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공허함과의 끝없는 사투 Essay

가을이 되어서인가.
요란스럽고 시끌벅적했던 여름은 가고.
집에서도 어중간하게 한 꺼풀 옷을 더 껴입어야 하고,
바깥은 스산해서 웬만해선 나가지 않게 되고,
짧아진 가을이지만, 곧 겨울이 올 거라는 걸 알기 때문에 마음 한구석은 더욱 시려온다.

또 그렇게 겨울이 되면, ‘몇 달만 참으면 봄이 올 거야’ 라고 다독이고,
봄이 오면, 또 아무렇지도 않게 요란스럽고 시끌벅적한 여름이 오겠지.
그리고 또다시 가을과 겨울.
그렇게 무얼 하나 시간은 가고 또 온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갈 거라는 걸 알기에, 내게 ‘1년’ 이란 무엇인지 자꾸 되새김질 한다.

크고 작은 목표들을 세우고, 목표를 향해 정신없이 질주할 때는 그나마 공허함을 잊고, 인생은 복잡하다며 요란스럽다가도,
목표를 이루었다는 희열과 잠깐의 주목이 지나친 후에 밀려오는 뻔 한 공허함.
매번 그렇게 정신없고 공허하기를 반복하면서, 인생의 기로에 선다.

어차피 지나고 나면 기억의 창고 속에 먼지처럼 희미하게 가물가물 기억이 나는 지난 시간의 기억들뿐.
어떻게든 현재를 열심히 살아서, 돈을 좀 더 벌고, 좀 더 높은 자리를 차지하고, 남과의 경쟁에서 이기고.
그리고선, 문득 자신을 돌아보면 공허할 따름.
그리곤 또 인생의 기로에 선다.
‘난 무얼 해야 하는 걸까?’
전지전능한 누군가가 지도와 나침반으로 정확하게 갈 길을 일러주면 속 시원하련만,
나이를 먹을수록 느끼는 건, 스스로 자기의 인생에 목표를 세우고 혼자 걸어가야 한다는 것.
그게 정말 ‘목표’ 일지, 그 목표는 무얼 의미하는지 조차 이유를 찾지 못한 채,
단지 인생의 기로에서, 흔들리지 않고 ‘의미’ 라는 자기세뇌를 하며,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채찍질을 해대며 달려 나가고 있을 뿐이다.

내일이 내 인생의 마지막이라고 세뇌시키면, 정말 열심히 보람되게 잘 살 수 있을까?
그렇게 하루하루가 누적되면, 1년이란 시간이 지난 뒤에 나 스스로가 뿌듯하고 보람을 느낄까?

간혹, ‘사랑’ 이라는 마취제라도 맞고 인생의 쓴맛을 잊어보고도 싶지만, 세상이 녹녹치 않다.
점점 소외시키고 열외 시킬 뿐.
차라리 그냥 원시시대처럼, 비정하긴 해도 야생으로 모두를 되돌려 놓으면 참 재미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어떤 방식으로든, 구분 짓고, ‘열’, ‘우’ 를 비교하고, 나은 놈을 골라 제일 앞에 세운다.
그리고 그렇게 세워진 뒷자리의 열성인자들은 들러리요, 엑스트라다.
모두들 스스로는 엑스트라 인생이 아니라고 우기겠지만, 따지고 보면, 모두가 엑스트라일 뿐이다.
‘자연’ 이라는 주인공 뒤에, 별로 주목받지 못하고 그저 뻘쭘히 서있는 조연들이다.

상실감이 클수록 박탈감과 공허함이 밀려오겠지만, 그런 것들을 정신적 합리화로 벗어난다 해도, 삶이라는 게 그 ‘의미’ 라는 걸 무엇이라 단정 지을 수 있는 기준이나 가치가 있을까?
단지, 나고 살다가 죽고 썩어서 사라져 가는 생물과 에너지의 자연 순환의 고리 속에 갇혀 있을 뿐이다.

그래서 삶을 살아간다는 것.
공허함과 끊임없이 말다툼을 한다.
‘기준’ 을 세우고, 열성과 우성을 구분 지어 비교하고, ‘의미’를 부여하고, ‘목표’를 설정한다.
공허라는 벼랑 끝 생사기로에 서서, 넘어갈까 말까를 끊임없이 고민한다.

스스로를 다독이고, 칭찬하고, 질책하기도 하고, 추켜세우기도 하며, 감정적인 합리화에 도달한다.


덧글

  • 머플리 2010/10/29 02:29 # 삭제 답글

    예전 티비에서 봤던 사람중에..

    갑자기 알수없는 병으로 두눈을 잃고 신장병으로 일주일에3번 투석(평균수명 15년)해야 살아가는 사람이

    보험금 5천만원으로 찍고싶은 영화 원없이 찍고 죽고 싶다며 영화는 찍던사람..

    산목숨 끊을수는 없지 않냐고 했던 예기가 생각 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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