가 어떻게 되며, 어떤 우연이 발생하던지 간에,
결국, 돈 많은 남자와 가난한 여자가 사랑에 빠지고, 둘이 행복하게 살았더래요~ 라며 이야기가 끝을 맺을때, 사람들은 대리만족을 느끼며 행복해하고 열광한다.
조금씩 다른 것이라면, 뻔한 스토리를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다르게 보일까 미사여구를 꾸미는 것이다.
주변 인물들이 어떻게 반응하며, 이들에게 어떤 우여곡절이 생기며, 얼마나 극적으로 사랑을 이루느냐 하는 정도의 변주.
그리고, 해피엔딩일때 가장 극적인 대리만족을 주기 때문에, 거의 필연적으로 따라가는 요소는 '권선징악' 이다.

재벌2세.
이것은 로맨스의 출발점이다.
사람들은 새로운 현대사회에서의 '힘' 의 상징으로 '돈' 에 집착한다.
'돈' 이 곧 힘이자 능력이자 권력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재벌2세에 대한 막연한 동경심을 가지고 있다.
'나도 언젠가는 저렇게 멋드러지게, 폼나게 살거야' 라는 희망을 갖고 열심히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소시민 들에게는 그것이 곧 막연한 목표이자, 꿈으로 상징된다.
신데렐라.
재벌2세가 '꿈' 혹은 '동경' 이라면, '신데렐라' 는 '현실'이다.
시청자 혹은 관객의 현실을 대변한다.
대다수의 시청자는 평범하거나 혹은 가난하다.
그래서, 신데렐라 캐릭터에 자신의 감정을 이입하게 된다.

신데렐라가 어느날 재벌2세와 사랑에 빠진다.
그리고, 여러가지 난관을 극복하고 결혼에 골인.
신데렐라 스토리의 기본 공식이다.

신데렐라 캐릭터에 감정이 이입된 시청자는 신데렐라를 응원하게 된다.
자신들과는 전혀 다른 상위층 삶을 사는 재벌2세 캐릭터에 감정이입을 할수는 없기 때문이다.

신데렐라는 일반시민 같은 평범한, 혹은 조금은 더 가난한 생활을 하는 수준으로 설정된다.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일반인에게 있어, 자기보다 조금더 못사는(?) 신데렐라의 생활수준은 '측은함' 까지 유발하게 할 수 있다.

신데렐라는 일반시민처럼, 떡볶이를 좋아하고, 순대나 곱창, 돼지껍데기 같은 음식을 매우 좋아한다.
반면, 재벌2세는 그런 냄새나는(?) 음식을 먹어본적이 없다.
재벌2세의 눈에는, 일반시민들의 삶이 마냥 신기할 뿐이다.
몇천원, 몇백원에 큰소리로 싸우는 일반시민을 이해하지 못하다는 듯이 쳐다본다.
일부러 괴리감을 유발시킨다.
재벌2세 캐릭터에 절대 감정이입을 할 수 없다.
재벌2세는 우리가 스스럼 없이 하는 대부분의 일들을 신기하게 바라보는 낯선 외계인이다.

생활권에서도 많이 틀리고, 같은 자리에서 식사할 일도 없을 전혀 다른 계층(?)의 남녀가 아주 우연한 기회로 서로 알게 된다.
재벌2세는 우연한 기회로 인해, 신데렐라의 마음을 엿보게 된다.
즉, 같은 '인간' 으로써의 동질감을 느낀다.
일반시민도 자신과 똑같은 감정을 가지고 있으며, 슬퍼하고 웃는다는 것을 느끼는 것이다.
그렇게 인간적인 면을 느끼게 되면서 호감이 생기고, 흥미로 시작해서 연애감정으로 싹트기 시작한다.
굳이 '결혼' 을 하겠다는 감정까지는 아니고, '흥미' 로 시작하는데,
둘 사이의 만남이 잦아지면서 주변의 상황들이 꼬이기 시작한다.
재벌2세의 주변인물들이 태클을 걸기 시작한다.
신데렐라는 힘이 없다. 신데렐라를 옹호해줄 사람은 단지 그 재벌2세 뿐이기 때문에, 재벌2세는 심리적 변화가 발생하기 시작한다.
신데렐라에 대한 보호본능이 발동하고, 반항심도 생긴다.
이런 격한 감정의 변화는, 신데렐라에 대한 감정이 '호감' 에서 '애정' 으로 변하는 계기를 마련한다.
결국, 재벌2세는 자신이 가진 기득권을 포기해서라도 사랑을 쟁취하겠다는 선언을 하고,
신데렐라 역시 재벌2세들의 '놀이' 라는 경계심에서 벗어나 재벌2세의 진심을 느끼게 되어 마음을 허락한다.
역경과 고난은 두 사람의 관계를 극한까지 내몰며 그들을 시험하지만, 그들의 사랑은 더욱 견고해져서 결국 결혼이라는 극단적 선택으로 모든 사건에 종지부를 찍으려 한다.
결혼하면, 현재 벌어진 모든 시끄러운 문제들이 종결되리라 여기기 때문이다.
그래서, 신데렐라 스토리의 엔딩은 '결혼' 이다.
굳이, 결혼 이후에 발생하는 문제까지 언급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재벌2세가 등장하는 드라마가 매번 히트를 치고, 어느순간부터 재벌2세가 등장하는 것이 공식처럼 되어버렸다.
'재벌2세' 는 힘있는 남자의 상징이며, 여자들의 삶을 일순간 럭셔리 하게 바꿔줄 수 있는 복권과 같다.

우리는 재벌2세 남자가 등장하는 드라마의 역기능에 대해 주로 말한다.
여자들은 멋지고 돈많은 남자를 만나기 위해 외모를 꾸미는데 더욱 투자를 한다.
카드를 돌려막기 해서라도 명품옷과 백을 들고 다녀야 하고, 피부미용을 받고, 몸매 관리를 하고 다니다보면, 돈많고 멋진 남자와 엮이게 될테고, '결혼' 을 하게 되면 더이상 일을 하지 않아도 남자의 덕을 보며 편안하게 살게 될거라는 막연한 기대를 갖게 된다.
실제로, 경제가 불황이면 여자의 미니스커트가 짧아지는 논리와 어느정도 통하는 부분이 있다.
경제가 불황이면, 찌든 삶이 구질구질하고 지겨워질 테고, 남자만 잘 만나면 구질구질한 현실에서 벗어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기 때문이다.
물론, 순수한 의미에서, 아름답게 꾸미는것 자체를 좋아하는 여성이 있을 수 있다.
위에서 언급한 상황들은 단지 가설이다.

드라마에 재벌2세가 자꾸 등장하면, 여자들의 기대수준이 자꾸 높아진다.
TV만 켜면, 잘생기고 돈많고 능력있는 사람이 나오는데, 현실에서 그런 사람은 가뭄에 콩나듯 거의 만날 수 없다.
기대수준이 높아지다보니, 클럽이나 나이트를 찾는다.
결혼정보업체나 소개팅을 통해서 자신보다 월등히 높은 수준의 사람을 만날 확률은 없다.
왜냐하면, 비슷한 수준에서 만남이 성사되기 때문이다.
마지막 선택은, 잘난 사람들이 활동하는 영역에서 서성이거나, 클럽 같은곳을 찾는 방법이다.
대기업에 들어가거나, 청담동과 삼성동, 압구정, 신촌을 서성이다보면, 멋진 남자를 만나리라.
아니면 여자 연예인이 되거나.

여자들이 남자에 대한 기대수준이 높아지면, 남자들은 괴롭다.
상위 1%는 아무나 되는게 아니다.
하지만, 기대수준이 높아진 여자들은 대다수 99% 의 남자들의 수준이 미달이라고 여긴다.
결국, 결혼 확률도 떨어진다.
이젠 30대를 넘은 노총각 노처녀들이 넘쳐나고, 결혼 안하고 혼자 살겠다는 사람도 점점 많아진다.
기대수준에 못 미치는 사람과 구질구질하게(?) 사느니, 그냥 혼자 꿈꾸며 사는게 행복하다는 것이다.

그외에도 역기능들이 있다.
재벌2세, 재벌3세.
그들은 자수성가한 아버지의 덕으로, 어려서부터 호사로운 생활을 한 사람들이다.
주로 외동이거나 2자녀로 구성되어 자란다.
집안에 자녀수가 적으면 과잉보호를 받게 된다.
과잉보호는 아이를 버르장머리 없게 만든다.
지나친 자신감은 자만심으로, 싸가지로, 고집불통으로 만든다.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일은 큰 반대없이 해왔고, 앞으로도 자기 하고 싶은대로 하고 사는데 큰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사람이 겸손해지는 것은, 훈계를 듣거나 한계에 부딪히기 때문이다.

드라마에서의 재벌2세(혹은 3세)는 멋진 인격까지 가지고 있다.
물론, 신데렐라 스토리 상에서는, 싸가지 없었다가 신데렐라를 만나면서 인간적인 면모까지 갖추게 되는 경우가 흔하지만,
일부 드라마에서는 원래 멋진 인격까지 가진 경우도 흔하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사실 논란이 있을 수 있다.
현실에서의 재벌2세(혹은 3세)가 다 싸가지 없다거나 인격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단정지을 수 는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드라마상에서의 재벌2세는 신데렐라를 만나서 멋진 인격을 완성하는 인물이라는 점이다.
노블리스 오블리제.
'내 돈 내맘대로 쓰고, 내 맘대로 할꺼야' 가 아닌, 사회적 지위에 맞는 도덕적 의무를 행하는 것.
상위층이 아닌 일반인들이 그들에게 바라는 것이다.
드라마속 재벌2세는, 신데렐라를 만나면서 '노블리스 오블리제' 를 깨닫고 실천하게 된다.

하지만, 이것은 단지 일반인들이 바라는 '원츄' 일 뿐이다.
자유주의 시장경제 체제에서, 그들이 번 돈을 자기들 맘대로 쓰는것에 토를 달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너 이정도 돈 있으니 이정도 베풀어야 하는거 아니야?' 라고 말하는게 참 힘들다는 것이다.
'권리' 가 아니라 '요청' 이기 때문이다.
물론, 지 멋대로 행패 부리고 사는 재벌2세(혹은 3세)를 욕하는건 자유다.
그들의 인격이 형편없다고 욕을 할수 있고, 배척할수도 있지만, 어차피 사는 세상이 틀리니까, 아무리 소리쳐봐야 별 소용없다.

드라마에 재벌2세가 나와서, 아름다운 로맨스의 주인공 행세를 해서 문제가 되는 것은, 너무 멋지고 아름답게 포장된다는 점이다.
드라마이고, 아름다운 스토리의 주인공이니 당연히 멋지게 포장되는 것이 공식이지만,
현실과는 다른 인물상을 만들어내서, 사람들에게 환상을 심어준다는데에 문제가 있다.
환상에 빠진 사람들은, 재벌2세에 대한 막연한 동경심리가 생기게 되고, 재벌2세가 아닌 사람들을 구질하거나 깔보는 현상이 생긴다는 것이 역기능이라면 역기능이겠다.

순기능?
글쎄, 재벌2세가 드라마에서 멋진 모습을 보여서 순기능을 했다는 기억은 없지만,
순기능을 정리 해보자면, 일반인 보다는 실제 재벌2세나 3세에게 영향을 미치는 경우를 들 수 있겠다.
재벌2세나 3세 역시, 일반인들과 사는 세계는 틀리지만, 똑같은 TV를 보고, 영화를 보고 사는 사람들이다.
그들이 몇백만원짜리 양복을 입고 길거리 포장마차에서 떡볶이를 먹을일은 없겠지만, 은연중에 그런 평범한(?) 삶을 동경하기도 한다.
드라마속 재벌2세가 인간적인 면모를 보이고, 겸손하며, 예의가 바르다면,
그리고, 드라마속 재벌2세 캐릭터가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실천했는데, 정말 멋지게 보였다면,
추종심리에 의해 그런 인격이 자리잡을 가능성도 있다.
마치 전래동화를 통해, 어떤 인격이 멋진 인격인지를 간접체험하듯이, 드라마속 재벌2세의 모습에 감명을 받고, 그렇게 행동하기로 마음을 먹는다면, 이 세상은 좀더 훈훈해지지 않겠나?

누구처럼, 매값이라며 사람을 두들겨패는 인간성이 없어지지는 않겠나 싶다.

거창하게 얘기를 쓰려던건 아니고, 그냥 소소한 이야기를 주절거리려던 거였는데, 스토리가 길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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